[기획] 인생이 억울한, '도난' 이야기

게임뉴스 | 박이균 기자 | 댓글: 19개 |
※ 디아블로4 캠페인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난은 2막에서 처음 만나는 NPC입니다. 플레이어는 로라스의 소개로 불막이 저택에 있었던 일을 조사하기 위해 향하게 되며, 서재에서 릴리트가 도난을 회유하려던 장면을 환영으로 목격하게 됩니다. 아스타로트의 봉인을 풀기 위한 릴리트의 계략 중 하나였지요.

플레이어는 스코스글렌에서 도난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후 스토리 후반부에 도난과 동행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잘 나갔던 도난의 과거 시절
도난은 호라드림이었습니다. 호라드림은 티리엘의 주도로 만들어진 단체로 꽤나 오랜 역사를 거치며 악마와 대적해 온 집단입니다. 데커드 케인이나 졸툰 쿨레같은 유명한 인물들이 다수 소속되었기도 합니다.

다만 디아블로4 시점에서는 거의 힘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활동하는 인물도 크게 줄어들어 로라스 나르 정도만이 지금까지 남아있고, 힘겹게 호라드림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비록 지금은 풍채 좋은 그냥 아저씨처럼 보이지만, 소싯적에는 꽤나 날린 사람입니다. 로라스조차도 도난을 오만하다고는 비판하지만 실력에 대해서는 악평을 하지 않습니다.

우선 그는 영혼석 제작의 전문가였습니다. 스토리 중간에 호라드림 워너비인 네이렐과 함께 그의 연구를 엿보고 대단하단 걸 간접적으로 알 수 있기도 하며, 나중에 릴리트를 가둘 수 있는 영혼석을 만들 수 있는 것을 보면 보통 실력자는 확실히 아닌 듯합니다.

또한 무력도 꽤나 뛰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히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까지는 알 수 없으나, 동료인 드루이드 아이리다와 나파인과 함께 아스타로트를 쓰러뜨려 봉인시키는 데 성공했었지요. 초상화로 미루어 보면 전선에서 같이 싸운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서도 몸이 성한 것이 대단하지요.



▲ 리즈 시절 동료들과 멋진 모습 한 컷


세 명이서 아스타로트를 쓰러뜨린 것까진 좋았는데, 디아블로 세계관에서 악마는 죽여버리면 언젠가 지옥에서 다시 부활해버리는 속성이 있습니다. 차라리 봉인해 두면 다시 살아나진 않으니, 외부에는 죽였다고 공표한 후 뚜껑을 덮어놓기로 결정하는데요.

다만 악마라는 게 뚜껑을 덮어놓더라도 외부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수 있었고, 도난의 특기인 영혼석 만으로는 이를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도난은 이나리우스 세력에 연락, 아스타로트가 봉인된 곳 위에 엘드하임 요새를 건설해서 이를 완전히 틀어막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봉인을 감시할 겸 자기 집도 세우고, 영웅 취급을 받으며 편안한 생활을 보내게 됩니다. 배가 부르게 되니 예전에 비해서는 나태해지기도 했지요.



▲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서서히 꼬여가는 인생
그렇지만 이러한 스토리에서 봉인은 풀리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릴리트는 아스타로트의 봉인을 풀기 위해 도난을 시작으로 세 명의 용사와 접선을 합니다.

도난은 비록 나태해졌다지만 두려움에 떨면서도 릴리트의 제안을 칼같이 거절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두 동료는 생각이 좀 달랐던 모양입니다.

아이리다는 극단적인 성향의 드루이드였습니다. '요즘 젊은것들은 아스타로트 전투도 모르고 쯧쯧'이라는 마인드를 가졌고, 이러한 기억도 없는 상태면 아스타로트 따위도 못 이길 것이며 아스타로트를 못 이기면 다른 악마는 더 못이긴다고 생각합니다. 약육강식으로 강하게 후대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게 드루이드 스타일 사고방식이긴 하지만 극단으로 치달아 버린 아이리다는 릴리트와 맨정신으로 협력하고, 봉인 푸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처단당합니다.



▲ 죽을 때 조차 "네가 강하니 어쩔 수 없지"하는 극단주의자 드루이드 아이리다


나파인은 이나리우스 세력을 끌어들인 도난에게 불만이 많았습니다. 기사단이 들어오면서 드루이드 신앙이 약해졌다는 것이 그 이유지요.

기사단에 대한 증오가 이미 깊이 자리했던 차에, 릴리트가 거래를 대가로 기사단을 박살 내주겠다고 제안하자 수락하고 봉인 위치를 제공합니다. 다만 릴리트는 나파인을 구속하고 반으로 갈라서 탈것을 제조했을 뿐이었는데요. 악마에게 속아버린 케이스입니다.



▲ 나파인은 속아 넘어가서 탈것 제조기 신세가 되었습니다


시작부터 억울함 - 주변에서 트롤해요
도난은 비록 두려움에 떨었지만 릴리트의 제안을 확실하게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속아넘어간 나파인과 제정신이 아닌 아이리다 때문에 아스타로트가 풀려나게 되어 버립니다.

게다가 아끼던 아들 요린은 걱정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전선으로 나갔다가 아스타로트의 숙주로 쓰이게 됩니다. 도난은 아들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플레이어와 함께 아스타로트를 쓰러뜨리지만, 요린은 결국 죽게 되지요.



▲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돌이켜보면, 릴리트는 이미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도난이 거절했다지만 아스타로트에 대한 정보는 다른 두 사람이 다 말해줬고 실제로 부활도 성공시켰습니다.

또한 악마 부활에 쓰일 숙주가 강하면 악마도 더 강하게 살아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요린은 딱히 강한 인간은 아녔던 것 같은데요. 릴리트가 굳이 바쁜 와중에 기사단 사이에 낀 요린을 따로 잡아다 손수 영혼석을 꽂으며 뒤끝을 부린 셈입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그리 바쁘지 않았던 릴리트가 굳이 안 해도 되던 짓을 한 덕에 도난은 이래저래 억울하고 슬프게 되었습니다.



▲ 릴리트의 뒤끝이 너무 심했습니다


소소하게도 억울함 - 대꾸할 기운도 없다
이후 플레이어가 릴리트를 추적하던 중, 릴리트를 봉인하기 위한 영혼석이 필요해지고 로라스는 도난 말고는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악마용 USB.. 영혼석을 만드는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개인의 감정이 중요한 요소였는지, 아들이 죽고 슬픔과 혼란에 잠긴 도난은 영혼석을 만드는 데 실패합니다. 결국 마녀 타이사의 충격 요법으로 치료받고, 고생을 하면서 다시 영혼석을 만듭니다.

마지막 영혼석 성공 과정에서, 땀 뻘뻘 흘리며 만드는 와중에도 타이사가 '별거 아닌 것 같은데?'라고 빈정거리는 장면도 있습니다. 꽤 화를 낼 법도 한데, 한마디 대꾸하고 마는 걸 보면 이런 상황 정도는 이제 익숙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기껏 고생해서 만든 영혼석은 이나리우스가 바로 압수합니다. 나중에 프라바한테 욕을 먹어가며 도로 회수해 와 결국엔 메피스토를 가두는 데 잘 쓰긴 했지만, 그건 도난 사후의 이야기네요.



▲ 이렇게 열심히 만드는데 별거 아니냐는 말은 좀 심한 것 같네요



▲ 내 영혼석 돌려줘요!


마지막까지 억울함 - 고작 지옥 기둥한테 당하다니!
도난은 릴리트를 저지하기 위해 플레이어와 함께 지옥으로 향했습니다.

왕년의 실력 어디 안 갔는지, 지옥에서도 마법을 휘두르며 악마들 틈바구니를 뚫고 잘 살아남는데요. 한때 서로 서먹했던 로라스와 협력도 하면서 플레이어와 함께 지옥 깊은 곳으로 향합니다. 원거리 마법으로 악마를 구속하고 마법 화살로 피해를 주는 전투 방식을 보여주는데, 아샤바 전투에서 중간중간 속박으로 딜 타임을 만들어 주는 게 도난이었습니다.



▲ 도난 덕분에 스토리모드 아샤바는 월드 보스 버전보다 훨씬 쉽습니다


주위를 정리한 후 플레이어가 로라스와 이야기하며 보이지 않는 눈을 쓸까 말까 고민하던 도중 도난은 잠시 옆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데요.

왕년의 실력 어디 갔는지, 온갖 위험한 악마와 전투는 다 벌이더니 정작 지옥 기둥을 구경하던 도중에 불의의 일격에 찔려버립니다.

이 공격은 물론 현실이라면 치명상일 수 있지만 이러한 게임 세계관에서 볼 수 있는 공격치고는 꽤나 형편없는 일격이었습니다. 치료한다면 치료가 될 것 같기도 한데요. 이후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정작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눈을 사용하고 돌아오니 그대로 죽고 맙니다.



▲ 저렇게 큰 악마도 때려잡던 사람이 고작 지옥 인테리어에 당하다니


방금까지 강력한 악마들을 같이 처단하던 사람치고 너무나 허망한 퇴장이었습니다. 굉장히 부주의하게 지옥 인테리어를 구경하다 찔렸다는 식으로 밖에 연출이 되지 않았기에 아쉬운 부분인데요.

도난이 너무 지쳤었다는 묘사라거나, 도난을 찌른 악마의 급을 더 높게 설정하거나 하는 등의 추가적인 장치가 있었다면 도난의 최후에 보다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억울한 도난의 인생이었네요.



▲ 측면을 조심하라는 다른 동네의 격언이 떠오릅니다


만약을 생각해도 억울함 - 밝은 미래가 가능했을까?
그리고 사후, 스코스글렌에서는 악마를 죽였다고 해놓고 봉인만 해 둔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힙니다. 아스타로트 부활의 원흉으로 꼽혀 마을의 동상도 박살 나 있지요. 악마는 봉인해 두는 게 차라리 이득이긴 하지만, 아스타로트에게 마을이 박살 난 주민들에게는 납득이 다 되지는 않는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실력도 꽤 출중했고, 아스타로트 봉인 후 나태하게 살았다지만 악마와 협상하지 않는 신념도 살아있었고, 나름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음에도 사후까지 취급이 박한 것도 역시 조금 억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도난은 죽어가면서 '차라리 로라스와 손을 잡았더라면 지금보다 나았을까'라고 후회하는데, 그것 또한 그다지 합리적인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만큼 도난의 마지막 후회조차 희망적인 건 아니었습니다. 행복 회로를 굴려도 그닥 미래가 밝지 않다니, 역시 억울하네요.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