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추억을 간직하며 세상을 떠돈 여행자, '메시프' 이야기

게임뉴스 | 박이균 기자 | 댓글: 15개 |
※ 디아블로4 캠페인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 그 사막 마을에서 배 태워주던 친구?
이번에 만나볼 인물은 '메시프'입니다. 앞서 다뤘던 릴리트, 이나리우스, 도난에 비하면 단역이라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전작을 플레이했다면 소소한 재미와 아련한 여운이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메시프는 디아블로2에서 처음 볼 수 있었던 인물입니다. 스토리가 비교적 짧게 서술되는 디아블로2의 스토리 특성상 장비 수리나 물약 판매 NPC 정도 아니면 대부분의 NPC의 이름은 사실 잘 기억나는 편은 아니긴 합니다. 2막 루트 골레인과 3막 쿠라스트 부두에 있는 선장이라 하면 그제야 '아, 그 친구?' 하게 되지요.

디아블로2에서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2막의 도시 루트 골레인에 도착하면, 메시프는 영주 제르힌의 명령으로 출항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도 모르고 있는데, 사실 도시 주변 및 궁전 지하에 악마가 대거 출몰하여 안전을 위해 막아둔 것이었습니다.



▲ 루트 골레인 오른쪽 아래에 있던 그 선장이 메시프입니다


이후 플레이어가 악마들이 몰려오는 원인을 찾아가면서 소환사를 처치하고 탈 라샤의 무덤에서 두리엘까지 쓰러뜨려 일단 문제를 해결하자, 마침내 출항 허가가 내려져 메시프의 배를 타고 다음 지역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3막에서는 메시프와 이야기하는 과정이 포함된 황금새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정글에서 황금새 동상을 주워 오는데, 알코어라는 NPC는 그 안에 있던 유해로 영생의 물약을 연구하거나 합니다. 하지만 메시프는 불멸이나 영생에 관심이 없고 그저 동상을 가지면 자신의 컬렉션이 완성된다며 기뻐하는 소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생명력 20을 주는 퀘스트였기 때문에 사실상 필수였지요


70년이 흐른 후, 디아블로4에서
디아블로4에서는 플레이어와 로라스가 엘리아스의 숨겨진 궁전을 찾는 과정에서 메시프를 만나게 됩니다.

마을에서 사막 너머에 수상한 궁전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모래 폭풍이 끝없이 불고 있어서 현지 사람들조차 확인을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플레이어가 길잡이를 부탁해도 다들 거절합니다.

다만 어떤 노인이면 그런 미친 짓을 해 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플레이어는 그 노인을 찾아가 봅니다.

그 이상한 노인은 강둑의 한 주점에 감금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돈 관련 문제로 깡패들에게 잡혀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플레이어는 노인을 무사히 구출합니다.

노인은 로라스가 가진 호라드림의 징표를 보고 데커드 케인이냐고 물어보며 반가워하고는 모래폭풍을 건널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합니다. 여기서 자신이 메시프라는 걸 밝히는데, 디아블로2를 플레이해 봤다면(그리고 NPC의 이름을 기억했다면) 반가움이 몰려오는 순간입니다.



▲ 그 시절 사람이 아직도 생존해있다니!


세계관 상 디아블로4는 디아블로2에서 약 70여 년이 흐른 후입니다. 디아블로2 당시 메시프가 몇 살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낮게 잡아 20살이었다고 치더라도 현재 90살의 노인인 셈입니다. 어쩌면 100살이 넘었을 수도 있겠지요.

젊었을 때는 배를 타고 바다를 돌아다녔고 이제는 배 대신 낙타, 바다 대신 사막을 돌아다니는 일을 계속해서 해온 듯한데요. 악마가 들끓는 험악한 성역에서 평생을 떠돌며 몸 성히 살며 돌아다닌 걸 보면 무척 강인한 사람이긴 한데, 로라스를 데커드로 착각하는 걸 보면 세월이 참 무상하긴 합니다.

알다시피 데커드 케인은 지금부터 50여 년 전인 디아블로3 시점에서 이미 사망했습니다. 메시프는 디아블로2 플레이어가 루트 골레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데커드 케인과 함께 잠시 머물렀던 기억을 소중히 가지고 왔었는지, 지금 시점에서도 무척 기뻐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 헤어 스타일 정도 빼면 딱히 데커드와 로라스가 닮은 것 같진 않지만...


모래 폭풍으로 출발하기 전, 메시프는 여행 채비를 단단히 하라며 '물약도 충분히 챙겼길 바란다'라고 말합니다. 없다면 낙타한테 실어둔 게 있으니 쓰라는 충고와 함께요.

이는 게임 플레이 적으로 봤을 때 단순히 '이후 퀘스트 지역에서 모래바람을 맞으면서 지속적인 피해를 입으므로, 물약이 부족하다면 낙타를 눌러 물약을 채우면 된다'라는 기능에 대한 설명일 것입니다.

다만 한편으론 이 또한 메시프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요. 디아블로2에서는 물약을 직접 사서 챙겨야 했던 만큼 부족할 일이 제법 있었지만 디아블로3부터는 충전식으로 바뀌면서 물약을 챙길 일이 없어졌습니다.

물약을 챙기라는 멘트는 어쩌면 게임의 벽을 넘어 플레이 중인 우리들에게도 그의 기억이 디아블로2 시점에 멈췄다는 걸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 영감님, 요즘 젊은이들은 물약을 사지 않아요


메시프는 누구나 꺼리는 모래 폭풍을 앞에 두고도 자신감이 넘쳤고, 실제로 사막을 무사히 건널 수 있게 하며 그 실력을 증명했습니다. 폭풍 앞에서는 물론, 횡단 도중에도 여유를 부리는 모습도 보였을 정도였지요.

돌풍 때문에 시야가 좁아지고 피해를 입으면서도 맨몸으로 엄폐물을 깔끔하게 찾아내는 실력을 보여줍니다. 첫 엄폐물에서 우연히 얻은 술을 '데커드'와 함께 한잔하자고 할 정도였지요. 물론 로라스는 이미 마셨다면서 거절합니다. 이외에 담배 파이프를 놓고 와서 도중에 돌아가려다 로라스에게 한 소리 듣는다든가 하는 사소한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 거친 모래 폭풍 앞에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여정이 될 것 같다는 여유를 보입니다


사막 횡단과 추억 여행
사막을 횡단하며 '데커드'와 추억에 젖은 이야기도 나눕니다. 그 시절 악마를 무찌르던 때라던가, 이후 목표 없이 세계를 돌아다녔다는 이야기를 하지요.

메시프 : 아 데커드, 바닷가의 소금기 어린 냄새 기억하오? 그림자든 악마든 우릴 대적할 수 없었지!
메시프 : 난 그때 이후로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소. 놀라운 걸 많이 봤지만, 예전 같지 않더군.
메시프 : 목표를 잃고 떠도는 건... 그저 기다림에 불과했지...

로라스 : 그래. 인생에는 목표가 있어야 하는 법이지.

메시프 : 항상 한발 앞서야 하지. 그렇지 않소? 걸음을 멈추면 곧 죽는 법이니까!


메시프는 디아블로2 3막의 무대인 쿠라스트 출신입니다. 출항 금지에서 풀려 간신히 루트 골레인에서 쿠라스트로 돌아갔지만, 악마가 들끓어 끔찍한 모습이 되어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몰락해 버린 마을을 안타까워했고, 플레이어가 메피스토를 처치하고 나면 쿠라스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배를 타고 떠나겠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비록 그의 과거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지는 않지만, 추측해 보자면 메시프는 플레이어 및 데커드와 만났던 이후 무언가 인생의 전환점을 겪고 세계 각지를 떠돌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고향 쿠라스트의 재건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제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그저 계속 돌아다녔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데커드 및 플레이어와 함께 악마를 물리치던 영광스러운 시절을 추억하면서요.



▲ 그런데 메시프, 그때 같이 싸웠었나?


기억에 남을 만한 여정
메시프 덕분에 플레이어와 로라스는 생각보다 쉽게 엘리아스의 궁전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궁전 안은 엘리아스의 추종자들 때문에 위험했고, 메시프는 입구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플레이어와 로라스가 궁전 내부로 잠입해서 엘리아스의 추종자들을 뚫고, 엘리아스를 일단 몰아내며 '보이지 않는 눈'을 회수한 후 탈출했을 때, 메시프는 습격당한 채로 발견됩니다.

오랜 시간 험난한 성역을 뚫고 살아왔었지만 결국 세상은 마지막까지 잔인했습니다. 그래도 주위에 시체가 몇 구 널브러진 걸 보면, 최후까지도 메시프는 용감히 싸우다 쓰러진 모양입니다.

메시프는 플레이어와 로라스의 귀환을 반기고는, '사는 게 다 그렇지 않소?'라고 담담하게 술을 한 잔 들이키고 '데커드'에게 남은 술을 건네며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로라스도 '그렇다'고 데커드인 척해 주며 그의 술을 한 잔 받아줍니다.



▲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특출난 주인공 캐릭터와 함께 여행하는 영웅들, 또는 무시무시한 대악마나 신성한 천사처럼 걸출한 인물들을 자주 보기에 무뎌지는 부분이지만, 메시프의 이야기는 성역의 보통 사람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걸음을 멈추면 곧 죽는 법'이라는 그의 말대로, 메시프는 대단한 영웅은 되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답을 찾아 나갔던 듯합니다. 자신은 '목표 없이 떠돌아다녔다'고 자조했지만, 쿠라스트는 비록 아직 위태롭고 느림에도 꾸준히 재건되고 있다는 로라스의 기록으로 미루어봤을 때 분명 메시프가 이룬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퀘스트를 완료하면 얻을 수 있는 그의 무기에는 메시프가 지난 70년 동안 동료들을 기다리며 걸어왔던 흔적과, 그때의 추억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메시프는 '기억에 남을 만한 여정'에 만족했을까요?



▲ "세계의 끝까지 여행한 모험가의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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