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아블로에 어울리는 '뱀파이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인터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32개 |
최근 디아블로4까지 오랜 기간 프랜차이즈가 이어져 오며 게임 속 직업들은 디아블로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그려졌다. 하지만 2014년 출시된 디아블로3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 이후 디아블로의 직업은 기존 직업이 새롭게 작품에 합류하거나 빠지는 식으로의 변화만이 이루어졌다.

디아블로 이모탈을 통해 추가되는 혈기사는 그래서 큰 의미를 갖는다. 9년 만의 신규 직업이라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지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통해 기존 디아블로의 이미지를 새롭게 그려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인터뷰를 통해 만난 블리자드 라이언 퀸 선임 내러티브 디자이너와 크리스 랴오 수석 UX 디자이너는 혈기사를 새로우면서도, 디아블로 프랜차이즈 안에 녹여내는 방식을 이야기했다. 디아블로 이모탈 이전부터 오랜 기간 블리자드에 몸담은 그들이 소개하는 혈기사는 흡혈귀라는 정체성 안에 디아블로의 혈기사라는 새로운 테마를 더하며 디아블로스러운 뱀파이어를 그리고자 했다.





피를 다루는 흡혈귀 + 기사의 정체성
디아블로 이모탈은 런칭 초기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었던 6종의 익숙한 직업군으로 시작됐다. 디아블로2, 디아블로3 사이의 시간대를 다루는 만큼 두 게임을 즐긴 플레이어들이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클래식한 직업으로 설정됐다.

디아블로 이모탈 개발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게임에 새로운 분위기를 줄 수 있는 직업을 모색했다. '초자연적인 힘, 더 어둡고, 괴물에 가까운 직업을 없을까'라는 아이디어가 확장되어 공개된 게 바로 새롭게 공개된 혈기사다.




블리자드에서 오랜 기간 재직한 퀸 디자이너는 그간 디아블로의 직업을 구상할 때에는 어두운 느낌, 혹은 중립적인 특징, 성기사나 수도사처럼 비교적 밝은 분위기를 내는 직업을 구분해왔다고 밝혔다. 혈기사는 외형과 설정에서 알 수 있듯 망자를 되살리는 강령술사, 악마를 향한 증오가 담긴 악마 사냥꾼처럼 어두운 분위기에 집중한 직업이다.

이를 위해 흡혈귀의 노예가 되어 자아를 잃어가는 과정, 그리고 저주에 결국에는 그런 비극적인 존재가 되지만, 그때까지 영웅으로서 무엇을 할지 그려내는 여정을 담는다. 단순히 괴물이 아니라 성역을 지키는 존재로 그려지는 셈이다.

이러한 설정은 혈기사를 단순히 여러 매체에서 다뤄진 뱀파이어, 혹은 악마를 사냥하는 뱀파이어와 다른 특징을 부여한다. 혈기사의 정체성은 크게 보면 뱀파이어다. 하지만 저주에 잠식당하는 확정적인 운명, 좋지 않은 결말을 가졌음에도 그저 복수 같은 개인적 욕구가 아니라 성역을 위해 진심으로 싸운다는 테마가 담겼다.

이러한 테마적 특징과 함께 퀸 디자이너가 강조한 차별점은 비주얼적 특징이다. 이 차별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미디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뱀파이어의 특징인 날카로운 송곳니, 안개로 변하게 마늘을 싫어하는 형태의 뱀파이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혈기사를 그렸다.

피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전투, 도 성역 안에서도 비밀스러운 요소를 가지고 전투에 임하며 무거운 중갑을 입으면서도 미늘창(폴암)을 활용해 기사다운 전투를 펼치는 부분이 게임에 담긴다.

혈기사라는 이름에도 그려지듯 기사로서의 정체성은 기존 뱀파이어와의 차별점을 그리는 요소기도 하지만, 디아블로 이모탈 개발진이 블리자드만의 특징을 살려내기 위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퀸 디자이너는 블리자드는 전통적으로 갑옷을 갖춘 캐릭터 특징을 잘 살려냈다고 전하며 고풍스럽고, 멋진 분위기의 갑옷을 만들어내는 점이 블리자드만의 클래식한 면과 새로운 면을 조합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했다.





어둠, 피, 그리고 흉물
혈기사의 뱀파이어와 기사라는 특징은 게임 플레이 메커니즘과도 이어진다. 우선 기사라는 특징은 거대한 미늘창을 활용한 전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능숙한 미늘창 활용 기술을 가진 혈기사는 적당한 근접 거리에서 물리 피해를 준다. 여기에 피와 관련된 능력들을 다수 보유해 적의 생명력을 흡수하기도 하고 피를 자유자재로 활용해 적을 공격하기도 한다. 적 주변에 독성 구름을 펼쳐 상대를 교란하는 등 어둠의 성질을 활용한 전투도 그려진다.

다양한 특성을 활용하는 만큼 랴오 디자이너는 혈기사를 '화려한 전투를 펼치는 직업군'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특히 실제로 게임을 즐기면 혈기사가 보여주는 다양한 시각 효과에 관해 놀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크리스 랴오 수석 UX 디자이너

혈기사는 앞선 공격들을 활용하는 근거리 전투 캐릭터로 설계됐다. 또 피, 어둠과 관련된 능력을 활용해 혼자서도 전장을 장악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 강력한 근거리 기술과 전장 장악 능력을 갖춘 만큼 개발진의 플레이 테스트 중에는 비교적 기동성이 낮아지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PvP 즐기는 데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전투 중 적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힐 수 있는 전설 아이템 등 여러 방식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디아블로 이모탈의 직업처럼 혈기사도 전설 아이템들이 스킬의 동작 방식을 바꾼다. 예를 들어 적들에게 한 무리의 박쥐를 소환해 적을 공격하는 기술 박쥐 떼는 전설 아이템을 활용해 기술을 일종의 아우라 기술로 변경시킬 수 있다. 이 대는 플레이어 주변을 맴돌며 함께 이동하는 기술로 변동된다. 미늘창으로 적을 꽂아 머리 위로 회전시키다 내리 꽂는 기술 꼬챙이도 전설아이템과 활용하면 혈기사가 직접 뛰어올라 공격하고 적들을 공중으로 띄우며 기절시키는 군중제어기로 활용할 수 있다.

50레벨을 달성해 얻는 흉물은 혈기사가 직접 부정한 존재인 흉물로 변하는 기술이다. 기능 자체는 궁극기와 유사하게 전투를 하면서 얻는 게이지를 채워 변하는 식이다. 하지만 단순히 능력을 강화하는 형태를 넘어 이전의 스킬들도 흉물의 정체성에 맞게 변화한다.

흉물을 혈기사의 핵심 기술로 소개한 퀸 디자이너는 이를 일종의 빌드로 접근하게 만든 의도에 관해 다양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내제되어 있는 저주를 세상 밖에 풀어놓는 게 흉물 변신의 핵심인 만큼 캐릭터의 테마와 정체성, 나아가 내러티브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된다.



혈기사, 디아블로의 정체성 안에 담아낸 특별함
9년 만에 독자적인 클래스인 혈기사의 등장은 이모탈의 유니크한 정체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목표 아래 이루어졌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디아블로 2와 3 사이에 위치하는 세계관이면서 또 시리즈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석의 파괴가 불러온 격동, 비밀과 불확실성이 많은 시기다. 시대상 자체가 소규모이면서 어둠 속에서도 그 존재가 유지되는 혈기사의 결사단이 활약하기 적절하다는 게 개발진의 판단이었다.

혈기사의 이러한 특별함은 분명 디아블로 이모탈의 지닌 타임라인과 세계관 안에서 유니크한 이야기를 그려내지만, 게임을 디아블로 시리즈의 외전격에 그치게 하고자 함은 아니다. 오히려 패치를 통해 추가된 콘텐츠였던 고대인의 요람을 통해 다양한 기존 디아블로 세계관의 캐릭터들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다.

게임은 2편과 3편 사이, 2편의 시퀄 스토리를 다루고, 성역의 다른 모습을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이에 디아블로 이모탈만의 개별적이면서도 면밀한 스토리를 다루는 동시에 전체적으로는 디아블로라는 프랜차이즈 세계관을 함께 다루며 녹아드는 형태가 퀸 디자이너가 말한 디아블로 이모탈의 방향성이다.



▲ 라이언 퀸 선임 내러티브 디자이너

이런 세계관 안에서 혈기사는 나름 독자적인 이야기를 구축했다. 퀸 디자이너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많은 부분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혈기사라는 존재가 살아가는 방식을 게임과 홈페이지에 공개된 단편 소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혈기사는 저주로 인해 일반적인 인간보다 노화는 늙지만, 정표를 통해 의식을 잘 치르지 않으면 저주에 빠르게 잠식된다. 누군가는 50년, 길게는 1세기 이상 저주를 버티고 성역에서 혈기사로 살아가기도 하지만, 짧게는 5년 만에 잠식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혈기사의 이야기는 단순 설정은 물론 게임 안에서 콘텐츠로 체험할 수도 있다. 새롭게 추가되는 퀘스트는 플레이어가 베테랑 혈기사와 팀을 맺어 진행되는 스토리를 가진다. 정표를 통한 의식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혈기사들의 지역 등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퀘스트는 혈기사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직업군으로 지옥 난이도1에서 플레이 가능하기에 직업을 변경하거나 새로 캐릭터를 키우지 않아도 된다.





직업 변경은 편하게, 나아가 변경 없이도 즐기는 혈기사
혈기사의 체험 역시 새로운 캐릭터 육성, 직업 변경 없이 가능하다. 기존의 조각난 차원과 유사한 진홍의 차원을 통하면 혈기사를 비교적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 조각난 차원은 일종의 로그라이크 콘텐츠로 다양한 기술을 시도해보고, 여러 전설 속성을 쌓아나가는 콘텐츠였다. 진홍의 차원 역시 혈기사를 주인공으로 비슷하게 이루어져 기술과 전설 등을 다양하게 체험 가능하다.

직업 변경에도 개선이 이루어진다. 직업 변경에서 힘과 지능 간의 변화가 어렵다는 피드백에 이를 자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끔 하고 장비 지원으로 보다 쉽게 플레이어가 새 직업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직업 변경 이후 혈기사보다는 다시 다른 직업을 플레이하고자 하는 경우를 위해 일정 기간 직업 변환 자체를 제한 없이 지원한다.




개발진은 이번에 새로운 직업이 추가된 만큼 블리자드는 복귀 유저와 관련된 시스템도 다수 마련했다고 전했다. 게임 안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무료 배틀패스에서 해당 직업군에서 얻지 못한 전설 아이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설 효과 획득을 돕는다.

복귀 유저의 머리에 악수 아이콘을 뜨게 해 플레이어들이 인게임에서 새로운 콘텐츠, 추가 사항을 알려줄 수 있도록 해 플레이어들이 서로 복귀 유저를 돕도록 유도하기도 할 예정이다.

또 랴오 디자이너는 많은 콘텐츠가 일종의 숙제처럼 느껴지는 사실을 플레이어로서 충분히 이해하고, 팀에서도 피드백을 받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레이어들이 어떤 콘텐츠를 많이 즐기는지,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고 점검하는 만큼 이를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게끔 하는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도 밝혔다.

퀸 디자이너는 신규 직업의 추가 일정이나 타임라인을 바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성역을 더욱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만드는 신규 직업 작업을 모든 개발팀이 즐겁게 작업했다"라며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작업이 더 많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또한, 디아블로4에 혈기사가 추가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두 게임의 개발팀이 독립되어 존재하는 만큼 추가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된다면 분명 멋진 일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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