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프트', "선발전 뚫지 못했다면 은퇴 했을 것" - ①

인터뷰 | 신연재, 남기백 기자 | 댓글: 7개 |



지난 16일, 마포에 위치한 DRX 사옥에서 '데프트' 김혁규를 만났다. 선발전 종료 후 주어진 약 열흘 간의 휴가를 마치고 며칠 전 복귀한 참이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데프트'는 모든 질문에 솔직하고 가감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데프트'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건 아무래도 '군 문제와 은퇴'였다. 2022 시즌이 시작되면서 군 문제로 인해 올해가 그의 마지막 시즌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시즌 내내 'Last Dance'라는 꼬리표가 '데프트'를 따라다녔다.

그런데 선발전 직전, 팀 공식 영상을 통해 군대 문제가 해결돼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거기서 '데프트'는 "선발전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못 보여준다면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조건을 걸었다. 결국, 스스로에게 시험대였던 선발전을 통과했고, 우리는 그와 1년 더 함께할 수 있게 됐다.


Q. 선발전 마치고 어떻게 지내셨나요?

서머 시작부터 선발전에 오기까지 거의 좋지 못한 모습들만 보여드리다 보니까 저도 그렇고, 팀원들도 그렇고, 자신감 같은 게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그런 상태에서 진짜 저희가 봐도 기적 같은 결과를 냈거든요. 충분히 기뻐하고, 충분히 쉬고 그러면서 지냈어요.


Q. '데프트' 선수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게 있어요.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팀 공식 영상을 통해 올해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면제는 아니고, 건강 상의 이유로 치료를 더 받아야 해서 그것 때문에 잠시 (군 입대가) 연기됐어요. 시즌이 끝나고 나서 정확히 알아봐야 하겠지만, 연기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늘어난 느낌인 것 같아요.


Q. 건강 문제가 허리 디스크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상태는 좀 어떠세요?

치료는 계속 하고 있어요. 잠을 많이 못 자거나 무리해서 체력을 당겨 쓸 때는 많이 악화되는데, 그 외에 제가 신경 써서 관리할 때는 지장이 크지는 않아요.


Q. 올해 선발전의 주인공은 DRX가 아니었나 싶어요. 사실 그 전까지 경기력이 좋지는 못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선발전을 준비하셨나요?

선발전 하기 전까지 선발전도 뚫지 못하고,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면 선수 생활을 그만할 생각이 컸어요. 정말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내년을 볼 수 있게 됐지만, 연습 자체는 되게 안 좋았어요. 선발전 kt 롤스터전 하기 전날에 그나마 스크림이 괜찮았고, 그 전까지는 우리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되게 막막했어요.


Q. 연습 과정에서 발전하는 게 보이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더 많이 힘들지 않나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좋은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주고 있어서 그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그런 게 되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나도 잘 안 되는 게 많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 저부터 완벽하지 않은데, 그 상태에서 누군가한테 뭔가 요구한다는 게,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잘 안 되는 팀이 가지는 악순환인 것 같아요. 팀이 잘 안 될 때는 어떤 선수든 분명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거잖아요. 그걸 스스로 인지한 상태에서 다른 선수들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에요.


Q. 어떻게 극복하려고 했나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나도 내가 잘 안 되고 있는 걸 안다. 그걸 몰라서 너희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이 상황 안에서 우리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말을 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도 시즌 중에 어느 정도 계속 말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나아지는 건 잘 안 보였죠. 그래도 이야기는 항상 해왔어요. 결국 마지막에 와서는 그래도 좀 의미 있는 결과로 나온 것 같아서 되게 좋아요.





Q. 승리가 가장 큰 보약이라고 하잖아요. 선발전에서의 성공이 팀적으로 큰 힘이 됐을 것 같아요.

단순히 이기는 것보다 내용이 되게 중요했어요. 저희가 정규 시즌에서도 그렇고, 역전 당한 경기는 되게 많이 기억나는데, 역전한 경기는 거의 기억이 안 났어요.

분명히 딜러진이든, 이니시에이팅을 맡은 정글-서폿이든, 후반 갔을 때 그렇게 못 한다는 생각이 안 드는 팀이거든요. 근데, 연습 과정에서 초반에 나왔던 실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되다 보니까 다들 유리한 상황에서 불리해지거나, 처음부터 불리했을 때 게임을 풀어나가는 걸 힘들어 했어요.

그러다가 선발전에서, 우리가 초반에 지던 게임이 되게 많았거든요. 근데, 거의 다 역전을 성공했어요. 그러면서 팀원들 간의 신뢰가 조금씩 회복 됐던 것 같아요. 우리가 얼마를 뒤쳐지고 있던 역전 할 수 있는 팀이구나. 시간이 가면 더 잘하는 팀이구나. 이런 걸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경기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다 보니까 그게 큰 도움이 됐어요.


Q. 개인적으로는 어때요?

선발전 들어가면서 개인 기량을 폭발적으로 올리거나, 팀적으로 엄청나게 더 잘해진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인게임 분위기나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을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불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타이밍에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 조합에 따라 어떤 싸움이 우리에게 더 좋은가. 이런 부분들을 누군가 놓치더라도 제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Q. 선발전 마치고, 기자실 인터뷰에서 역대 가장 힘들었던 진출 과정이라고 표현했어요. 벌써 7번째 롤드컵이고, 작년의 여정도 만만치 않았는데 말이죠.

작년은 서머 막바지부터 스크림 과정도 괜찮아서 그냥 '스크림처럼 하면 충분히 가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있었어요. 근데, 올해는 계속 연습하면서도 확신도 안 들고, 연습 때보다 더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거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근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연습 때보다 더 잘해서 가게 된 것 같아요.


Q. 보통 대회에선 연습 때처럼만 하자고 말하잖아요. 근데, 연습보다 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실전에서 압박감이나 부담감이 컸을 것 같은데요.

사실 팀원들한테는 항상 연습 때처럼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더 잘하려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어요. 근데, 첫 경기인 kt 롤스터전을 하기 전까지는 속으로 '이거 연습 때처럼 하면 큰일 나겠는데' 그런 생각이 있었죠. 그러다 1, 2세트 엎치락뒤치락 하고 3세트는 졌는데, 내용면에서 1세트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집중력이 조금씩 올라가는 게 느껴져서 이 정도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그렇게 두 번의 풀세트 끝에 최종 승리를 거뒀습니다. 진출을 확정하는 순간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던가요?

그냥 됐다. 됐다. 리브 샌드박스전 5세트에서 넥서스를 터트리기 직전까지도 100% 집중을 하고 있었거든요. 아직 안 끝났다, 안 끝났다 하면서. 근데, 딱 넥서스 터지는 순간 '됐다' 라는 생각이 제일 크게 들었어요. 됐다, 안 쉬어도 된다. 그런 생각이요.


Q. 개인 캠에 잡힌 모습 기억하세요?

네. 막 이렇게 쓰러졌던... (웃음)


Q. 정말 큰 미소를 만면에 띄우시기도 했죠.

정규 시즌 때 리브 샌드박스가 뭔가 우리 팀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자존심도 많이 상했었는데, 결국에 더 높은 자리에서 복수에 성공했잖아요. 리브 샌드박스라는 팀의 올해를 우리가 끝내게 됐는데, 그게 굉장히 통쾌했어요. 모든 게 좋았던 것 같아요. 복수도 했고, 또 우리는 우리대로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됐고. 또, 저 개인적으로도 내년을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좋았어요.


Q. 앞선 이야기와 연결해보면, 이번 선발전 승리가 '데프트' 선수의 1년을 연장한 거네요?

이제는 롤드컵에 가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다음 시즌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생긴 것 같아요. 만약 가서 터무니없이 못하거나 그러면 다시 생각해 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내년에도 똑같이 롤드컵 우승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들어요.





Q. 아직 본격적인 스크림 전이라고 알고 있어요. 개인 연습은 잘 되어가나요?

사실 잘하는 선수들이 쉬고 있는 것도 있고, 지금 솔로 랭크 수준이 그렇게 높다고 생각 안 해서 그냥 굳은 손 풀기 느낌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도 이번에 꽤 푹 쉬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 치고 손이 많이 굳지는 않은 것 같네요. 스크림 들어가면 빨리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하고 있어요.


Q. 연습량이 많기로 유명하잖아요. 푹 쉬었다고 표현했는데, 얼마나 푹 쉬신 건가요?

휴가가 거의 1, 2주 정도 됐던 것 같은데, 하루에 LoL을 한 판도 안 한 날이 있었어요.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무슨 일이든 목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더 잘하기 위해서 쉬었던 거라... 살짝 불안감 같은 게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Q. 지금까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게임을 한 판도 안 한 날이 없었다고요?

워크샵을 가거나, 여행을 가는 것처럼 진짜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면 아예 없었던 것 같아요.


Q. 그렇게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매일 매일 게임을 하면 정말 질릴 법도 할 것 같은데요.

안 하면 저한테 손해잖아요. 안 했을 때 책임도 온전히 저한테 있고, 손해도 저한테 있다 보니까 그냥 당연히 해야 되는 걸 당연히 하는 것 같아요.


Q. 선수들도 보통 비시즌이나 휴식기에는 다른 게임도 하고, 쉬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데프트' 선수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비시즌에 푹 빠질만한 게 있으면 그렇게 할 것 같은데, 사실 아직까지 뭔가 LoL을 놓고 푹 빠져 할만 한 걸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Q. 그나마 이건 좀 해봤다 하는 게 있나요?

피파요. 가끔 '라스칼' 광희나 다른 선수들이랑 해요. 근데, 그것도 애들이랑 한, 두 판 할 때 재미있지 하루 종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Q. 게임이 아닌 다른 취미가 있다면요?

새벽 드라이브요. 제가 지금 사는 동네에서 되게 오래 살았어요. 차 타고 어릴 때 학교 가던 길을 이렇게 갔다가 한바퀴 돌면 10분도 안 걸려요. 노래 들으면서 갔다 오면 새벽이라 차도 없고, 어렸을 때 생각도 나고 되게 좋아요.


-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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