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프트', "RNG '갈라', 걷는 것만 봐도 느낌 있어" - ②

인터뷰 | 신연재, 남기백 기자 | 댓글: 10개 |



지난 16일, 마포에 위치한 DRX 사옥에서 '데프트' 김혁규를 만났다. 선발전 종료 후 주어진 약 열흘 간의 휴가를 마치고 며칠 전 복귀한 참이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데프트'는 모든 질문에 솔직하고 가감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LCK 4시드 DRX는 플레이-인 스테이지 B조에 배정됐다. B조는 플레이-인 역대급 죽음의 조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DRX를 포함해 4대 리그 팀이 세 팀이나 자리했고, 그 중에는 MSI 우승 팀 RNG가 있다. 게다가 군소 지역 중 좋은 평가를 듣는 VCS와 TCL도 참전했다.

'데프트'는 당연히 RNG를 경계 1순위로 꼽았다. 특히, 같은 포지션인 '갈라'에 대해서는 '걷는 것만 봐도 느낌 있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갈라'의 템포와 리듬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대결이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Q.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어요.

작년 같은 경우에는 먼저 가서 준비하고, 경험치 쌓는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좀 여유가 없어졌어요. 그냥 실전을 바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살아남기만 한다면 오히려 작년보다 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Q. 참가 팀의 수준이 예년보다 높아져서 그럴까요?

그런 것도 있는데, 플레이-인이 먼저 시작하다 보니까 스크림 할 팀이 딱히 없어서 준비 기간이 조금 걱정돼요. 그건 상대 팀들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팀마다 그런 게 있잖아요. 빨리 적응해서 궤도 안에 올라오는 팀이 있고, 반면에 천천히 올라오는 대신 조금 더 깊이 있게 잘하는 팀이 있어요. 저희 팀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아서 그게 좀 걱정스럽긴 한데, 그래도 얼른 적응해서 잘 해나가야죠.


Q. 조추첨식은 실시간으로 보셨나요? DRX가 속한 B조가 플레이-인 죽음의 조로 등극했잖아요.

실시간으로는 안 봤어요.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플레이-인에 가면 잘하는 팀이 한 팀 정도 더 있는 느낌이었어요. 아무리 못해도 본선은 가겠구나 싶었는데, 올해는 플레이-인부터 긴장 안 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준비 확실히 안 하면 우승은커녕 미국도 못 가고 돌아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Q. 가장 경계되는 건 아무래도 RNG겠죠? 탈 플레이-인 팀이라는 평가가 많으니까요.

RNG가 스프링과 MSI에서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탄탄한 팀이라고 생각해서 제일 경계가 돼요. 또, RNG는 그래도 저희가 스크림을 해보면서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는 그런 게 있는데, 매드 라이온스를 포함해서 다른 리그 팀은 아예 상대해본 경험이 없어요. 그래서 생각지 못한 것들에 대처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되게 중요할 것 같아요.


Q. RNG의 봇 듀오도 만만치 않습니다. LPL에서 피지컬 하면 떠오르는 '갈라'와 베테랑 중의 베테랑 '밍' 선수가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걷는 것만 봐도 느낌 있는 선수들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갈라' 선수예요. 그래서 맞붙으면 되게 재밌을 것 같아요. 한 판 진다고 끝이 아니니까 붙어보면서 배울 게 있으면 최대한 빨리 배워서 더 높은 곳에서 저희가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걷는 것만 봐도 잘할 것 같은 건 어떤 건가요?

'우지' 선수나 '갈라' 선수, '임프' 구승빈 형. 이 선수들이 특유의 걷는 템포, 리듬이 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리듬이라 보는 재미가 있어요.


Q. 스탭 같은 게 있나 보네요. 그럼, '데프트' 선수 걸음걸이는 어때요?

예전에는 좀 괜찮았는데, 요새는 좀 느낌이 없는 것 같아요. 느낌 있게 걸어야 하는데, 그 느낌이 좀 사라지긴 했어요.


Q. 프로게이머로 지내면서 '원딜의 로망'이라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네(웃음).


Q. 제 주변 원딜 유저들도 그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요. 스스로 좀 로망 있게 플레이 하는 것 같으신가요?

컨디션이 좋거나 그럴 때는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은데, 저보다 더 맛있게 원딜 하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본받고 싶은 선수들도 많고, 어떤 장면들을 볼 때 '이 선수 되게 잘한다, 멋있다' 생각할 때가 많아요. 저도 똑같이 느끼는 것 같아요. 저 선수들처럼 하고 싶다고.


Q. 자화자찬이 될 수도 있겠지만, '원딜은 '데프트'처럼' 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주도적으로 상황을 만드는 걸 되게 좋게 생각해요. 또, 그런 공격성이 없어지는 순간 그 선수는 끝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항상 그런 생각이 있어서 그게 플레이에 어느 정도 묻어 나오다 보니까 좋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앞 점멸로 상대 주요 CC를 회피하는 장면은 '데프트' 선수의 모습이 제일 강렬해요. 비결 좀 알려주세요.

결국 많이 맞아봐야 피할 수 있는 거라,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피해질 거에요.


Q. '데프트' 선수는 많이 맞아보셨나요?

아니요. 사실 많이 맞아보지는 않았는데... 많이 맞다 보면 피해지지 않을까요? 진짜 안 피해지는 스킬이 몇 개 있기는 한데 거의 다 피해져요.





Q. 이야기가 좀 샜는데, 다시 롤드컵으로 돌아올게요. 냉정하게 현재 DRX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희가 선발전 경기를 치르면서 실력이 늘었잖아요. 반대로 여기서 한 단계 발전을 하지 못하고 지금 이 상태에 머문다면 8강이 한계일 것 같고. 플레이-인부터 그룹 스테이지를 거치면서 발전을 한다면 4강,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크게 봤을 때,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요?

잘하는 팀은 다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젠지나 중국 강팀을 보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약속된 플레이가 있어요. 약속된 콜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저희가 그 콜을 들을 수는 없어서 플레이를 보고 유추해야 하긴 하는데, 그런 걸 잘 빼와야 할 것 같아요. 저희가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을요. 오브젝트 때 자리를 잡는 방식이나, 시간대 별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런 걸 많이 배워야 해요.


Q. '데프트' 선수가 워낙 베테랑이니까 드리는 질문인데, 국내 대회와 국제 대회 임할 때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을까요?

국내 대회는 복수할 기회가 많아요. 근데, 국제 대회 같은 경우에는 떨어지면 바로 탈락하는 경기가 많고, 또 복수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부담감을 가지고 하는 것 같아요. 또, 국내 대회는 온전히 우리 팀을 대표해서 경기를 하는 건데, 국제 대회는 저희 팀 뿐만 아니라 LCK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하는 거다 보니까 조금 더 책임감이 크고, 부담감도 있어요.


Q. 컨디션 관리도 다를까요? 아무래도 국제 대회가 좀 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잠을 잘 못 자거나 이런 경우는 크게 없었던 것 같고, 오히려 솔로 랭크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뭔가 하면 할수록 좀 더 망가진다는 느낌?. 최근 한 2-3년 동안 롤드컵 가서 솔로 랭크를 했을 때, 연습이 잘 된다는 느낌을 못 받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 가서 어떤 식으로 훈련을 할지, 어떤 식으로 스크림이 없는 시간을 보낼지 많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Q. 솔로 랭크는 우리나라만 한 곳이 없나 봐요(웃음).

그런 것 같아요. 유저 차이보다도 핑 같은 게 온전하지 못해서 그런 데서 받는 스트레스가 좀 크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연습 환경이 조금 안 좋다는 생각이 들면 차라리 그냥 다른 팀을 구해서 사용자 설정 게임으로 2대 2를 하든, 그런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오늘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이제 마지막으로 롤드컵에 임하는 각오 들어보겠습니다!

롤드컵에 진출한 건 물론 되게 잘한 일이고,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일이지만, 이제는 진출을 자랑스러워할 시간은 끝났다고 생각해요. 가서 플레이-인이나 그룹 스테이지에서 떨어지면 되게 창피하고 불명예스러울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안 나오게 저 포함 팀원들 모두 각자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희 팀에게 그렇게 큰 기대를 안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그런 생각을 다 깨부수고 싶어요.

그리고 팬분들, 올해 저희만큼이나 힘드셨을텐데, 그래도 마지막에 전부는 아니어도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린 것 같아서 기뻐요. 가서 더 재미있는 경기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까 끝까지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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