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DEC] 500개 이상의 퀘스트 만들기, "이렇게 하면 가능하다!"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댓글: 7개 |
"평소 즐기던 MMORPG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추가된 상황, 최고 레벨 제한도 확장돼서 놀거리가 풍성해졌다. 평소에 콘텐츠가 없다고 투덜거리며 '토끼겅듀'로 지낸 지 벌써 두 달이 넘은 당신은 벅차오르는 기대감을 좀처럼 주체할 수 없다.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클라이언트 업데이트를 마치고, 게임에 접속한 당신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질문의 대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유저는 이때 신규 퀘스트를 주는 NPC를 먼저 찾아간다. 퀘스트는 스토리 진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자, 빠른 레벨업으로 남들보다 먼저 앞서 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퀘스트는 달성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며,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여러 콘텐츠 중에서 어떤 것은 먼저 즐기면 좋을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유저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MMORPG를 즐기다 보면 더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가 없을 때 모든 의욕을 잃고 '현자타임'을 맞이한 유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처럼 MMORPG에서 많은 이들에게 알파이자 오메가로 존재하는 '퀘스트'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유저가 아닌 개발자의 처지에서 한번 그 과정을 상상해보니, 이것 참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스토리에 몰입감을 높여주는 우수한 퀄리티의 퀘스트를 넉넉한 분량으로 업데이트 일정에 맞춰서 계속 적용해야 하니, 게임 서비스가 진행되는 동안 끝나지 않는 고난의 길임이 눈에 훤하다.

올해 세덱에서는 이러한 궁금증을 다소 해결할 수 있는 '퀘스트 제작술' 강연이 마련됐다. '파이널판타지14'의 시나리오 작가와 퀘스트 디자이너가 함께 진행하는 해당 강연에서는 메인 스토리 진행과 장비 획득, 전직과 신규 스킬 습득까지 모든 것이 퀘스트를 통해 시작되는 온라인 MMORPG 속 퀘스트 제작 노하우를 소개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 스퀘어에닉스 '쿠도 타카시' 퀘스트 디자이너, '오다 반리' 시나리오 라이터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파이널판타지14'는 레벨만 높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대부분의 MMORPG와 달리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방하는 형태로 게임이 진행된다. 모든 콘텐츠는 퀘스트와 연계되므로, 필연적으로 업데이트가 추가될 때마다 수십 개의 신규 퀘스트가 함께 필요하게 된다.

실제로 파이널판타지14는 2년마다 공개한 대형 확장팩 주기에 맞춰 수백 개의 신규 퀘스트를 계속 추가해왔다. 릴리즈 버전인 '신생 에오르제아'에는 총 1,462개, 첫 번째 확장팩인 '창천의 이슈가르드'에는 812개, 그리고 가장 최근 추가된 '홍련의 해방자'에서는 총 538개의 신규 퀘스트가 추가됐다.

얼핏 보면 확장팩이 진행될 때마다 신규 퀘스트의 수가 계속 줄어들기만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라이브 서비스 중에도 계속되는 개발 일정에 맞춰야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실제로 '홍련의 해방자' 업데이트 준비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15년이지만, 2017년 출시 시기에 맞춰 모든 스태프가 온전히 확장팩 준비에만 매진할 수 있었던 기간은 반년이 채 되지 않았다.



▲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 중인 게임에서 개발 일정은 언제나 빠듯하다

결국 일정에 차질 없이 안정적인 라이브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은 인원이 짧은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퀘스트를 만드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오다 반리 시나리오 작가는 먼저 총 7개의 절차를 거치는 '파이널판타지14'의 대략적인 퀘스트 제작 과정을 소개했다.

1. 기획 : 컨셉과 러프 플롯을 작성
2. 초기설계 : 더 상세한 플롯을 작성하고 리소스를 발주. 음성이 들어간 대사 발주 등도 여기 해당.
3. 상세설계 : 시나리오 담당이 만든 상세 플롯에 퀘스트 디자인을 적용
4. 임시장착 : 퀘스트의 실제 진행 방법을 시작부터 끝까지 적용해보는 단계
5. 실제장착 : 모션을 실현. 모든 감수 마치고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6. QA : 퀄리티 상승과 버그 수정이 진행되는 단계. 대처할 수 있지만 상당한 코스트가 필요하다.
7. PD 체크 : 디렉터가 최종적으로 검수를 진행한다. 모두가 긴장하는 단계.

※ 모든 과정에 이전 단계 리소스가 부족하면 뒤로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보통 상세설계에 이르기 전까지 사양에 대해 얼마나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됐는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 요시다 PD의 OK 사인을 받기 위한 긴 여정

본격적인 퀘스트 제작에 앞서 먼저 어떤 것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방침을 정하고, 퀘스트를 종류에 따라 분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파이널판타지14에는 '메인 퀘스트', '서브 퀘스트', '클래스-잡 퀘스트'의 세 가지 형태의 퀘스트가 존재하는데, 각각의 퀘스트는 그 목적과 중요도에 차이를 가지고 있으므로, 집중이 필요한 부분에 코스트 배분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메인 퀘스트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흐름을 이끄는 이야기다. 필드, 던전, 보스전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방은 물론 대부분의 게임 진행과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든 유저가 그 대상이 된다. 시나리오 만족도가 가장 높으므로 플레이 시간이 짧아도 가장 공을 들여야 하며, 자칫 지루해지지 않도록 시나리오의 긴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파이널판타지14에서는 메인 시나리오 담당과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가 함께 합숙을 진행하기도 한다. 오다 반리 시나리오 작가는 별로 유쾌하진 않지만, 완성도 있는 메인 퀘스트를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며, 이야기의 흐름과 마무리, 플레이 노선, 보스 컨셉 등 대부분의 것이 이때 정해진다고 소개했다.



▲ 메인 퀘스트의 시나리오를 빨리 결정해야 모든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

서브 퀘스트는 그 외에 잡다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경험치와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며, 꼭 진행하지 않더라도 메인 스토리 흐름에 지장이 없기에 일부 유저만 대상이 된다. 시나리오 만족도가 높으면 좋지만, 대부분 중요도에 밀려 단순 심부름 형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브 퀘스트라고 매번 아무런 재미도 느낄 수 없는 심부름 형식만 반복되면 유저들의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퀄리티를 낮춘 만큼 코스트가 거의 들지 않는 퀘스트들 사이에 괜찮은 퀄리티를 갖춘 퀘스트를 적절하게 혼합하는 '하이-로우 믹스 전략'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로우 퀄리티라고 하더라도 재미를 줄이는 것이 아닌 생각할 시간을 줄이는 형태로 설계해야하며, 하이 퀄리티는 연속성과 일정한 볼륨을 지니고 있으며, 유저의 인상에 남는 해피엔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 '도움! - 사냥 - 감사' 단순한 심부름 퀘스트는 금방 질리기 마련이다

클래스-잡 퀘스트는 새로운 장비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퀘스트로, 서브 퀘스트처럼 모든 유저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지만, 코스트는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모든 유저들은 자신이 직접 노력해서 성장시킨 직업에 긍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다 반리 시나리오 작가는 각 직업별 장비가 존재하기 때문에 직업을 간단하게 바꿀 수 없으므로, 자신이 키운 직업이 다소 부족한 성능을 보이더라도 적어도 잡 퀘스트에서만큼은 "이 직업을 고르길 정말 잘했다"라는 경험을 얻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소개했다.

각 직업에 잘 어울리는 컨셉의 시나리오를 정하기 위해서 '파이널판타지14' 팀에서는 플롯 콘테스트 방식을 채택했다. 콘테스트를 통해 직업별로 소재가 겹치는 일을 피하고, 실력주의로 가장 우수한 시나리오를 선발할 수 있게 됐으며, 발안자에게 모티베이션을 부여할 수도 있게 됐다.




이처럼 각 퀘스트의 성격에 맞춰 담당자를 나눠 작업하면 필요한 코스트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이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메인 퀘스트를 위해 방문한 마을에서 심각한 분위기의 이야기가 진행 중인데, 바로 옆에서 서브 퀘스트로 개그 요소가 등장하고, 그 옆에서 클래스-잡 퀘스트로 살인사건의 현장이 펼쳐지며, 또 바로 옆에서 돌발 임무로 편안한 분위기의 꽃밭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유저는 어느 한 쪽에도 제대로 몰입하지 못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파이널판타지14의 퀘스트 개발팀에서는 커다란 실제 지도를 사무실에 붙여놓고 각자의 작업물이 겹도록 바로바로 확인하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다 반리 시나리오 작가는 최신 온라인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오히려 스텝의 수가 많아질수록 헷갈리는 절차 없이 효과적으로 서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면 말 그대로 카오스가 펼쳐지기도

파이널판타지14의 메인 시나리오 작가와 퀘스트 디자이너가 소개한 '500개 이상의 퀘스트를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퀘스트 제작술'을 정리하자면, ① 실제 목적을 명확하게 할 것, ② 목적에 우선순위를 정할 것, ③ 상위 목적에 코스트를 크게 ④ 상위 목적을 완성하기 위한 작업 순서 재검토하기, ⑤ 대담한 코스트 배분이 열쇠의 다섯 가지다.

오다 반리 시나리오 작가는 MMORPG의 라이브에서 업데이트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계속 혹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유저들의 피드백을 얻으며 바로바로 반응하며 게임을 만들어가는 데에서 얻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MMORPG 장르를 만드는 개발자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하며 자신의 발표를 마무리했다.


8월 22일 개최된 일본 개발자 컨퍼런스 CEDEC 2018의 강연 정보와 뉴스를 현지에 나가 있는 박광석, 윤서호 기자가 생생하게 전달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ha5v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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