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6] 컴투스 김동준 디자이너 "기획자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게임뉴스 | 이동연 기자 | 댓글: 11개 |


▲ 컴투스 김동준 기획자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KOG에서 게임 기획을 시작했으며, 이어서 엔씨소프트, 그리고 지금은 컴투스에서 게임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기획은 사실 그래픽 파트나 프로그래밍과 비교하면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명확하게 기준이 잡혀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기획자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기획 지망생들을 위해 컴투스 김동준 기획자가 7일 진행된 IGC 두 째날 행사에서 '기획 지망생은 무엇을 준비하나요?'라는 주제로 연단에 섰습니다.

김동준 기획자는 '기획자 지망생은 무엇을 준비할지'에 대한 부분은 자신도 잘 모른다며,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 강연주제: 기획 지망생은 무엇을 준비하나요?

⊙ 고민의 시작

저는 대학교를 디지털 아트 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게임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다짜고짜 교수님을 찾아가서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하니 디지털 아트 교수님이 그래픽을 공부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래픽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3,000개의 UV를 뜯다 보니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교수님을 찾아가니까 그다음에는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라고 추천해주셨습니다. 근데 프로그래밍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교수님께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사하다 보니 게임의 재미를 설계하는 '기획'이 있더라고요.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큰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도대체 기획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아트나 프로그래밍은 배우는 과정에 대한 기준이 대부분 명확하게 있지만, 기획은 없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체계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창의적 사고를 키우라는 말도 있고, 애니메이션, 인류학, 건축학 등을 공부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각종 서적과 게임 컨퍼런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것들을 정리해보니 3가지로 압축이 되더군요. 기획서를 써볼 것, 게임을 많이 플레이할 것, 게임을 직접 만들어볼 것.




특히 여건이 된다면 게임을 꼭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학생 때 게임을 만드는 것이 꼭 기획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기획을 하나에 전념해서 할 수가 없으므로 그게 내 기획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나 판단은 어렵습니다. 게임 개발자로서 경력을 쌓을 수 있겠지만, 기획에는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기획서 작성하기

기획서는 어떻게 쓰나요? 물으면 작성할 때마다 매번 다르다는 답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공통으로 요구되는 것들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자가 생각한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방법으로 보는 사람에게 설득과 전달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기획자가 새로운 스테이지를 생각한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방법으로 이미지나 영상을 찾아서 보여주거나, 퀘스트 테이블 같은 경우 엑셀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렇게 만든 것 중, 이미지나 영상은 아티스트에게 전달하고, 퀘스트 테이블은 프로그래머한테 전달하면 되죠.

그렇다면 어떤 기획서가 잘 쓴 기획서일까요? 이 문제 역시 저도 알고 싶습니다. 다만, 기획자 지망생 때는 굉장히 복잡하고 체계적이며, 온갖 수식이 들어간 기술문서를 작성하고 VBA, 엑셀 등을 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망생들이 이런 것들에 빠져드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획에 대한 불안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입사해서 여러 가지 기획서를 써본 결과, 문서의 기술보다는 읽는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에는 기획서를 쓸 때마다 목적이 다르므로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먼저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기획서를 쓰는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지망생이 많이 쓰는 '인벤토리'에 대한 역기획서를 쓴다고 가정해봅시다. 인벤토리의 기획의도는 아이템을 보관/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정리할 수 있고, BM 요소는 편의성을 위한 인벤토리 확장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망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전문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각종 테이블을 추가하고 변수 이름과 수식을 넣으니 그럴싸해 보이네요. 그리고 이것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했을 때, 완벽한 기획서를 쓰는군 이라는 반응을 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꼼꼼하게는 썼지만 특별할 것 없는 것을 제출했느냐는 반응을 얻게 됩니다. 이처럼 인벤토리 시스템은 누구나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본인의 기획적 능력을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지망생에게 역기획서를 추천하는 이유는 완성된 게임 안에 연결된 시스템과 콘텐츠를 보고 자연스럽게 게임 플로우와 기획의도를 보게 하기 위함입니다. 해당 시스템의 의도와 역할을 찾아내고, 시스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석서 및 다른 기획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선정->게임플레이->게임 시스템을 하나씩 언급-> 완성의 형태의 분석서를 쓰기보단 게임선정->게임플레이->분석 주제 선정->분석->결과의 과정으로 게임의 특징과 핵심을 찾아내고, 그것을 분석을 통해 찾아내면서 자신의 기획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 게임 많이하기

아마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드는 조언일 것입니다. 게임을 많이 했다면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이미 경험한 시스템은 기획하는 것이 쉽습니다. 인벤토리 시스템은 모르는 사람이 생각하면 엄청나게 어렵지만 해본 사람은 아이템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임을 알고 있고, 여러 게임을 했다면 게임 간 인벤토리 비교와 분석까지 가능합니다.




게임을 많이 하면 의사소통도 수월해집니다. WOW 식 퀘스트, 도탑전기식 성장시스템, VIP 시스템, 웹게임 RPG 등. 이렇게 의미가 있는 게임은 억지로라도 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게임을 많이 했다는 정의는 다양하게 했다는 것과 충분히 깊게 했다는 의미도 포함됩니다. 모바일 게임 기획자 지망인데 막상 면접 때, 온라인 게임만 했다고 말한다면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와우의 퀘스트 시스템을 평가할 때 30분 해보고 퀘스트 시스템이 별로다라고 말하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입사하자마자 A 게임에 있는 조합시스템을 분석해서 보여달라고 과제를 받게 되면 분석을 하기 위해 1년 동안 그 게임을 하고 오겠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기획자는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게임의 핵심을 보는 것이 필요한데 게임 플레이 경험은 게임을 얼마만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을 키워줍니다.




오늘 주제는 '기획자는 무엇을 준비하는가?'였는데 정리하면 역기획서나 분석서를 무작정 쓰기보단 스스로 생각한 것을 남들에게 설득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걸 왜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을 해보란 말을 해보고 싶습니다.

현업에 종사하다 보면 FPS팀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VR팀으로 변경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고민을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포트폴리오도 역기획서, 분석서 이런 것에 신경을 쓰기보단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 질의응답

Q. 아직 학생이라서 취업 정보를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분명히 신입을 모집한다고 하는데 경력 1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경력을 어디서 쌓아야 할까요?

제가 생각할 때는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신입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거기서 중요한 것은 경력을 쌓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경력자에 비해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기획적으로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등의 자기 계발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Q. 기획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준비하나요?

저 같은 경우 시간 낭비를 많이 했습니다. 면접을 열 번을 넘게 떨어져 봤는데, 포트폴리오로 제가 만든 게임의 기획서를 가져갔는데요. 자신이 만든 게임의 기획서 같은 경우, 면접관을 이해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런 것 보다는 자신의 기획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Q. 회사에서 경력자 대신 신입을 뽑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도 아직 신입이라 잘 모르겠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역량 있는 인재를 키우는 목표도 있습니다. 신입 기획자를 더 좋은 기획자를 만들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Q. 다른 사람과 의견충돌 시 어떤 식으로 중재하는지?

제 스타일은 좀 우기는 편이긴 하지만, 기획의 충돌이 있을 때 사실 둘 다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의 의견이 있다면 어떻게든 설득시키는 것도 기획자에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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