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6] 철학이 담긴 게임, 'Replica' 포스트모템

게임뉴스 | 이인규 기자 | 댓글: 14개 |


▲ 개발자 소미(Somi)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소미는 작년 퍼즐 플랫포머 게임 RETSNOM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올해 레플리카를 통해 국내외 유저들에게 큰 호평을 받으며, 기대되는 인디 개발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어떠한 순위나 그래프나 여러 가지 팁 관련해서는 전혀 제공해드리지 않을 예정입니다. 오늘은 제가 만든 게임과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려드릴 계획이에요."

7일 진행된 IGC 둘째 날 행사에 소미 개발자가 'Replica 포스트모템 - 매체로서의 게임'에 대한 주제로 연단에 섰습니다. 시작부터 위트 넘치는 말주변으로 강연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부산에서 그냥 게임 만드는 사람이라는 간단한 소개와 함께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연은 소미 개발자가 인디 게임 개발에 뛰어든 계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만든 게임들을 소개하고 매체로서의 게임의 가능성에 대해 차근히 강연을 이어나갔습니다.


■ 강연주제: Replica 포스트모템 - 매체로서의 게임

⊙ 창작을 하면서도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 인디 게임 개발을 만나다.

저는 학교에 다닐 때 몇 명씩 있는 진다라는 부류에 속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조금 된소리로 이야기하면 찐다라고 하는데, 모범생이라 불리는 아이였죠. 다른 친구들이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체육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을 비웃으면서 몸이 약한 친구들끼리 철봉 옆에서 모래 놀이를 하고는 했습니다. 그때 약체 클럽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몸이 약한 친구들끼리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었죠.

그리고 저는 대학교 진학이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질주하는 선두주자에 속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수능 성적표가 정해주는 대로 대학에 들어갔고 남들 보기 좋은 법학과에 진학했죠. 수능 성적이 정해준 대학에서 지정해준 직장에 취직해서 현재 직장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을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하면 정해준 대로 간 길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나 자신을 드러내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창작이라는 길이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거죠. 고등학교 시기에는 만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만화가가 되고 싶었죠. 여러 가지를 그렸는데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끝에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기도 하고 습작을 만들어 공모전에 내기도 했는데 당당하게 떨어졌습니다. 그것도 제 길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직장 생활이 이어지고 더는 다른 분야에서 나를 드러내려고 했던 꿈을 꾸지 못하게 되었을 즈음에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도 정도였는데, 우리나라에 아이폰3GS가 막 들어오기 시작했을 무렵이었습니다. 그때 처음 개발했던 앱이 타로점을 보는 'TAROT HOLIC' 앱이었는데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전체 유료 앱 순위 3위까지 올라가기도 했었습니다.

이후에 두 번째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편지라는 컨셉으로 '1년 편지'라는 앱을 개발했습니다. 이 앱도 전작과 같이 반응이 좋아서 중국 아이폰 매장에 가면 아이폰 내부에 자체적으로 설치된 앱 중 하나로 소개가 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상하게도 앱을 개발하면서도 항상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유틸리티와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다음에 시작한 것이 게임이라는 창작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게임이라는 것이 각자의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는 상호작용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게임이 각자의 생각과 내 스스로의 밑바닥까지 드러내 주는 창작 활동이라고 생각했고 그 창작 활동에서 나온 창작물인 게임이 또 다른 생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아 정말 시원하다고 느꼈습니다. 바로 이거구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이거구나. 게임 속에는 음악도 들어있고요. 그림도 들어있고 서사와 이야기도 들어있어서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표현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습니다.








⊙ 게임을 하는 것 같지 않은 게임

지금부터 이야기할 내용은 지금까지 게임을 개발한 작품집입니다. 게임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4년도에 처음으로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Rabbit Hole 3D'을 개발했습니다. 3개월 동안 유니티를 배우면서 습작으로 만들었던 게임이죠. 게임의 기반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소설에서 가져왔습니다. 빨간 정육면체로 표현된 '엘리스'가 언니가 읽어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를 들으면서 동화 속에 나오는 단어들을 피해 가는 게임이었죠.

두 번째 게임은 작년에 만들었던 'RETSNOM'입니다. 좀비 바이러스에 걸린 딸을 구하기 위해 백신을 찾으로 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고요.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하나밖에 없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빼앗아서 남은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슬픈 스토리가 담겨있습니다.

'RETSNOM'의 특징은 거울을 이용한 퍼즐이라는 점입니다. 거울에 내 모습이 좌우 반전되어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퍼즐에 담아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만드는데 1년 3개월 정도가 소요되었고 스팀에 판매 중이지만 망했습니다.







세 번째 작품인 레플리카는 소셜 미디어와 현대 전화를 기반으로 한 어드밴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 후 주인을 알 수 없는 휴대전화를 하나 받게 됩니다. 그리고 국가 기관의 강압 때문에 휴대전화 주인의 소셜 미디어 계정과 사용 내역을 사찰하면서 그 안에 있는 테러의 흥미 점을 찾아가게 됩니다.

'타인의 휴대전화 속에 있는 사생활을 훔쳐보는 변태적인 경험이 당신을 이 최고의 애국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것이 이 게임의 모토입니다. 게임 제작에는 3개월 정도의 기간이 들었습니다. 기획이나 디자인 활동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레플리카를 개발은 두서없이 진행되었습니다. 게임 시나리오를 쓰다가 바로 디자인을 하기도 했고,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게임의 전반적인 내용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선후 관계를 따져도 어떤 것이 먼저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굳이 따져보면 휴대전화 시뮬레이터 즉, 가상의 UI를 만드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원래는 레플리카를 개발하기 전부터 꼭 만들어보고 싶은 게임이 있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것 같지 않은 게임이었죠.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일상생활에 아무렇지 않게 스며들어있던 경험들을 게임 속에 녹여보자는 거였죠. 그런 시도를 레플리카에 녹여 게임에 휴대전화의 UI를 넣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튜토리얼을 주지 않아도 일상적인 행동이었기 때문에 어디를 터치하고 스와이프 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실험적인 기믹의 힘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숙함이 주는 낯선 경험이라는 거죠.














⊙ 매체에 내용을 넣다.

이렇게 UI를 만들고 나서 스토리를 입혔습니다. 처음 레플리카를 만들 때 'The Talented Mr. Ripley'라는 소설 작품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태양은 가득히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작품이죠. 이 속설의 주인공 리플리는 대부호의 자제인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 자기가 마치 디키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그의 재산은 물론 그의 여자친구까지 빼앗는 삶을 살게 됩니다.

게임을 처음 만들 때도 게임의 시작은 그와 같았습니다. 주인공인 리플리가 휴대전화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디키의 휴대전화였죠. 디키는 이미 리플리가 죽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마치 디키인 것처럼 친구들에게 문자와 전화를 하고 디키의 비밀번호를 찾아서 금고를 해킹하는 그런 내용으로 구성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게임을 평가받는 과정에서 1대 변혁이 일어났습니다.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주변에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유일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사무실이었는데, 게임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막상 보여주어도 '재밌네요'라는 답변만 받을 뿐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끔 참여하는 개발자 모임과 전시회에서 피드백을 얻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얻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다른 개발자에게 BM은 어떻게 설계할 예정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됩니다. 혹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면 BM은 Business Model의 약자로 게임 업계에서 돈을 버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개발자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인앱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기획자는 이렇게도 이야기했습니다. '레벨업을 해야지 게임이 재밌을 것 같은데'

제 게임과 BM, 그리고 레벨업 무엇인가 혼란스러웠습니다. 나를 표현하기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데, 비즈니스를 하러 온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어차피 돈벌이가 되지 않을 거라면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개발자들이 넣고 싶지 않은 이야기나 한국에서는 쉽게 욕을 들을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를 말이죠.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은 왜곡된 신자유주의와 배금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우리는 돈이 벌리지 않는 일들을 무가치한 일로 생각을 하고 있죠. 이런 논리가 게임이라는 문화 창작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소설가는 독자의 기호를 분석해서 잘 팔리는 소설 제품을 만들고, 음악가는 대중의 취향을 분석해서 잘 팔리는 유행가를 만들 겁니다. 화가는 부잣집 거실에나 어울릴 제품을 만들 것이고요. 게임 개발자들은 게이머의 성향을 분석해서 유행 요소와 인앱을 잘 배합한 게임 제품을 만들 겁니다. 이런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그후 3일이 지났습니다. 3일 동안 늘 제 머릿속에 떠돌아다니고 있지만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넣어 보고자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BM이라는 단어 하나가 제 게임을 크게 변화시킨 셈이죠.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아서 게임의 스토리를 쫓는 쪽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왜냐하면 전하려는 이야기가 없다면 게임이라는 매체도 필요 없으니까요.

레플리카는 리틀 브라더라는 소설의 디스토피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임 속 세상의 도시는 며칠 전 큰 테러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국가 기관은 개인을 사찰하고 테러를 막는다는 미명하에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국가에 있고 국가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국가에 반항하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파시즘의 모토가 이 게임에 전반적으로 흐르게 됩니다.

그래서 레플리카 소개는 전체주의와 공안정국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파시즘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국가기관의 대규모 감시체제와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있습니다. 플레이어 중에는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게임이라고 평가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많은 사람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황들을 게임과 접목을 하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작자는 의도치 않았지만 게임 내의 내용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텔레그램과 지메일을 이용한 것만으로도 구속 수사를 할 수 있어." 이 내용을 보고 다른 플레이어분들께서는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지메일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자료 은폐 의혹이 있다고 구속 영장이 청구되었던 사건을 떠올리는 플레이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의도가 없었지만요.

또 다른 내용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국가가 편찬한 교과서에는 파시즘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던데?" 이 내용을 보고 혹자는 국정 교과서 논란을 떠올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절대 의도치 않았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가상의 디스토피아거든요.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 악은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다. 악의 평범성

제가 항상 게임에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근래에 흔히 볼 수 있는 파시즘의 전조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 것들에 대한 개인적인 주장이나 평가 그리고 판단을 주된 이야기로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게임의 주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것이죠.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당은 이른바 홀로코스트라고 하는 대규모 학살을 감행합니다. 600만 명이 넘는 유대인을 포함해서 1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고하게 희생을 당했죠.

반복되어선 안 되는 역사적인 악행을 실행한 주된 실무자 중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아돌프 아이히만'의 악행이나 그 인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유독 다른 전범들에 비해서 많이 소개되고 있는 이유는 비단 그의 악행이 잔인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악의 평범성이라는 색다른 접근 때문이죠.

'한나 아렌트'라는 독일의 정치 이론가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취재한 이후에 색다른 결론을 내립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그의 악행에 비해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고 오히려 그는 매우 근면하고 성실한 공무원에 불과했다는 것이죠. 그녀는 자신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에 대해 소개합니다.

"악행이라는 것은 어떤 미치광이나 인격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체제에 순응하고 국가에 순응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상관의 지시에 의해 행하는 일들에 대해서 전혀 자발적으로 주체적으로 도덕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서 행해지는 것이다. 즉 악은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다."










저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12개의 엔딩과 8개의 어치브먼트를 모두 수행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면 국가 기관의 지시자이자 게임의 강요자 혹은 튜토리얼이 되는 '그 사람'의 지시에 쉽게 따르게 될 겁니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은 남의 개인정보를 서치하는 피핑통이 될 것이고. 무고한 고등학생에게 테러 혐의를 덧씌우는 국가 기관의 앞잡이가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이 고등학생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한 번이라도 도덕적인 갈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내가 회사에서 직장 상사의 지시에 의해서 혹은 게임을 위해서 혹은 단순히 유흥을 위해서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아주 사소한 일들이 실제로는 매우 잔인한 악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 그 하나의 생각이 일어나길 바랐습니다. 그게 이 게임의 주제이자 메시지니깐요.








레플리카를 출시하고 나서 지금까지 출시했던 게임 중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매출고도 높았고 플레이 리뷰도 좋았고요. 국내 및 해외 뉴스 언론에서 레플리카를 소개해 주었고 그 덕에 많은 시상식과 전시회에 제 게임이 초대되고 상도 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정말 꿈에 그렸던 'INDIE CADE'에 FINALIST 자격으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영광스러운 자리인데, 천여 개의 제품 중에서 제 게임이 수상 후보로 진출할 수 있다는 무한한 영광을 안았습니다.

강연에 오신 분 중에는 게임 회사에 근무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제 게임의 성과가 그분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미미할 것이라 생각하고 저도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을 받아도 비행기 값만 드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게임이라는 것을 하나의 문화 창작물로써 보는 시각을 단순히 게임이 비즈니스를 위한 상품이 아니라 그저 취미로 재미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적인 수단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이런 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에서 게임이 그저 중독성 물질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을 뛰어넘어서 게임이 하나의 문화창작물이고 매체와 작품이라는 인식이 드러날 수 있는 다양성의 토대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질의응답

질문 : 게임 개발의 영감을 얻기 위해 특별한 행동을 한 것이 있나요?

= 영감을 위해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좋은 작품을 많이 보는 편이죠. 지금까지 개발한 세 개의 작품은 모두 제가 좋아하는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질문 : 레플리카가 나오고 나서 많은 비평이 쏟아졌는데 그중에서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

= 레플리카가 나오고 나서 전반적인 반응은 좋았어요. 이 게임은 주로 유명한 곳이 한국, 중국, 터키입니다. 이상하게 공통점이 있습니다. 리뷰 중에는 주로 내용들이 이런 겁니다. 러시아 시뮬레이터. 차이나 시뮬레이터. 이런 리뷰가 많았습니다. 다만 굉장히 반감을 가지는 분들도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리뷰 중에는 '개발자 좌파 추종자네'라는 글도 있었습니다. 그런 리뷰를 보고 이후에 제 계정에서 제 사진과 제 아이 사진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상당히 만족하는 수준입니다.

질문 : 페이퍼 플리즈라는 게임과 어떻게 보면 컨셉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그 개발자와 교류가 있었나요?

= 교류는 전혀 없었고요. 저는 그냥 일개 아무것도 모르는 개인 개발자고 그분은 워낙 유명한 개발자여서…. 다만 제가 정말 즐겨했고 몇 안 되게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가 페이퍼스 플리즈고 거기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 처음 레플리카가 한글 지원이 되지 않았던 이유가 등급 판정 때문에 그렇다고 들었는데 스팀에서 한글로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등급 판정을 받아야만 하나요?

= 반드시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게임을 발매하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은 등급 분류를 받아야 됩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내용이고요. 그 법을 어기면 범죄자가 됩니다. 스팀도 마찬가지입니다. 등급 분류를 받지 않고 국내를 타깃으로 발매하게 되면 그것은 불법입니다.

레플리카를 처음 발매했을 때는 한글이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두 번째 게임의 등급 분류 심사를 받을 때 여러 가지 상황을 겪었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두 가지가 걸렸었습니다. 첫째는 모든 게임이 반드시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발상이 싫었고, 두 번째는 무서웠습니다.

질문 : 게임이 디스토피아라고 하셨는데, 게임을 보면 한국의 정치 상황하고 연관을 안 짓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한국 정치 상황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지금 강연 내용이 기사로 나가게 되면 댓글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데… 지금 질문을 주신 질문자의 생각과 동일합니다 ^^;;;

질문 : 게임을 계속 만드실 건데 다음 계획이 있나요?

=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게임을 하나 개발할 때는 그에 맞는 툴을 배우고 익혀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Rabbit Hole을 만들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유니티를 배웠고요. RETSNOM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2D 픽셀 아트라는 것을 배웠죠. 그리고 레플리카를 개발하면서 사회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었습니다.

다음 게임은 리듬 게임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대사가 전혀 나오지 않고 아무런 걱정이 없는 그러한 게임을 만드려고 해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 컨셉으로는 눈이 많이 나오고 눈을 찌를 때마다 그 사람의 비명 소리가 음악이되는... 그런 게임을 생각하고 있는데요. 구체화하진 않았습니다. 아 그리고 RETSNOM 모바일이 10월에 나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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