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 29일 양일에 걸쳐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THE IDOLM@STER PRODUCER MEETING 2017 765PRO ALLSTARS -Fun to the new vision!!-(이하 프로듀서 미팅)'이 열렸다.
이번 공연에는 아주 특별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리아에서 한국인들을 이벤트에 초청한 것이었다.
PS4 게임인 '아이돌 마스터 플래티넘 스타즈'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하여 '프로듀서 미팅' 이벤트의 참가권을 주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비록 대상 인원이 15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인을 대상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콘솔판 아이돌마스터 최초 한글화와 더불어 한국의 프로듀서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었다.
하지만 28일은 마침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일본에서 열리는 공연에 참가하기는 힘든 프로듀서들도 많았으리라. 사정상 참가 못하는 인원들을 재추첨한 끝에, 최종적으로 12명의 한국인이 이벤트 참가자로 선별되었다.
행사 당일인 28일, 공연장인 도쿄체육관에 도착하자 한국인들이 보내온 화환이 반겨주었다. 한국 프로듀서들은 수년간 대부분의 아이돌마스터 공연에 화환을 보내고 있는데, 이번 화환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애정이 느껴졌다. 이번 공연은 765PRO만의 단독 공연으로 화환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중 한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집합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 초청 이벤트의 참석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일본 교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서인지 늦는 사람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정된 인원 12명이 모두 모였다. 모이는 동안, 콜북(응원구호 가이드 책자)을 개인적으로 제작하여 배포하는 한국 프로듀서들이 콜북을 들고와 나눠주기도 하였다.
출석 체크를 한 다음, 일단 해산하고 1시간 뒤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그 동안 현장 물판(현장에서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는 것)에 참가하기도 하는 등, 자유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아이돌마스터 공연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공식 초청 이벤트 외에도 개인적으로 표를 구해 공연을 관람하러 온 한국인들이 30명 이상 되었다.
물론 2015년에 열렸던 10주년 기념 라이브 때에도 약 100여명의 한국인이 일본까지 공연을 관람하러 왔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합동이 아니라 765PRO만의 단독 공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설이기 때문에 일정상 오기 힘들었을텐데도 많은 프로듀서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와 있었다. 평소와 비교하면 비행기 표값만 해도 두 배 이상 들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을 텐데, 역시 한국 프로듀서들의 열정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합시간이 되어 다시 정문 앞에 모였다. 공연 참가시 주의 사항등을 간략하게 안내받고 입장할 준비를 했다.
입장하러 가기 전에 단체 사진 한 방! 사진을 찍고 초청 이벤트 전용 입구로 가서 입장이 시작되는 4시까지 잠시 대기하였다.
4시가 되어 입장을 시작했다. 한 사람씩 당첨자 명단과 신원을 대조하며 표를 배부하여 주었고, 또한 한국 프로듀서들을 위해 준비된 소정의 기념품(현장 판매 상품인 에코백과 팸플릿)도 함께 나눠주었다.
그리고 이 날 가장 놀랐던 사실이 여기서 드러났는데, 한국인 초청 이벤트를 위해 별도로 마련된 표의 좌석이 바로 이벤트 회장의 제일 앞줄이라는 것이었다.
입장 직전까지 한국 프로듀서들에게 배정되는 좌석이 어떤 좌석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반다이남코 코리아 직원들도 이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기자 또한 큰 충격을 받았다. 표를 직접 받아보기 전까지는 제일 뒷자리만 아니면 다행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던 사람도 있었을 정도로, 그 누구도 이렇게 좋은 자리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이 날 공연장의 관람석은 크게 1층(아리나), 2층, 3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 중 1층은 맨 앞인 A구역부터 제일 뒤인 D구역까지 총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그런데 한국 프로듀서들이 배정받은 표는 맨 앞인 A3구역의 1열 1번부터 12번까지. 한 마디로 이 이상 더 좋을 수가 없는 자리였다. 약 만여 명이 관람하는 공연에서, 중앙 제일 앞줄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직접 좌석을 선택해서 예매하는 것이 아닌, 전 좌석이 모두 추첨제인 일본 공연에서는 더욱 그렇다.
당연하게도, 그런 굉장한 표를 받아본 초청 이벤트 대상 한국 프로듀서들은 엄청나게 환호했다. 공연자들의 얼굴 주름까지 알아볼 수 있는 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되어,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기자는 2층 좌석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부러웠다.
공연은 정확히 5시에 시작되었고, 8시 반쯤 끝났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좋은 자리였기도 했고, 이번 초청을 통해 처음으로 아이돌마스터 공연에 참가한 프로듀서들도 있었기 때문에 초청 이벤트로 참석한 프로듀서 중 몇 명을 대상으로 공연 감상을 들어보기로 했다.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되었다.
프로듀서 A : 이번이 처음 참가하는 라이브였는데, 이렇게 제일 앞에서 보게 되니 너무 눈이 높아져서 다음 라이브 참석이 걱정될 정도다. 다른 한국 프로듀서들이 많이 부러워할 것 같다. 좋은 취지에서 한 이벤트인 만큼, 다음에는 한국에서 이벤트를 해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누마쿠라 마나미(히비키 담당 성우)를 좋아하는데, 악수회 같은 것도 해줬으면 좋겠다.
프로듀서 B : 처음에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리아에서 이런 이벤트를 한다고 했을때, 겨우 15명인가 해서 조금 부정적인 생각이 없진 않았는데, 막상 와보니 제일 앞 자리를 배정해줘서 너무 좋았다. 앞으로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쪽으로 하루 세 번씩 절을 해야겠다. (웃음) 라이브 내용면에서도, 토크 등 새로운 기획들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성우들의 체력을 고려해서 이런 방향이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도 볼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장소가 한국이 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프로듀서 C : 아이돌마스터를 좋아하게 되고 나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이벤트였기 때문에 꼭 참석하고 싶었는데, 운 좋게 당첨되어 올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려고 했던 굿즈가 빨리 품절되어서 못 샀다. 좋아하는 성우인 나카무라 에리코(하루카 담당), 쿠기미야 리에(이오리 담당) 등을 실물로 보게 되어 좋았다. 다음에도 올 수 있다면 꼭 오고 싶다.
프로듀서 D : 이번이 첫 라이브 참가였는데,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리아에서 한국 프로듀서 초청이라는 좋은 이벤트를 개최해 준 덕분에 맨 앞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이벤트가 열렸으면 좋겠고, 라이브 때마다 꼭 참가하고 싶다.
프로듀서 E : 본편 시리즈를 비롯해, 디어리 스타즈, 신데렐라 걸즈, 밀리언 라이브, 데레스테, 사이드엠 등을 전부 플레이하면서 관련 음악과 만화등도 즐기고 있는 프로듀서로서, 사실 아이마스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노선을 잘 선택하지 못했던게 사실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는, 프로듀서 미팅에 초대해준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대로 반다이남코가 한국 시장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면, 몇 달뒤에 열리는 대만 라이브처럼 한국에서도 충분히 라이브 등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코믹스도 한국에 정식 발매되었고, 신데렐라 걸즈 뷰잉 레볼루션 한글화 정식 발매 소식도 있는 걸 보면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밀리언 라이브 등과 연계해서 한국에서 더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다.
프로듀서 F : 먼저 이렇게 라이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에 감사드린다. 국내에서 다른 컨텐츠의 라이브 뷰잉이나 아이돌마스터 라이브 블루레이 등을 돌려보면서 항상 라이브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번번히 실패하다가 이번에 기회가 되어 오게 되었다. 막상 와보니 생각한 것 보다 더 재미있었다. 성우들이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정말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만큼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기회가 앞으로 국내에서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번 행사의 타이틀도 마침 'new vision'인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국내에서도 홍보를 많이 해서, 더욱 팬덤을 성장시키고 나아가 한국에서 이벤트를 개최해 주면 정말 감사하겠다.
많은 프로듀서들이 공연에 대한 깊은 만족과 좋은 자리를 준 주최측에 대한 감사, 그리고 한국에서 이런 이벤트가 열렸으면 하는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이돌마스터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10여 년전 XBOX360용 게임이 발매되었을 때부터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하여 꾸준히 팬층을 유지해왔고, 신데렐라 걸즈 열풍에 힘입어 최근까지도 계속 팬들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아이돌마스터 공식 행사가 열린 적이 없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만큼 팬들이 한국에서의 행사를 염원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행사 두 번째 날인 일요일 공연의 마지막에, 오는 4월 대만에서 개최되는 아이돌마스터 라이브를 라이브 뷰잉 형태로 한국에 중계해준다는 발표가 있었다. 아이돌마스터 라이브 뷰잉으로서는 지난 2014년 개최 및 중계되었던 신데렐라 걸즈 2nd 라이브 이후로 두 번째이며, 765PRO가 등장하는 라이브 공연으로서는 첫 번째이다.
한국 프로듀서들은 이 소식에 매우 기뻐하는 한편,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만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다소 더 큰 서브컬쳐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돌마스터 팬덤만을 놓고 비교하면 우리나라도 결코 작지 않다. 그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프로듀서도 많은 것이다.
그래도 지난 10년을 생각해보면, 게임 한글화에 이어 프로듀서 초청 이벤트, 라이브 뷰잉까지 열린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사실이다. 늦긴 했지만, 드디어 한국 시장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 프로듀서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번 초청 이벤트를 통해 한국 프로듀서들에게 공연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준비해 준 것을 보면,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노력과, 한국 프로듀서에 대한 행사 주최측의 배려를 느낄 수가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이벤트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진행되길 바란다.
또한 팬들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해서 단편적인 비난을 하기보다는, 한국 팬들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열정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주최측에서도 그런 팬들의 마음의 보답하기 위해 더 많은 기회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우리나라에서 아이돌마스터 걸즈를 볼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