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대훈 대표 "유저에게 추억이 될 수 있는 게임 만들고 싶어"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0개 |
재미있게 즐긴 게임이 상을 타면 괜스레 자기도 모르게 뿌듯해지기 마련이죠. 올해 지스타에서도 그런 게임이 나왔습니다. 스튜디오 HG 한대훈 대표가 개발한 '메탈릭 차일드'입니다. 쟁쟁한 게임 사이에서 우수상을 거머쥐었죠. 지난 2015년 1인 개발을 시작하고 햇수로 6년 만에 이룬 성과입니다.

나름 자부심을 느낄법하건만 한대훈 대표는 달랐습니다. 모든 공을 게이머에게 돌렸죠. 게이머들이 즐겨줬기에 응원해줬기에 달려올 수 있었고 상을 탈 수 있었다는 겁니다. '스매싱 더 배틀', '오버턴', 그리고 '메탈릭 차일드'까지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온 한대훈 대표의 차기작은 어떤 게임일까요. 지스타 현장에서 한대훈 대표를 만나 1인 개발, 그리고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스튜디오 HG 한대훈 대표


Q. 먼저 게임대상 우수상 수상 축하합니다. 오랫동안 1인 개발을 해오셨죠. 새삼스럽지만 여러모로 뜻깊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후보 신청을 할 때까지만 해도 수상하리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워낙 쟁쟁한 게임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래도 올해에는 콘솔 게임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신청이라도 해보자,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제출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우수상을 타게 돼서 아직도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상 자체도 의미가 있었지만, 그보다 더 기뻤던 건 게이머 분들의 응원이었던 것 같아요. 게임대상 전부터 '메탈릭 차일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투표하겠다는 분들이 많이 보이셔서 그걸 보고 "그래, 까짓 거 상 못 받으면 어때,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이런 생각을 했었고 수상 직전까지도 트위터 채팅을 보고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후보로만 거론하지 말고 상 좀 줘라" 이러면서 안타까워해 주시는 걸 보고 큰 힘을 얻었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겠지만, 사실 상보다 그런 게이머분들의 응원이 차기작을 개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거든요. 앞으로도 더 힘내서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겠어요.





Q. 출시 후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죠. 대표님 스스로도 그간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게임이라고 자신했었는데, 만족스러운 성과인지 궁금합니다.

좀 복잡한 마음이에요. 더 좋은 성과를 기대했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개발자는 항상 더 좋은 게임, 더 재미있는 게임을 목표로 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개발자 한대훈의 모든 역량을 100% 쏟아부은 게임으로 이 이상 잘 만들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 투성이인 것 같아요. 아,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도는 거죠. 게이머 입장에서 봐도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더 냉정하게 판단하니까요.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해외에서도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거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그래도 1인 개발자로 어느 정도 알려졌잖아요? 그런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해외는 전혀 아니니까요.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텐데 해외 반응도 나쁘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어요. 리뷰도 몇 개 나왔고요. 그냥 묻힐 게임은 아니었구나 싶었죠.


Q. 1인 개발로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을 쏟아부었던 것 같아요. 한계도 느끼셨을 것 같고요.

맞아요. 한국과 일본 풀더빙을 지원하고 출시 전에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통해 PV도 만들었고 음악도 유명한 분들이 참여하셨거든요. 단순히 개발자로서 온 힘을 쏟아부었을 뿐 아니라 좋은 퍼블리셔를 만난 덕분이에요.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차기작을 만들 때, 1인 개발을 했을 때 다시 이 정도의 운이 따를까 하면 자신 없어요.

그리고 그런 게임 외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내적으로도 1인 개발로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예전에는 제가 개발하는 게임들의 모든 콘텐츠가, 문제들이 내 손안에서 왔다갔다했거든요.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고 수정을 해야 해도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런데 '메탈릭 차일드'는 게임 규모가 커지다 보니까 손에서 벗어나는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안 보이는 곳에서 문제가 발생한 거에요. 그런 부분에 대한 한계를 이번에 크게 느낀 것 같아요.

그래도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건 '메탈릭 차일드'만의 고유한 게임성은 지켰다는 부분이에요. 잘 나가는 게임이 나오면 기획적으로 따라가는 그런 게 많잖아요. '메탈릭 차일드'는 그런 부분에서 오리지널리티를 느낄 수 있도록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하데스'를 보면서 그런 고민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요즘 인디 게임들을 간혹 엄청난 퀄리티의 게임들이 나오잖아요. 그런 게임들을 보면서 요즘은 이 정도는 만들어야 하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1인 개발로는 이 이상 잘 만들 수 없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중이에요. 1인 개발이라는 형태에서 벗어나 사람을 더 늘리는 것도 방법이고 아니면 반대로 제가 어디 소속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1인 개발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Q. 쉽지 않은 고민일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데 단순히 게임 퀄리티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게 얽혀 있어요. 사실 이번에 '메탈릭 차일드'를 출시하고 그렇게 기쁘지 않더라고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쁘긴 했는데 그게 금방 꺼졌다고 할까요. 1인 개발이란 게 그래요. 기쁨을 나눌 사람도 없고 슬픔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거든요.

회사나 팀 규모로 게임을 출시했을 때 비평이라던가 악평 등 부정적인 의견들을 보게 되면 그런 타격(슬픔)을 모두가 나누잖아요. 100의 타격을 100명이 1씩 나눠갖는 식으로요. 그런데 소규모는, 1인 개발은 그렇지 못하니까 타격이 커요.

이번에 게임대상에서도 그랬어요. 지인분들이 와주셔서 함께 축하해주셨지만, 다른 게임들을 보면 팀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걸 보면서 뭔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선배님들을 자주 만나면서 조언을 구하고 있어요. 혼자서는 도무지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많이 고민 중이에요.

물론, 단순히 제 기분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에요. 아시잖아요. 이런 게 다 게임 퀄리티에 영향을 끼친다는 거. 이 모든 게 다 개발의 원동력이 되니까요. 그렇다고 이제 절대 1인 개발은 안 해. 이런 건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거라서 다음에도 또 1인 개발을 할지도 몰라요.


Q. 1인 개발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세웠던 목표가 있었을 것 같아요. 10만 다운로드 돌파, 게임 관련 상 수상 이런 거 말이죠. '메탈릭 차일드'의 목표는 뭐였나요.

'메탈릭 차일드'의 목표는 게이머들을 울리는 거였어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소기의 목표는 달성한 것 같아요. 겜방을 하시다가 우신 분들도 있고 엔딩을 보고 눈물이 찔끔 나왔다는 얘기도 있었거든요. 저 개인으로서는 제가 만든 게임이지만 여러모로 아이린이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거든요. 실제로 엔딩에서 아이린의 대사는 제가 제 아이한테 보내는 메시지 이기도 했고요.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이 거기에 공감한 것 같아요.

그리고 게이머들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 이런 걸 전하고 싶었어요. 단순히 주인공이 착하다는 그런 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에게 직접 말이죠. '메탈릭 차일드'를 보면 메타픽션적인 요소가 있어요. 대부분의 게임은 주인공과 게이머를 일체화시키잖아요. 그런데 '메탈릭 차일드'는 게이머와 로나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어요. 그렇게 한 이유가 엔딩 때문인데, 좋은 작별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게이머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의도한 대로 잘 풀린 것 같아요.





Q. 다음 목표는 뭔가요.

사실 당장은 없어요. 강연에서도 말한 건데, '메탈릭 차일드'에서 그런 주제를 고른 것도 시대상에 따른 거였거든요. 요즘 각박하잖아요. 그래서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안 그래도 각박한 세상인데 나까지 내 게임에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목표를 이룬 만큼, 일단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Q. 혹시 신작과 관련해서 구상 중인 컨셉은 없나요.

아이템이 몇 개 있긴 해요. 지인들한테 얘기해보면 대부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메탈릭 차일드'도 맨 처음에는 슈퍼마리오처럼 점프해서 적을 처치하는 그런 게임이었다가 지금은 전혀 달라졌잖아요? 그래서 지금 구상한 게임들이 최종적으로는 어떤 게임이 될지 모르겠어요. 아이템이 확정되고 1인 개발을 할지 팀으로 작업할지 정해지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게임대상 후보들을 보면서 커뮤니티 등지에서 '메탈릭 차일드'가 진짜 대상감이라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감동적이었을 것 같아요.

예상하지 못했던 거라서 정말 감동했었어요. '메탈릭 차일드'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비평해주신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더 신기했어요. 그리고 일본에서도 판매량이 괜찮아서 그런지 그쪽에서도 축하해줬는데 양국에서 축하해주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Q. 게이머들에게 감사를 돌린 수상 소감이 커뮤니티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죠.

냉정하게 본다면 다른 후보작들과 체급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그런데도 '메탈릭 차일드'가 수상할 수 있었던 건 역시 게이머분들이 목소리를 내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계속 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최근 게이머분들이랑 잘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아무리 게임을 좋아하더라도 게이머가 게임을 그만두는 순간은 분명히 찾아오거든요. 그럴 때 게임에 진절머리가 나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 잘 헤어지고 싶어요. 그래서 잘 헤어질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 이딴 게임 괜히 샀어. 내가 다신 게임 하나 봐라" 이렇게 헤어지는 게 아니라 아무리 못해도 "뭐 아쉽지만, 적당히 할만했어" 이런 게임을 말이죠. 제일 좋은 건 "그동안 재미있게 했어" 이런 거죠. 모바일 게임으로는 '듀랑고'나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모바일 게임, 온라인 게임을 통틀어서 드물게 엔딩이 있는 결말을 냈잖아요. 헤어질 때도 그렇게 좋게 헤어지고 싶어요.



Q. 이번 지스타에서 대표님의 관심을 끈 게임은 어떤 게임이던가요.

프로젝트 이브가 가장 관심이 갔어요. 김형태 대표님이랑은 원래부터 친분이 있기도 하지만, 그걸 떠나서 개인적으로도 엄청 기대되는 게임이에요. 김형태 대표님은 국내 패키지 게임의 황혼기를 겪은 세대잖아요. 그런데도 다시 한 번 싱글 게임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아티스트 출신이라서 그런지 퀄리티에도 관심이 가고요.


Q. 실례일지 모르지만 '메탈릭 차일드'의 사업적 성과는 어떤가요.

수치를 말씀드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생각해요. 제가 만든 게임 중에선 수익적으로도 가장 잘 된 것 같고, 퍼블리셔도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사실 '메탈릭 차일드'를 출시할 즈음 나온 스팀 인디 게임들 대부분 반응이 안 좋았거든요. 대형 인디 퍼블리셔가 낀 게임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걱정도 많이 했어요. 시기가 안 좋은가 하고요.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반응이 좋았어요. 퍼블리셔랑 서로 '우리 괜찮았어' 할 정도의 성과는 낼 수 있어서 지금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쿠나히메 DLC를 작업 중이에요. 전부 게이머분들이 사랑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1인 개발을 한 지 햇수로 6년 째입니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할 때 분위기나 기술 전반에 걸쳐서 혹시 바뀐 부분이 있을까요.

국내 한정이지만, 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제가 막 1인 개발을 할 당시인 2015년에는 인디 게임에 관심들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사이 멋진 인디 게임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인식들이 달라진 것 같아요. 특히 '던그리드'의 성공이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국내 인디는 던그리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니까요.

'던그리드'만이 아니에요. '스컬'은 글로벌에서 큰 성공을 거뒀는데, 같은 인디 개발자로서 자랑스러울 정도예요. '메탈릭 차일드'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그런 앞선 게임들의 성공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먼저 시장을 개척해준 덕분에 후광을 받았다고 생각하거든요. 특정 게임 하나가 잘 되기보다는 그런 식으로 씬이 커져서 여러 명이, 여러 게임이 관심을 받게 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콜라보도 사실 그럴 생각으로 한 거고요. 저 말고도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괜찮은 게임을 발견하게 된다면 많은 사랑 주시길 바랍니다.








Q.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모바일 게임을 개발할 생각은 없나요.

플랫폼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요. 어떤 걸 만들어야 재미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서 '메탈릭 차일드' 프리퀄은 심플하게 모바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모든 게임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메탈릭 차일드'는 액션 게임이니까 콘솔이 어울린 거였고 만약 방치형, 디펜스 장르를 만든다면 모바일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VR도 도전해봤는데 어후... VR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Q. 앞으로도 계속 게임 개발을, 1인 개발을 하실 건가요.

1인 개발은 언제든지 멈출 수 있으면 멈추고 싶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혼자 하는 데에는 이제 한계가 느껴지거든요.

근데 게임 개발은 또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아, 이제 내가 게임 업계에는 필요 없는 사람이 됐구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한 계속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번에 살짝 그런 생각이 들 뻔했어요. 한계에 부딪히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는 걸 보고 그럼 마음이 많이 사라졌어요.

인디, 메이저를 떠나서 PC, 콘솔 게임을 만드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괜히 도전하는 곳이 적은 게 아니에요. 알다시피 모바일 게임이 매출도 훨씬 잘 나오고요. 그런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는데,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보니 '몇 번만 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까 좋게 헤어질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추억이 될 수 있는 그런 게임도 만들고 싶어요. '메탈릭 차일드'가 그런 게임이 될지는 10년 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그런 게임 하나 더 만드는 게 당장의 목표에요.



▲ "추억이 될 수 있는 그런 게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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