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 들키면 OK, 아슬아슬 여관 운영 - '던전 인'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5개 |

어린 시절, INN(여관)이라는 영어 단어를 처음 머릿속에 저장했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창 일본 RPG를 즐겨 하던 시절이었는데, 게임마다 여관 앞에는 나무 팻말로 INN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게 궁금해 영어사전을 뒤져보니, 여관이라는 뜻이더라고요.

아무튼,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하며 자라온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관'은 숙박업소보다는 RPG에서 더 많이 들어본 단어일 것입니다. 고된 전투 끝에 돌아와 체력을 회복하고, 장비를 정비하며, 게임에 따라서는 세이브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되기도 하는, 그야말로 모험가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곳이죠.

이번 BIC 페스티벌 2022에서는 모험가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여관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사이가 나쁜 길드의 모험가 모두를 상대로 장사하는 것도 불사하는 여관 '던전 인'입니다.

'던전 인'은 서로 눈만 마주치면 칼부터 꺼내드는 두 길드의 모험가를 번갈아 가며 맞이하는, '이중 운영'의 묘미를 살렸습니다. 보드 게임을 연상시키는 게임 화면에서는 매 턴마다 모험가들이 던전으로 향하고, 이 중 여관에 숙박하고자 하는 서로 다른 길드원들이 마주치지 않도록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합니다.

아슬아슬한 여관 주인의 이중 운영을 그린 '던전 인'은 과연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게임일까요? 개발사 캣 소사이어티의 고민진 대표로부터 게임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왼쪽부터 캣 소사이어티 김예람 서브 기획자, 이혜명 메인 아티스트, 고민진 대표


■ 알아서 잘 하는 '고양이 사회'를 꿈꾸는 이들의 첫 작품 - '던전 인'

Q. 먼저, 개발팀 '캣 소사이어티'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희는 약 3년 전에 사업자를 등록하고, '던전 인'을 개발해 오고 있는 인디 게임 스튜디오입니다. 작은 장르 게임을 개발하고 싶고, 조금 오글거리는 표현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는 작은 공방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스튜디오의 방향성을 잡고 있습니다.

현재는 저와 아내, 그리고 대학교 후배와 셋이서 첫 번째 타이틀인 '던전 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풀타임으로 '던전 인'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3일 정도 모여서 게임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게임에도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던데, 회사 이름인 캣 소사이어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 아내가 고양이를 좋아해요 (웃음). 검은 고양이 밤이와 치즈냥이 버터 두 분을 모시고 있는데, 그 분들의 초상권을 무단으로 써서 게임에서 구현했습니다.

고양이들이 왜 각자 독립적으로 생활한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회사의 이름인 캣 소사이어티(고양이 사회)도 여기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알아서 잘 할테니, 서로가 서로를 최대한 존중하며 독립적으로 하자는 의미에서 말이죠. 개발하는 게임 또한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자는 느낌으로 회사 명을 정하게 됐습니다.



▲ 실제로 모시고 있는 주인님(?)들을 게임 속 주인공으로!

Q. 이번 BIC 2022에 출품하신 '던전 인'은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친한 후배가 있는데, 함께 술을 마시며 보드게임을 즐기다가 "몬스터와 모험가가 함께 묵는 여관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습니다. 좀 더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는 과정에서 여러번 설정이 바뀌었지만요.

처음에는 여관을 찾아 오는 모험가와, 던전에 출근하러 가는 몬스터가 여관에 같이 묵으러 오는 과정을 게임으로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던전에 출근하러 가는 몬스터가 여관에 묵는 건 좀 이상했어요. 결국 여러 의논이 오고간 끝에, 같은 모험가들 사이에서 여관을 경영하는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Q. 사이가 나쁜 두 길드 사이에서 '이중 운영'을 한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는데,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 처음 콘셉트부터 그렇게 진행하자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두 진영 모두에게서 들키지 않는다는 목적을 표현하기 위해 신뢰를 쌓는다든지, 여러 가지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아무래도 모험가들이 여관에 도달하는 타이밍을 계산하는 플레이를 반복하다 보니, 게임플레이가 단순하고 지루해지더라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스킬의 갯수를 늘리면 게임이 직과적이지 않게 변할 수도 있고, 괜히 복잡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날씨나 해프닝, 조사원의 등장 같은 내용을 변수 창출의 요소로 고안하게 됐습니다.


Q. '던전 인'의 스토리 전개는 어떻게 되나요? 게임의 최종적인 목표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 사이가 나쁜 두 개의 길드 사이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것은 정체 모를 투자자가 제시하는 일종의 프로젝트입니다. 너무나 위험한 일이기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 그런 일이죠. 그런 프로젝트를 주인공이 투자금을 받아서 시작하게 되고, 1년이라는 기간동안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는 '그 분'이라고 설명하는데, 여관을 경영하다 보면 투자금의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사건도 발생하곤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투자금 대비 높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을 전체 게임플레이의 큰 흐름으로 잡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게임의 총 스테이지 수는 어느 정도로 구상하고 계신가요?

= 일단, 4개의 스테이지를 하나의 테마로 묶어서, 테마 단위의 굵직한 이야기를 전달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스테이지가 일주일 단위로 흘러가고, 네 개의 스테이지는 곧 게임 속 한 달이 되는 셈입니다. 그렇게 12가지의 굵직한 테마로 총 1년치의 스테이지를 담아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그래픽을 메인으로 담당하고 있는데, 본업에서는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들을 배경에서 풀어내기 위한 욕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배경이 바뀌면서 날씨에 대한 기믹도 추가할 계획이고요. 그렇게 총 48개의 스테이지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아직 정비중이지만, 각 부서의 담당자를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스킬이 달라질 계획이라고

Q. 시연을 해본 바로는, 모험가들이 다가오는 길목에 배치할 수 있는 물건(스킬)의 종류가 네 종류더라고요. 배치할 수 있는 스킬도 추가할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기본적으로는 시연에서 선보인 네 개의 스킬을 고정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현재 개발중인 것은 여관을 운영하는 네 명의 주인공들을 여관 각 부서의 부서장으로 배치하는 시스템을 추가하려고 해요. 부서장으로 임명한 캐릭터마다 고유한 스킬을 스테이지에 선보이는 방향으로 전략적인 요소를 추가할 생각입니다.


Q. 48개의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난이도 또한 오르리라 생각됩니다. 어떤 부분이 점차 어렵게 변할까요?

= 일단, 다가오는 손님의 수가 늘어나면 자연적으로 난이도가 오르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험가들이 무조건 여관에 들어오는 형태가 아니라, 계획상 들어오지 않아야 하는 손님이 찾아온다든지 하는 형태로 말이죠. 그리고 여관 운영을 잘 할수록 명성이 오르는데, 여관의 성장 상태에 따라 등장하는 모험가의 수에 영향을 주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날씨나 해프닝같은 변수를 점점 많이 추가하는 것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려고 합니다. 초반에는 여관 운영에 이로운 선택지 위주로 해프닝이 발생하는데,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이득인지, 손해인지 알기 어려운 애매한 선택지들을 쥐어드리고 싶어요. 고민거리가 많아지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난이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실제 게임플레이에서 보드게임 분위기가 잘 나타납니다

Q. 아무리 이중 운영을 잘 하려고 하더라도, 꼭 두 길드원이 마주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이를 전투로 풀어내는 아이디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저희가 구상한 게임이 실제로 재미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종이를 잘라서 직접 놓으면서 테스트를 해 봤어요. 그런데 정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양쪽의 모험가가 만나는 상황이 생기기 떄문에 고민을 해야만 했죠.

이렇게 분쟁이 발생한 경우 플레이어가 최대한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적정한 개입의 선을 어디에 긋느냐에 대해 많은 논의와 조율이 필요했습니다. 한 번은 전투에 초점을 너무 맞췄더니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본 게임플레이보다 전투가 더 돋보이게 되더라고요.

그 이후에 전투 관련한 부분은 최대한 심플하게 덜어내자고 의견이 모아져서 적당히 어느 한 쪽의 편만 드는 것으로 (게임에)적용되었습니다.


Q. 손님을 받아 얻은 돈을 어떤 방법으로 소비하게 되나요?

= 기본적으로는 여관에 투자하는 데 자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48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동안 성장하는 느낌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여관의 성장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또 지금은 개별 애니메이션이 적용된 모험가가 몇 종류 없지만, 추후에는 등급별로 다른 모험가들이 여관을 찾게 됩니다. 높은 등급 모험가들은 여관에 특정 시설이 증축되어야만 등장하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 재화를 소모하는 형태로 개발하고자 합니다.

그 외에도 재화는 특정 해프닝을 해결하는 용도나, 아니면 중간중간 발생하는 투자금을 상환하는 데 필요합니다. 여관을 잘 운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죠.


Q. 지금 '던전 인'의 개발은 어느정도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시스템적으로는 많은 부분을 구축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로직은 완성되었고, 과거 라이브서비스를 진행하던 게임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살려 콘텐츠 추가가 편하도록 게임을 설계했어요. 이번 전시를 통해 저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재미 요소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을 만나서, 앞으로 콘텐츠 개발은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전체 볼륨으로 본다면 10~20%정도밖에 완성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데, 정말 중요한 것들은 거의 50%정도 개발을 마친 상태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내년 5월 스팀 얼리액세스로 출시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며, 12월에는 모든 테마를 담아 정식 출시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BIC 페스티벌 2022에 참여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먼저, 이번 BIC는 저희가 생각했던 (게임의) 방향성이 맞는지 아닌지를 스스로 확신할 수가 없어서, 다른 플레이어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부스에서 게임을 즐겨주신 분들 모두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하나 하나 소중합니다. 저희가 부족한 부분은 감안하고 출품하자고 했던 몇몇 부분이 있었는데, 콕 집어서 이야기해주시는 것을 보고 내 생각이 맞았구나 하고 자신감도 얻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정말 다들 예리하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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