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피크민에 토이 스토리를 섞으면? '타이니킨'

리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2개 |

PC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피크민



마리오와 젤다 시리즈를 만든 게임계의 거장, 미야모토 시게루의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피크민'이라는 게임이 있다.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탐사를 떠난 외계인이 어느 행성이 불시착하고, 그곳에서 만난 신기한 생물체인 피크민 무리를 지휘, 통솔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AI 액션 게임이다.

피크민은 간단한 조작과 자유로운 게임 플레이를 통해 발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평을 받은 명작이지만, 당시 닌텐도 게임 큐브와 Wii 플랫폼으로만 출시되어 실제로 플레이해본 이들은 적은,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시리즈'가 됐다. 그나마 최신작이라고 할 수 있는 '피크민3'가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이식되며 접근성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접하기 어려운 시리즈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 '피크민' 시리즈를 플레이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작품이 스팀을 통해 출시됐다. 우주에서 찾아온 우주인 주인공과 신비한 생물체가 등장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까지 피크민과 똑 닮은 신작, '타이니킨(Tinykin)'이다.



게임명: 타이니킨 (Tinykin)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2. 8. 31.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Splashteam
서비스: tinyBuild
플랫폼: PC, 닌텐도 스위치, PS, XBOX
플레이: PC



매력적인 비주얼 속 탐험의 재미 담은 액션 어드벤처, '타이니킨'




타이니킨은 사라져버린 인류의 비밀을 풀기 위해 지구 탐사에 나선 우주인 '마일로'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1991년도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지구의 한 가정집, 지구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벌레들과 비슷한 크기로 작아져 버린 마일로,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신비한 생명체 '타이니킨'이 이 게임을 대표하는 핵심이자, 매력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3D와 2D 그래픽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게임의 비주얼에 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전형적인 미국 가정집의 풍경은 모두 3D로 구현됐으며, 개미 크기로 작아진 주인공과 대비되는 거대해진 일상용품들의 모습은 신선한 자극을 준다. TV가 놓여있는 거실부터 안방, 아이들 놀이방, 부엌, 정원까지 하나하나의 스테이지로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고, 각 장소에 있을 법한 가구와 물건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로 비치되어 있어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처럼 구경거리가 가득한 거대 가정집을 돌아보는 일련의 플레이 과정은 '일상 속 비일상'을 탐험하는 듯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반면, 주인공 마일로부터 그를 따르는 타이니킨 무리, 그리고 게임 내 NPC로 등장하는 벌레들은 모두 미국 카툰풍의 2D 캐릭터로 표현됐다. 3D 맵에 섞여 있는 2D 캐릭터는 자칫 어색하게 느껴지기 쉬우나, 타이니킨에서는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튀는 느낌 없이 배경과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융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표현 방식의 차이를 통해 보통의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한 매력과 보는 맛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개미 크기의 소인에게 계단 난간은 멋진 보드 슬로프가 되어준다



▲ 다음 스테이지에서는 어떤 장소가 등장할까? 기대하는 재미가 있다

타이니킨의 레벨 디자인은 게임의 비주얼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집을 구성하는 각 방은 게임의 스테이지로 꾸며졌고, 플레이어는 마치 집들이하듯 방 하나하나를 돌아보며 각기 다른 재미가 있는 모험을 이어가게 된다.

스테이지는 각각 별도의 클리어 목표가 있으며, 스토리 진행을 위해 꼭 달성해야 하는 메인 목표와 서브 목표 3종, 이외에 '파고들기' 요소로 활용되는 수집품 수집 콘텐츠 등으로 알차게 채워졌다. 빠르게 메인 스토리만 진행하고 싶다면 주요 단서만 집중적으로 찾아다니면 되는데, 이렇게 플레이한 경우에는 3시간 이내에 게임의 엔딩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반대로 각 맵에 마련된 2~3개의 서브 목표를 모두 달성하고 맵에 존재하는 모든 콘텐츠를 알차게 즐기면 8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이 보장된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는 거대한 맵과 스테이지를, 게이머 본인의 템포에 맞춰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게임의 비주얼에 한번 반하고, 또 그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즐길 거리와 구성에 또 한 번 반하고 나면 자연스레 게임의 배경이 되는 집 안에서의 모험을 넘어, 그 다음으로 이어질 마일로의 새로운 여정을 기대하게 된다.



▲ 거품 욕조에서 진행되는 곤충들의 댄스 파티, 게임 전반에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하다



▲ 캐릭터에 애정을 갖게 하는 여러 연출이 게임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플랫포머 액션부터 추리, 퍼즐까지…쾌적한 조작과 만나 더 즐거운 모험




거대한 물건들로 채워진 맵과 독특한 캐릭터 비주얼이 주는 매력만으로는 게임의 후반부까지 플레이어의 시선을 잡아끌 수 없다. '타이니킨'이 단순히 비주얼만 빼어난 게임이었다면 5시간 이상에 달하는 전체 게임 볼륨이 지루함으로 채워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타이니킨은 복잡하게 머리를 쓰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면서, 동시에 빠르고 쾌적한 조작과 액션으로 '플레이하는 재미'를 함께 갖췄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특징은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니킨' 활용이다. 게임에는 무거운 물건을 옮길 수 있는 보라색 타이니킨부터 특정 포인트를 파괴하거나 불을 붙일 수 있는 빨간색 타이니킨, 전선처럼 전기를 이을 수 있는 파란색 타이니킨, 사다리처럼 쌓아서 높은 장소로 올라갈 수 있는 초록색 타이니킨 등 여러 종류의 타이니킨이 등장한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색상의 타이니킨을 활용해야만 퍼즐을 풀거나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데, 이때 복잡하게 맞는 것을 고르거나 슬롯을 바꿔주지 않아도 적재적소에 맞는 타이니킨이 알아서 선택된다. 플레이어가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각 상황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의 타이니킨을 발견하여 동료로 삼는 것뿐이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니킨 활용이 간편하게 이루어지면서 게임의 템포는 한층 더 빨라지고, 쾌적해졌다. 이동 시 빠르게 미끄러져 갈 수 있는 비누보드, 먼 거리로 도약할 때 체공 시간을 늘려주는 비눗방울 글라이더를 쓸 때도 타이니킨 조작이 가능하므로, 조작에 익숙해지면 동시에 여러 액션을 구사하는 스타일리시한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게 된다.



▲ 적절한 위치에서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그 상황에 맞는 타이니킨이 사용되는 방식



▲ 한 번 통과한 루트에는 숏컷이 생겨 번거롭게 이동할 수고가 줄어든다

'손맛이 있는 컨트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 역시 동시에 갖춰져 있다. 먼 거리를 도약해서 적절한 위치에 착지하는 3인칭 플랫포머 액션, 막힌 벽을 파괴하여 길을 열거나 알맞은 순서로 단서를 배치하여 보너스를 획득하는 퍼즐, 타이밍에 맞춰 점프와 글라이딩 조작을 반복해야 하는 레이싱까지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할 거리가 계속 이어진다. 새로운 스테이지에 어떤 비주얼이 펼쳐지게 될 것인지 기대하게 되는 것과 동시에, 그 맵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퍼즐과 기믹을 궁금해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여기서도 다소 아쉬운 점은 있다. 게임 전체에 전투와 '게임 오버' 개념이 없어서 그 어떤 난관에 봉착해도 긴장감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눗방울 글라이더의 지속시간이 다되어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식충식물의 입 속에 들어가고, 가시밭길 위를 달리는 등 충분히 위험할 것 같은 상황이 이어지지만, 게임오버는 물론 아무런 페널티 없이 계속 다시 도전할 수 있으므로 긴장감은 계속 옅어진다. 타이니킨의 레퍼런스가 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출시된 지 어언 10년이 지난 '피크민'에서도 전투와 보스전으로 플레이어에게 긴장감을 더해줬던 것을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모든 타이니킨을 획득하는 도전과제가 있음에도 별다른 안내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1회차를 끝내고 난 뒤에는 미처 동료로 삼지 못한 타이니킨을 전부 찾아내는 식으로 게임을 계속 즐기게 되는데, 목표 완수까지 남아있는 타이니킨의 개수가 표시되지 않으니, 현재로선 완료되길 기도하며 지나왔던 길을 한 없이 맴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괴력에 폭파, 전기까지… 보스전 컨텐츠로의 확장 가능성이 보여서 더 아쉽게 느껴진다



▲ 분명한건, 오랜만에 진심으로 후속작, 혹은 DLC를 기대하게 되는 작품이라는 점




타이니킨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자극적인 요소가 없는 착한 게임이다. 피크민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된 피크민 IP 신작 '피크민 블룸'에서 아쉬움을 느꼈다면, 그리고 지금까지 피크민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적이 없다면, 군중 AI 제어를 경험해볼 수 있는 '타이니킨'이 좋은 대안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현재 스팀에서는 첫 번째 스테이지 분량이 포함된 타이니킨의 데모 버전이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숨어있는 요소까지 꼼꼼히 찾으며 즐기면 한 시간 정도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넉넉한 분량인데다가, 추후 본편을 구매하면 데모 버전에서의 세이브 기록이 연동되는 편리함까지 갖췄다. 게임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내 취향에 맞는 게임인지 충분히 맛보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정식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으므로, 게임에 관심이 생겼다면 꼭 사전에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 3D와 2D가 혼용된 아기자기한 비주얼
  • 빠르고 직관적이며 쾌적한 조작감
  • 탐험의 재미를 더해주는 꽉 찬 레벨 디자인
  • 플랫포머, 액션, 퍼즐까지 다채로운 콘텐츠
  • 게임오버가 없어 긴장감 없는 게임 플레이
  • 수집품 아이템에 대한 안내 기능 부족

리뷰 플랫폼: PC (출시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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