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그라이트에 록맨 감성 한 스푼 '메탈릭 차일드'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3개 |
1인 개발이라는 것은 단순히 혼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만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사업, 홍보, 마케팅, 서비스, 팬 관리까지 개인의 역량을 총 동원해서 게임 출시와 서비스라는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내가 멈추면 모든 것이 정지하는 상황에서 기댈 것이라고는 오직 자신 밖에 없습니다. 개발자로서 가장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거는 것. 그것이 바로 1인 개발입니다.

'메탈릭 차일드'는 1인 개발자인 한대훈 대표가 지난 3년간 지침 없이 달려서 만든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10월 1일 현재 660개의 Steam 리뷰에서 88% 매우 긍정적에 도달했습니다. 국산게임, 그것도 아직 척박한 국내 인디 게임 환경에서는 매우 훌륭한 성과라고 할 수 있죠. 리뷰가 좀 늦었습니다만, 게임을 즐기다가 그런것이니 좀 이해해 주시고 그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명: 메탈릭 차일드
장르명: 로그라이트 액션
출시일: 2021. 09. 16.
개발사: 스튜디오 HG
서비스: 크레스트
플랫폼: PC, 닌텐도 스위치

관련 링크: '메탈릭 차일드' 오픈크리틱 페이지


손맛 확실한 로그라이트 액션, 경쾌하지만 쉽지만은 않아




로그라이트 액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뭐라 해도 액션입니다. 스토리가 조금 느슨해도 캐릭터성이 가미되고 액션의 본질에 충실한다면 누구나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액션 게임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메탈릭 차일드'는 기본기를 착실히 갖춘 모습이죠.

게임 주인공 로나가 쓸 수 있는 무기는 건틀릿, 해머, 소드&실드 세 종류입니다. 건틀릿은 약한 대신 빠른 연타가 특징인 스피드 타입 무기이고 해머는 느린 대신 한방한방이 강력하죠. 소드&실드는 회피 대신 방어가 가능해 안정적인 전투를 가능케 합니다. 게임 내에서는 이 중 두 개를 들고 다닐 수 있으며,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무기들을 발견하거나 스테이지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일회성 재화인 디스크를 모아서 원하는 장비를 살 수도 있습니다. 세 종류밖에 없지만, 무기마다 등급이 다를뿐더러 같은 등급이라도 공격력과 스킬 대미지, 스킬 종류가 천차만별이기에 취향에 따라 원하는 무기를 들고 다니면 됩니다.



▲ 같은 종류의 무기라도 등급에 따라 일반, 물리 공격력이 다를 뿐 아니라



▲ 스킬 역시 다르기에 취향에 따라 원하는 무기를 들고 다니면 됩니다

다양한 무기에 더해 '메탈릭 차일드'는 회피와 점프, 그리고 잡기를 더함으로써 전투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습니다. 회피로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있는가 하면 점프로 피해야 하는 공격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적을 붙잡고 벽에 던진다거나 방패로 써야 할 때도 있죠. 잡기는 강력할 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지만, 만능은 아닙니다. 강력한 만큼, 리스크 역시 존재하죠. 적을 붙잡고 던지는 그 짧은 순간 로나는 무방비 상태에 빠집니다. 적들이 바글거리는 상태라면 맞느라 제대로 붙잡을 수도 없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쓸 필요가 있는 셈으로, 로그라이트 액션 게임이라면 간과해선 안 될 손맛을 놓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경쾌하지만 마냥 쉽지 않다는 것까지 말이죠.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점이 '로그라이트'인지 말이죠. 로그라이크는 오늘날 수많은 장르로 파생됐습니다. 로그라이트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딱 이거다 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죠. 그럼에도 로그라이크와 로그라이트를 구분하는 명확한 특징 하나를 짚자면 성장 요소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그라이크는 죽으면 그걸로 끝이지만, 로그라이트는 아이템은 잃더라도 올린 능력치는 그대로 남습니다.



▲ 미니 코어는 능력치를 극적으로(공격력 150% 상승) 올려주지만 시간 제한이 있습니다

'메탈릭 차일드'는 로그라이트 요소로 미니 코어와 슈퍼 코어, 그리고 디스크와 칩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미니 코어는 일종의 버프/디버프로 스테이지 내에서만 일정 시간 유지되는 대신 강력하죠. 미니 코어 레벨에 따라 공격력을 30%씩 올려줄 뿐 아니라 적을 처치하면 체력을 회복하는 미니 코어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니 코어를 3개 모으면 코어 커넥트 상태로 변하게 되면서 강력해지기에 좋은 미니 코어를 먹고 강화하는 식의 플레이가 요구되죠.

그렇다면 버그 코어를 안 먹으면 만사 해결인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버그 코어는 체력창을 숨기거나 화질을 나쁘게 만드는 건 애교고 무기 교체가 불가능해지거나 심하면 화면을 가리기도 하는 등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지만, 무조건 안 좋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버그나 바이러스 코어를 지우고 남은 버그 데이터는 슈퍼 코어를 설치하는 데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버그 코어를 먹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 화질 감소나 대두화, 픽셀 버그는 애교 수준



▲ 심하면 3연속 버그 코어에 당첨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슈퍼 코어는 운에만 의존하는 성장 요소를 유저가 선택할 수 있도록 보완한 시스템입니다. 코어 추출물을 먹고 코어 레벨을 올리면 슈퍼 코어를 설치할 수 있는데 강화 수치는 미니 코어보다 낮지만, 원하는 능력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죠. 또한, 미니 코어와 달리 스테이지 내에서 무제한으로 유지되기에 좋은 슈퍼 코어를 설치하면 게임을 한층 쾌적하게 만들어주죠. 단순히 공격력을 올려주는 것부터 원래는 잡을 수 없는 적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능력도 있는 만큼, 플레이 스타일과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강화하면 됩니다.



▲ 슈퍼 코어는 성장 폭은 좁지만 자유롭게 강화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 차지 공격 후 스킬 콤보가 나가는 공격적인 스타일의 슈퍼 코어도 있죠

가능하면 스테이지를 전부 돌아다니면서 탐색률을 100%로 채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니 코어는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기에 보스전에 대비해서 로나를 강화하기 위해선 착실히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며 적들을 처치하고 코어 레벨을 올려서 슈퍼 코어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미니 코어와 슈퍼 코어가 성장 요소의 전부인 건 아닙니다. 로그라이트의 핵심은 성장 요소가 유지되는 데 있죠. 슈퍼 코어는 무제한이라지만 이 역시 스테이지 내에서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결국, 이 역시도 영구적인 성장 요소라고 할 순 없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메탈릭 차일드'는 업그레이드를 도입했습니다. 칩을 이용해 체력이나 배터리, 무기 획득 시 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 나올 확률 등을 올릴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죽었을 때의 리스크를 조금은 줄인 모습이었습니다. 미니 코어와 슈퍼 코어가 스테이지에서의 파워업을 의미한다면, 업그레이드는 난이도를 조금씩 줄여주는 역할을 맡은 셈입니다.



▲ 너무 어렵다면 로나를 업그레이드하는 건 어떨까요



매력적인 보스전은 GOOD, 단조로운 스테이지는 아쉬움




얼핏 '메탈릭 차일드'는 록맨 시리즈를 떠올리게 합니다. 보스를 선택하면 특정 스테이지로 가고 계층으로 구분되어 있는 스테이지를 올라가면 보스가 등장하는 형태죠. 보스를 처치하면 MC 스킬이라고 보스 전용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록맨 시리즈나 건볼트 시리즈 등을 즐긴 게이머에게는 익숙한 요소일 겁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바로 스테이지의 형태입니다.

잠깐 록맨11로 돌아가 보죠. 록맨11의 스테이지들은 저마다 특징은 갖춘 모습이었습니다. 툰드라맨처럼 얼음 속성의 보스가 등장하는 스테이지는 미끄러지는 기믹이 있었고 러버맨처럼 통통 튀는 보스는 바닥이 튕긴다거나 놀이공원을 떠오르게 하는 그런 기믹들이 있어서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거나 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보스전은 물론이고 스테이지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거였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메탈릭 차일드'의 스테이지 구성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다채로운 스테이지 디자인에 비해 기믹이 좀 부족하다고나 할까요.



▲ 스테이지 구성은 외형적인 면을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는 편입니다

보스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합니다. 파이라 스테이지는 곳곳에 불꽃으로 된 장애물이 나오며, 기간틱 스테이지는 우주 정거장 밖이라는 특징 때문인지 불규칙적으로 운석이 떨어지고 아이슬라 스테이지는 얼어붙은 모습이죠. 외형적인 변화에 더해 등장하는 적과 장애물이 불 대신 전기라던지 하는 정도이기에 그 이상을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층을 돌아다니면서 적들을 처치하고 위층으로 이동하면 중간 보스가 나오고 이걸 3번 반복하면 최종적으로 보스가 등장하는 방식으로, 반복하다보면 조금 단조롭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큰 차이가 없는 스테이지와 달리 보스와 보스전만큼은 확실히 차별화된 면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보스들은 저마다 다른 패턴으로 무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개중에는 시점이나 장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쿼터뷰로 진행되지만, 기간틱의 경우 횡스크롤 플랫포머 스타일로, 콘트로드는 스테이지 전체가 레이싱 스타일로 바뀌는 식이었죠. 이를 통해 '메탈릭 차일드'는 플레이어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반복적인 형태에 변화를 줌으로써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게임 플레이에 변화를 준 셈입니다.




패턴 역시 다양합니다. 단순히 공격을 잘 보고 피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폭발물을 던져서 방어막을 깨야 하는 보스가 있는가 하면 폭발물 대신 차징 공격을 해야 하는 보스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체력을 절반 이상 깎으면 2페이즈로 진입하게 되면서 공격 패턴이 한층 다채로워져 전투의 박진감을 더해줬습니다. 스테이지에 대한 아쉬움을 보스와 보스전에 몰빵한 느낌이었죠.






▲ 다양한 형태의 보스전은 이게 정말 1인 개발 맞나 싶을 정도



부담 가지지 말고 가볍게(Lite) 즐기기 좋다.

로그라이트라고 해도 글자 그대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영구적인 상실이 없을 뿐 터무니없이 어려운 게임도 수두룩하죠. 로그라이크에서 파생된 소울라이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로그라이트에 가깝지만, 오늘날에는 유다희라는 밈이 생겼을 정도로 어려운 게임의 대명사가 됐죠.

반면 '메탈릭 차일드'는 다릅니다. 정말 가볍게 즐기기 좋습니다. 간혹 버그 코어가 3연속으로 나와서 죽을 수도 있지만, 그런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한 번에 나오는 적의 수도 한정되어 있기에 침착하게 플레이한다면 쿼터뷰 액션이 생소한 플레이어도 금방 익숙해질 정도죠. 이는 보스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보스라고 엄청 강하거나 한 게 아니기에 침착하게 상대하면 보스들의 패턴 역시 금세 눈에 익게 됩니다.




가볍게 즐기기 좋다고 했지만 플레이 타임이 짧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스테이지 하나를 클리어하는 데에는 짧게는 20여 분, 탐색률 100%에 도전한다면 30~40분이 넘게 걸립니다. 여기에 게임을 진행하면서 스토리에 대한 부분도 해금 되기에 느긋하게 즐긴다면 10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보장하죠.

결론을 내리자면 '메탈릭 차일드'는 심오한 스토리나 인간의 한계를 요구하는 난이도의 게임이 아닌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로그라이트 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을 잡아서 진득하게 흥미로운 스토리를 즐겨도 되고 아니면 잠깐씩 시간을 내서 스테이지를 하나둘 클리어하는 식으로 즐겨도 좋죠. 어떤 식으로 즐기든 크게 부담되지 않는 훌륭한 오락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매력적인 보스전
  • 핵앤슬래시, 플랫포머, 슈팅의 조화
  •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성우 풀더빙
  • 스테이지 기믹에 대한 아쉬움
  • 다회차 플레이 요소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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