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땅 파는 재미를 일깨워 준 게임 '코어 키퍼'

게임뉴스 | 정수형 기자 | 댓글: 13개 |


게임명: 코어 키퍼(Core Keeper)
장르명: 채굴 샌드박스 모험
출시일: 2022.03.08
리뷰판: 0.4.3(얼리 엑세스)
개발사: Pugstorm
서비스: Fireshine Games
플랫폼: PC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게임 속에서 3시간이 넘도록 땅을 팠는데도 지루하긴커녕 재미있었다면 믿겠는가. 땅을 파는데 특별한 기술이나 움직임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파고 싶은 방향에 마우스 커서를 두고 클릭만 하는 단순한 방식이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리드미컬한 곡괭이질에 맞춰 무너지는 벽과 어두컴컴한 지도에 나만의 흔적을 남기는 단순하지만 묘하게 중독되는 행위가 점차 게임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뒤늦게 정신 차리고 나니 게임 플레이 타임이 수십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후였다. 코어 키퍼는 화려한 액션으로 전투를 펼치는 것도 아니고 고품질의 3D 실사 그래픽의 게임도 아니다. 단지 미지의 지하 세계를 탐험하는 샌드박스 생존 게임일 뿐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토록 재미있게 느껴졌던 걸까.

일반적인 게임은 플레이어가 꾸준히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목표를 주입한다. 보통은 퀘스트 형식으로 제공하며, 특정 지역으로 가서 몬스터를 잡아라 혹은 어떤 아이템을 구해와라 등 직관적인 형태를 띤다. 목표를 완수하면 그에 맞는 보상을 제공하며, 플레이어는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계속해서 같은 목표를 주고 비슷한 보상이 이어진다면 성취감의 만족도는 점차 줄어들게 되고 결국 게임의 흥미를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 탐험과 전투 외에 생활 콘텐츠 역시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코어 키퍼가 재미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목표를 게임에서 강제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스스로 세울 수 있게 하였다는 점이다. 가령, 초반에는 아무런 장비가 없으니 땅을 파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맨손 혹은 나무 곡괭이로 천천히 땅을 파고 있으면 슬라임과 버섯 인간이 위협적인 공격을 가하고 수없이 죽으면서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지하 세계라는 점을 반영한 맵은 빛이 없다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컴컴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땅파기 자체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마치 결승선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을 하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을 내는 광석의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더는 땅파기는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닌 강력한 장비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된다.

열심히 구리 광석을 모아서 처음으로 구리 갑옷을 입었을 때의 쾌감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당시에는 구리 갑옷과 구리검을 얻었다는 자신감에 더 이상 슬라임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 양파같은 매력을 품은 세계는 탐험 욕구를 일으키기 충분하다

구리 세트를 만들고 자유롭게 맵을 활보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다음 광석은 무엇일까. 그리고 구리 세트를 완성할 정도로 맵을 돌아다녔다면 어느 순간 시작 지점의 흙과 색깔부터 다른 미지의 땅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슬라임은 개미 코딱지처럼 하찮게 만드는 더욱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하고 또다시 나약했던 첫 느낌 그대로 돌아가 버린다.

코어 키퍼의 게임 플레이는 이러한 흐름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A 지역에서 얻은 광석으로 B 지역을 공략하고 다시 B 지역에서 얻은 광석으로 C 지역을 공략한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 스스로가 강해지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탐험과 전투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취감을 얻게 된다. 게임의 레벨 디자인이 플레이어가 점진적으로 강력해질 수 있도록 굉장히 치밀하게 짜여 있기 때문에 이러한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강력해졌다, 만족한다는 느낌이 들 때쯤이면 새로운 환경, 더욱 강력한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를 우연히 만날 수 있도록 맵에 배치했고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 때쯤 또 다른 미지의 대륙을 선보이면서 다시 한 번 플레이어의 모험 심리에 불을 지핀다.



▲ 전투 외에 생활에서도 내가 강력해졌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또한, 플레이어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충분히 강력해졌다는 느낌. 즉, 게임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만큼의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이전 단계의 적은 손쉽게 잡아낼 수 있거나 혹은 새로운 도구를 제공해 편의성을 높이는 등의 장치를 마련해뒀다. 게임을 어느 정도 진행하면 자동화 기계를 만들게 되면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편의를 만끽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이 결국 게임의 만족도와 성취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게임에 시간을 투자할수록 그만큼 강력해지는 캐릭터와 편리해지는 생존 환경은 취향만 맞는다면 못해도 20시간 이상은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얼리 엑세스로 3월쯤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에는 한국어도 지원하지 않았고 콘텐츠의 분량도 많지 않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새로운 지역과 보스, 아이템이 추가되고 한국어 지원까지 이뤄지면서 13,500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게임이 되었다.

혼자 혹은 친구와 함께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고 있다면 주저 없이 코어 키퍼를 해보길 권장한다. 개발사에 따르면 올해 말에 정식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정식 버전에서는 엔딩을 포함한 스토리 요소와 각종 콘텐츠가 더욱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니 미리 구매해뒀다가 정식 출시 이후에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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