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정식 버전에서는 "숲 속의 '큰' 마녀"가 돼주세요

게임뉴스 | 정수형 기자 | 댓글: 6개 |


▲ 귀여운 픽셀 그래픽, 아아 치유된다

최근 19세 액션 게임이나 소울라이크 장르만 하다 보니 어딘가 정신이 피폐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느긋하게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너 죽고 나 죽자"같이 처절한 느낌으로 게임을 했달까. 게임으로 상한 정신, 게임으로 치유하리. 때마침 찜을 해뒀던 힐링 게임이 얼리 엑세스로 출시된 것을 확인했다.

지난 17일, 써니사이드업에서 개발 중인 신작 인디 게임 '숲 속의 작은 마녀'가 스팀 얼리 엑세스로 출시됐다. 이 게임은 견습 마녀 '엘리'가 정식 마녀가 되는 과정을 그린 힐링 어드벤처 게임으로 출시 전부터 1억 펀딩에 성공하거나 인디 행사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보이는 등 많은 게이머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과거, 살짝 맛만 볼 수 있는 분량의 데모 버전을 해 본 기억이 있는데 잔잔한 OST와 귀엽고 깜직한 픽셀 그래픽에 끌려 꽤 몰입감 있게 즐겼었다. 데모 버전에서 이 게임을 기대하게 할 충분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얼리 엑세스 소식을 듣자마자 앞뒤 잴 것 없이 바로 구매 후 플레이를 하게 됐다.



▲ 사건 해결의 열쇠는 물약 제조에 달려 있다

'숲 속의 작은 마녀'는 어드벤처 게임에 힐링 요소를 가미한 게임이다. 앞서 언급했듯 플레이어는 견습 마녀 '엘리'를 조작해 거대한 가시 덩쿨로 망해가는 마을을 다시 재건해야 하며, 이때 마녀로서 물약 등을 만들어 도움을 주게 된다. 즉, ▲마을 활성화를 위한 퀘스트를 받으면 ▲그에 맞는 물약을 찾고 ▲숲에서 재료를 구해 만든 다음 ▲사건을 해결해 마을의 규모를 키우는 콘텐츠 순환 구조를 띠고 있다.

게임에는 다양한 동물, 식물이 등장하며, 이를 통해 만들 수 있는 물약의 종류도 꽤 다양한 편이다. 물약의 제조 방법은 마녀 카탈로그의 다이엔 NPC를 통해 구매할 수 있으며, 채집에 주의해야 하는 동물, 식물이 있어 사전에 스케치를 통해 특징을 파악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얼리 엑세스에서 등장하는 채집 재료는 대부분 다가가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뿐이었다.

다만, 첫 번째 챕터 후반부에 등장하는 만드라고라는 뽑으면 소리를 질러 기절시키기 때문에 귀마개 물약이 없다면 채집은 가능하지만 제약이 생긴다. 이처럼 특정 재료는 그에 맞는 물약이 필요했으며, 채집 난이도가 점차 높아지는 후반부에는 A를 만들기 위해 B와 C를 만들어야 하는 이중 구조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제 4의 벽을 뛰어 넘는 개그도 재밌는 관전 요소 중 하나

한편, 재료를 채집하고 물약을 만드는 콘텐츠가 있기에 타이쿤 장르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결국 이 게임은 어드벤처 게임이기 때문에 물약을 계속 만들어낼 필요는 없었다. 가령, 일시적으로 덩굴을 제거하는 물약은 맵에 존재하는 덩굴을 모두 제거하는 순간 더 만들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 밖에도 퀘스트 용도로 만드는 물약도 마찬가지다.

돈을 벌 목적으로 물약을 만든다면 계속 만들어도 상관없다. 특정 메인 퀘스트를 깨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기도 했고 물약 생산 가구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가방과 창고를 확장할 때도 돈이 들어가니 일단 벌어두면 쓸 데는 있었다. 돈은 물약을 상점에 판매하거나 혹은 매일 제공되는 상점 퀘스트를 통해 벌 수 있는데 매일 요구하는 물약이 다르므로 부지런히 재료를 수집하는 동기 부여를 제공했다.

다만, 이 역시 어드벤처 장르이기에 메인 퀘스트를 깰 정도의 돈 이상이 필요하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가구 업그레이드와 가방 확장은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용도이니 결국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한 순간 일일 퀘스트의 가치가 희미해지는 셈이다. 일일 퀘스트의 가치가 내려간다면 매일 부지런히 물약을 만들어야 하는 동기 부여도 사라지니 결과적으로 게임에서 요구하는 적정치만큼 채집하고 물약 만들기를 반복하게 된다.

사실 이런 플레이는 결말이 정해진 어드벤처 게임이라면 당연한 플레이 공식과 같다. 스토리를 깨는 것이 목표인 장르인지라 빡빡하게 무리하면서 게임을 즐기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숲 속의 작은 마녀'는 힐링 어드벤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물약의 재료 요구치도 낮고 만드는 방식 또한 굉장히 직관적이고 간단하다.



▲ 덩쿨을 제거하는 물약은 덩쿨을 모두 제거하는 순간 만들 필요가 없어진다

총평하자면 '숲 속의 작은 마녀' 얼리 엑세스 버전에서 아쉬웠던 점은 부족한 콘텐츠 분량과 반복적인 노동에서 오는 루즈함, 불편함에 있었다. 현재 얼리 엑세스 버전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튜토리얼과 첫 번쨰 챕터로 개발사에서 언급한 플레이 타임은 약 5시간 정도다. 실제 플레이했을 땐 이것저것 살펴보느라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대략 7시간 정도면 느긋하게 플레이해도 콘텐츠 대부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7시간의 플레이 타임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2시간 미만의 플레이 타임을 제공하는 게임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숲 속의 작은 마녀'의 플레이 타임이 아쉽게 느껴진 건 반복적인 플레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이 게임은 사건 해결을 위한 물약을 제조하는 과정에 거의 대부분 시간을 쏟는다. 물약을 제조하려면 재료가 필요하고 재료는 매일 정해진 개수가 리젠되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빠르게 깨고 싶어도 플레이 타임을 제한하는 장치에 막혀버리게 된다.

또한, 재료 수집도 맵을 돌아다니면서 동물을 쓰다듬고 풀을 뽑는 등 반복적인 노동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중후반쯤 가면 게임이 루즈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게임 내에서 이런 수집과 제작을 제외한다면 1~2시간 내외로 게임을 끝낼 수 있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나마 중간마다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나고 무언가 변화해간다는 느낌을 주니 반복적인 노동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 스토리에 따라 변화하는 마을은 확실한 볼거리를 선사해준다

첫 번째 챕터 이후에는 이러한 단조로운 채집과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플레이에 변주를 줘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령, 첫 번째 챕터 후반부에 캘 수 있었던 만드라고라 같은 재료가 이후 챕터에서 극단적으로 간다면 A를 만들기 위해 B를 채집해야 하는데 B를 채집하기 위해선 C와 D가 필요한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상급 재료를 캐기 위해 초급 재료부터 계속 수집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예상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반복적인 노동으로 해버린다면 아무리 힐링 게임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게임에는 지역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도 없고 심지어 맵 조차도 표지판을 통해 제한적으로 제공해주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반복 채집 과정은 지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작 역시 직관적이고 쉬운 것은 좋으나 결국 단순함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메인 스토리를 밀기 위해 귀찮아도 어쩔 수 없이 만드는 장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제작 난이도에 따라 변수를 추가해 공장처럼 수량을 늘려 찍어 내는 느낌은 덜어내고 제작 자체가 하나의 재밌는 콘텐츠로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다.



▲ 고정된 위치에 있는 표지판으로만 지역맵을 확인할 수 있다



▲ 상위 재료를 캐기 위해 하위 재료를 캐야하는 것도 반복되면 피곤함을 가중시킨다

써니사이드업은 2021년 2월 얼리 엑세스 공개에서 지금까지 두 차례의 출시 연기를 진행했다. 그간 스팀 페이지와 SNS를 통해 개발 일지를 꾸준히 작성하며, 데모 버전과 비교한다면 게임의 UI와 전체적인 배치 구조 등에서 많은 변화가 느껴졌단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완성도와 별개로 게임의 플레이에서는 발전이 없었기에 이번 결과물에 아쉬움이 느껴졌다.

'숲 속의 작은 마녀'는 2023년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얼리 엑세스 출시 이후 개발사의 로드맵에 따르면 앞으로 새로운 이야기와 주민의 등장, 주민 친밀도 시스템, 신규 지역과 그에 맞는 크리쳐 추가, 새로운 활동과 낚시 등의 일상생활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이다.

현재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활발하게 게임 내 버그와 불편한 사항을 수정하는 모습에서 게임 개발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1년 간의 개발을 통해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고 힐링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보다 확실한 포지션을 갖추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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