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원' 애플 비전 프로, 장단점은?

기획기사 | 박광석 기자 | 댓글: 22개 |



애플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최초의 공간 컴퓨터'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가 미국 현지 시각으로 2월 2일에 정식 출시됐다. 가장 저렴한 선택지인 256GB 모델이 3,499달러, 한화로 약 465만 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관심과 반응은 뜨겁다. 애플이 말하는 '공간 컴퓨터'는 어떤 모습인지, 향후 진행될 국내 출시 후엔 국내 애플 사용자들, 그리고 VR 유저들의 관심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앞서 공개된 여러 디테일과 현지 반응을 살펴보았다.



■ 애플 비전 프로 - 제품 개요


제품명 : 애플 비전 프로 (Apple Vision Pro)

개발사 : 애플

개요 : 애플 비전 프로는 지난 2023년 6월, 애플의 개발자 회의 WWDC23에서 처음 공개된 HMD로, 애플 실리콘 M2 칩과 연산 프로세서를 탑재하여 기존의 소비자용 AR, VR 기기를 뛰어 넘는 성능을 예고했다. 개인용 4K 디스플레이와 전용 운영체제인 비전OS를 통해 3D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개인에 맞춤화된 가상 현실을 구현해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기존의 개발자 프레임 워크를 활용,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와 iPadOS용 앱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애플은 비전 프로의 외부 디스플레이가 맥, 아이폰, 애플 위치의 제품 설계 경험에서 이어지는 획기적인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기존의 여러 VR HMD와 달리 사용자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외부 디스플레이에 시각적으로 표시하며, 비전 프로 착용자 근처에 다른 사람이 다가가면 기기가 투명하게 느껴지도록 패스스루를 제공되어 사용자가 주변 사람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활용하는 직관적인 조작을 제공한다. 물론 사용자 편의에 따라 매직 키보드, 매직 트랙패드 등의 외부 장치를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에게 딱 맞는 작업 방식과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상세 스펙

◇ 애플 비전 프로

- 디스플레이 : 듀얼 1.41인치 3800 x 3000 마이크로디스플레이 (4,000 ppi)
- 프로세서 : Apple M2 APL1109 SoC + Apple R1
- 주사율 : 90Hz, 96Hz, 100Hz 지원
- 오디오 : 오디오 레이 트레이싱 Dolby Atmos
- 연결 : Wi‑Fi 6(802.11ax), 블루투스 5.3
- 무게 : 600~650g (Light Seal 및 헤드 밴드 구성에 따라 다름. 별도 배터리의 무게는 353g)
- 저장공간 : 256GB, 512GB, 1TB 모델 선택 가능 (각각 3,499달러, 3,699달러, 3,899달러)
- RAM : 16GB LPDDR5

◇ 애플 비전 프로 제품 구성

- 비전 프로 본체(라이트 씰, 라이트 씰 쿠션 및 솔로 니트 밴드 포함), 커버, 듀얼 루프 밴드, 배터리, 라이트 씰 쿠션 여분, 애플 광택용 천, 30W USB‑C 파워 어댑터, USB‑C 충전 케이블 (1.5m)






■ 애플 비전 프로 - 주요 특징, 그리고 실사용자들의 반응은?




◆ 탄소 중립이라는 아젠다를 일절 고려하지 않은 듯한 넉넉한 구성

출시된 애플 비전 프로의 구성 정보를 처음 봤을 때 '이것저것 참 많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충전 어댑터는 물론 패키지 구성까지 절감해왔던 애플이 맞나 싶어질 정도로 참 호화롭다. 별도 규격으로 만들어진 배터리 연결 케이블이나 30W 충전 어댑터, 비전 프로 각인이 새겨진 광택용 천, 교체용으로 동봉된 여분 라이트씰 쿠션까지. 아무래도 기기 가격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애플이 자신해오던 감성만으로는 패키지를 다 채우기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물론, 실제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겐 만족스러운 구성이 아닐 수 없다.


◆ 고해상도 패스스루와 비전 OS로 완성되는 '공간 컴퓨팅'

애플은 비전 프로를 설명하며 항상 '공간 컴퓨터'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기존의 다른 VR, AR, MR HMD들과 차별화되는, 완전히 새로운 기기라는 셈이다. 공간 컴퓨터를 이해하기 쉽게 요약하자면, 디지털 콘텐츠와 물리적 공간을 결합하는 장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HMD를 눌러쓰고 별도의 가상 공간에 들어가 디지털 콘텐츠를 즐겼던 기존의 HMD와 달리, 디지털 콘텐츠를 현실로 불러와 기존의 현실을 더 확장한다는 것이 주요 방향성이다.

실제로 비전 프로를 사용하면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도 눈동자와 손, 목소리를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OS를 조작할 수 있고, 디스플레이 상단에 위치한 다이얼을 조작하면 현실의 배경 위에 디지털 콘텐츠가 겹쳐 보이는, 자연스러운 패스스루를 경험할 수 있다. 여러 앱을 동시에 활성화할 때도 애플 특유의 디테일이 더해져 끊임없이 부드러운 연결과 활용이 돋보인다. 여러 앱을 동시에 열어 공간 곳곳에 배치하고, 필요에 따라 해당 앱을 눈앞으로 끌고 와 사용하는 장면에서는 `이것이 애플이 이야기하는 공간 컴퓨팅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여타 HMD가 구현하지 못했던 높은 해상도의 패스스루 화면, 오직 비전 프로를 위한 새로운 공간 운영 체제 '비전 OS', 그리고 컨트롤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이면서 부드러운 조작이 비전 프로, 그리고 애플이 말하는 공간 컴퓨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비전 프로의 핸드 트래킹은 굉장히 직관적이며, 반응도 빠르고 부드러운 편'





◆ 비전 프로와 만나 더 넓게 확장되는 애플 생태계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맥북 등을 사용하며 어느 정도 애플 생태계를 마련해둔 사용자라면 비전 프로의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맥북에서 진행하던 작업 화면을 옮겨와 비전 프로의 넓은 가상 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고, 그대로 맥북의 키보드와 트랙패드를 조작해서 작업을 이어가는 식의 복합적인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전 프로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앱도 맥북을 통해 실행하고 연동하면 비전 프로를 가상 모니터처럼 쓸 수 있다.






▲ 애플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면 비전 프로의 활용성은 더 커진다


◆ 비전 프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비전 프로의 공간 컴퓨팅은 분명 대단한 기술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애플이 이야기하는 공간 컴퓨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평상시에도 항시 활용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헤드셋의 무게부터가 일반적인 여타 HMD에 비해 다소 무거운 편이라 오래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실제로 HMD의 무게 대부분이 디스플레이가 있는 전반부에 쏠려있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고 오래 사용하면 목에 피로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헤드셋 자체 무게도 메타 퀘스트3 헤드셋보다 약 100g가량 더 무거운데, 여기에 항시 연결해야 하는 배터리팩의 무게까지 고려하면 무게는 거의 1kg에 달하게 된다. 외장 배터리를 연결해도 평균 배터리타임은 두 시간 반 정도이므로, 장시간 반복 사용하려면 배터리 팩에 또 다른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 별도의 케이블이 일절 존재하지 않는 스탠드얼론 VR HMD가 익숙한 이들에게는 배터리팩과 비전 프로를 연결하는 케이블 역시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외에도 눈동자 추적 등 몇 개의 조작 요소를 반복해서 활용하다 보면 따로 컨트롤러를 사용할 때보다 축적되는 피로감이 크다는 피드백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루프 밴드를 활용하면 HMD의 무게를 그나마 머리 전체로 분산시킬 수 있다



▲ 목표를 주시해야 하는 아이 트래킹은 사람에 따라 쉽게 피로가 쌓일 수 있다

몇몇 사용자들에게 치명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단점 중 하나는 '안경'을 착용한 상태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존의 몇몇 AR 스마트 글래스가 그랬던 것처럼, 비전 프로 역시 안경 사용자들은 별도의 처방을 통해 디스플레이 내부 렌즈에 부착할 수 있는 새로운 도수 클립을 주문해야 한다. 렌즈와 얼굴 사이가 라이트 씰 쿠션 하나를 두고 밀착하는 구조이므로, 안경 이용자에게 있어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때의 렌즈도 150달러(한화 약 20만 원) 정도로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므로, 안경 사용자들은 이부분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애플 비전 프로 - 그래서, 살만할까?




애플 비전 프로가 막 출시된 현재 단계에서 두드러진 특징들을 요약하면, 사용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필요할 것인지, 필요하지 않을 것인지가 어느 정도 분명하게 나뉘는 상황이다.

만약 자신이 평소에도 여러 VR HMD를 다양하게 사용해보았고, 새로운 기술을 남들보다 먼저 경험해보는 것에 충분한 가치를 느끼는 편이라면, 비전 프로는 분명 한 단계 진보한 가상 컴퓨팅 기술을 경험해볼 수 있는 새로운 기기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딜레이가 없고 선명한 패스스루 화면과 비전 OS, 직관적인 핀치 조작은 현존하는 모든 HMD 중 최고라는 평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 애플 관련 제품들을 여럿 사용했고, 여기서 파생되는 애플 특유의 생태계까지 갖춰둔 이라면 그 가치는 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한화로 약 500만 원에 달하는 가격대를 먼저 감당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공간 컴퓨터'라고 자랑스레 소개되는 비전 프로도 어디까지나 머리에 뒤집어쓰는 HMD의 일종이기 때문에, 평소에 VR, AR 기기를 말할 때 무게와 편의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 더 고민이 필요하다. 애플이 특히 신경 쓴 특유의 인체공학적 설계와 디자인 덕분에 실제로 비전 프로를 착용해본 이들 대부분이 생각보다 좋은 착용감에 먼저 놀란다고는 하지만, 630g의 헤드셋, 케이블로 연결해서 함께 몸에 지녀야 하는 350g의 별도 배터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신기하고 놀랍게 느껴질지라도, 조금이라도 귀찮거나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새 방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 내장 배터리가 있기는 하지만, '외장 배터리 연결'은 필수적이라고 봐도 좋다

주로 사용할 앱을 포함하여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도 미리 고려해야 한다. 사실 현 단계에서 비전 프로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의 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지원하는 서드파티 앱이 한정되다보니 맥이나 맥북과 연결하여 가상 모니터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껏해야 더 넓은 스크린으로 인터넷 서핑이나 영화를 보고, 음악을 감상하고, 가상 회의에 참여하는 정도의 단편적인 활용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만약 새롭게 출시되는 고성능의 VR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꼭 비전 프로가 아니더라도 더 합리적인 선택지가 여럿 존재하고 말이다.

당장은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지만, 향후 더 많은 개발자가 참여하고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앱도 더 많아진다면, 애플 비전 프로의 효용성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애플 아케이드를 통해 자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러 앱들은 물론, 스팀과 Xbox, PS5와 연동해서 4K TV를 웃도는 초고해상도 스크린으로 게임을 즐긴 이들의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국내 출시가 결정되는 시점엔 또 다른 가능성이 더 주목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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