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UMPC, 어떤 장르의 게임과 조합이 좋을까

기획기사 | 박영준 기자 | 댓글: 3개 |



고성능 UMPC 시장이 개척된 지 어느덧 2년 차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 스팀 덱을 선두로 로그 엘라이, 리전 고, 클로 등 다양한 제품이 순차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UMPC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고성능 UMPC와 관련된 정보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 하지만 초기 리뷰 정보만 대부분일 뿐, 장기간 체험기나 장르별 적합성 등의 정보는 찾기 다소 어려웠다.

처음에는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라 재밌을 뿐, 쓰다 보면 계륵 같은 제품이지 않을까, 나중엔 먼지만 쌓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은 VR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쏟아지는 호평을 보고 오큘러스 퀘스트 2를 구매했지만, 정말 초반만 반짝했을 뿐, 이후 지속적인 콘텐츠가 없어 오랜 시간 방치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게이밍 UMPC처럼 시장에 출시한 지 오래되지 않은 새로운 제품은 구매할 때 항상 망설여지게 된다.

이런 고민 중, 운명처럼 회사에 UMPC 제품이 들어와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기면서 과연 어떤 게임을 하기 적합한지, 장기간 제품을 사용할 만한지 테스트해 보았다.


레노버 리전 고
이번에 도와준 든든한 지원군


레노버에서 출시한 리전 고는 여태 시장에 공개된 고성능 UMPC 중 가장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눈에 띄는 외형을 가졌다. 다른 UMPC는 일체형이고 일반적인 콘솔 컨트롤러와 흡사해 UMPC의 큰 틀은 벗어나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리전 고는 한 눈에 보기에도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리전 고는 기본적으로 UMPC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체와 컨트롤러를 분리해 마우스처럼 사용할 수 있다. 플레이하는 게임이나 취향에 따라 원하는 방법으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게이밍 제품이라면 모름지기 게임하기 좋아야 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 큼직하고 깔끔한 디스플레이, 편안한 조작감을 예로 들 수 있다. 리전 고는 자신만의 특징이 강렬한 한편, 다른 UMPC처럼 사용 가능했기에 UMPC를 장기간 사용하면 어떤지 테스트하기 좋은 제품이라 생각했다. 리전 고의 리뷰라기보다는 UMPC를 장기간 사용하면서 느꼈던 점과 어떤 장르의 게임이 플레이하기 적합한지에 초점을 두어 정리해 보았다.



▲ 레노버(Lenovo)가 출시한 UMPC 리전 고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 리전 고는 컨트롤러를 마우스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오늘의 주제는 UMPC 자체므로 해당 기능은 배제했다


격투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격투 게임은 다른 장르보다 D 패드, 액션 버튼을 많이 사용하고, 짧은 시간에 여러 버튼을 빠르게 눌러야 해 컨트롤러의 조작감을 테스트하기 유용한 장르 중 하나다. 우선 UMPC 자체의 무게가 무거운데, 키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격투 장르 특성상 좌우 트리거와 버튼에도 손가락을 올리면 UMPC를 받치는 손가락은 약지와 새끼밖에 남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게임을 장시간 하는 데 큰 무리가 따른다.

게다가 UMPC의 D 패드 자체가 격투 같은 게임을 하기엔 좋은 품질이 아니었다. 특히 236처럼 돌리듯이 입력하면 잘 인식되지 않았다. D 패드 입력이 불안정하니 콤보는 물론, 플레이 자체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무게에 대한 부담도 가중되니 게임에 제대로 된 집중을 하기 어려웠다.

손의 편안한 상태 유지가 중요한 장르인 만큼 격투 게임과는 상성이 상당히 나쁘며, 가벼운 연습이나 스토리, PVE와 같은 콘텐츠나 겨우 할 수 있는 정도다. 온라인 & 랭크 매치와 같은 PVP 콘텐츠는 당연히 불가능한 수준이다. 무선 인터넷으로 즐기는 것도 충분히 힘든 데 조작까지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화나기 좋은 조합이다.



▲ 원래라면 콤보가 이어져 벽을 부쉈겠지만, 기술이 끊겨 압박만 하는 상황



▲ 엄지가 올려진 버튼이 D 패드. 격투 게임에는 부적합한 모습을 보여줬다



▲ 이렇게 쥐면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 동시에 여러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게임이라면 두 손가락만으로 받혀야 하며, 안정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플라이트 슈팅 & 레이싱
에이스 컴뱃7 스카이즈 언노운 / 포르자 호라이즌 4


대부분의 조작은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 트리거 버튼만 사용했기에 조작에서 큰 불편함은 없었으나, 아날로그 스틱을 세밀하게 조작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따라왔다. 이는 작은 화면이나 무게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따라오는 문제일 수 있지만, 물리적으로 작은 아날로그 스틱 모듈이 큰 요인으로 추측한다.

손가락이 직접 맞닿는 스틱 부분은 일반 패드와 동일한 크기를 가지고 있으나, 그 밑의 모듈은 꽤 작은 것을 확인했다. 아마 휴대용 제품이라는 한계 때문에 그런 것으로 추측하나, 그로 인해 아날로그 스틱을 사용할 때 너무 쉽게 휙휙 돌아가는가 하면, 세밀한 조작도 다소 어려웠다.

물론 이는 제품의 크기, 무게를 고려하면 완벽한 선택이지만, PC나 콘솔로 할 때만큼 세밀한 조작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공전했다.



▲ 여러 목표가 띄워져 있지만 명확하게 보인다






▲ 빠르게 배경이 지나가는 포르자 호라이즌 4도 비교적 괜찮게 즐길 수 있었다



▲ 스틱 밑에 공 같은 게 모듈이다. 모듈 크기 차이가 느껴지는가


액션 슈팅
바이오하자드 RE:4


그렇다면 컨트롤러 조작에 최적화된 게임은 어떨까. 콘솔 기반의 게임이라면 충분히 조합이 좋을 것이라 예상했다. 바이오하자드 RE:4는 긴박한 조작이 거의 없어 조작 부분에서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양측 아날로그 스틱과 트리거 버튼을 주로 사용하고 D 패드, 액션 버튼은 특정 상황, 액션에서만 쓰이니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액션 버튼을 연타하거나, 잦은 근접전이 발생해도 크게 불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격투 게임처럼 빠르게 여러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게임에 부적합했던 것이지, 일반적인 플레이엔 지장이 없었다. 액션의 템포가 빠른 게임이라면 모르겠으나, 바이오하자드 RE:4 정도의 적당한 템포의 액션 게임이라면 거슬리지 않고 게임을 즐기기 좋다.

다만 위에서 언급했던 아날로그 스틱 특유의 휙휙 돌아가는 점 때문에 세밀한 조정은 어려웠다. 감도를 따로 설정해야 더 쾌적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 타협을 위해 최저 옵션으로 했으나 괜찮게 구동되었다



▲ 세밀한 조작이 어려워 한 번에 급소를 노리기 어려웠다


소울라이크
P의 거짓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P의 거짓을 통해 피지컬이 중요한 게임은 어떨지 테스트해 보았다. 생각보다 상당히 쾌적하게 게임을 즐겼다.

입력에 대한 반응이 빨라 패링도 큰 문제가 없었고, 적의 습격에도 쉽게 대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SSD가 달려있다 보니 로딩도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 실행 시 40초가량의 긴 로딩이 걸리긴 했으나 사망 후 재시작 시에는 5초 내외밖에 걸리지 않았다. 잦은 로딩을 봐야 하는 장르 특성상, 로딩 속도가 중요한데 상당히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 반응이 빨라 타이밍이 빠듯한 패링도 잘 되었으며



▲ 로딩도 빨라 재도전에 대한 부담도 적다


RPG
발더스 게이트 3


이런 컨트롤러 조작 체계의 휴대기는 턴제 RPG도 꽤 어울릴 것 같아 발더스 게이트 3을 해보았다. 게임 자체가 컨트롤러에 최적화된 조작을 지원해 예상보다 괜찮게 즐길 수 있었다. 크게 조작할 필요가 없는 장르 특성상 UMPC로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패드로 즐기기 괜찮지만, 인벤토리/창고 정리나 스킬 트리 등 마우스가 편리한 부분도 있다. 이때는 화면의 터치 패드를 사용해 빠르고 직관적인 조작도 가능해 UMPC로 즐기기 최적화된 장르라 느꼈다.



▲ 평소엔 패드처럼 즐길 수 있지만



▲ 아이템 정리를 하려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 이럴 땐 화면을 터치해 마우스처럼 사용하면 편하다


FPS
카운터 스트라이크 2


아날로그 스틱으로 세세하게 조준하기엔 다소 어려워 하단에 있는 트랙 패드로 조작하면 괜찮을까 했는데, 생각 외로 별로였다.

우선 트랙 패드와 다른 버튼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문제가 있다. 트랙 패드를 사용하려면 엄지와 검지가 벌어지게 되는데, 조작이 상당히 불안정해져 버튼을 누르기 어려워진다. 또한 트랙 패드의 DPI를 올리면 화면이 너무 빠르게 움직여 세세한 조작이 힘들고, 반대로 낮추면 회전이 너무 느려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단순히 실력 이슈일 수 있으나, 손가락을 쫙 벌린 채로 완벽한 조작이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결론은 제일 플레이가 불편했던 장르였다.



▲ 에임이 이렇게 휙휙 돌아가 혈압 오르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 검지나 중지로 트리거에 손을 올리고 트랙 패드를 사용하는 모습



▲ 저격은 그나마 조금 나았다. 그나마


리듬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D 패드와 액션 버튼을 중심으로 사용하고, 그 외로 아날로그 스틱을 사용한다. 격투와 달리 필요한 방향을 타이밍에 맞춰 눌러주는 방식이다 보니 인식에 문제가 없었으며, 대각선 입력도 문제없었다.

화면이 작아지면서 불편함이 올까 했는데, 이는 장단점으로 작용했다. 장점은 전체 화면이 한눈에 들어오니 시야가 넓어져 어떤 노트가 떨어지는지 빠르게 인식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단점은 화면이 작아진 만큼, 눈의 피로가 빠르게 왔다. 그렇다 보니 한 번에 장시간 플레이 하기는 부담이 있었다.






▲ 다 버튼 동시 입력도 문제없다


공포
리썰 컴퍼니


최근 재밌게 즐기는 공포 게임이 있어 테스트 목록에 추가했다. 리썰 컴퍼니는 1인칭 시점의 공포 게임으로, 최대 4인이 즐길 수 있다. 어두운 맵에 갑작스레 등장하는 괴물과 함정 등을 피해 폐지를 줍는 게임이다. PC로 느꼈던 재미를 UMPC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까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화면이었다.

UMPC는 최대 8인치 남짓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화면의 크기가 게임을 즐기는데 무리는 없지만, 무섭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공포 장르는 게임의 분위기에 몰입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화면이 작다 보니 게임에 몰입하기 어려운 것이 큰 문제였다. 점프 스퀘어 요소는 물론, 분위기에 몰입되지 않아 무섭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 작은 화면 때문에 무섭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UMPC 사용 후기
오래 사용할 매력이 있는 제품인가


게이밍 UMPC는 윈도우 기반(스팀 덱 제외)의 휴대용 게임기에 가까운 포지션을 하고 있다. 게이밍에 초점을 뒀다 보니 무게와 크기를 다소 포기하는 대신, 성능과의 균형을 잡고 있다. 현재는 그 균형을 적당히 유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조작하기엔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가령 기차나 카페처럼 팔을 기댈 수 있는 곳이면 괜찮을지 몰라도, 그 외는 다소 힘들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쓰지 못할 물건이란 건 아니다. 가방에서 쓱 꺼내 AAA 게임을 언제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큰 장점이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유사시 PC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모바일, 태블릿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강점이 된다.

장기적으로도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VR 게임은 콘텐츠의 부재와 더불어 참신함이 익숙함으로 바뀌면서 오는 귀찮음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UMPC는 스팀이나 에픽 게임즈, 게임 패스 등으로 인해 콘텐츠 부재라는 위험이 없다. 또한 윈도우가 탑재된 고성능 UMPC지만, 휴대용 게임기라는 위치도 함께 가지면서 쓰임새는 물론, 사용처도 다양해 VR 게임과 같은 미래를 맞이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현재는 메이저 시장으로 자리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팀 덱이 UMPC 시장의 입문 벽을 낮추면서 ASUS와 Lenovo, MSI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해 시장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여전히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가격이며, 높은 성능을 가진 만큼 짧은 배터리 유지 시간, 부담스러운 무게, 아날로그 스틱의 감도 등 해결해야 할 난제는 아직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가볍게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장으로 확장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확실히 개선이 필요하다


총 마무리
그래서 무슨 장르의 게임과 하기 좋았는가


PC로 즐길 때처럼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장르가 있었는가 하면, 상당히 별로였던 장르도 있었다. 자신이 어떤 장르의 게임을 주로 즐기는가를 따지면 UMPC를 살 가치가 있는지 명확히 판단될 것이다. 우선 세밀한 아날로그 스틱 조작이 필요한 리얼 시뮬레이션 레이싱이나, FPS와 같은 장르는 크게 추천하지 않는다. 아케이드 성이 강하다면 괜찮겠지만 세세한 조작이 필요하다면 불편할 것이다. 또한 공포 장르도 추천할 수 없다.

반대로 리듬 게임이나 RPG, 소울라이크, 크래프팅 등 D 패드, 액션 버튼을 중심으로 사용하거나 긴박한 조작이 필요 없는 장르를 주로 즐긴다면 만족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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