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전 세계 웃고, 울린 그룹 스테이지 A조: 희노애락(종합)

기획기사 | 김병호 기자 | 댓글: 26개 |


▲ 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15일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그룹 스테이지 A조 2라운드 경기가 종료됐다. 그룹 스테이지 한 조의 경기가 마무리됐을 뿐인데,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이야깃거리가 쏟아졌다. A조에서 진행된 여덟 경기에 말 그대로 전 세계가 웃고, 울었다. 한국은 5년 만에 그룹 스테이지 전승 팀의 등장에 환호했고, 중국은 우승후보 1순위의 탈락에 분노했다. 유럽은 희망 끝에 절망을 보았고, 북미는 한 슈퍼스타의 손가락에 비명과 환호를 수없이 반복했다.


기쁠 희: 담원 기아
5년 만에 다시 등장한 그룹 스테이지 전승팀




▲ 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담원 기아는 그룹 스테이지를 6전 전승으로 통과하면서 한국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줬다. 월드 챔피언십 역사상 그룹 스테이지를 전승으로 통과한 팀은 단 세 팀뿐이었다. 차례대로 2014년 삼성 화이트, 2015년 SKT T1, 마지막으로 2017년 롱주 게이밍이다. 이 중 삼성 화이트와 SKT T1은 그 해에 우승을 차지했다.

담원 기아는 웃을 일이 끊이지 않았다. ‘칸’ 김동하는 자신의 마지막 월드 챔피언십에서 이번 대회 첫 펜타킬을 기록했다. 또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룹 스테이지를 전승으로 두 번 통과한 선수가 되기도 했다.(김정균 감독도 코칭스태프로서 같은 기록을 남겼다.) ‘쇼메이커’는 4경기까지 단 한차례도 데스를 찍지 않는 믿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 ‘쇼메이커’의 네 경기 노 데스는 이전까지 그런 경우가 없어 전례를 찾기도 힘들다.

MSI에서 메타 적응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캐니언’은 여섯 경기 동안 여섯 개의 챔피언으로 모두 승리했다. 서포터 ‘베릴’도 마찬가지다. 여섯 경기에 여섯 개의 챔피언을 사용해 이겼다. 담원 기아에서 불안 요소로 지적되던 ‘고스트’도 로그와의 경기에서 드레이븐으로 캐리하며 팬들의 염려를 한껏 덜어줬다.

경기력 자체도 대단하지만, 선수 개개인이 보여주는 기록들도 놀라울 따름이다. 2018년 이후 LPL의 존재감이 커지며 더욱 조심스러워진 LCK 팬들이지만, 담원 기아 덕분에 또다시 2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성낼 노: 펀플러스 피닉스
우승후보 1순위의 A조 최하위 탈락




▲ 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펀플러스 피닉스가 A조 최하위로 그룹 스테이지를 탈락하자 중국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중국의 한 e스포츠 사이트에는 ‘LPL 리그가 시작한 이래 가장 치욕적인 날’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LPL 팬들은 2라운드에 담원 기아를 이긴다고 확신했던 ‘도인비’의 인터뷰를 인용해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펀플러스 피닉스의 탈락은 롤드컵 역사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이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전까지 이변으로 손꼽힌 사건은 2018년 전년도 우승팀 젠지 e스포츠의 조별리그 탈락, 2020년 LCS 1번 시드 TSM의 조별 리그 6전 전패 탈락 정도이다.

그러나 젠지 e스포츠와 TSM도 그해 우승후보로 손꼽히진 않았다. 반면 펀플러스 피닉스는 LPL 공식 파워랭킹 1위 팀이었고, LPL 공식 선수 파워랭킹 1위 ‘도인비’가 속해 있었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1라운드에는 이미 2승을 거뒀었기에 2라운드에 연달아 네 번을 질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2021년 부활을 꿈꿨던 불사조는 날개를 펴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펀플러스 피닉스를 향한 중국 팬들의 분노는 한동안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슬플 애: 로그
유럽의 희망이었던 LEC 3번 시드




▲ 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만큼 고통스러운 게 또 있을까? 펀플러스 피닉스를 두 번 연달아 잡아내며 극적으로 재경기를 만들어 낸 로그는 끝내 8강 토너먼트의 문턱을 밟지 못했다. 로그 선수들은 C9과의 타이브레이커 경기가 평생 생각날 듯하다. ‘조금만 더 과감했다면,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다면’ 로그는 C9을 이길 수도 있었다.

사실 로그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기대에 비해 굉장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팀이다. 원거리 딜러 ‘한스 사마’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정글러 ‘인스파이어드’는 피들스틱이라는 챔피언을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으로 만들기도 했다.

유럽인들이 LEC 3시드 로그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던 점도 슬픈 일이다. 2번 시드 프나틱은 주전 원거리 딜러 ‘업셋’이 월드 챔피언십에 불참했고, 팀 외부로 불화설이 떠도는 등 복잡한 내부 사정을 겪고 있다. 1번 시드 매드 라이온즈는 미드-정글의 심각한 부진으로 LEC 지역의 티어를 깎아먹는 중이다. 말 그대로 LEC가 기댈 곳은 로그 뿐이었다. 그러나 로그는 유럽인들의 기대를 지켜주지 못했다.


즐길 락: C9
자신이 왜 슈퍼스타인지 보여준 ‘퍽즈’




▲ 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8강 진출이 걸린 C9과 로그의 타이브레이커 2경기는 ‘퍽즈’의, ‘퍽즈’에 의한, ‘퍽즈’를 위한 경기였다. 한 경기에서 ‘퍽즈’와 ‘박주’를 수도 없이 오갔고,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는 슈퍼 플레이와 또 복장을 터지게 만드는 슈퍼 쓰로우가 단 한 사람 ‘퍽즈’의 손에서 계속 나왔다.

이 경기는 마치 ‘퍽즈’ 혼자서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단 한 판에 팀의 8강이 결정된다는 압박감과 여덟 시간 동안 치러진 긴 마라톤 경기에 ‘퍽즈’를 제외한 다른 아홉 명의 선수들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반면, ‘퍽즈’는 경기를 지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지겠다는 듯이 경기 내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갔다. ‘퍽즈’가 줄타기에서 미끄러질 때는 북미 팬들의 절규와 유럽 팬들의 환호가, 줄타기에 성공할 때는 반대의 상황이 나왔다. ‘퍽즈’가 운행하는 롤러코스터는 유럽과 북미를 함께 태우고 몇 번을 오르내렸고, 그 종착역은 결국 C9의 승리였다.

C9은 ‘퍽즈’의 활약으로 3년 만에 다시 8강에 올랐다. 또한, 이는 LCS가 3년 만에 다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일이기도 하다. ‘퍽즈’가 C9으로 이적하며 받은 연봉은 30억 정도라고 한다. C9 구단주 잭 에티네는 이제 이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 2021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A조 2라운드 결과

1경기 FPX 패 vs 승 담원 기아
2경기 C9 승 vs 패 로그
3경기 FPX 패 vs 승 C9
4경기 담원 기아 승 vs 패 로그
5경기 로그 승 vs 패 FPX
6경기 C9 패 vs 승 담원 기아
7경기 FPX 패 vs 승 로그
8경기 C9 승 vs 패 로그


■ 2021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A조 순위

1위 담원 기아 6승 0패 - 8강 진출
2위 C9 3승 4패 -8강 진출
3위 로그 3승 5패
4위 FPX 2승 5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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