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젠지 클래식'으로 하겠습니다. 근데 약간의 변주를 곁들인

게임뉴스 | 박태균 기자 | 댓글: 17개 |



'젠지 클래식'이라는 밈은 젠지 특유의 일관된 밴픽과 플레이 스타일로부터 비롯됐다. 지금까지 젠지는 대회 메타와 상관없이 각 선수가 플레이에 자신 있는 챔피언들을 위주로 가져오며 늘 비슷비슷한 조합을 만들었다. '비디디' 곽보성은 아지르-신드라-조이-오리아나 등의 정통 메이지를 잡고, '룰러 '박재혁의 칼리스타는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 '라스칼' 김광희는 레넥톤을 필두로 든든한 국밥 역할을 담당하며 '라이프' 김정민은 거의 모든 경기서 탱커형 이니시에이팅 서포터를 플레이한다.

플레이 스타일은 체급 차이를 앞세운 일방적인 파운딩이다. 강력한 라인전을 통해 초반부터 서서히 스노우볼을 굴리다가, 상대가 저항을 시도하면 그대로 밀쳐 눕히고 마구 때려 항복을 받아낸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면 어느새 성장을 마친 '룰러' 엔딩으로 경기를 마무리 짓는다. 이러한 '젠지 클래식'은 지금까지 수많은 팀을 쓰러뜨렸다. 특히 체급이 낮은 팀들에게 젠지의 연주는 장송곡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팀들을 상대론 '젠지 클래식'의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났다. 일단 한정된 챔피언 폭과 예측하기 쉬운 밴픽 패턴으로 인해 밴픽에서부터 손해를 보고 들어갔다. 초반 우위를 점하지 못해 전력이 비슷한 상태로 중반 이후 운영 단계에 돌입하면 더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시즌이 거듭될수록 봇 라이너의 캐리력이 점차 줄어들어 '룰러' 엔딩의 연출 빈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젠지의 현 로스터, 일명 '반지원정대'가 결성된 것은 2020 시즌이다. 그러나 상기한 '젠지 클래식'의 단점으로 인해 젠지는 해당 리빌딩 이후로 단 한 번의 LCK 우승도 차지하지 못했고 2020 롤드컵에선 8강에 그쳤다. 이에 팬들은 2021 롤드컵에서 젠지가 선보일 경기에 대해 많은 우려를 보냈다.

2021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D조에 속한 젠지는 시작부터 클래식을 연주했다. 1경기였던 LNG e스포츠전은 승리로 마무리했으나 2경기 매드 라이온즈전에선 '젠지 클래식'의 모든 단점을 보이며 처참히 무너졌다. 3경기부터 5경기까지는 '버돌' 노태윤을 투입해 장르를 완전히 바꿔봤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다시 '라스칼'을 기용한 젠지는 클래식으로 돌아와 진흙탕 싸움 끝에 D조 1위에 올랐다.




8강에서 C9을 만난 젠지의 스타일은 여전히 클래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지는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퍽즈'는 '비디디'의 체급을 감당하지 못했고, '클리드' 김태민은 '블래버'와 벌인 모든 강타 싸움에서 승리했다. 또한 모든 세트에서 젠지의 봇 듀오는 C9의 봇 듀오보다 큰 존재감을 보였다. 운영에서의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으나 C9에게 패배할 정도는 아니었다. 초반 큰 열세에 놓인 3세트에선 극적 역전승을 만들기도 했다.

보다 긍정적이었던 점은 밴픽에서 약간의 변주를 곁들였다는 점이다. '비디디'는 '퍽즈'의 야스오를 상대로 미드 아트록스를 꺼냈으며 '룰러'는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이후 처음으로 진을 플레이했다. 8강 승자 인터뷰에서 '라스칼'은 그레이브즈-케넨을 잘 다룰 수 있다고 이야기했고, '비디디'는 다양한 챔피언을 준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제 젠지는 4강에서 EDG를 만난다. EDG는 C9보다 확실히 강한 팀으로 느껴지지만, 절정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는 '비디디'를 필두로 한 '젠지 클래식'이 그들에게 통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젠지는 굳이 다른 길을 찾지 않아도 된다. 그저 지금까지 갈고닦은 연주 실력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선보인다면 EDG를 넘어 결승 무대에 오르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변주는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 2021 롤드컵 녹아웃 스테이지 4강 일정

1경기 담원 기아 vs T1 - 30일 오후 9시
2경기 EDG vs 젠지 - 31일 오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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