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아온이 되지 못한 로아온

게임뉴스 | 유준수 기자 | 댓글: 437개 |
지난 18일(일), 로스트아크의 정기 행사 2022 로아온 윈터가 개최됐다. 지금까지의 로아온이 그러했듯 이번 로아온도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로스트아크를 즐기면서 생기는 각종 불만점 및 궁금증을 해소하고 추후 업데이트도 미리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공연이나 이벤트 등 볼거리도 많은 종합 행사다.

다만 이번 로아온이 기대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금강선 디렉터가 물러난 이후 진행되었던 로아온 썸머가 모험가들을 충족시키기엔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걱정도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기대감 반, 불안감 반 속에 진행되었던 2022 로아온 윈터는 다행히 지난 로아온 썸머보다는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추후 업데이트를 발표하는 것은 물론, QnA를 포함해 5시간이 넘는 알찬 구성을 선보였다. 로아온 썸머 당시의 다소 어색하고 무거웠던 분위기도 많이 풀린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일반적인 '게임 행사'로써는 나쁘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모험가들이 기대하던 '로아온'이 되지는 못했다. 프레젠테이션 페이지는 많았으나 심도 있는 내용이 적어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지는 못했으며, 추후 업데이트의 기대감과 설레임을 채워주기에도 부족했다는 평이다.




▲ 기대감 반, 불안감 반 속에서 진행되었던 2022 로아온 윈터


▣ 언급은 했으나 언급에 그쳤다. 쟁점을 회피하는 아쉬운 발표

추후 업데이트 발표에 앞서 진행된 2022 업데이트 리뷰 및 이슈 정리 시간을 가진 것은 환영이다. 모든 이슈가 다뤄진 것은 아니겠지만, 파장이 컸던 이슈들은 대부분 언급됐다. 여기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QnA에서 보충하기도 했다.

다만 언급이 된 것은 좋지만, 그뿐이었다. 중요한 불만을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심화적인 내용이 거의 없었던 것은 물론, 아예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업데이트들을 언급하면서 공약 이행률 88.6%라고 고지한 부분이다. 88.6%, 물론 높은 수치다. 그러나 남은 11.4%에 대한 어떠한 설명이나 해명도 없이, 공약 이행률이 높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가르가디스, 볼다이크, 심연의 루프 등 모험가들이 기대하던 업데이트들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너무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다.

밸런스 패치 관련도 마찬가지다. 2022년의 밸런스 패치를 만족하는 모험가는 적은 편이다. 8월에 밸런스 패치가 컸던 것은 맞지만, 이는 일부 클래스에 한정하며 다른 클래스들은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일부 클래스를 우선해서 진행한다는 말과 함께, 밸런스 패치는 4~5개월이 적절하며 더 빠를 수는 없다고 발표한 부분은 오히려 기대감을 떨어트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말은 결국 클래스 하나가 2년에 한 번 밸런스 패치를 받는다는 말이 된다. 물론 실제로는 이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모험가들의 불만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한 채 개발 기조를 언급하다 보니 일어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 88.6%도 좋지만 11.4%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으면 어땠을까?



▲ 과제가 다 지켜지긴 했다. 다만 유기적으로 얽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신규 클래스에 하이퍼 익스프레스? 계속 발목을 잡는 6회 제한

이번 업데이트 발표 중 비중이 상당히 컸던 부분이 신규 클래스들이다. 이미 발표되었던 여버서커인 슬레이어는 물론 대형낫을 사용하는 데런의 4번째 클래스인 소울이터, 새로운 젠더락 클래스인 남자 인파이터까지 예상치 못한 매력적인 클래스가 많이 발표됐다.

문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원정대 6회 골드 제한 정책으로 수렴한다. 6회 제한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신규 클래스가 나올 때 발목을 잡는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6개 이상의 클래스를 육성한 상태로 신규 클래스를 육성하려 한다면 기존 클래스 하나가 사실상 버려지기 때문이다.

물론 골드 제한과는 별개로 모두 육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클래스 육성 보상이 골드가 전부인 것도 아니며, 그 자체로 매력적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동기가 하나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으며, 7개 이상의 클래스를 육성 중이라면 아무래도 손해를 보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신규 클래스뿐 아니라 새로운 캐릭터 육성을 장려하는 하이퍼 익스프레스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신규 클래스나 하이퍼 익스프레스를 발표하려 했다면 6회 제한 정책의 해결책도 같이 제시할 필요성이 있었다. 추후 QnA에서 조금 언급되긴 했다지만, 결국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뿐이었다. 이슈가 된지 상당히 오래되었음에도 논의 중이라는 것은 해당 사안을 크게 보지 않고 있으며, 언제 해결될지 기약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사안의 중요도를 올려 다음 하이퍼 익스프레스나 신규 클래스 출시 전까지는 어느 정도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 새로운 클래스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 6개 이상의 캐릭터가 당연해진 현재, 6회 제한 정책이 발목을 잡는다


▣ 이것 하나로 해결될까? 데우스 엑스 마키나 포지션의 연금술

이번 로아온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연금술이다. 발탄과 비아키스 골드 생산 하락과 함께 연금술로 인한 소비 골드 증가로 골드 인플레이션 해결을 노리는 것은 물론 기존에 없던 시스템에 대한 신선함, 상위권에게 주는 새로운 성장 동기 및 보상의 가치를 한 번에 노릴 수 있는 포지션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금술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다. 골드 인플레이션 해결책 중 일부라고는 하지만, 현재도 상위권의 생산 골드 대비 소비 골드가 많다고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인데 결국 상위권에게 부담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신선한 성장 방식이냐고 한다면 효과가 보스 피해 증가, 공격 속도 증가와 같은 형태로 보이다보니 결국 전투 양상이나 스타일이 바뀌는 것도 아닐 것으로 추측된다.

성장 동기 또한 회의적이다. 1,490레벨에 팔찌를 장착할 수 있다고 해서 1,490레벨이 목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연금술이 성장 동기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템 레벨에 따른 단계별 차이점 등 더 다양한 형태의 스펙이 필요하거나 전투 방식의 차별화 등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세팅에 대한 성장 동기는 유물 6세트 및 각인이 거의 완성되는 1,445레벨 이후 사실상 멈춰있는 상태다. 다만 상위권 보상의 가치에 대해서는 기대해볼 수도 있다.

문제점 해소를 위한 새로운 시도는 환영이다. 다만 연금술 외의 추가적인 방안이 없는 것이 아쉽다. 연금술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일지, 아니면 숨겨뒀던 패가 더 많을지는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재미있고 흥미로운 시스템으로 등장하길 바라는 신규 파밍 요소 연금술


▣ 정확한 일정은 언제? 공수표로 느껴지는 발표

추후 업데이트에 소개된 내용들은 충분했다. 지난 로아온에서 발표한 것들도 많긴 했으나 당시도 예고의 예고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발표한 것이기도 하며, 신규 클래스나 지역, 카제로스 레이드 등 이번 로아온에서 추가된 발표도 많았기 때문에 내용이 적다고 하긴 어렵다.

문제는 정확히 언제 업데이트되냐는 것이다. 로드맵을 살펴보면 결국 당장 할 것이 없어 보인다. 2020년에는 베른 남부가, 2021년에는 로웬이 로아온 직후에 등장했다. 다만 이번 로아온 이후 등장하는 볼다이크는 2월이다. 2월까지 일정이 비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조금 더 기다려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로드맵 내용을 조금 더 상세히 본다면 12월의 업데이트는 사실상 이벤트 정도에 그치며, 하이퍼 익스프레스라고는 해도 6회 제한에 의해 혜택을 보지 못하는 모험가도 많다. 이동 효과 아바타나 편의성 개선은 당연 환영이지만, 콘텐츠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1월의 슬레이어도 마찬가지다. 매력적인 클래스긴 하지만 관심이 없는 모험가도 있고 다시 6회 제한이 발목을 잡는다. 클래스 개선 및 밸런스 조정은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자신의 클래스가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

2월은 이번 로드맵의 메인이다. 신규 대륙 볼다이크와 어비스 던전, 연성 시스템, 가르가디스가 모두 등장한다. 로드맵상 가장 수직 콘텐츠가 많은 달이다. 다만 어비스 던전과 가르가디스, 연성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볼다이크만큼은 빠르면 12월, 늦어도 1월에는 먼저 등장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3월도 애매하다. 태초의 섬과 아브렐슈드 헬, 호감도 애정, 영지 추가 업데이트 모두 이른바 수직 업데이트는 아니다. 이번 발표 중 중요도가 높은 운명의 빛이나, 쿠르잔 대륙, 베스칼 가디언, 카멘, 카제로스, 심연의 루프, 3차 각성이 모두 로드맵에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최소한 지난 로아온에서 발표했던 카멘이나 심연의 루프, 3차 각성과 같은 부분들은 이번 로드맵에 있어야 했을 것이다. 정확한 일정이 없는 이상 발표한 내용은 어디까지 개발이 진행되었는지, 어떤 것들이 내후년에 업데이트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공수표로 느껴지지 않게끔 적절한 시기 발표가 필요했다.




▲ 당장 즐길 것이 부족한 것은 물론, 2월 외에는 기대할만한 수직 콘텐츠도 없다



▲ 이전 로아온에서 발표가 되었던만큼 조금 더 확실한 시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 확신을 주지 못한 답변. 더 발전된 QnA가 필요할 때

QnA 파트의 경우 사전 질문을 받고 이에 대해 대답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다만 QnA 시간의 퀄리티가 상당히 떨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불만을 가장 해소시켜줄 수 있는 시간인 QnA를 진행했음에도 오히려 불만이 쌓여버린 것이다.

애초에 사전 QnA 방식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았다. 의도적으로 특정 질문을 채택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로아온 당시의 발표 내용에 대한 질문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특정 질문을 거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질문들이 다수 채택되었으며 이에 대한 확실한 답변이 나왔고, 발표 내용에 대한 질문 또한 추가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발표 내용으로 충분했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기대되는 마음이 컸다. 즉, 단점을 충분히 커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로아온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QnA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된 모습을 보였다. 날카로운 질문을 채택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에 대한 답변 대부분이 고려 중이거나 개선 예정, 논의 중이었다. 실시간 QnA도 아니고 사전 QnA임에도 그런 답변이어서는 안 되었다. 미리 질문을 알고 있는 만큼 확실한 답변을 준비해와야만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을 것이다.




▲ 검토하겠다나 논의 중이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답변을 원한다


▣ 비슷한 내용, 다른 결과. 중요한 것은 모험가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프레젠테이션만 보면 이전까지의 로아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성도 비슷하다. 다만 결과는 달랐다. 가장 큰 차이는 당연 화술이다. 금강선 디렉터식 화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발표하는 내용들을 듣는 모험가 입장에서 어떤 부분이 즐거울지에 대해 신경 쓰는 부분이 부족했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회피하지 않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거나 사과하는 등 꼼꼼하고 디테일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공약 이행률 88.6%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좋다. 다만 모험가들은 남은 11.4%를 더 크게 느낀다. 가르가디스의 영상을 보여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밀린 이유나 신경 쓴 부분 등 이루어지지 않은 업데이트에 대해 하나씩 짚어봐야 했다.

작거나 대중적으로 원하지 않았던 내용이라도 그래도 해보고는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테면 AOS 모드의 경우 전반적인 기대치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다른 개발이 밀리기 때문에, 개발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PVP와는 다른 AOS 모드만의 장점과 재미를 소개해도 좋았으며, 혹은 필요성을 이야기해도 좋았다.

새로운 업데이트 발표 또한 마찬가지다. 악보 시스템을 통한 연주가 무엇인지, 슬레이어는 남자 버서커와 어떻게 다른지, 소울이터는 어떤 클래스인지, 1월 밸런스 패치는 어떤 식일 것인지 등 추가적인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다. 당장 슬레이어만 해도 영상만 보면 화염속성을 사용하는 버서커일뿐이다. 모험가들이 실제로 느낄 궁금증에 대해 풀어줄 생각을 해야 한다.

로아온이 끝나고 시간이 다소 지난 현재까지도 모험가들은 로아온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중이다. 의견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아쉽다는 평이 많다. 로아온이 아쉬웠던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혼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세 명의 수석팀장이 금강선 디렉터와 같은 길을 걷거나 같은 기치를 세울 필요는 없다. 다만 로아온에서만큼은 개발자의 시선이 아닌, 조금 더 모험가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조금 더 즐거운 로아온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 로아온이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모험가의 시선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로아온에 대한 비판 글이 1,000개가 넘어가는 추천을 받기도 했다 (인벤: 과자집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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