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쉽고 재밌는 레이드!? 베히모스 후기

게임뉴스 | 최민호 기자 | 댓글: 41개 |

로스트아크 16인 레이드 베히모스
쉽고 재밌는 레이드?!
앞으로의 에픽 레이드는 어떨까?







쉽고 재밌는 레이드, 베히모스?!
첫 소감은 일단 할만했다. 공개 파티 모집,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레이드 특성상, 세간의 평가처럼 아주 쉬운 레이드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꽤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레이드가 쉽다기보다는 여러모로 편의성에 신경을 쓴 레이드였기 때문이다. 과거의 16인 레이드 '카이슈테르'는 수많은 협동 기믹, 긴 이동 시간으로 인한 합류/집합의 어려움, 각기 다른 히트 박스로 인한 백/헤드 포지션의 불리함 등 다양한 불편 요소들이 존재했다. 에픽 레이드 베히모스는 이런 '불쾌함'을 없애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레이드다.

먼저 보스의 움직임이 카이슈테르에 비해 묵직하다. 돌진이나 머리를 돌리는 선회 패턴도 잘 나오지 않고, 측면이나 후방 견제 패턴 정도만 사용한다. 딜 사이클을 돌리면서 생기는 불쾌함이나 피로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구조다. 또, 포지션에 관계없이 백/헤드 보너스가 적용되는 약점 포착이나 하나의 전장에서 시작해 끝나는 심플한 전장, 카이슈테르의 전염 패턴처럼 개인 단위가 아닌 4인 파티 단위로 움직이면 되는 기믹 수행 등, 여러모로 발전한 레이드라는 인상을 받았다.




▲ 백어택 치기가 유난히 힘들었던 과거 카이슈테르



▲ 약점 포착 기믹은 그런 불편을 덜어줬다


특히, 16인 레이드이면서도 '개인이 잘 하면' 클리어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점도 특이하다. 베히모스의 협동 패턴은 1, 2관문을 통틀어 '쇼크 회오리', '실마엘 무력화' 두 패턴뿐이며 나머지는 개개인이 알아서 잘 회피하면 전부 대응할 수 있는 패턴들이다.

여기에 개인이 보스의 패턴을 잘 피하면 '폭풍의 파편'으로 공격력 증가를 얻고 딜량이 증가한다. 반대로 보스의 패턴에 피격될 경우 '과전류' 상태가 되어 파편 스택이 감소하며 회복약이 빠진다. 개인의 플레이가 묻히기 쉬운 16인 레이드에서 '보상'과 '벌칙' 두 방법 모두를 설정해 개인 기준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셈이다.

그렇다고 베히모스가 가디언 토벌처럼 보스와 단순 격투를 펼치는 레이드는 아니다. 협동 패턴의 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대신 '약점 공격'이라는 전략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보스의 부위를 하나하나 파괴하고 최종적으로 머리 파괴를 통해 공격대의 딜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날개를 언제, 어떻게 파괴하냐에 따라 전략을 달리 가져갈 수 있고, 공격 대장이 이런 부분을 조율해 파티를 배치해야 한다. 머리 파괴 시에는 추가 버프를 통해 보스를 때리는 '맛'도 살렸다.

베히모스는 간만에 등장한 '0줄' 패턴이 없는 보스다. 협동 패턴의 숫자가 적고 격돌이나 내외부 등 있을 법한 패턴이 없어 심심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심심한 보스전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패턴 학습이 쉽다는 측면이다. 1-2관문의 보스는 둘 다 베히모스. 기본 격투 패턴이 동일하며, 협동 기믹인 '쇼크 회오리'도 1관문의 것이 2관문에서 심화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처음 도전하는 모험가도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다.




▲ 거리조절만 하면 되는 1관문의 쇼크 회오리는



▲ 2관문에서 심화 버전을 만날 수 있다


끝으로 베히모스 또한 '때리고 피한다' 철학이 이어지는 보스다. 카멘부터 시작된 이 기조는 레이드 보스가 중간중간 '기본 패턴' 대응을 요구하며 페이즈마다 난이도를 높여가며 기본 패턴 숙련 유무를 체크한다. '발탄'의 마지막 페이즈를 생각하면 쉽다. 발탄의 앞뒤앞 패턴 대응을 못 하는 모험가라면, 유령 페이즈에서 생존이 힘들 것이다. 처음에는 피하기 쉽던 발탄의 '휘적휘적'도 좁은 전장에서 분신들의 돌진을 피하며 대응하려면 생각보다 어렵다. 카멘부터는 이렇게 '기본 패턴'을 잘 피하고 때리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4관문 카멘이 대표적인 예시다. 카멘의 기본 패턴을 모르면 공격 기회를 가질 수조차 없으며, 280줄 구간에서 계속 추락사하게 된다. 카멘 4관문은 공략의 핵심이 기본 패턴 대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본 패턴을 모르면 계속 넘어지며 카운터 기회를 놓치게 되는 '에키드나' 0줄 패턴도 이와 비슷한 디자인이다.

베히모스에서는 추락사까지는 아니지만, 기본 패턴을 모르면 '회오리' 디버프에 걸려 폭풍의 파편 스택을 쌓을 수 없게 되고, 과전류의 시간이 늘어나는 손해를 보게 된다. 비교적 낮은 난이도의 베히모스가 좋은 평가를 받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베히모스의 강화 페이즈 격투 패턴은 강화 페이즈에서 대폭 변화되어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 기본 패턴 대응이 중요한 카멘 4관문



▲ 좁은 전장에서 보스의 기본 패턴에 대응한다, 발탄과 유사한 구조다


1부위 초월...베히모스의 보상은 다소 아쉬울까?
전재학 디렉터가 공언했듯, 베히모스의 보상은 의도된 것이다. 베히모스는 신규 성장 콘텐츠가 있긴 하지만, 딱 무기 한 부위만 초월할 수 있다. 누적된 성장 콘텐츠의 피로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꾸준히 보스를 파밍 하면 졸업할 수 있는 구조는 동일하지만, 엘릭서, 초월에 비해 골드 소모나 부담이 적은 편이다.

다만, 상급 재련보다도 적은 6%의 피해 증가와 조금 미묘한 확률형 옵션까지 기존 엔드 콘텐츠처럼 성장의 목표가 되기엔 부족한 느낌이다. 1 부위긴 해도 초월은 초월이기에 3성 맞추는 과정이 어려운 편이고, 주간 보상도 캐릭터 귀속이라 어딘가 아쉽다. 그나마 새로운 보스 드롭 아이템인 베히모스 이동 효과가 평이 좋은 편이다. 오히려 베히모스의 메리트는 '레벨만 올리면 얻을 수 있는 보상'이라는 점이 크다.

확률형 옵션이 가지고 있는 미묘한 사용감도 아쉽다. 구 사멸/배신 세트, 행운 엘릭서 등 확률형 옵션은 늘 별로 좋지 못한 취급을 받아왔는데, 모두가 강제로 장착하는 무기 초월 최종 옵션이 확률에 따라 발동되는 방식이라 확실한 성장 체감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서포터의 경우, 클래스에 따라 아이덴티티 환급 옵션의 유불리가 갈리는 구조인 것도 아쉽다.




▲ 카멘의 초월보다는 낫지만...초월은 초월이다

진짜 문제는 '0관문'... 랏폿 문제 계속 될까?
파티 구성은 베히모스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다. 16인 규모이니만큼 파티를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걸리고, 던전 안에서 트라이를 진행해도 휴식 시간이나 중도 하차 등이 스트레스가 된다. 특히, 베히모스 파티가 카멘, 에키드나에 비해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기에 유난히 '랏폿(마지막 서포터)'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다만, 전재학 디렉터도 이야기했듯 랏폿 자체는 베히모스 만의 문제는 아니며 현재 서포터 비율상 다른 8인 레이드와 비슷한 정도라고 한다. 공식 발언으로 베히모스 기준 서포터의 98%가 참여 중이라고 하니 공개 파티 모집이 안정화되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1주차에는 랏폿이 화제였지만, 2주차부터는 상황에 따라는 랏폿/랏딜이 뒤집어지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 현재 베히모스 최대 어려움은 0관문이라고 봐도 무방


다음 에픽 레이드는 언제? 남은 과제들
16인 레이드 베히모스가 그럭저럭 성공하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로스트아크의 엔드 콘텐츠의 메인은 8인 규모이며, 전재학 디렉터도 8인 중심의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베히모스라는 시도 자체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한계도 노출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전재학 디렉터는 "만약 나중에 16인 레이드를 다시 출시한다면 베히모스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나은 레이드를 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불편함은 해소했지만, 16인 레이드의 당위성은 부족했다

베히모스는 편의성에 굉장한 노력을 들인 레이드다. 덕분에 16인 레이드나 다른 대규모 레이드에서 겪는 특유의 불편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베히모스가 굳이 16인이었어야 했나는 당위성이 부족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베히모스는 다른 대형 보스들과 비교해 봐도 큰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4인 던전인 상아탑의 라카이서스가 대표적이다. 거대 보스와 전투하며 구속구를 이용한 부위 파괴, 라카이서스의 피라는 특수한 버프로 느낄 수 있는 재미 등 베히모스가 보여준 요소들과 거의 비슷한 방식의 재미를 준다.

베히모스의 특수 기믹인 쇼크 회오리, 실마엘 무력화도 8인으로 진행 시 차이가 없는 패턴이며, 오히려 8인 규모로 하면 더 직관적인 패턴도 있다. 당장 현재 베히모스를 8인으로 줄여 내놔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거대 보스 특유의 질감과 묵직함, 큰 히트 박스가 주는 안정적인 타격감 등 16인 레이드의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16인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들어갈 필요성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 4인 규모로 거대 보스전을 훌륭히 재현한 상아탑의 라카이서스



▲ 베히모스는 8인으로 나와도 현재 기믹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다


- 16인이기에 추구한 라이트함...이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까?

베히모스 자체는 16인의 밸런스를 잘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공개 파티로도 수월하게 클리어가 가능하며, 동시에 트라이 단계에서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어 도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까지는 에픽 레이드라는 시스템과 재미를 잘 어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에픽 레이드가 문제다.

베히모스보다 어려운 에픽 레이드가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대규모 인원으로는 수행할 수 있는 기믹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아브렐슈드 4관문의 '찬미' 패턴을 16명이 수행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디테일한 기믹을 수행하기에는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다.

그래도 베히모스에서는 개인에게 보너스를 주는 폭풍의 파편과 과전류로 8인 레이드의 대규모 기믹과 차별화를 노렸으며, '부활 기회'라는 찬스를 주는 식으로 기믹의 어려움을 커버할 수 있었다. 에픽 레이드의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다음 보스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간 보스전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 베히모스보다 어려운 16인 레이드가 나올 수 있을까?


- 그래도 다음이 기대되는 '에픽 레이드'

이처럼 에픽 레이드는 16인 레이드라는 시스템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여전히 한계와 단점은 존재하긴 하지만, 포지션상 혼돈의 상아탑처럼 쉬어가는 구간을 '16인 레이드'라는 새로운 시도로 커버하는 데 성공했다.

베히모스의 쉬운 난이도는 설정상으로도 납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베히모스는 전 군단장인 에키드나, 최강의 군단장이자 혼돈의 신인 카멘에는 못 미치는 존재다. 그가 카멘이나 에키드나보다 쉬운 레이드로 나와도 이상할 것은 없는 셈.

그렇다면, 에픽 레이드에서 기대되는 보스가 하나 있다. 혼돈의 가디언 최종 보스인 '바르칸'이다. 바르칸은 카단과 일기토를 벌여 무승부를 기록했으며, 카멘의 어둠 군단을 직접 막아내고, 가디언 루와도 호각을 겨루는 강력한 가디언이다. 군단장 레이드에 '카멘'이 있다면, 에픽 레이드에는 바르칸이 있는 셈. 현재의 '베히모스'가 어떤 결과를 낳건 바르칸부터는 본격적으로 발전한 16인 규모 레이드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 여러모로 난이도나 보상 설정이 영리한 레이드라는 생각이 든다



▲ 바르칸은 다음 에픽 레이드 보스로 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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