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편안한 분위기를 압도하는 붓 터치, '누루' 팬아트 작가를 만나다

인터뷰 | 김진엽 기자 | 댓글: 18개 |

'힐링'이 중요시 여겨지는 시대이다. 일상 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치유 받고 싶은 영혼들이 많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팬아트 코너는 기자가 즐겨찾는 힐링 공간이다. 원작과는 달리 기괴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사심이 반영된 스토리, 폭소를 자아내는 패러디 등 팬들에 의해 재구성 된 팬아트는 잠시 정신줄을 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나뭇결의 온기를 품은 듯한 색감, 단촐한 배경과 어우러지는 선 놀림, 편안한 분위기를 압도하는 붓 터치. 팬아트 작가 '누루'의 작품에는 차분함과 조용함이 있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작품 전체에 아름답게 흐르는 행복과 평화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포근함을 느낀다.

오후 6시 신도림 역 개찰구, 인터뷰를 위해 처음 만난 누루 작가는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그런 편안함이 느껴졌다. 약속된 시간에 딱 맞춰 등장한 그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한 발짝 더 가까이 친근감을 표현한다. 이어서 빙그레 웃으며 '인터뷰 기대 많이 했습니다.'라며 먼저 안부를 물었다.



▲ 인터뷰 내내 손을 쉬지 않는 퍼드 인벤 팬아트 작가 '누루'




- 안녕하세요 누루님!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 전에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께요.


안녕하세요. 빛 속성 덕후 누루입니다. 올해로 25살이고, 지금은 게임 그래픽쪽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냥 짬나는 틈틈히 팬아트를 그렸는데,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네요.



- '누루'라는 닉네임을 들으면 뭔가 구수한 느낌이 드는데요. 여기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사실 닉네임에 큰 의미는 없어요. 제 이름 중에 黃(누를 황)이 들어가는데, 친구들이 누룽지, 누렁이라고 놀리던게 그대로 닉네임까지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듣다보니 정감이 가더라고요(웃음).



- 퍼즐앤드래곤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워낙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주변에도 게임을 즐겨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퍼즐앤드래곤도 친구에게 처음 소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좋은 인상을 갖기 힘들었습니다. 애초에 퍼즐이라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고전의 느낌이 강한 UI(User Interface) 디자인은 제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그래서 튜토리얼만 플레이 해보고 한 동안 멀리했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지인들이 대부분 플레이 하고 있더군요. 혼자만 가만히 있기 뭐해서 다시 플레이를 해 봤어요. 그리고 파티 조합이나, 던전 격파 등 운영의 묘미를 깨닫고는 점차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 누루 작가의 첫 리셋마라 몬스터, 야마타노 오로치



- 퍼즐앤드래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생각하는 퍼즐앤드래곤의 매력은 다양한 파티 조합과 전반적인 게임 밸런스라고 생각합니다. 던전에 따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몬스터를 이리저리 조합해서 격파해 나가는 재미. 특히 능력치가 떨어지는 몬스터라도 운용의 묘미로 전력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이 참 맘에 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은 모두 게임 밸런스가 잘 잡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 퍼즐앤드래곤이 처음 국내에 상륙한 뒤로 UI 부분에서도 많은 패치가 진행됐습니다. 아직도 UI가 맘에 안드시나요?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UI 패치도 여러번 진행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큰 변화는 잘 모르겠네요. 일러스트 쪽은 초창기 모델에 비해 상당한 발전을 이뤘는데, UI쪽은 기존 스타일을 줄곧 유지한 것 같습니다.



- 누루님은 특유의 안정감을 주는 그림체로 팬아트 갤러리에서 제법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팬아트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가 있는 환경에서 자랐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컴퓨터 게임과 친하게 됐고, 여기에 그림 그리는 취미가 더해지면서, 팬아트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태까지 즐긴 게임들은 대부분 팬아트를 그려왔어요. 바쁜 일상에서도 팬아트를 작업하는 시간 만큼은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아요.




▲ 누루 작가가 그린 DJMAX 팬아트 'Clear Blue Sky'



- 보통 팬아트 한 작품을 완성하시는데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나요?


작업에 어느 정도 집중하느냐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다른데, 보통 평균 2~3일 정도 걸린다고 보시면 돼요. 인벤에 가장 처음 올린 사쿠야 팬아트의 경우 대략 1주일 정도로 오래 걸린 반면, 에키드나의 경우에는 하루 정도. 그리고 헤라 이스는 반나절만에 뚝딱 해치웠죠.

제가 비교적 손이 느린편이긴 한데,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느낌이 명확하면 결과물이 금방 나오기도 합니다.




▲ 누루 작가의 팬아트 작업장 환경




- 작품에 대한 소재나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구하시나요?


팬아트를 그리는데 있어서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는데요.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몬스터를 그린다' 입니다. 제 몬스터 박스에 들어있는 몬스터들을 전부 그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항상 오늘은 어떤 녀석을 그려줄까 하는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일단 뭘 그릴 것인가를 결정했다면, 게임 내 기본 일러스트를 옆에 두고 캐릭터의 자세나 복장 등을 어떻게 표현할 지 생각합니다. 웬만해서는 그대로 재현하는 편이지만, 평소 생각해둔 이미지가 있다던가, 따로 독자들의 요청이 있었다면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한번은 독자로부터 불량 삐에로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왠지 사람형으로 그리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손이 가는대로 그려봤는데, 우려와는 달리 결과물이 잘 나왔고, 독자들의 반응도 괜찮아서 내심 기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 독자의 요청에 의해 탄생한 불량 삐에로짱



- 팬아트 작품 댓글 중에 "누루님 작품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슬퍼진다."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에 관련해 어찌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도 그 의견을 보고 내심 찔려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감정표현이 좀 서툰것 같아요. 그래서 그림 속 캐릭터는 웃고 있는데, 어딘가 웃고 있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드는거죠. 이건 제가 좀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작업할 때 채도가 낮은 색의 사용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게 더욱 슬픈 느낌을 주는 것 같네요.




▲ 차분하게 흐르는 행복과 평화의 노래, 발키리 팬아트



- 팬아트를 그리면서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나요?


일전에 메타트론 팬아트를 그린 적이 있었는데, 엔젤링에 들어갈 문양이 마땅치 않은 거에요. 그래서 유명 문구를 따서 문양을 만들어 넣었던 적이 있었는데, 독자분들이 바로 알아보시더군요. 굉장히 세심하게 들어간거라 전혀 눈치를 못챌 줄 알았는데 말이죠(웃음).




▲ 엔젤링에 들어간 문구는 무엇일까요?



- 가장 공들이거나 애착이 가는 팬아트는 어떤건가요?


제가 그린 팬아트들은 전부 다 애착이 가요. 그래도 굳이 딱 하나만 꼽자면, 다른 진화 형태의 엔젤 두 마리가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평소 제가 그리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느낌이 가는대로 그려봤어요. 그랬더니 전혀 다른 스타일로 결과가 나왔더라고요. 제가 그린 퍼즐앤드래곤 팬아트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 퍼드 인벤 유저들의 추천을 독차지한 엔젤 팬아트



- 게임 내 성능이나 일러스트 면에서 가장 좋아하는 몬스터는 무엇인가요?


(한참을 골몰히 생각하다가) 음... 이 질문에 답변하기가 가장 힘드네요. 아직도 살짝 고민중이긴 한데, 그냥 일러스트로만 봤을 땐 엔젤입니다. 그리고 성능을 따진다면 기린과 비녀신 칼리, 그리고 하토르 정도를 꼽을 수 있겠네요.

종합적으로 선정하자면 그래도 여태껏 가장 많이 사용해 왔고, 애착이 강한 '기린의 화신 사쿠야'를 고르겠습니다.



- 아트를 하시는 입장에서 게임 내 일러스트를 보고 내심 감탄했던 일러스트가 있었나요?


최근 이집트 2차 중에 오시리스의 일러스트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죽음과 부활의 신이라는 콘셉트를 잘 반영한 것 같아요.

이전에는 저를 처음으로 대량 과금의 길로 인도했던 사방신이 있겠네요. 특히 기린의 일러스트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무작정 뽑겠다고 결심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부터 빛 속성 덕후의 길로 빠져든 것 같아요. 이외에 슈퍼걸도 참 예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 혹시 공식 일러스트 중에 '본인이 다시 한 번 재구성해 보고 싶다' 하는 일러스트가 있나요??


음... 캐릭터 일러스트에 미련은 없습니다. 그저 '이렇게도 그리는구나', 또는 '이건 정말 예쁘다' 정도로 생각만 하고 있어요. 차라리 한번 변화를 줘 보고 싶은게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게임 UI 디자인. 제 스타일에 맞게 깔끔하게 수정해보고 싶네요.



- 퍼즐앤드래곤 랭크는 얼마고, 하루에 얼마나 플레이하시나요?


랭크는 현재 510이고요. 랭커들의 말마따나 이제 막 튜토리얼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웃움). 그래픽 작업을 할 때, 또는 스태미너가 바닥났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접속해 있습니다. 계속 아무 생각 없이 하다보니 어느새 친구들의 랭크도 넘어서고,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네요.




▲ 누루 작가의 퍼드 몬스터 박스, 좋아요 순(왼쪽) 획득 순(오른쪽)



- 과금은 얼마나 하셨나요?


그냥 과금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충전을 하곤 합니다. 정확히 세본적은 없지만 아직 백만원 단위는 넘지 않았길 바랍니다(웃음).

충동적으로 과금한 때가 바로 사방신이 처음 나왔을 때입니다. '사쿠야는 반드시 얻어야 해!' 라는 마음가짐으로 당시 과금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당시에 사쿠야가 나와줬네요.




▲ 누루 작가의 퍼드 주력 몬스터 팀 편성



- 퍼드 몬스터를 3D로 실감나게 재탄생 시킨 누루님의 'project : BETELGEUSE' 작품을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혹시 이후에 다른 몬스터를 3D화 해보실 계획이 있나요?


기계룡 베텔게우스가 당초의 제 생각보다 훨씬 괜찮게 나왔어요. 일일이 다 손으로 그린거라서 작업 시간도 오래 걸렸고요.

살짝 부담스럽긴한데 작업 계획은 있습니다. 아마 다시 만들게 된다면 다음 대상은 사쿠야나 하토르, 칼리 중에 하나가 될 같습니다. 제가 빛의 천사 계열 캐릭터를 좋아해서요.




▲ 퍼드 인벤 팬아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project : BETELGEUSE'



- 그림 방송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특한게 방송 하시는 와중에도 게릴라 시간이 되면 화면을 끄고 주저없이 게임을 하러 간다고 들었어요.


되도록이면 게릴라 시간을 피해서 방송을 켜곤 하는데, 가끔 실수로 일정이 겹쳐서 잡힌다면 전 주저 없이 게릴라 던전을 돌러 갑니다. 아무래도 방송보다는 퍼드가 더 중요하니까요. 제 폰에서 모바일 방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게 된다면, 상황에 맞춰 그림 방송에서 게릴라 던전을 도는 방송으로 전환하게 될 것 같습니다.(웃음).



- 퍼즐앤드래곤 제작사나 유통사에게 바라거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선 항상 우수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해주시는 점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좀 더 유저들과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전에 공지도 없이 업데이트 일정이 늦거나 특정 콘텐츠가 국내판에만 적용이 안된다면,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국내 퍼드 생방송은 좋은 콘텐츠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방송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네요.


-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분들에게 마무리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평소에는 눈팅만하다가 가끔 팬아트 게시판에 출몰하는 라이트 인벤 유저라서 '누루'라는 닉네임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분간은 바쁜 개인 일정으로 인해 왕성한 활동은 힘들지만, 조만간 일정이 느슨해지면 방송도 자주 열고, 팬아트도 자주 투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팬아트 게시판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항상 다정다감한 퍼드 인벤 커뮤니티가 오래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아테나, 기린 리더로 친구 신청하시고, 정작 적소니아만 세워두시는 친구분들, 반드시 찾아낼 겁니다(농담).




▲ 빛속은 사랑입니다! 빛속하시고 축복받으세요~!




▲ 누루 작가가 그린 S4리그 팬아트, CODA 홍보 포스터




▲ 퍼드 인기 몬스터 야각무신 츠쿠요미 팬아트




▲ 사랑스러움의 그 자체, 여걸 에키드나 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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