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둠사탕은 필요없사와요~!" 퍼즐앤드래곤 팬아트 작가 '인테고'

인터뷰 | 김진엽 기자 | 댓글: 24개 |

요즘 문화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팬아트(fan art)'다. 원작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팬들에 의해 장르를 다양하게 오가며 끊임없이 재창조 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 열풍을 불고 온 퍼즐앤드래곤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퍼즐 RPG라는 장르에서 벗어나 이제는 일러스트, 패러디, 미니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팬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다. 팬들은 이제 문화의 최종 소비자가 아닌 창조자로써 게임을 즐기고 있다.



▲ 두근두근 헤라리얼의 히로인 헤라여왕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다양한 팬아트 중에서도 보는 순간, "이거 재밌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작품들이 있다. 특히 인테고의 작품들이 그랬다. 고전게임 원더보이에 출현한 원더헤라, 토실토실 기린반 기린이, 창고지기 미스 아르라우네 등 퍼즐앤드래곤 몬스터의 표정과 행동에서 익살과 재미가 묻어나온다.

인테고는 아이들처럼 엉뚱하고 유쾌한 감성, 재미있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가 그려낸 팬아트에서는 모두 이렇게 쫀득하고 달달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꼈던 다양한 감정의 산물들을 하얀 스케치북에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를 통해 타인들에게 공유하며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게임 속 추억을 그림에 간직하는 것이 즐겁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펜을 들고 그림을 그린다.



▲ 인테고님이 그림을 그리는 작업장 풍경










- 안녕하세요 인테고님!


아이고 기자님 안녕하세요! 언제나 고생이 많으십니다 홍헹항홍~



- 우선 인터뷰 전에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께요.


옙. 저는 중년(76년생) 퍼즐앤드래곤 마라톤 레이서이자, 걍 바보똥개 그림쟁이 인테고라 합니다. 직업은 게임 디자이너이고요. 주 포지션은 기획,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도 살짝쿵 매만지고 있습니다.




▲ 저요저요 바스냥! 빤쮸는 평화를 상징합니다.



- '인테고'라는 닉네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가 게임 만큼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자전거 여행이에요. 인테고(INTEGO)는 해외 자전거 구동계 제작사의 허브 내장형 변속기 브랜드명이고요. 사실 이전부터 즐겨쓰던 닉네임은 따로 있습니다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들키지 않고 퍼즐앤드래곤을 마음껏 하고 싶어 새로 만들었어요.



- 보통 팬아트 한 작품을 완성하시는데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나요?


제가 손이 좀 느린편인데다가 짬을 내서 그리다보니 작업시간이 고무줄이네요. 퍼즐앤드래곤 팬아트의 경우에는 컬러의 사용 정도에 따라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대여섯 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있어요.



▲ 와콤 신티크 12WX와 후지츠의 와콤 태블릿, 노트북 T4215를 사용



- 팬아트를 그리면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장 처음에 그렸던 퍼즐앤드래곤 팬아트는 '나무의 정령 아르라우네'라는 몬스터였어요. 당시에는 인기가 없는 불쌍한 캐릭터를 주제로 삼고 지인들과 채팅을 통해 주고 받으며 공유하곤 했었죠.

그런데 어느날 저희 어머니의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니 프로필 사진에 제가 그린 아르라우네가 담겨 있더군요. 아들의 그림이니 좋아라 올리신거죠. 그런데 차마 말씀을 못드리겠더라고요. "어머니 그 여자는 좋지 않아요"



▲ 사실 '미스 아르라우네'는 그다지 좋지 않아요 ㅠ



- 본인 작품 중에 가장 공을 들였거나 애착이 가는 팬아트가 있다면 하나만 꼽아주세요.


신왕비 헤라를 데포르메한 그림요.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 비행선처럼 생긴 뿔이라든가 각종 악세서리의 표현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왕비님의 도도한 이미지를 기호화 하는 과정이 힘들면서도 재미있었어요.

※ 데포르메 : 만화에서 캐릭터, 연출 등을 의식적으로 확대하거나 부풀리는 표현을 가리키는 말.



▲ 귀여운 캐릭터로 재탄생한 신왕비 헤라




- 퍼즐앤드래곤 게임 내에서 성능이나 일러스트 면에서 선호하는 몬스터는 무엇인가요?


기린입니다. 기린을 획득하기 전까진 대부분의 강림 던전을 발키리와 제우스 같은 일반 던전 몬스터로 공략했어요. 따로 레어 뽑기 몬스터를 갖고픈 마음이 없었죠.

그러던 어느날 사방신 업데이트 소식이 올라왔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기린의 파격적인 액티브 스킬과 기존 몬스터와는 차별화된 리더 스킬. 그리고 북방아시아계 의상에 모 막대사탕을 떠올리는 무기 등 뚜렷한 개성에 한눈에 반했어요.






- 혹시 '토실토실 기린반 기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카툰을 제작해보실 의향은 없으신가요?


(낄낄낄낄낄) 좋네요. 소재 구하기가 좀 힘들것 같긴 합니다만, 고민을 해봐야겠어요.




▲ 1일 1기린 군것질 샷에 등장한 기린반 기린이



- 아트를 직업으로 하시는 입장에서 보고 내심 감탄했던 게임 내 일러스트가 있었나요?


이케야(池屋) 작가의 삐에로 조커요. 재봉선과 단추, 지퍼와 어설픈 바느질로 망가진 봉제인형 드래곤이라는 주제를 잘 살린 점도 재미있고, 부드럽고 깨끗한 컬러 구성이나 디자인 모두가 멋져요.





그리고 인물화로는 이토요이치(イトウヨウイチ) 작가의 헤라 시리즈야말로 퍼즐앤드래곤 삽화의 기준을 나타내는 작품이 아닌가합니다. 특히 헤라 우르즈나 신왕비 헤라, 사탄, 그리고 어둠 이자나미는 정말 맘에 들어요.

귀여운 캐릭터는 백호, 진화소재 릿 시리즈의 스즈키 카오리(鈴木香織) 작가 작화를 제일 좋아해요.

확대한 일러스트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선이 흐릿하다든가 삐뚤어졌다든가, 컬러링이 선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등 거친면이 있는데 이케야 작가나 스즈키 카오리 작가의 작품은 전혀 그런게 없어요. 저는 확실한 마무리가 삽화의 완성도를 더한다고 생각합니다.



- 인테고님은 작품의 퀄리티 외에도 개성 만점의 컨셉과 멘트로도 유명한데요. 이와 관련한 아이디어는 보통 어디서 얻으시나요?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인상적이었던 대사를 떠올려 살을 붙입니다.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 단체방에서 가끔 게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소재를 얻기가 좋더라구요.

또, 평소 제 성격이 반영되어 있는 것도 있고요. 예전 PC 통신 시절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곧잘 듣던 이야기가 '통신에서의 이미지랑 똑같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낯을 어마어마하게 가리는 편이라 이야기가 터지기 전에는 조용한 편이에요.



▲ 즐거운 지인들과의 단체 채팅방



- 현재 퍼즐앤드래곤 랭크는 얼마고, 보통 하루에 얼마나 플레이하시나요?


현재 587랭크고요. 보통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주로 소유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스킬 레벨을 올리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기간이 아니거나 원하는 몬스터를 얻을 수 없는 날엔 아침 저녁으로 두어 번 정도 들락날락 접속만 해두고 있습니다.



▲ 587랭크에 빛나는 몬스터 박스. 플러스순(좌), 획득순 정렬(우)



- 윽... 어마어마한 랭크... 뭔가 수능 우수 학생이 소감에서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식의 일반론처럼 들리는데요?


ㄹ머ㅣ자더른ㅇ,ㅁ.름



- 인테고님의 주력 파티를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주요 강림던전 초지옥급에는 주로 기린 파티를 즐겨 쓰고요. 지옥급이나 일반 던전엔 제우스와 사탄 파티. 그리고 신들의 영역 마지막 층은 고에몬 파티, 게릴라 던전은 완그렌이나 베이툴 파티로 가곤 합니다.



▲ 인테고님의 주력 파티 구성



- 다소 민감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과금은 얼마나 하셨는지...?


지금까지 사용한 과금의 총 액수는 대략 140만원 정도입니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또래 랭크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더라고요.

유료 아이템 소비의 대부분은 몬스터 박스와 친구 항목의 증가를 최우선으로 했고요. 이외에는 스태미너 회복에 썼어요. 레어에그 뽑기는 되도록 참았고요. 그래서 그런지 몬스터 박스가 좀 허해요. 플러스알 갯수도 상당히 적은 편이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적당한 랭크에서 확하고 질렀으면 고생도 덜 하고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 이전에 작품에서 한 차례 거론하셨던, '화장실에서 게릴라 던전을 도시는 한팀장님'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하하) 랭크업이나 레어에그 뽑기에는 무관심하지만, 콜라보레이션 몬스터 모으기와 게릴라 던전을 놓치면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아는 사람.

운디네 같이 비인기 리더를 내밀고 친구를 요청하는 초보 유저의 신청도 기쁘게 받아들이는 따스한 사람.

홍대의 지옥 같은 왕복 2차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도 게릴라 알람이 울리면 발걸음을 멈추고 발키리 리더를 꺼내는 징한 사람 입니다.



▲ 별알요미 : 이 아이는 간혹 릴리스나 덤프티 아르마와 혼동 되기도 합니다



- 혹시 본인이 다시 그려보고 싶은 게임 내 몬스터의 일러스트가 있다면?


감히 제가... 음...(한참을 고민 후)

츠보네요. 츠보네는 예쁘게 그릴 수 있을것 같아요. 궁극진화를 하면서 살짝 예뻐지긴 했는데 조금 더 물 좋은 언니로다가...(웃음)






- 아직 남자 캐릭터 작품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기간테스 같은 남자 캐릭터는 어떤가요?


아! 남자 캐릭터도 좋아합니다. 특히 황룡이나 뱀파이어 듀크 같이 스마트한 분위기가 나는 몬스터요.



- 혹시 토실토실 기린이의 남자친구로 짝지어 준다면 누가 괜찮을까요?


기린이의 아빠와 같은 심정으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단호).



- 다소 무거운 느낌의 기린 '해치'의 귀퉁이 샷을 공개하신 적이 있는데요. 작품을 기대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정보를 조금만 제공하신다면?


'기린' 이미지가 시원시원한 눈매에 깔끔담백하고 반짝반짝, 초롱초롱의 밝은 느낌이라면, '해치'는 두터운 명란젓 입술에 눈꼬리도 처지고 끈적끈적한 상반된 느낌의 캐릭터도 재미있을것 같아 그리기 시작했어요.

참고로 해치(獬豸)는 해태(海陀)라고도 하는데 동아시아 고대 전설 속의 선악을 구별하고 정의를 지키는 상상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리들을 감찰하고 법을 집행하는 사헌부를 지켜주는 상징이라고 하네요.



▲ 구상중인 자작 캐릭터 어둠속성 기린 해치의 귀퉁이 샷



-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던전에 들어갔는데 "아차 당했다!" 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3속성 구슬만 나오는 역룡 던전에 5속성 구슬이 필요한 기린으로 입장했을때요.



- 혹시 가지고 싶은 레어에그 몬스터가 있으신가요?


많죠~! 아폴론, 페르세포네, 오오쿠니누시, 대교소교, 조조 등...

참고로 저번 삼국지 신 갓 페스티벌 이벤트 때 상당히 많은 과금을 했는데, '유비' 딱 하나만 나왔었어요. 유비만 아니면 되었는데 .. 유비만 아니면 .. (부들부들)



- 퍼즐앤드래곤 제작사나 유통사에게 바라거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유통사에게는 "언제나 고생이 많으십니다. 최근 신속한 업데이트 적용에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제작사에게는 "최근 패치 덕분에 드래곤 파티의 서브가 다양해져서 기쁩니다. 퍼즐앤드래곤 스튜디오 여러분 모두의 건강을 기원드립니다."



▲ 꿀키드나 : 불꽃장어 아가씨가 금쁠알을 기원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분들에게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퍼즐앤드래곤은 게임 구조의 특성상 혼자서는 즐길 수 없는 전자오락입니다. 따라서 친구도 구하고, 정보도 공유하고, 스크린샷을 찍어 잡담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퍼즐앤드래곤 인벤은 공략 정보의 품질도 우수하고, 새로운 소식도 빠를 뿐더러, 특히 자유게시판의 분위기가 적절한 수위의 농담과 각자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모습이 게임 생활에 달콤짭쪼름한 양념을 더해주는 듯 싶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부족한 중년 바보똥개의 그림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인벤 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플러스알 와장창, 초대성공 연쇄대폭발, 레어에그 뽑기에서 금알 와르르르 기원드립니다.



- 너무 좋은 말만 해주셔서 반대로 악플이 달릴 것 같아요.


ㅁ러나ㅣㅓㅇㅍ,ㅡㅁㅈㄷ,.르,.ㅁㄴ읆



▲ 쓰.레.기.린이라고 하셨던 분들 찾아낼겁니다. 우후후~





■ 인테고의 팬아트 작품 일부 모음







▲ 천진난만 헤라여왕님과 궁금기린




▲ 어둠사탕은 필요없사와요 기린




▲ 신왕비 헤라의 전자오락 양념 셋트, 바이오헤라즈




▲ 신왕비 헤라의 전자오락 양념 셋트, 원더헤라 퍼즐랜드




▲ FF 콜라보를 기리며 그린 기린 도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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