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9] 트레이너 배틀, 왜 이제서야 만들었냐고요?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16개 |


▲ 롭 지우스티 (Rob Giusti), 나이언틱 선임 소프트웨어 개발자.

'트레이너간의 배틀'이라는 개념은 '포켓몬GO' 출시 초부터 바래왔던 것이기도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유저들이 공개 트레일러에서 보여줬던 배틀을 꿈꿔왔던 것과는 반대로 게임 내에 배틀 요소는 거의 전무한 상태로 출시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어디까지나 다른 게임이기는 했다. 그러나 포켓몬스터라는 IP를 봤을 때에 배틀이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매우 컸기에 발생하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2일. 포켓몬GO에 드디어 트레이너 배틀이 추가됐다. 그것도 실시간 전투로 말이다. 원작 게임과는 조금 다른 형태지만 많은 이들은 변화를 환영했고, 현재 포켓몬GO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즐길 거리로 자리 잡았다. 오랜 시간이 걸렸던 만큼 실시간 트레이너 배틀의 완성도는 준수한 편이었다.

그렇다면 AR게임 ‘포켓몬GO’의 실시간 전투는 어떻게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을까. 나이언틱의 선임 소프트웨어 개발자, 롭 지우스티는 원작 개념을 자신들에게 맞게 개발하고 다듬은 의도를 설명하고자 했다.





먼저, 강연자는 그간 포켓몬GO에서 많은 콘텐츠가 추가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포켓몬GO는 지금까지 관동, 성도, 호연 그리고 최근의 신오 지방까지 다양한 세대의 포켓몬을 업데이트해왔다. 그리고 체육관 배틀과 협력 레이드, 퀘스트 개념인 스페셜 리서치, 친구 목록과 교환 등 꾸준히 게임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강연의 주제인 트레이너 배틀도 발전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강연자는 트레이너 배틀을 개발 및 적용하면서 몇 가지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그중에서 조심스레 접근한 것은 트레이너 배틀이라는 개념이 '기존 시리즈에서 매우 크고 중점적인 콘텐츠'로 취급된다는 점이었다. 원작인 포켓몬스터는 '배틀'이라는 개념이 게임의 중심을 이루기 때문이다. 야생 포켓몬을 포획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AI로 구성된 트레이너들과의 배틀 모두 자신의 포켓몬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포켓몬GO는 다르다. 배틀이라는 개념이 야생 포켓몬 포획에서도, 육성에서도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강연자는 원작의 배틀이라는 개념을 다른 방식으로, 포켓몬GO에 맞게 변용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정의하기에, '의미 있는 추가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트레이너 배틀을 설계하고 변용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새로운 액션을 보여줄 것'이라는 조건이다. 고유한 IP에 맞는 액션임과 동시에 독립적으로도 운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출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벤트와 같은 다른 콘텐츠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포켓몬들의 액션이 제작되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IP는 물론이고 플레이어의 기저에서도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했다. 고려할 점들이 많았고 동시에 다른 콘텐츠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배치하고 설계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IP에서 중요한 개념이기에 허투루 만들어서는 안 됐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왜 하필 지금'이냐는 질문이다. 그렇게 중요한 개념이라면, 출시한 지 햇수로 3년이 지난 시점에 배틀을 추가한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개발자는 배틀 콘텐츠의 업데이트를 몇 가지 측면에서 필요성을 찾았다.




크게는 게임에 실망한 플레이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 이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한편으로는 플레이어들이 육성한 포켓몬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 계획도 있었다. 이처럼 게임에 긍정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콘텐츠로 설계함과 동시에, '수익 창출을 노리지는 않는'콘텐츠로 시스템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필요성은 물론이고 고려할 것들도 많았기에, 트레이너 배틀의 추가는 개발자들에게도 도전과 같은 형태였다. 무엇보다 하드코어한 팬들만을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라는 점이 고민할 만한 지점이 됐다. 기존 포켓몬 IP에 익숙한 사람처럼, 타입에 따른 상성이나 능력치, 기술의 결정력과 같은 심도 있는 시스템을 벗어나야 했다.

그리고 모든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지급할 수 있도록 보상을 배치할 필요성과 AR이라는 리얼 월드 게이밍 환경에 맞는 시스템이어야만 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더불어, 앱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에서의 게임 플레이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AR 게임에서의 트레이너 배틀이었다. 고민할 것들이 매우 많았고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게 하는 결과물을 빚어내야 했던 셈이다.




강연자는 이와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게임을 떠난 플레이어 / 캐주얼 플레이어 / 하드코어 플레이어'의 세 단계로 나누고, 궁극적으로 '배우기 쉽게, 하지만 마스터는 어렵게'라는 목표로 개발을 시작했다. 따라서 기존 플레이어를 위해 '포켓몬GO'만의 조작 체계를 관두고 탭해서 공격하는 시스템을 유지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기존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기존 포켓몬들이 세 번째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모든 유저들에게 보상을 줘야 할 것'이란 방향성은 포켓몬의 전투력(Combat Power, CP)에 따라 참가할 수 있는 리그를 나누는 것으로 해결했다. 이를 통해서 간단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하드코어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모두 트레이너 배틀에 참여하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형태로 설계하는 발상을 떠올렸다.




배틀 시스템까지 플레이어가 유입되는 과정은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친구 목록 시스템 추가 이후에 트레이너 배틀이 등장한 것이므로, QR 코드를 통한 배틀 신청 방식. 즉, 커뮤니티 활동의 강화라는 목적에서 배틀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게 배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포켓몬GO가 사용자 간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보상 또한 반드시 필요한 자원들을 승패와 관계없이 제공하면서, 배틀을 하면 무조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튜토리얼 과정도 실제 플레이어가 아닌 AI가 가르쳐 주는 형태로 구성하여 자연스레 사람과의 배틀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으며, 게임 내 외부에서의 시스템 홍보를 거치며 유입 인구를 늘려나가는 정책을 보여주기도 했다.




치밀한 설계와 방향성 아래에서 탄생한 '트레이너 배틀'의 효과는 굉장했다. DAU와 MAU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새로운 유저들은 물론이고 복귀 유저들도 다시 게임을 찾았다. 앞서 고려했던 지표들 모두 긍정적인 상승을 보여줬고 동시에 게임을 즐기지 않는 유저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충분히 성공적이었고 게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마감되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었다.

강연자는 자신들이 고민한 과정을 통해서 몇 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무언가 시스템을 만들 때, '의미가 될 수 있는 추가점'을 넣으라는 것이다.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스템과 어우러지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획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게임을 즐기는 유저와 커뮤니티가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진입 장벽을 줄이고 '접근하기 편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이렇듯 크게 세 가지 주안점을 통해 효과적이고 잘 만들어진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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