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초에 캐릭터를 담아내라",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의 컷인 철학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41개 |


▲ 사이게임즈 쿠도 에이코 인터랙션 디자이너

지난 2018년 2월 출시된 사이게임즈의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이하 프리코네R)'는 심플하면서도 미소녀 게임의 핵심을 담은 게임으로, 작년에 국내에도 출시되면서 많은 서브컬쳐 유저들의 호응을 얻었다.

귀엽고 발랄한 미소녀 캐릭터와 그 특징을 담아낸 SD로 호평을 받았으며, 여기에 풀더빙에 곳곳에 배치된 애니메이션 컷씬은 프리코네R의 특징처럼 자리잡았다. 특히 컷인 애니메이션은 약 2초 정도의 짧은 순간 동안, 각 캐릭터의 특징과 테마를 보여주면서 인게임 SD와도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호평을 받았다.

짧고도 임팩트있게, 각 캐릭터 테마에 맞춘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세덱 강연에서 사이게임즈의 쿠도 에이코 인터랙션 디자이너는 그간의 작업 과정을 일례로 들면서 그 방법을 소개했다.




프리코네R의 핵심은 '애니메이션'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50명 이상의 히로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70만 자 이상의 방대한 텍스트량에 애니메이션풍 연출을 더해, 게임을 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하는 것이 프리코네R이 줄곧 추구해온 방향이었다. 이는 스토리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컷인 연출에도 해당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서 컷인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가 프리코네R의 핵심 과제이기도 했다.

프리코네R의 배틀 씬의 컨셉은 SD캐릭터가 귀엽게 움직이는 가운데, 배틀 중에 애니메이션이 나오면서 그 캐릭터의 매력과 화려함, 임팩트, 귀여움 등등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쿠도 디자이너의 말을 빌리면, 컷인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2초짜리 캐릭터 PV'에 가까운 느낌으로 작업됐다. 그 2초 동안,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보여주고 표정 및 디테일까지 세세하게 첫인상을 구축해 그 캐릭터를 유저가 좋아하게끔 만드는 것이 프리코네R의 컷인 애니메이션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 2초간의 PV라고 여길 정도로, 프리코네R에서 컷인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여기에 이 일련의 과정에서 배틀의 템포가 흐트러지지 않게끔 작업해야 하는 것이 프리코네R의 또다른 과제였다. 쿠도 디자이너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과 게임 개발 과정이 다르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 때문에 초기에 애니메이션 연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은 보통 몇 개월 전부터 길게 작업 기간을 갖고, 그 사이에 원화 및 동화를 준비하는 방식이지만 게임 내에서 필요한 애니메이션은 그보다 짧은 시간에, 상황에 따라서 중간중간 수정할 수 있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직접 그려서 만든 애니메이션과 SD의 움직임의 템포가 종종 맞지 않아 위화감이 드는 일도 있었다. 배틀의 템포감을 중시해왔던 프리코네R 개발진 입장에서 이는 달갑지 않은 현상이었고,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채택한 방법이 '파츠 애니메이션' 즉 그림을 각 파츠로 나눈 뒤, 이를 움직이거나 조절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현재 프리코네R에서는 SD 캐릭터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컷 인 애니메이션도 해당 방식을 채택했다.



▲ 하나하나 그려낸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동화를 파츠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냈다

여기에는 전작 '프린세스 커넥트'의 유니온 버스트 연출이 힌트가 됐다. 프린세스 커넥트 역시도 SD에서 컷인 애니메이션으로 넘어가는 연출을 채택했는데, 그 모든 작업을 어도비 플래시로 제작했다. 따라서 SD와 컷인의 전환도 자연스러웠고, 무엇보다도 템포감을 딱딱 맞춰서 조율할 수 있었다. 이 방식에 힌트를 얻은 프리코네R 개발진은 두 과정 모두 동일하게 파츠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또한 일반 애니메이션과 달리, 파츠 애니메이션은 원화 중간에 들어가는 동화가 필요하지 않았다. 따라서 좀 더 적은 수의 그림으로도 얼마든지 제작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었다. 더군다나 사이게임즈에선 파츠애니메이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에 외주를 주지 않아도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파츠애니메이션 제작을 기본으로 하되, 중간중간 애니메이션 제작의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은 애니메이터를 따로 배정해서 컷애니메이션에 특화된 팀을 새로 꾸려나가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 전작 프린세스 커넥트의 유니온 버스트 제작 방식이 이 고민을 해결하는 힌트가 되었다

프리코네R 컷인을 만들 때 가장 중점에 둔 것은 해당 캐릭터의 매력을 짚어내는 것과 배틀의 느낌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 애니메이션 RPG라는 프리코네R의 특성과 세계관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테마는 작업과정 전반에서 항상 강조해왔으며, 이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지속적인 검수가 이어졌다.

컷인 애니메이션 작업 공정은 콘티->작화->애니메이션->모션 및 이펙트 작업->촬영의 5단계로 이루어졌다. 작업에는 애니메이션쪽에서 많이 쓰이는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EX와 브러시 기능과 카메라 워크가 괜찮은 어도비 애니메이트, 메쉬 기능 및 촬영작업에서 편리한 어도비 애프터이펙트가 사용됐다.




쿠도 디자이너는 네네카의 유니온 버스트 컷인 애니메이션 작업 공정을 예시로 들면서 세부 설명을 이어갔다. 최초에 콘티 작업을 할 때, 기획자가 연출 플랜을 계획하고 이를 팀에 공유한다. 그 플랜을 기반으로 해서 팀원들이 해당 캐릭터의 유니온 버스트의 전체 키워드 및 공통 이미지를 도출해내고, 어느 부분부터 어디까지를 컷인으로 보여줄지를 정한다. 그리고 SD 연출과 컷인 연출을 어떻게 연결시키고, 전체 흐름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정한다.

네네카의 최초 연출 플랜은 자신의 홀로그램을 눈앞에 생성하는데, 그때 노이즈 비슷한 것이 나오면서 홀로그램이 실체화된다는 컨셉이었다. 키워드는 디지털적인 표현, 홀로그램을 작성, 개성적인 연출, 이 세 가지였고 이에 맞춰서 여러 초안을 제작, 제출했다. 콘티는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EX와 어도비 애니메이트를 활용했으며, 스토리보드 형식이 아닌 영상 콘티로 제작했다. 영상 콘티로 제작한 이유는, 그래야 실제 완성형상을 다른 모든 팀원들이 상상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 예시로 든 네네카의 UB 연출



▲ 3개의 콘티 중에서 C안이 선정되었다

A부터 C안까지 세 가지가 제출된 가운데, 최종적으로 채택된 건 C안이었다. 디지털적인 이펙트와 모티브 모두를 담았고, 특히 크리스탈로부터 힌트를 얻은 만화경 같은 연출이 SD 연출과 잘 어우러지면서 기대감도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콘티를 작성한 사이, 기획자도 피드백을 받고 아이디어를 재정립해서 '만화경 같은 연출'이라는 항목도 추가가 됐다. 해당 특징을 SD와 컷인 모두에 넣으면서 SD 연출과 연관성을 만들어냈다. 특히 필드에 남아있는 마법진 이펙트를 만화경 느낌으로 디자인하면서 한 층 더 통일성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콘티 단계에서 유의할 점으로는 프리코네R의 진행방향에 맞춰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프리코네R의 모든 배틀은 좌에서 우로 진행된다. 따라서 모든 스킬의 진행 방향이 좌에서 우로 가게 되므로, 그걸 의식해서 모든 요소들을 작업해야 했다. 시선 및 표정 등 사소한 부분이라도 이에 맞지 않으면 위화감이 생기기 때문에 이 부분은 콘티에서부터 검수를 진행했다.



▲ 좌에서 우로 전투가 진행되니, 콘티에서부터 이를 유념해두고 작업해야 한다

콘티가 끝난 다음에는 작화에 들어가는데, 원화는 통상 4장에서 7장 정도 사용됐다. 각 동작과 동작 사이, 원화가 꼭 필요한 부분들만 작업했으며 동화는 중간중간 파츠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식으로 제작했다. 원화의 수가 적다보니 한 장 한 장을 더욱 세밀하게 그려내면서도 총 작업시간은 줄었으며, 감수에도 더 신경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프리코네R 개발진이 작화를 감수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각 캐릭터의 개성을 정확히 표현했나였다. 각 캐릭터마다 전체적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눈빛, 눈동자, 눈 모양 및 헤어스타일, 하이라이트 처리, 눈가 주변까지도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표현했나 확인하는 식으로 감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는 비디오 콘티를 참고해서 한 원화당 파츠를 10에서 20개로 나눈 뒤, 파츠 애니메이션으로 넘어갔다.



▲ 비디오 콘티를 참고해 파츠 애니메이션에 쓰일 부분들을 분할했다

파츠 애니메이션 제작은 어도비 애프터이펙트를 사용했으며, 우선 원화만 넣어서 전체적인 흐름과 템포를 확인했다. 그 다음에 카메라워크를 추가해서 템포감과 무브를 더 다듬었으며, 그 뒤에 파츠애니메이션을 넣어서 머리카락 및 눈동자, 망토의 움직임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움직임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유의하는 작업이 시선 유도 처리였다. 캐릭터의 얼굴과 무기의 움직임이 배틀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만큼, 이 두 가지의 움직임을 보기 쉽도록 해야 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리코네R의 전투는 좌에서 우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모든 움직임이 좌에서 우로 가야했다. 특히 씬을 마무리짓는 라스트컷에서는 우측이 강조되게끔, 모든 포인트를 그쪽에 맞춰야했다. 또한 최대한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주기 위해서 키를 하나하나 일일이 준 뒤, 움직임의 변화를 주면서 한 층 더 자연스럽게 보이게끔 유도했다.



▲ 파츠 애니메이션 모션을 넣을 때도 항상 진행방향과 시선을 신경 써줘야 한다

이와 같이 모션 작업이 끝난 뒤에는 캐릭터의 특성과 스킬에 맞춘 이펙트를 삽입하는 공정으로 넘어갔다. 일례로 든 네네카의 키워드는 '크리스탈'과 '복제'의 능력이 키워드이기 때문에, 이를 연상시키는 이펙트와 더불어 앞서 추가된 '만화경'의 느낌이 나는 이펙트를 추가했다. 이펙트는 손그림 느낌을 주기 위해 클립스튜디오와 포토샵을 사용해서 작업했다.

이와 같은 작업을 마친 뒤에는 역광, 플레어 표현 등 특수 처리와 모션 그래픽을 넣은 뒤 최종적으로 촬영 작업을 진행, 컷인 애니메이션 작업이 완성된다.



▲ 콘티 단계와 공정이 끝난 뒤 완성작의 비교.gif

쿠도 디자이너는 현재 프리코네R에서는 이러한 기존 공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코네R 일본 서버에서 지난 2월부터 출시된 프린세스 폼 캐릭터의 컷인 애니메이션은 기존보다 더 호화로우면서도 애니메이션의 느낌에 가깝게, 그리고 연출과 SD 사이의 경계를 없애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기존 캐릭터의 유니온 버스트 애니메이션은 유니온 버스트를 발동하면 SD 캐릭터에서 컷인 애니메이션으로 넘어가고, 애니메이션이 종료되면 다시 SD 캐릭터가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컷인 애니메이션만 영상을 재생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앱 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프린세스 폼의 유니온 버스트는 SD와 컷인의 구분이 모호하고, 전 과정을 영상 재생으로 바꿨기 때문에 과부하도 이전보다 적다는 이점이 있다.



▲ 프린세스 폼 캐릭터부터는



▲ 이전의 컷인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작업 공정을 시도했다

더군다나 SD->컷인->SD의 규칙이 없어지면서 더 큰 스케일의 연출이 가능해졌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전에는 캐릭터만 강조하는 방향으로 갔다면, 이번에는 하나의 영상으로 작업하다보니 배경과 관련된 연출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특히 스토리 애니메이션에 나온 것과 최대한 유사하게 작업할 수 있게 되어서 스토리와 게임플레이의 연계도 한 층 더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스토리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이펙트, 특수 처리를 하게 되면서 리소스도 절약됐다.

또한 이전에는 콘티를 받은 뒤 SD 캐릭터와 컷인을 따로 작업했다면, 이제는 SD와 컷인을 같이 작업하기 때문에 공정도 단순해졌다. 다만 컷이 늘면서 그간 프리코네R에서 추구해왔던 배틀의 스피드감과 템포를 잃지 않는 것, 섀도우 버전 컷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 등이 남아있다.



▲ 연출의 폭이 넓어지면서 스토리 애니메이션과 최대한 비슷하게 연출할 수 있게 됐고



▲ SD, 컷인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작업할 수 있어 공정도 단축됐다

그래서 연출을 제작하면서 템포감에 특히 신경 썼으며, 컷이 바뀌는 템포를 특히 애프터이펙트로 세부조정하면서 조율해나갔다. 섀도우 버전은 별도로 준비했으며, 일련의 연출 중 중간에 튕겼을 경우, 연출이 끊긴 부분부터 재생하도록 시스템을 짜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처럼 프리코네R이 2초 정도 길이의 짧은 컷인 애니메이션에 공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일까? 쿠도 디자이너는 다시 한 번 2초 간의 캐릭터 PV라는 프리코네R팀의 철학을 강조했다. 캐릭터의 매력, 개성, 전투의 느낌, 일체감 모두를 추려내 짤막한 컷인에도 핵심을 담아내고자 한 노력이 프리코네R의 캐릭터 구축 노하우이자, 캐릭터 게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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