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이게, 만우절 게임이 이렇게 퀄리티가 좋아도 됩니까?"

칼럼 | 전세윤 기자 | 댓글: 5개 |



※ 본 스크린샷, 영상은 '아이패드 프로 4세대 12.9형'으로 촬영한 것을 편집했습니다.


'프리코네 그랜드 마스터즈'(이하, 프토체스)

단순 만우절이라고 하기엔 완성도가 너무 높았던 게임이었습니다.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만우절이니까 이미지만 촬영해놓고 장난을 치는 거겠구나 싶었습니다만, 정말 4월 1일에 정식 서비스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 소식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많은 게이머가 게임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막상 본 것은 정말 뼈대가 잘 다듬어진 '오토체스'였습니다.

우선 게임을 해보면서 느꼈던 것은, 기본 골자가 '우마무스메 + 도타 언더로드'로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토체스의 기본적인 룰과 방식은 도타 언더로드를, 3D 그래픽과 메뉴, UI 디자인은 같은 개발사에서 제작한 우마무스메에서 영향을 받은 느낌입니다.



▲ 이렇게 보니 조금 흡사한 감이 느껴지시나요?



▲ 반면, 오토체스는 '도타 언더로드'를 즐겼던 그 느낌이 그대로 났습니다

메인 메뉴는 도감 / 추억 / 홈 / 랭킹 / 메뉴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도감에서는 캐릭터와 장비 도감을 볼 수 있었고, 추억에서는 스토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죠. 랭킹에서는 4월 8일까지 쌓은 전체 점수와 일수(데일리) 랭킹을 체크할 수 있었고, 메뉴에서는 타이틀로 돌아가거나, 도움말을 확인해보거나 옵션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설정에서는 3D 모델의 품질과 프레임레이트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배틀로 돌입하면 튜토리얼과 메인 배틀, 그리고 보스 배틀이 기다리게 됩니다. 메인 배틀에서는 우리가 아는 8인과의 오토배틀을 즐길 수 있고, 보스 배틀은 그 8인과의 오토배틀로 인해 쌓은 자신의 최종 멤버들을 이용해 레이드 보스와 대결하는 콘텐츠입니다. 예를 들어서 4등을 했다면 4등 한 멤버들을 데리고 레이드에 입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프토체스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떨어진 미식전, 트윙클 위시의 멤버들을 서로 모아 레이드 보스를 쓰러뜨리고 다시 자기 세계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그리고 스토리를 보면 리더가 해금되는데, 이 리더가 메인 배틀에서 감정표현과 액션을 다루기 때문에 좋아하는 캐릭터로 설정하기 위해 빠르게 스토리를 밀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여섯 멤버 중에선 '페코린느'가 좋았기 때문에 금방 리더를 얻어 스토리를 빠르게 볼 필요는 없었습니다.

▲ 못해보신 분들을 위한 '프리코네 그랜드 마스터즈' 플레이 영상



▲ 스토리는 평범한 느낌입니다만, 평소의 미식전이 생각나서 재밌었네요

메인 배틀은 '도타 언더로드'나 다른 오토배틀러를 했다면 금방 익숙해질 룰이었습니다. 캐릭터의 태생적인 별(성)이 있어 1성부터 5성까지로 나누어져 있었고, 랭크 제도가 있어 캐릭터를 3명씩 조합하면 2랭크가 되어 더욱 강력해집니다. 즉, 1랭크 캐릭터를 9개 모으면 3랭크가 되어 제일 강력한 캐릭터가 탄생하죠. 또한, '타입 시너지'를 지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저는 '공격력 업, HP 업, 방어력 업' 시너지를 굉장히 중요시하면서 캐릭터의 기본 타입인 탱커를 앞에, 전투 계열의 캐릭터를 뒤에 내세워서 전략을 짰고, 이를 통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오토배틀러의 가장 기본적인 룰인 성급, 랭크 제도, 타입 시너지. 이 모든 것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프토체스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오토배틀러 장르에 프리코네 스킨만 씌운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생각보다 프리코네 세계관에 오토배틀러를 잘 녹여냈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프리코네의 캐릭터로 감정표현도 할 수 있고, 각 캐릭터의 직업, 타입 시너지도 원작과 흡사했으며, 장비 시스템을 통해 프리코네를 통해 익숙히 봤던 장비를 캐릭터에게 쥐여줄 수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프리코네가 원래부터 오토배틀러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프리코네 본편보다 훨씬 재미있네요.

본편의 감상을 말씀드리자면, 프토체스는 만우절용 게임치곤 완성도가 굉장히 높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만우절용 게임이면 '미니 게임'과 흡사하게 만들어지거나, 아니면 영상만 보여줌으로써 만우절다운 거짓말을 보여주는데, 이건 그냥 오토배틀러 장르로서 지금 당장 출시해도 문제가 없었을 정도입니다. 물론 모바일 게임다운 BM 전략이 전무했고, 스토리가 짧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오토배틀러 장르답게 반복되는 메인 게임의 완성도가 좋았습니다.



▲ 1등을 하면 캐릭터의 귀여운 컷신이...!!



▲ 조합 정말 중요합니다. 3랭크보다 조합의 힘이 훨씬 셉니다

그리고 동시에 의문도 들었습니다. 이런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사이게임즈에선 단 '일주일'만 서버를 오픈했던 것입니다. 물론 프토체스는 BM 구조도 없고, 사람들과 붙을 수 있는 메인 배틀을 제외하면 즐길 거리도 적어 미니 게임에 가까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보면 만우절용 게임에 걸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도타 언더로드 같은 게임도 메인 배틀을 기반으로 흘러가기에 오토체스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다면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세간에선 만우절용 게임을 방패로 삼아 '알파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신빙성은 그리 높은 편도, 낮은 편도 아니지만 단순한 만우절용 게임이라기엔 기반이 잘 다듬어져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4월 8일에 서비스 종료 소식이 발표되었을 땐, 다들 정식 발매가 언제일지를 말해달라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게다가 실제 만우절 게임이 출시되었던 사례들도 존재합니다. 제일 유명한 일화로 '파이팅 EX 레이어'가 있죠. 게임 개발사, 아키라에서 유튜브를 통해 만우절용 영상으로 어떤 격투 게임의 영상을 공개했었는데, 해당 게임의 퀄리티가 매우 좋고 완성도가 높아 보여 실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도중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결국 게임이 발매되었죠.

이외에도 만우절용으로 공개된 콘텐츠가 실제로 추가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스타크래프트 2'의 경우에는 '테라트론'이란 굉장히 멋있는 테란의 최종병기(?)가 소개된 적이 있었죠. 테라트론의 모델링이 만들어져 있어서 그런지, 자유의 날개의 미니 게임, '길 잃은 바이킹'에 최종 보스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에피드게임즈가 제작하고 있는 '트릭컬'에선 퍼리컬이란 만우절 캠페인을 진행했었는데, 이후, 퍼리 캐릭터를 NPC로 추가하기도 했고요.

▲ 만우절 영상이 실제 게임으로 만들어진 파이팅 EX 레이어
(출처: 유튜브 'akira' 채널)



▲ 진짜 수상한 퍼리가 나올 줄이야...
(출처: 네이버 '트릭컬' 공식 카페)



▲ 근데 너는 어째서 굿즈만 팔다간 거냐!! 키 사 마 ─!!!!

이렇게 만우절용으로 개발한 게임이 실제 사례로 등장한 적이 많았기에 게임을 일주일간 출시해 서비스한 프토체스 또한, 정식 출시 가능성이 없진 않아 보입니다. 특히, 오토배틀러는 장르 특성상 게임플레이가 길고 역전하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는데, 많은 오토배틀러들이 해당 구조를 바꾸려고 하는 것처럼 프토체스 또한 한 판의 길이가 짧고 프리코네의 장비 시스템을 오토배틀러에 맞게 구성해 이와 같은 매너리즘을 탈피했죠. 그야말로 정식 출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퀄리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퀄리티에 비해 콘텐츠의 수는 빈약하기에 정말로 일시적인 만우절 게임을 제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이게임즈가 본작을 단순히 만우절용 게임으로만 남길지, 아니면 BM 구조와 새로운 게임 모드를 추가한 프토체스를 들고 올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만, 되도록 프리코네의 귀여운 캐릭터들이 전장에 서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한때는 도타 언더로드를 많이 접했었는데, 이젠 프토체스가 그 뒤를 대신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이게임즈! 빨리 서버 문 좀 열어줘!!



▲ 나 엔딩 다 봤으니까 게임이라도 하게 해줘!!



▲ 분명 다시 만날 수 있겠죠? 프토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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