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DEC]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의 몬스터들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을까?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5개 |

사이게임즈가 2018년 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이하 프리코네R)'는 2016년에 서비스를 종료한 '프린세스 커넥트'의 IP를 되살린 게임으로, 특유의 귀여운 캐릭터와 발랄하고 경쾌한 분위기, 귀여운 SD와 인게임 연출이 돋보이는 게임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3월 28일부터 서비스를 진행했으며, 서브컬쳐 유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프리코네R은 사소한 부분까지도 성우의 풀보이스를 입히는 등, 캐릭터 게임 본연에 충실한 작품이지만 기본적으로 각 역할군의 캐릭터를 육성하고 조합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수집형 RPG다. 즉 캐릭터들의 앞길을 가로막거나, 혹은 육성할 때 대면해야 할 몬스터도 필요하다.

사이게임즈의 노니시 마사타케 일러스트레이터, 코우 타이슌 애니메이션 디자이너는 프리코네R에서 몬스터의 디자인 및 애니메이션을 주로 담당해왔다. 그 두 개발자는 이번 CEDEC 2019에서 프리코네R에서 다양한 몬스터의 디자인을 만드는 방법과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도입한 규칙, 그리고 몬스터 애니메이션을 구축한 방식에 대해서 설명했다.



▲ (좌) 코우 타이슌 사이게임즈 애니메이터, (우) 노니시 마사타케 사이게임즈 일러스트레이터

노니시 일러스트레이터는 프리코네R의 전투에는 아레나 등 PVP가 있지만, 주로 유저가 접하게 되는 것은 몬스터와의 전투라고 짚었다. 즉 캐릭터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물리쳐야 할 몬스터의 디자인도 그에 못지 않게 세계관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다.

프리코네R은 일본에서 2018년에 출시됐으며, 1년이 넘는 사이에 총 200여종의 몬스터가 게임 속에 자리잡았다. 이와 같은 수의 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 원칙은 여느 게임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퀄리티, 그리고 양산의 양립. 이 두 가지는 RPG 게임에서 몬스터를 만들 때 항상 염두에 두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리코네R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몬스터를 만들어나갈까? 노니시 일러스트레이터는 기본 과정을 발주, 디자인, 문자 콘티, 그림 콘티, 추가 파츠 일러스트 혹은 파츠 잘라내기, 모션 입히기, 이펙트의 단계로 나누었다. 이 중에서 일러스트팀은 주로 디자인을 맡아서 작업을 하게 된다.




노니시 일러스트레이터는 몬스터를 퀄리티 있게 만들기 위한 노하우로 우선 세계관에 녹아드는지 여부를 꼽았다. 아무리 멋지게 만든 몬스터라고 해도, 세계관에 어울리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프리코네R은 귀엽고 경쾌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RPG인 만큼, 몬스터 역시도 귀엽거나 혹은 다소 가벼운 느낌을 담아내야 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의 퀄리티와 큰 차이가 나면 안 되고, 각 몬스터의 특징과 강함도 나타내야 했다.



▲ 몬스터들은 단순히 적이 아니라, 세계관의 요소이기도 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데포르메를 주는 것이었다. 즉 특정 사물, 혹은 동물에서 모티프를 따오고 이를 다소 귀엽게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작업을 한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는 몬스터의 위협적인 느낌을 살리기 어려웠고, 그다지 지능이 높아보이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보스급 혹은 강력한 개체는 좀 더 인체에 가까운 느낌으로 디자인하거나 정령, 악마 등 추상적이고 강력한 개체의 느낌을 좀 더 부여하는 식으로 디자인했다.




몬스터가 출현하는 스테이지의 배경과 맞춘 디자인과, 각 개체별로 연관성을 부여하는 것도 일러스트팀이 눈여겨본 요소였다. 그렇지 않으면 몬스터가 세계관에 녹아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프리코네R의 게임 특성상 알기 쉬운 디자인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프리코네R은 기본적으로 심플하고, 발랄한 게임인 만큼, 한 눈에 무언가 들어오지 않으면 통일감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니시 일러스트레이터는 몬스터를 디자인할 때 알기 쉬운 디자인은 딱 보았을 때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어떤 타입인지 유저가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면 골렘은 바위를 기반으로 하고, 그런 만큼 방어타입에 물리 속성이라는 것을 유저가 쉽게 알 수 있게끔 했다. 그렇지만 몬스터를 디자인하다보면 이와 같이 척 보면 알기 쉬운 종류 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를 섞은 몬스터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프리코네R 개발팀이 주로 보는 부분은 우선 공격하는 부위였다. 예를 들어서 송곳니로 공격하면 송곳니를 강조하는 디자인을 구상하고, 팔로 공격하면 팔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하는 식이다. 이때 강조하는 요소가 두 가지 이상이 되면 유저가 알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프리코네R의 몬스터를 보면 일부 강력한 개체를 제외하면 두 가지 이상의 속성이 강조되는 몬스터가 드문데, 몬스터를 제작할 때 이와 같은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 너무 다양한 요소를 한 곳에 집어넣으면 직관성이 떨어진다

최대한 심플하고 간단하게 몬스터를 디자인한다고 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 러프들이 나오게 된다. 프리코네R 개발팀에서는 이런 아이디어 러프들을 최대한 권장하고, 이를 모아서 그 활용법을 다방면에서 고려한다. 아이디어 러프가 많이 나올수록 더욱 더 다양한 몬스터들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프리코네R의 세계관 속에서 최소한 녹아들어갈 여지가 있어야 바로 적용이 가능한 만큼, 효율성 측면에서 일부 규칙을 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선 디자인을 할 때, 어떤 애니메이션을 주고 어느 부위를 주로 움직일지 생각하면서 만들어야 한다고 규칙을 정했다. 그래야 애니메이션팀이 번거롭지 않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아이디어 러프는 이래저래 다양하게 그리지만



▲ 사전에 어느 부분을 움직일지 디자인을 해나가면서 그려나가야 한다

아이디어 러프 단계에서 대강의 디자인을 구현했다면, 일부 특이한 개체 혹은 보스에는 유니크한 요소들을 불어넣는 것도 필요했다. 예를 들면 라이덴은 암컷과 같이 등장하지만, 패하면 수컷만 쓰러지고 암컷은 도망을 가는 식으로 묘사한다고 설정하는 것이다.

몬스터를 제작할 때는 퀄리티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중요한 만큼, 디자인을 할 때 특정한 룰이 주어진다. 그 룰이 없으면 디자인의 방향이 중구난방으로 흘러서 게임의 테마나 지향하는 바와 맞지 않게 되고, 자연히 수정하는 데 코스트가 낭비되기 때문이다.

프리코네R에서는 우선 몬스터를 디자인할 때 역할군을 정하고, 그에 맞춰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룰을 정했다. 역할군을 살펴보면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전열, 중열, 후열의 세 가지로 나뉘게 된다. 전열에는 탱커 역할을 하는 몬스터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들은 HP가 높다. 후열은 체력이 낮고, 특정 위치 혹은 특정 역할군의 캐릭터를 공격하는 타입으로 지정되어있다. 중열은 여러 가지 특이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거나, 전열 바로 뒤에 숨어서 아군의 주요 캐릭터에게 위협적인 공격을 가하는 몬스터여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그리고 일러스트팀은 이에 맞춰서 몬스터들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몬스터들의 강함에 따라서 베이스 컬러 갯수도 제한이 되어있다. 예를 들어 일반 몬스터는 베이스 컬러가 3개까지 가능하고, 보스 몬스터는 5종까지 가능하다. 디자인도 일반 몬스터는 심플하지만, 보스 몬스터는 일반 몬스터를 베이스로 한 종이라도 여러 파트에서 바리에이션을 주고, 크기도 더 키우고 색상도 추가해서 더욱 화려하고 강력하게 보이게 한다. 동일 개체를 베이스로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출현하는 몬스터를 그릴 떄는 그 지역에 맞는 컬러로 하되, 색상의 가짓수는 달라지지 않는다.









▲ 일반 몬스터들은 배치되는 위치에 따라 역할군이 달라지고, 그에 맞게 디자인을 해야 한다



▲ 일반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에게 적용되는 디자인 및 베이스 컬러 룰도 다르다

아울러 노니시 일러스트레이터는 프리코네R 몬스터 디자인에는 컬러 룰이 숨어있으며, 이를 알고 있으면 몬스터의 강함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서 동일 계열 몬스터라도 어두운색 계통과 금색 계통은 좀 더 강하다고 설정이 되어있다. 이를 정한 이유는, 해당 몬스터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 컬러를 보면서 바로 생각해서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최대한 많은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종교적, 문화적, 혹은 등급분류상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회피해야 한다는 것도 일러스트팀의 지침 중 하나다.



▲ 비슷한 계열 몬스터라고 해도, 색상 바리에이션에 따라 강한 정도가 다르게 규칙이 정해져있다

코우 애니메이터는 몬스터의 디자인이 완성된 뒤에 애니메이션을 주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을 주는 과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자인이 완성되고, 이를 토대로 콘티를 그린 모션 작업을 하고 이펙트를 넣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프리코네R에서 모션은 스파인 툴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펙트는 주로 유니티 파티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션과 이펙트는 애니메이션 팀에서도 각 파트별로 담당자가 따로 있는 만큼, 이번 강연에서는 그림 콘티를 활용해서 모션을 만들기 전 단계까지 설계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몬스터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하고 처음 미팅을 진행할 때는 플래너와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션 디자이너가 모여서 문자 콘티를 바탕으로 회의를 시작한다. 이때 어떻게 해야 좀 더 의도했던 모티브를 살릴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연출해야 유저가 새롭게 느끼면서도 대처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지를 찾아나간다.

그 다음에 그림 콘티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때 코우 애니메이터가 속한 애니메이션팀은 비주얼의 최적화를 목표로 작업을 진행한다. 코우 애니메이터는 이를 정보의 처리, 실루엣, 레이아웃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 코우 애니메이터가 주로 하는 작업은 그림 콘티 및 비주얼 최적화 설계다

정보 처리는 말하자면 문자 정보로 써있는 것을 그림으로 옮기면서, 어떤 사항이 몇 초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이다. 이미 문자 콘티 단계에서 해당 몬스터가 취해야 할 동작들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되어있다. 그렇지만 이미지로 시각화가 되고 정보 처리가 되면서, 원래 의도했던 것과 다른 느낌이 날 수 있다. 이를 체크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보완하는 것이 애니메이션팀의 업무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 애니메이션팀은 몬스터의 동작을 크게 예비동작, 발동, 여운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문자 콘티에 나와있는 동작 설정들을 이 세 가지 항목에 맞춰서 새로 분석하고, 과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조율하는 식으로 재정립해나갔다. 그 다음에는 몬스터의 공격에 박력감과 템포를 주기 위해서 각 동작 간에 얼마나 시간을 줘야 하는지를 체크했다.




보스 몬스터의 애니메이션을 기획할 때 주의할 사항으로는 보스 몬스터 역시도 캐릭터의 유니온 버스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스킬을 구현한다는 점이었다. 즉 예비동작 후에 발동하고, 그때 화면이 전환하는 등 여러 효과가 주어지고 그때 보스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멈추게 된다. 그런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유저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애니메이션을 설계해야 했다.



▲ 캐릭터들의 스킬도 스킵하는 마당에, 보스 스킬 연출이 너무 길어지는 걸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짧게 애니메이션을 구현할수록 좋지만, 이 역시도 단순히 짧다고 좋은 것이 아니었다. 문자 콘티에서 각 캐릭터별 모티브를 주는데, 그 정보량에 따라서 시간의 배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눈에서 빔이 나가는 것과, 사자의 오라를 활용해 적을 공격하는 동작이나 모션은 그 시간 차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빔은 그냥 일직선으로 나가면 그만이지만, 사자의 오라는 그 오라의 형태가 사자라는 것을 유저에게 드러내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공격하는지 인식시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색과 선을 제외한 실루엣만으로도 해당 몬스터의 동작을 구분할 수 있도록 모션의 초안을 잡고, 해당 동작에서 중요한 부분을 과장하는 식으로 구도를 잡는다. 예를 들면 주먹으로 공격하는 몬스터라면 팔을 뻗을 때 팔을 좀 더 키우고, 캐릭터에게 타격을 가하는 순간에 팔을 최대한으로 크게 해서 그 임팩트를 살리는 식이다.



▲ 실루엣만으로도 특정 상황이 인지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비주얼이 최적화된다

보스 몬스터의 경우에는 유니온 버스트와 동일하게 세 가지 기법을 활용해서 표현하게 된다. 카메라워크를 활용해서 보스 몬스터에 포커스를 맞추거나, 일부 몬스터는 필드가 전환되거나 혹은 컷이 바뀐다. 즉 레이아웃에 변화를 주는 식이다,

이벤트 스테이지 스페셜 보스로 등장한 마지문을 예로 살펴보면, 우선 화면 중앙으로 줌인이 됐다가 컷이 바뀐다. 그리고 카메라가 잠시 줌 아웃됐다가 마지문이 등장할 때 필드가 바뀌고, 마지문이 줌인 되면서 공격 애니메이션이 종료가 되는 식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이 과정을 어떻게 설계해나갈 것인지 그림 콘티 단계에서 대강 작업하고, 모션 팀에서 이를 보고서 스파인 툴에서 작업한다. 그 모션을 보고 이페트 팀에서 그에 맞춰서 이펙트를 만들고, 따로따로 테스트한 뒤에 합쳐서 다시 체크하는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진다.

코우 애니메이터는 실제 제작 현장에서 그림 콘티는 최종 안건이 아니며, 각 부서에서 질 높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 짚어나가는 중간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션 뿐만 아니라 카메라워크, 컷, 이펙트, 데포르메 등 다양한 기법과 기술이 적용된다. 그리고 이를 다른 부서와 적절히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맞춰가는 과정이 요구된다. 이는 몬스터 애니메이션 제작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모든 게임 애니메이션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현지시각 9월 4일부터 일본 요코하마에서 세덱(CEDEC 2019) 행사가 진행됩니다. 세덱 현장에서 기자들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세덱 2019 뉴스센터: https://bit.ly/2lF0i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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