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G 2023 레트로 게임존을 통해 본 가능성

포토뉴스 | 이형민 기자 |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한 번 지난 과거의 유행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언젠가 다시 찾아온다는 것. 이러한 레트로(Retro) 현상은 패션, 음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드러지는데, 최근에는 게임 분야마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역사를 거슬러 국내 게임 산업의 태동기 기간의 트렌드가 다시금 찾아온 것이다.

레트로 게임 열풍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불었다. 시장조사기관 NPD Group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레트로 게임 시장 규모는 11억 6천만 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38%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이는 미국 전체 게임 시장 성장률인 8%의 4.7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여러 게임쇼를 참여하며, 레트로 게임 트렌드가 갖는 힘은 단순 추억 팔이에 그치지 않고 보다 넓은 확장성을 가지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고전 게임 특유의 아기자기한 도트 그래픽은 그 시절 기술력을 담는 것으로 그쳤지만, 현재 그 매력은 어린이와 여성 게이머까지 충분히 전달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 남성 게이머가 주류를 이뤘던 게임 시장과 달리, 보다 폭넓은 유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의미를 갖는다.










일부 게임 업계의 발 빠른 움직임도 위와 일맥상통한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IP를 활용, 현대의 기술력을 결합해 재해석한 '뉴트로' 게임들도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부는 바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e스포츠 대회 WCG(World Cyber Game) 또한 이를 변화의 키워드로 삼아, 재기를 꾀하는듯하다. 국가대항 기반의 WCG는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WCG는 2000년부터 14년간 매년 꾸준히 열렸다. 하지만 2013년을 마지막으로, WCG의 메인 스폰서인 삼성전자가 후원을 중단하며, WCG의 명맥이 잠시 끊겼다. 이후, 17년에 스마일게이트가 WCG 브랜드 상표를 인수함에 따라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WCG는 단순 e스포츠 대회가 아닌, 트렌드에 걸맞는 탈바꿈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 e스포츠 대회답게 다양한 게임 토너먼트가 진행됐다.



▲ 노란 조명을 수놓아 야시장 컨셉으로 고전 게임팩을 판매하는 레트로 게임존

올해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WCG에서는 하스스톤, 클래시로얄, 에픽세븐, 원신, 카트라이더 등 다양한 게임 대회와 병행하여 관람객 참여형 이벤트, 레트로 게임존을 운영하며,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이날 레트로 게임존에는 90년대 인기 게임 장터와 체험존을 마련해 그때 그 시절 추억을 회상하는 중장년 게이머는 물론, 이제는 게이머가 가정을 이뤄 이를 체험하려는 가족 단위 게이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번 WCG가 보여준 행보는 참으로 인상 깊었다. 레트로 게임이 단순한 오락 이상의 문화적 가치를 지녔음을 파악하고 이를 구세대와 현세대 간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여 기존 e스포츠가 지닌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려는 하나의 몸짓이 아닐까.

기존 WCG가 갖던 경쟁의 의미를 축제로 새롭게 해석하며, 과거 게임에 대한 향수와 현대적인 감각이 결합된 뉴트로 전략이 소비자를 제대로 '저격'해 e스포츠의 경계를 허물고 점차 확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WCG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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