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문명도 아닌데 또 밤을 새우네... '휴먼카인드'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14개 |

문명을 채우는 건 '인류'다


하나의 게임이 다양한 요소를 담아내는 요즘. 특정 게임을 액션이니 RPG니 하는 장르 하나로 구분 짓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게임 특징을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는 용이성에 장르 구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죠.

그중에서도 4X 장르는 여러게임 성향을 단 두 글자에 담아낸 압축성 덕에 여전히 사랑받는 장르명 중 하나입니다. 평소에는 보기 드문 X를 어디서 4개나 용케 찾아냈나 싶겠지만, 실은 4개의 X는 eXplore, eXpand, eXploit and eXterminate(탐험, 확장, 개척, 섬멸)에서 따왔죠.

다만, 이 역시 이름 자체로는 게임의 특징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4X가 게임 외적인 이유로 만들어졌다는 데 있습니다. X 등급(현 NC-17) 음란물을 지칭하는 XXX를 비틀어 '이 게임은 XXXX 등급입니다'라는 광고성 멘트를 위해 만들어진 게 4X죠.

흔히 시초로 불리는, 4X 문구를 처음 광고용으로 사용한 '마스터 오브 오리온'이 있습니다만, 그 이전에 여러 보드게임이 있었고 '시드마이어의 문명'이 장르적 기틀을 잡았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애매모호한 4X라는 장르 구분은 사실 문명-라이크쯤으로 쓰여오고 있죠.

4X의 기원부터 길게 되짚은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이 장르는 결국 '문명'이라는 게임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고 수많은 게임이 그 영역에 발을 들여 파이 조각을 나눠 가지려 했습니다. 때로는 우주를 그렸고 어쩔 때는 가상의 판타지 세계를 그렸죠. 그리고 '휴먼카인드'처럼 역사물을 가지고 정면 승부를 펼친 게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휴먼카인드'는 그 이름처럼 단순히 '문명'이 아니라, '인류'에 의해 바뀌는 역사를 그립니다. 덜어낼 건 덜어내고 깊이를 내려는 곳에는 무게감을 실어 쉽게 접근하고 깊이 파고들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비슷하면서도, 플레이하면 확실히 다른 악마의 게임이 만들어진 거죠.




게임명: 휴먼카인드(HUMANKIND)
장르명: 4X
출시일: 2021. 8. 18.
개발사: 앰플리튜드 스튜디오
서비스: SEGA
플랫폼: 스팀 / 에픽스토어

관련 링크: '휴먼카인드' 오픈크리틱 페이지


무제한 도시는 그만, 도시는 영토와 함께하세요

게임의 시작은 비슷...하지 않습니다. 이쪽 장르의 게임을 다루면서 처음부터 '다릅니다'로 시작하는 게 어색하기는 하지만 진짜 달라요.

시작은 세력이나 문명이 아니라 지도자인 플레이어 자신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복장은 시대, 그리고 플레이어의 게임 내 선택에 따라 달라지니 놔두고 먼저 헤어스타일이나 얼굴 생김새, 피부색, 성별, 그리고 성격 정도를 직접 변경할 수 있죠.



▲ 정해진 문명이 없으니 시작은 '나'인 지도자 외형부터



▲ 조선의 X대 국왕은 금발 녹안이었던 것(거짓입니다)

그리고 인류 역사의 흐름, 그 한 가운데 덩그러니 떨어지게 됩니다. 신석기 시대의 작은 부족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이들 부족은 일종의 탐험 유닛으로 낮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대체 도시는 어떻게 건설할까 싶은데, 이 시기는 당장 도시 건설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건 게임이 가진 독특한 영토 확장 방식과도 맞물려있고요.

게임에는 아무런 힘도 없이 그저 도시를 짓기 위해 소모되는 유닛은 없습니다. 대신 모든 유닛이 일정 자원을 쓰고 전초기지라는 형태의 가도시를 건설할 수 있고 이 전초기지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즉, 모든 유닛이 도시를 만들고 영역을 플레이어의 영토 확장의 야욕을 돕는 유닛인 셈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너무 쉽게 도시가 확장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겠죠.

하지만 모든 대륙은 파이 가르듯 어느 정도 구역이 정해져 있는데 이 구역마다 1개의 전초기지만 건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초 기지, 혹은 건설된 도시는 그 구역 전체는 영토로 아우릅니다.



▲ 진한 선으로 구분된 도시 세력권, 그 안의 점선은 영토 구분을 나타냅니다

'휴먼카인드'의 영토 쟁탈전은 단순히 도시와 도시를 잇는 거점 싸움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을 가르는 구획 단위로 이루어지는 셈이죠.

재밌는 건 굳이 모든 전초기지를 도시로 성장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도시는 자원 개념인 영향력만 충분하다면 다른 전초기지를 병합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도시가 순식간에 넓은 영토를 품을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이런 구획 단위의 성장은 도시마다 새로 지어야 하는 기반 건물에 낭비할 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다른 도시 성장이 느리다면 많은 영향력을 쓰겠지만, 도시끼리 직접 병합하는 것도 성장의 기술이 되겠네요.

단, 생산은 도시 단위로 이루어지니 전초기지 다 흡수해 막상 생산 능력이 있는 도시가 없다면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되겠지만요.

'휴먼카인드'는 확장을 위해 단순히 도시를 많이 짓고, 많이 빼앗는 데 그치지 않고 핵심 자원이 많은 구획의 점령과 전초기지와 도시 간의 흡수, 병합 등을 능동적으로 꾸리도록 플레이어를 유도합니다. 하나의 도시가 차지하는 영토가 넓으니 외교 단계에서도 서로 치열하게 인근 영토를 자기들 것이라 주장하고 이 문제로 전쟁도 자주 발생하죠.

새로 흡수한 도시 번영의 번거로움을 줄인 대신 운용의 전략성을 높이는 구성인데 '휴먼카인드'의 많은 부분은 대개 이런 식으로 디자인됐습니다. 반복적이고 의미 없이 복잡한 부분은 줄이되 플레이어 스스로 능동적으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죠.



▲ 생산 능력이 있는 도시와 그저 자원만 캘 수 있는 흡수 전 전초기지



문명이 인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인류가 문명을 선택하는 것

능동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건 내가 플레이하는 인류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데서도 잘 드러납니다. 앞서 말했듯 '휴먼카인드'는 어쩌면 역사 기반 4X. 아니, 거의 모든 4X 게임이 그렇듯 문명이나 종족, 혹은 세력을 먼저 선택하지 않습니다. 시작은 모두 똑같은 이름 없는 부족에서 출발하죠. 그리고 신석기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발전할 충분한 준비가 갖춰진 후에야 문명(게임에서는 문화)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자율적인 선택 권한은 단 한 번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점입니다. 고대부터 고전, 중세, 근세, 산업, 현대 시대까지 시대별로 저마다 다른 문화가 존재하고 시대를 바꿀 때마다 문화를 선택할 수 있죠.

대개 문화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는데 고대 시대에서는 아시리아나 이집트, 바빌론 등을 선택할 수 있고 산업 시대에는 독일이나 영국이, 현대 시대에는 미국이나 소련 등이 선택 가능 문화로 등장하는 식입니다. 조선은 근세 시대에 등장하는 문화로 존재하고요.



▲ 근세 등장 문화인 조선

각 문화는 자원이나 전투 능력치 등 특색에 맞는 기본 능력치와 특수 유닛, 그리고 특수 타일 등을 제공합니다. 그중에서도 특수 타일은 그 문화의 강점을 제대로 나타내는 요소고요.

조선을 예로 들어보죠. 조선은 과학에 특화된 문화로 '집현전' 특징을 통해 과학 산출 타일의 과학 생산 능력을 높여줍니다. 여기에 특수 타일인 서원은 연구 구역으로 지정된 타일 근에서 과학 생산력을 또 높여줍니다. 연구 타일을 몇 개 이어 붙이고 서원을 짓는다면 장영실 같은 개발 천재들이 바글거리는 연구력 폭발 타일이 완성되는 거죠.

특수 타일은 구획마다 1개만 지을 수 있지만, 잘 성장된 도시 안에 여러 구획을 흡수했다면 빠르게, 더 많이 건설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확장의 능동성이 개척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고요.

여기에 어떤 강점을 가진 특수 타일을 어느 시기에 사용할지에 따라 문화 선택도 달라지고 순서도 달라질 겁니다. 물론 모든 게임이 똑같이 흘러가는 건 아닌지라 전투에 중점을 둘 때, 혹은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고 플레이할 때 모두 달라지겠죠.



▲ 주변 타일은 산업 3, 6 이렇지만 잘 만든 특수 타일은 산업이 135! 무려 백, 삼십, 오!

여러 문화가 섞여 전혀 다른 시너지를 낸다기보다는 그 문화에 맞게 그때그때 바뀐다는 수준의 융합이라는 점은 약간 실망스러운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내가 필요한 부분에 맞는 문화를 선택하는 것은 게임이 지향하는 간단하고, 전략적인 플레이 방향과 일치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누구를 위한 나라,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시대별로 선택하는 문화가 이미 고정된 특성 중 하나를 고르는 형태라면 정책은 국가 방향성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시스템입니다. 종교나 문화, 예술, 정치 등 게임 중 특정한 이벤트가 발생할 때 이런 사회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정책 창이 열리죠.

기본적으로 시민들은 좌나 우, 어느 한 극단에 치우치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정책 방향이 가운데 있을수록 도시 안정도는 높아집니다. 반대로 왼쪽이나 오른쪽, 어느 한 쪽 성향을 선택한다면 그에 따른 이점이 발생하고요.

사실 이러한 정책은 게임 전체의 운영을 획기적으로 바꾼다기보다는 신앙 수치 몇, 부대 생산 가격 감소 등 굉장히 수치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귀족정으로 운영되는 민주 공화제가 뿌리내린 중국이나 사회주의 미국 등 다채로운 구성 자체는 가능하다지만, 이런 특성 자체가 게임플레이에 녹아내리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 입장에 따라 얻는 특별한 능력이 달라지지만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 종교 교리로 특수 능력을 얻을 순 있지만, 모두 수치상의 변화

대신 정책으로 인한 페널티나 선택한 반대 이점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시기가 온다면 이런 정책을 뒤바꾸는 게 그리 어렵지 않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선택이 가지는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거죠.

한 번의 선택이 게임 전체의 판도를 뒤바꾸고, 또 고정시키는 건 '휴먼카인드'에서는 보기 어려운 광경입니다. 정책을 포함해 여러 결정은 대개 되돌리거나 수복할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죠.

정책만 해도 기존 정책을 아예 취소하고 새 정책을 수립하거나 선택 전 상황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도시 관리도 병합이 이루어진 전초기지를 따로 독립시키는 게 가능하죠. 물론 영향력이라는 중요한 재화가 쓰이긴 하지만 필요하다면 못 할 것도 없는 수준이긴 합니다.

이는 게임 내내 강조한 플레이어의 선택권. 그리고 선택과 선택까지 가는 과정의 단순화가 적용된 셈입니다.

도시에 안정성을 표시하는 안성도 역시 플러스 요소와 마이너스 요소를 포함해 그저 0~100까지의 수치로 정리됩니다. 사람들의 행복함이나 정치적 만족도 등을 하나의 숫자로 묶어놓은 거죠. 발전과 안정도. 두 상황이 상충하는 선택에서 발전을 선택했다면 낮아진 안정도는 다른 방식으로 올려주면 그만이고요.



▲ 타일 대부분은 안전도를 낮추지만 별다른 요구 자원은 없는 편, 과학만 발전하면 다 됩니다

여기는 하나의 도시 성장이라는 부분에서의 간결함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내정은 별도의 건설자 없이 도시에서 진행되는 타일 생산만으로 전부 이루어지기에 따로 이런저런 건물 건설의 부담도 덜합니다.



전장에 뛰어드는 건 자원이 아니라 인간이다

도시 성장 자체가 간편하게 구현됐다고 해서 생각할 게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전쟁을 위해 병력을 구성하고자 한다면 꽤 전략적으로 인구 구성을 신경 써야 합니다.

'휴먼카인드'의 도시 성장과 발전은 대개 현재 보유한 인구의 역할에 따라 결정됩니다. 타일에서 생산되는 자원 자체는 고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시민 하나가 생산할 수 있는 수치가 결정되죠. 이제 도시의 인구를 식량과 산업, 자금, 과학 중 어디로 분배할지 정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자동이고 혹은 특정 시설에 집중하는 메뉴가 있어 간단하게 집중치를 분배할 수 있고 직접 선택도 가능하죠.




진짜 문제는 병력 생산에서 시작됩니다. 고대 시대 유닛을 제외하면 시대가 지날수록 많은 유닛이 철이나 석유, 우라늄 등 전략 자원을 소모합니다. 여기에 최소 1 이상의 도시 인구수도 함께 소모하죠. 즉 병단을 꾸릴수록 도시의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셈입니다.

하나의 병단에 초반에는 4개, 기술 발전에 따라 최대 8기의 유닛을 겹쳐놓을 수 있는데 든든한 병력 갖추다 보면 정작 발전할 힘이 떨어지게 됩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덩달아 오른 식량 생산에 후반에는 인구도 쑥쑥 늘지만, 산업과 과학에 인구 투자하기도 아쉬운 초반에는 인구수 빼는 게 벅차죠.

플레이할 때만큼은 머리 싸매고 전투 최대한 안 하도록 외교도 신경 쓰고, 도시 방비도 신경 써야 했죠.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꽤나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도시 확장을 간결하게 가져가고 생산도 쉬워지며 자칫 지루해질 내정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으니까요.

실제로 병력 생산 도시는 병과 건물을 모아주고 전선으로 바로 보낼 수 있도록 이동력을 대폭 높여주는 기차역을 배치하는 등 전략적인 요소를 영토 전체를 아울러야 했죠. 도시 자체 내정의 간소화를 대국적인 전쟁 국면으로 치환했습니다. 보다 대전략에 가까운 게임이 된 거죠.



▲ 소총병 하나에 도시 인구수 4씩 빼먹는다니... 인구 유지도 핵심

다만, 전장 하나로 축소해서 본다면 기대만큼의 가능성을 아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대 8기에 증원군까지 포함되는 전투는 해당 전투만 별도의 턴을 가지는 택틱스 형태로 바뀝니다. 원거리, 근거리, 그리고 병사들의 특수 능력에 직접 조작까지 가능하니 꽤 다채로운 전략이 가능할 뻔했죠.

하지만 근접 유닛 위주로 병력이 꾸려지는 초반에는 전략적인 요소보다는 나 한대, 너 한대 식의 주고받기가 기본이다 보니 강력한 유닛 많은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반대로 일방적 공격이 가능한 원거리 유닛이 나온 중후반부에는 근접 유닛의 수가 적어져 사거리 길고, 전투력 강한 유닛 많은 쪽이 승기를 잡게 되죠. 고작해야 일점사 잘 하는게 전부랄까요?

그래서 전투는 보통 자동으로 돌려 결과만 확인하게 됩니다. 병력이 열세라면 전투 잘 치르려 노력하기보다는 강한 병사 더 뽑아서 지원 가는 게 더 확실한 방법이니 수동 전투도 절로 멀리하게 되고요.

다만 유닛별 특수 능력이 존재하고 높은 곳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시야 시스템이 있다 보니 잠재력은 나름 풍부한 편입니다. 전황을 뒤바꿀 다양한 능력이나 유닛별 상성 등 전투에 맞는 기믹이 패치로 더해진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남아있는 편이긴 합니다.



▲ 전략적 요소는 많은데 막상 전투하면 그냥 고지대 원거리 짱짱맨



이름을 남긴 자가 진정한 역사의 승자?

게임 내 다양한 요소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외교, 문화, 종교, 과학적 발전도나 전쟁을 통한 패권 등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승리 조건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휴먼카인드'는 세분화된 승리 조건 대신 명성이라는 하나의 수치로 게임의 승자를 결정합니다.

단 한 명의 플레이어만 남거나 모든 기술을 개발하는 등 여타 게임에서는 승리 조건이 될 요소들은 그저 게임의 종료 시점을 결정할 뿐이죠. 그렇다고 어느 하나에 특화된 세력이 승리를 가져가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아니, 도리어 모든 역량이 고른 가운데 자신의 특색이 있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죠. 이것도 명성 시스템 때문이고요.



▲ 다음 시대로 넘어가면 이전 시대의 별 보상은 그대로 사라져 버립니다

명성은 자연경관 발전, 불가사의 건설, 고급 기술 개발, 전쟁, 그리고 특정 이벤트에 따라 상승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는 건 시대의 별이죠.

각 시대별로 인구, 연토, 지구, 자금, 전쟁, 기술, 영향력 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면 시대의 별을 얻게 됩니다. 분야마다 시대별로 총 3개씩 얻을 수 있고 한 시대에 총 7개의 별을 얻으면 다음 시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시대로 넘어가게 되면 이전 시대의 '시대의 별'은 획득할 수가 없게 되죠. 이쪽에 꽤 많은 명성이 주어지다 보니 일부러 현시대에 남아 많은 별을 획득하는 게 명성 획득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고요.

실제 플레이 중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음만 먹고 시대의 별만 얻는다면 게임 종료 선언을 한 세력보다 더 많은 명성을 얻는 게 가능해 보였습니다. 워낙 엔딩 자체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장르지만, 모든 세력을 다 때려 부쉈는데 승리하지 못했다는 멘트를 보게 된다면 꽤 실망스럽긴 할 테죠.



▲ 그냥 다음 세대 가면 손해 보는 느낌, 10턴 뒤에 생각해볼게

나름대로 이해는 갑니다. 단순히 목표가 아니라 목표로 나아가는 여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개발진의 말처럼 명성만큼 게임 플레이 과정의 척도를 평가할 좋은 기준은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발전을 멈춰가면서까지 명성을 올리려는 게 게임의 의도에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아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고요.



하나의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이 있다는 건 그 게임의 이름을 빗대 더 쉽게 게임을 알릴 수 있기도 하지만, 넓게 펼쳐진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완전히 다른 방식, 다른 외형으로 변화를 꾀하죠.

하지만 '휴먼카인드'는 달랐습니다. 기존의 잘 만든 게임이 가지는 요소를 잘게 부수고 아무런 기반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만든다면 '휴먼카인드'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플레이 감각은 다른 게임이 나왔죠. 물론 여러 가지 전에 없던 시스템 속에서 몇몇 개선점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합니다.

이제 졸리고 그만하고 싶은데도 한 턴만 더를 외치다 아침 해가 뜨는 걸 보게 된다는 사실 말이죠.



  • 기존 4X 게임과 다른 방향의 깊이
  • 게임 곳곳에서 터트리는 유머 포인트
  • 작은 것까지 알려주는 세세한 튜토리얼
  • 쾌적한 턴 넘기기 속도와 미려한 그래픽
  • 너무 많고, 쓸데없는 알림창
  • 택틱스 특유의 깊이는 없는 전투
  • 엔딩과 승리 조건의 괴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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