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3', 대전략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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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약칭: COH)' 시리즈를 생각할때, 이 게임을 접해본 이들은 자연스럽게 두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하나는 굉장한 완성도를 지닌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더럽게 복잡하다'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가 자원을 채취하고 유닛을 뽑아 상대를 밀어버리는 극히 단순한 메커니즘을 기본으로 삼는다면, COH 시리즈는 기본부터가 만만치 않다. 자원 수급을 위해서는 거점을 점령해야 하고, 획득 자원 대비 유닛의 가격은 무지막지하게 비싸며, 빈 건물과 고지대 등 맵 전역에 널린 여러 전술 포인트를 적시에 활용해야 한다. 유닛 하나가 기본적으로 하나에서 많게는 셋에 이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닛의 엄폐 상태, 공격받는 방향에 따라서 전투의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하지만, 복잡하다는 건 곧 사실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COH 시리즈가 그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한 이유가 그것이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굉장히 현실적인 환경에서 중대 단위의 부대를 지휘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어려운 만큼 '국민 게임'은 될 수 없겠지만, 꾸준히 팬들이 수급되는 환경인 만큼 '장수 게임'이 될 조건은 충분하다.

그리고 얼마 전, 시리즈의 차기작이자 세 번째 넘버링 작품인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3'가 전작 출시 후 8년만에 공개되었다. 발표 자체로도 상당히 뜬금없다고 생각했건만, 내용물을 살펴보니 더 그렇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3'는 전작들과 완전히 다르다. 여전히 이전의 작품성을 지니고 있고, 추축군과 연합군의 격돌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다르다. 이렇게 말만 하면 잘 모를테니 무엇이 다른지는 지금부터 천천히 설명해보려 한다.




본작의 무대 '지중해' 전선

시리즈 1편이 2차 대전 미디어물의 성지와도 같은 서부 전선을 다뤘고, 2편이 참혹하기 그지없던 동부 전선을 다뤘다면, 3편은 또 완전히 다른 지점을 다뤘다. 개인적으로는 태평양 전선을 예상했건만 완전히 빗나갔다. 3편의 주 무대는 이탈리아 반도와 북부 아프리카를 포함한 지중해를 둘러싼 남부이다.



▲ 전작과 확연히 달라진 색감



▲ 2편의 분위기는 이런 느낌이었다

구체적 시대 배경은 1942년 11월에 전개된 북아프리카 상륙 작전인 '횃불 작전'과 이듬해 7월에 이뤄진 '허스키 작전'. 패튼과 몽고메리가 참전했던 시칠리아 침공이다. 실제 핸즈온에서 플레이 가능했던 부분 또한 시칠리아 상륙작전이었으며, 전장 곳곳에서 쿨톤에 가까웠던 전작과 다른, 따스하고 온화한 색채를 느낄 수 있었다.

별개로 브리핑에서 들은 내용을 추가 기술하면, 이번 작품은 COH 시리즈 사상 '가장 큰' 게임이다. 맵의 크기 뿐만 아니라 등장 팩션도 늘어나며 유닛의 수는 세 배 이상 늘어난다.



▲ 아기자기한 시골 마을들을 둘러싼 전투도 일어난다



'대전략'과 융합된 캠페인

3편의 변경 핵심점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부분. 대부분의 신작 게임들이 싱글 플레이의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배제하는것과 달리, COH3는 싱글 플레이 캠페인을 엄청나게 강화했다. 변화를 요약해서 말하자면, '토탈워'스러워졌다. 더 어렵지만 멋진 표현도 있지만 최대한 쉽게 말한다면 말이다.

정해진 전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은 더 이상 없다. 캠페인을 시작하면 보이는 건 거대한 시칠리아의 모습. 정식 출시때는 북부 아프리카도 구현되겠지만, 일단 핸즈온 빌드 기준으로는 시칠리아가 주 무대가 된다. 이 '대전략' 단계는 턴제로 진행되며, 할게 꽤 많다. 먼저, 상륙 지점에서 맨파워(인력, COH 시리즈의 기본 자원)를 소모해 병력을 생산할 수 있다.



▲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캠페인

병력의 종류는 크게 중대(Company)와 일반 병력으로 나뉘며, 중대가 자체 작전 전개권을 지닌 단위라면, 일반 병력은 대전략 맵에서 활용해 중대가 동원되기엔 자잘한 전략 목표들을 점령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전략 맵에서 사용하는 개별 유닛에 가까운 개념. 병종은 부서진 다리를 수리하거나 전차 중대의 체력을 보충하는 공병부터 의무병, 해안선을 따라 원거리 화력 지원이 가능한 군함과 비행장 점령 시 생산 가능한 공군 병력 등으로 이뤄져 있다. 경우에 따라서 병력을 중대에 붙여 중대를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나 개발 중인 빌드이기에 모든 병종을 파악할 수는 없었다.

물론 이 '대전략'이 전부는 아니다. 적 중대가 주둔하고 있는 거점을 아군 중대로 공격하거나, 반대로 아군 중대가 거점에서 공격받을 경우, 혹은 두 개 중대가 야지에서 맞붙을 경우 게임은 전통의 '컴퍼니오브히어로즈'의 전투로 흘러간다. '토탈워' 시리즈에서 턴제로 진행되는 대전략 게임이 두 개 군단이 맞붙을 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바뀌는 것과 똑같은 개념이다.



▲ 붉은 원은 RTS 전투 돌입이 가능한 '중대', 녹색 원은 대전략 단계에서 쓰이는 일반 병력이다.

이때, 각 전투의 목표는 대전략 단계에서 어떤 형태로 전투가 일어났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공격전에서는 시간 내에 정해진 거점을 점령해야 하고, 야전에서는 상대를 몰아붙여 일반적인 승리를 거두어야 하며, 방어전에서는 정해진 시간 동안 주요 거점을 사수하며 지원군을 기다려야 한다.

때문에,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3'의 캠페인은 이전의 선형 진행이 아닌, 비선형적 진행과 불규칙성을 띄게 되었다. 진행 도중 적의 핵심 장교를 격퇴하거나, 곳곳에서 활동하는 파르티잔 부대를 지원하는 등 랜덤성 이벤트가 팝업되는가 하면, 게임 시작 전 플레이 팩션을 정할 수도 있다.



▲ 군함의 함포 사격은 해안선 인근 병력을 단번에 없앨 수 있다

탄탄한 보병 전력과 화력 지원을 바탕으로 삼는 미군을 선택할 수도, 코만도와 순항 전차를 주력으로 삼는 영국군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양측의 병종이 혼재된 '연합군'을 선택할 수도 있다. 캠페인을 매번 진행할 때마다, 샌드박스 형태의 전장을 기반으로 각각 다른 흐름의 전황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본질'에 가까워진 전투

※ 설명에 앞서 이번 시연 버전은 아직 UI와 텍스처가 완성되지 않은 단계의 극초기 빌드인 만큼, 많은 부분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자 한다.

이번 시연 빌드의 전투에서 느낀 부분을 짧게 요약하면 1편과 2편의 장점을 융합한 형태에 가깝다는 것. 일단 전작에서 큰 비판을 받았던 '블로빙(은엄폐 없이 일반적인 전략시뮬레이션처럼 보병 무더기로 뭉쳐다니며 다 쓸어버리는 형태)'은 더 이상 주류가 될 수 없다.



▲ 보병과 차량 각 병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전투의 핵심

엄폐 시스템이 이전보다 강화됨에 따라 적은 수의 병력이라도 전술적 위치만 선점하면 오랜 시간 버티는게 가능해졌고, 무기 노획이나 복합무기로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도 한층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물을 점령한 보병이 굉장히 강력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건물에서 적 병력을 퇴거시킬 수 있는 '브리칭' 스킬을 지닌 보병 분대가 추가되면서 건물 점령 알박기도 사실상 봉쇄되었다.

전차의 피격 부위별 피해 산정 공식이 보다 정밀해지고 맵 내 오브젝트와의 상호 작용이 개선된 것 또한 체크할 부분. 이제 흙무더기나 담장, 드럼통 같은 가벼운 엄폐물은 전차로 그냥 뭉개버릴 수 있기 때문에 중전차의 경우 소구경 대전차 무기 정도는 전면 장갑으로 가볍게 튕겨내고 엄폐물은 그냥 으깨버리며 전선의 중심에 자리잡을 수 있다. 엄폐물을 낀 니가와 대전차 보병 플레이도 무적은 아니라는 것.



▲ 전차의 측면 장갑은 보다 현실적으로 개선되었으며 엄폐물로 활용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게이머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의 기본 개념처럼 각 병종의 상성을 생각하며 유기적으로 전술을 짜야 한다. 전차 올인이나 특정 보병 분대 스팸으로 풀어갈 수 있던 전작과 달리, 상황에 맞춰 여러 병종을 유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체험 중에도 보병 분대만으로는 적의 단단한 방어선을 밀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며, 전차 올인으로도 마찬가지였다. 기간병이 되어줄 소총수와 화력 지원용 기관총 분대와 박격포, 전차가 어우러져서야 수월히 방어선을 돌파할 수 있었다.



▲ 시연 빌드에서는 체험할 수 없었지만 존재는 확인된 야간전



질문과 답변
앞서 말했다시피, 체험 빌드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게임 기자로 일하면서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버전으로 게임을 선행 플레이하는 건 꽤 빈번한 일이었지만, 이번만큼이나 초기 버전으로 플레이한 적은 단언컨대 없었다.

아이콘도 없었고, UI도 없었으며, esc를 눌러 나오는 메뉴도 게임 엔진 기본 사양이다. 유출을 우려해서인지 게임 해상도는 도트 그래픽 수준으로 뭉개져 있었으며, 이 때문에 그래픽 비주얼이 좋은지 나쁜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시연이 끝난 후 세가와 렐릭은 별도의 짧은 인터뷰 시간을 마련해 시연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 추가로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Q. 먼저, 캠페인에 굉장히 큰 변화가 이뤄졌는데 어떤 계기로 이런 변화를 가했나?

우리는 이번 작품에서 캠페인이 한 번 플레이하고 지나가는 튜토리얼이 아닌, 깊은 내러티브를 지닌 게임의 대표 요소로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한 번의 플레이에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서도, 두 번, 세 번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싱글 플레이 요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 결과다.


Q. 전작 출시부터 3편 공개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이며, 현재 개발팀엔 몇 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가?

먼저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전체적인 기술 수준이 올라갔기에 이전에 쓰던 엔진과 기술들을 그대로 쓸 수가 없었다. 때문에 엔진과 기술을 아예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했고, 게임 분량을 처음부터 크게 잡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일직선 진행이 아닌 샌드박스형 캠페인을 기획하다 보니 수많은 디테일이 필요하기도 했으며, 2차 대전 당시 지중해 전선에서 싸운 군인들과 장비의 고증 단계에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외에도 외부적인 요소를 하나 말하자면, 전작의 유저가 아직도 많이 유지되고 있기에 급하게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부분도 있다.

개발진은 현재 80명 정도 규모이며, 모든 인원이 재택 근무 형태로 일하는 중이다. 개발 초기엔 근무 형태가 바뀌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현재는 모두 적응해 큰 문제 없이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Q. 이탈리아와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지중해 전선은 시기적으로 꽤 한정되어 있으며 미디어에서도 주로 다뤄지는 전장은 아니다. 이러한 배경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유저들을 대상으로 앙케이트 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이 나온 전선이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였다는 매우 간단한 이유가 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일단, 질문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전장인 만큼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으며, 눈보라와 폐허, 숲이 주가 되는 서부, 동부 전선과 달리 색감부터가 다르다. 완전히 새로운 비주얼 감각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라고 해야 할까?


Q. 게임 내에서 미군과 영국군이 합쳐진 연합군 사령부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밸런싱이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게임 내 밸런싱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다. 개발 단계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계속해서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고 커뮤니티에서 선발한 게이머층을 대상으로도 오랜 시간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아직 개발 완료까지 남은 시간이 긴 만큼 출시 시점에서는 보다 나은 수준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전작의 경우 업데이트를 거듭하면서 5개의 팩션과 수십 명의 지휘관이 등장했다. 본작의 등장 팩션은 어떻게 되는가?

일단 미국과 영국, 추축국은 확정된 상태이나 이게 끝이라 말할 수는 없다. 개발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확실히 어떻게 될 거라 말해줄 수가 없다.


Q. 현재 개발 진척도는 어느 정도이며,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출시 시기는 언제쯤인가?

일단 목표는 2022년 중 발매하는 것이지만, 정확히 정해진 타겟 데이는 없는 상황이다. 시연을 해 봤다면 알 수 있듯 그래픽 어셋이나 UI등에서 아직 덜 만들어진 부분이 많지만, 피드백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개발 빌드를 선보인 것이다. 게임의 근간이 되는 부분들이 모두 정립되고 나면, 이런 부분들도 다듬어질 것이다.


Q. 전작은 정식 한국어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유저 제작 패치도 업데이트때마다 막혀 새로 만들어야 하는 등 한국 게이머들은 꽤 어렵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3편은 정식으로 한국어화가 이뤄지는 것인가?

먼저, 한국 게이머들이 힘들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건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로컬라이징과 관련된 부분은 개발사 독단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아닌 만큼 우리도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3편의 로컬라이징 여부 또한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는 상황임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 한국어화 여부는 인터뷰 답변이 끝난 이후 별도로 확정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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