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스토브] 귀신이 무섭다고? 현실이 더 무서워...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5개 |

공포스러운 분위기 그 이면의 메시지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공포는 무엇일까. ‘어몽 더 슬립’은 이제 막 걸어 다니기 시작한, 아직은 자신의 두 발로 걷는 것보다 기어 다니는 것이 더 익숙한 어린 아이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공포 게임이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잔잔하다. 보통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강하게 몰아치는 진한 공포, 일반적인 공포 게임에서 제공하는 그런 강한 공포는 만나볼 수 없다. 온 심장이 터질듯하고 목덜미에는 식은땀이 흐르며 나도 모르게 으악 소리를 지르는 ‘공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 특히 아이가 겪고 있는 상황은 당장 현실에서도 수없이 일어나는 일이기에 분명 그 어떤 게임보다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 스토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게임명 : Among the Sleep - Enhanced Edition
장르명 : 공포
출시일 : 2017.11.02.
개발사 : Krillbite Studio AS
서비스 : Krillbite Studio AS
플랫폼 : PC(Stove, Steam), XBO, PS4, NSW



아장아장 아기의 시점에서 오는 공포




어몽 더 슬립이 공포 게임 치고 덜 무섭다는 것이지, 절대 ‘안’ 무서운 건 아니다. 갖춰야 할 건 다 갖췄다. 어두컴컴한 배경, 귓가에 울려 퍼지는 스산한 음악, 간간이 섞여오는 엄마의 노랫소리,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까지, 사람이 공포를 느낄 만한 요소는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 게임이 진행되는 배경 자체는 스산할지언정 한 발 내딛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무서운 편은 아니다. 특히 이런 점은 공포 게임을 자주 해본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질 테다.




그러나 어몽 더 슬립은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공포를 그려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솔직히 아직 제대로 걸어 다니지도 못하는 아기를 어마어마한 괴물이 쫓아 온다거나, 어려운 장애물이 막고 있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게임의 난이도가 조금 낮아졌을 뿐이지, 게임의 밸런스가 별로라고 보기엔 어폐가 있다.

오히려 평소 절대로 무서움을 느낄 수 없는 것들을 한 번 뒤틀었기에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 내내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사물들은 일반적인 어른의 시선에서 본다면 평범한 물체에 그쳤겠지만 자그마한 아이의 시야이다 보니 매우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어몽 더 슬립에서는 어른이었다면 그냥 세우고 지나갔을 넘어져 있는 의자 같은 것들이 어쩔 수 없이 피해야 하는 장애물이 되고, 그냥 달칵 열면 그만이었을 문고리는 어떻게든 기어 올라갈 만한 발판을 찾은 뒤에서야 겨우겨우 열 수 있는 걸림돌이 된다.

그외에도 아장아장 걸어 다니거나 꼬물꼬물 기어 다녀야 하기에 자연스레 생기는 이동의 제한은 은근한 공포를 불러온다. 분명 뒤에서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은데 아장아장 걸어서 눈앞의 창틀을 으쌰 기어올라서 도망쳐야 하는 그 짜릿함이란. 1인칭 시점으로 게임이 진행되기에 이러한 부분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 게임이 비록 공포 측면에서 약할 수는 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이, 엄밀히 말해서는 아기의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몽 더 슬립은 그 쉽지 않은 일을 잘해냈다. 잠겨져 있는 자물쇠를 열기 위해 세모, 네모 모양의 도형 열쇠가 필요하다거나, 진행을 위해 맞춰야 하는 퍼즐 조각도 고작 6피스밖에 되지 않는다거나, 어두운 곳에서 랜턴처럼 도구를 이용하는 대신 품 안의 곰 인형을 꼭 끌어안는다거나 하는 이런 소소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게임에 적용했다.

물론, 게임 속 아기는 아주 용감하다. 공포에 질린 숨소리 한 번 내지 않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좁은 미끄럼틀도 그 짧은 다리로 순식간에 타고 내려간다. 그저 그 아기의 뒤에 있는 내가 주저하고 무서워할 뿐이다.


괴물보다 무서운 현실




사실 어몽 더 슬립의 공포는 게임의 물리적인 부분보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아이의 현실을 통해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수없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아동 학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아니 이미 수없이 일어났던 그런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만났던 그 모든 공포의 요인들이 술을 먹은 엄마를 피해 어두운 장롱 속으로 숨어들어 간 아이의 환상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느껴지는 그 놀람과 안타까움이란. 어두운 장롱의 문을 열고 마주한 밝은 방은 그 안타까움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 준다.

천둥치던 밤 공포에 떨며 지나갔던 복도를 밝은 빛 속에서 찬찬히 걸어가다 보면 간밤의 모험에서 마주쳤던 ‘열쇠’들이 모두 아이의 장난감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부엉이 인형들, 퍼즐 조각들, 모형 열쇠까지 모두 다 아이가 행복하게 가지고 놀았던 것들이다.




분명 아이가 이끌어냈던 어두운 상상은 모두 알콜 중독이던 엄마의 모습이 주는 공포를 나타냈음이 틀림없다.

눈을 번뜩이며 자신을 뒤쫓아 결국 선물 받은 인형의 팔을 찢어버린 엄마, 침대 밑, 장롱 밑에 숨어 있는 아이를 산발한 머리로 찾던 엄마, 아이에게 책 한권 읽어주지 않던 엄마, 이 모든 모습은 무서운 괴물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하지만 정작 아이가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은 모두 엄마와의 행복했던 기억이다. 애초에 곰 인형 테디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유 역시 엄마에게 뭔가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엄마가 잘못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니까.

아이는 술을 먹은 엄마를 괴물로 인식할 만큼 무서워하고 두려워 했지만, 미워하지 않는다. 그 엄마가 다시 자신의 따뜻한 엄마로 돌아오길 바라며 장롱 속에서 좋았던 기억을 찾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다.




공포의 밤이 지나가고 술에서 깬 엄마는 아장아장 걸어온 아이를 밀쳐버린다. 하지만 아이는 다시 다가가서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직 말도 못할 정도로 어린아이가 자신을 그렇게 두렵게 만든 엄마를 용서하고, 오히려 감싸 안아준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아동 보호소 직원인지, 아니면 아빠인지 모를 누군가에게 안겨 괴물의 집을 떠난다. 아이가 떠난 뒤 엄마는 어떻게 됐을까. 개인적으로는 평생을 스스로 고통받으며, 아이에게 사죄하며 살았으면 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의 아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사람은, 용서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기의 상상 속이 어두울수록, 아기의 현실도 공포스러웠지 않을까. 플레이하는 우리에게 그 괴물이 두렵게 느껴질수록, 아기에게 다가왔던 술을 먹은 엄마가 그만큼 무서웠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몽 더 슬립은 분명 공포 게임이다. 일단 어두컴컴하고 스산한 배경과 머리카락이 쭈뼛 서게 하는 배경 음악, 여기에 깜짝 놀라게 만드는 효과음들까지 공포 게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가지고 있다.

다만 요즘 나오는 게임들이 워낙 그 공포의 세기가 강하기 때문에 공포 게임 매니아라면 너무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다. 분위기가 스산할 뿐 시각 상 자극적인 뭔가는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만큼 평소 공포 게임의 분위기는 좋아하지만 너무 무서워서 시도해보지 못했다거나, 뭔가에 쫓기는 느낌을 싫어하는 경우라면 아주 재미있고 스릴넘치게 플레이할 수 있을만한 게임이다.

다만 이 게임이 가지는 진짜 가치는 공포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상상이라는 껍데기를 씌워 게임 속에 그대로 반영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좋은’ 이야기가 아닌 ‘나쁜’ 이야기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한쪽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

하지만 어몽 더 슬립은 그 안타까운 현실을 잘 그려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아이가 구출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깔끔한 엔딩을 만들어 냈다. 솔직히 엔딩에서 엄마와 아이가 그대로 남았다면 글쎄, 게임 잘해놓고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어몽 더 슬립은 이미 출시된 지 꽤 된 게임이지만, 이번에 스토브에서 한국어 번역을 완료해 런칭했다. 6월 24일까지 런칭 기념 할인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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