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로맨스'를 흔한 사랑 게임으로 보지마세요

게임뉴스 | 정수형 기자 |

'피그로맨스'는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한 게임들 가운데서도 한 번 보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고퀄리티의 그래픽 때문에도 아니고 화려한 비주얼을 갖춘 것도 아닌데 말이죠.

처음 게임의 제목만 봤다면 단순한 돼지들의 사랑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돼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연시를 떠올릴 수도 있죠. 그런데 막상 게임을 해보면 로맨스라는 단어는 감히 언급하기조차 어색한 B급 고어 감성이 물씬 풍겨옵니다. 아니, 어쩌면 뒤틀린 사랑? 진짜 돼지의 사랑? 뭐 그런 느낌으로 포장할 수도 있겠네요.

이 게임이 시선을 사로잡았던 첫 번째 이유는 독특한 설정 때문입니다. 게임의 주요 배경은 돼지를 사육해 소시지를 만드는 공장이고 여기에서 사육되는 돼지들은 소시지를 먹고 자랍니다. 즉,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돼지는 소시지로 가공되어 일부는 팔리고 나머지 일부가 돼지들의 사료로 쓰인다는 설정입니다.

심지어 돼지들의 몸에는 부위별로 쉽게 가공하기 위해 재단선이 그려져 있고 게임 중에 도축하는 장면도 서슴없이 보여주는데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잔인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느낌은 덜 했습니다. 설정만 보면 끔찍하기 짝이 없는데도 말이죠.



▲ 잔인한데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만화 같은 그래픽과 더불어 게임을 하는 내내 현실과 다른 돼지와 사람 디자인, 배경을 통해 유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흔히 '톰과 제리'를 보면서 잔인하고 거북한 느낌보다 그냥 웃는 것처럼 '피그로맨스'도 자연스럽게 이런 설정을 받아들일 수 있게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임 플레이는 퍼즐이 가미된 플랫포머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플레이어는 미틀렛(수퇘지)을 조작해 도축되어 버린 포클렛(암퇘지)의 각 부위를 찾아 소시지 공장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죠. 소시지 공장이라는 특징을 살린 맵 디자인은 불길이 치솟는 파이프와 분해용 톱날 등 살벌한 장치들로 도배되어 있는데요.

현재 스팀에서도 즐길 수 있는 기존 데모 버전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라던지 뒤에서 공장 직원이 쫓아와 퍼즐을 풀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을 두고 이를 통해 난이도를 조절하는 방식을 보여줬었습니다. 아무래도 쫓기는 처지에선 쉬운 퍼즐이라고 해도 긴박한 상황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대체로 무언가 끌어서 가로막거나 굴리는 등 비교적 간단한 방식의 퍼즐로 구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반면, 이번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처음 공개된 미개봉 스테이지는 파이프를 이어서 길을 만들거나 혹은 빠르게 움직이는 탑차 사이에서 알맞은 길을 찾아가야 하는 등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하는 퍼즐과 순간적인 피지컬을 요구하는 방식의 퍼즐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특정 구간마다 공장 직원이 쫓아와 도망쳐야 하는 추격 장면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어려운 난이도의 퍼즐과 액션을 해야 해서 전체적으로 난도가 올라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미개봉 스테이지를 통해 구역마다 적당히 다른 방식의 퍼즐이 제공되고 또 적당한 난이도로 게이머의 흥미와 텐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 전개와 배경 설정에 더불어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퍼즐 요소까지. '피그로맨스'의 정식 출시를 기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보이는 것보다 더 흡입력 있는 플레이를 선보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외계인납치작전의 최용찬 대표는 "'피그로맨스'는 소시지가 된 포클렛을 찾아 떠나는 미틀렛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입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도축하는 직원이 나쁘게 보일 수 있는데요. 사실은 선량한 마음을 가진 직원으로 추후 스핀오프 후속작의 주인공으로 만나보실 수 있을 예정입니다"라고 전하며, IP 확장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재 '피그로맨스'는 올해 출시 예정으로 스팀 상점에 페이지에서 약 15분 분량의 데모 버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미공개 버전은 플레이엑스포에서만 즐겨볼 수 있으니 혹시 게임 플레이가 더 궁금하다면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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