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무덤에서 돌아온 무한탄창의 난사 액션, 건그레이브 고어

리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8개 |


게임명: 건그레이브 고어 (Gungrave G.O.R.E)
장르명: 3인칭 슈팅 액션
출시일: 2022년 11월 23일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Iggymob Co.,Ltd
서비스: Prime Matter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C

게임과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통해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통쾌한 액션 묘사로 주목을 받았던 '건그레이브'가 신작 게임 '건그레이브 고어(Gungrave G.O.R.E)'로 다시 돌아왔다. 개발사는 국내 콘솔게임사인 이기몹으로 바뀌었으나 원작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나이토 야스히로가 개발에 참여하여 정통성을 이어받았고, 켈베로스의 무한탄창을 활용하여 쏟아내는 난사 액션과 등에 짊어진 데스하울러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묵직한 타격 액션으로 시리즈 특유의 감성을 잘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에 명맥이 끊겨버린 건그레이브의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신작 건그레이브 고어는 참으로 선물 같은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등장하는 주연 캐릭터도 모두 근본 그 자체인 캐릭터들뿐이고, 각 캐릭터의 성격도 원작 스토리, 혹은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모습으로 구현됐다.

애니메이션보다 게임 시리즈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역시 재장전 없이 호쾌하게 총알을 퍼붓는 그레이브의 난사 액션일 것이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적들에게 수십, 수백 발의 총알을 쏟아내고, 피바다가 된 거리를 뒤로한 채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걸음을 옮기는 그레이브의 모습은 신작 '건그레이브 고어'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미션을 시작했을 때 출력되는 'Kick their ass' 문구부터 켈베로스를 돌리며 전투를 준비하는 그레이브의 모습, 해골 형태로 표시되는 데몰리션 샷 포인트, 체력과 실드 잔량을 표시하는 UI까지 전작인 건그레이브 O.D.를 떠올리게 하는 포인트가 화면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일신한 비주얼 그래픽과 UI 구성 등 원작 팬들을 설레게 만들 요소가 가득하다

게임 플레이의 기본 방향성 역시 건그레이브 O.D.를 플레이해봤던 이들이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구조다. 모든 전투는 짧은 스테이지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이 안에서 다양한 기믹을 가진 적들이 계속해서 몰려나온다. 이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소탕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이스코어가 계산되므로, 같은 스테이지라도 여러 번 플레이하며 즐길 수 있다.

권총 연사 하나로 모든 스테이지를 쉽게 밀어버리는 단조로운 액션에 그치지 않도록, 여러 특수능력을 지닌 적들이 등장하는 것도 건그레이브 고어 전투의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일반적인 권총 연사로 정리할 수 있는 잡몹 외에도 검과 방패로 그레이브의 총알을 모두 막아낸다거나, 넉백 효과가 있는 바주카포로 공격하고, 투명 상태로 다가와 뒤에서 급습하고, 자동 타겟팅을 무력화시키는 독성 물질을 뿌리거나 화염병을 던져 지속 대미지를 주는 등, 하나의 스테이지 안에서도 정말 다양한 분류의 적들이 등장하곤 한다. 각각의 적에 대처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므로 더 효과적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 매번 다양한 전투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차지 샷으로 방패병을 미리 정리하고, 바주카포를 사이드 스텝으로 피하는 등 다양한 조작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원작의 스토리를 알고, 원작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재미를 기억하는 이들만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치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비주얼적으로도 일신했다고는 하지만, 2022년 동시대에 출시되는 다른 차세대 콘솔용 게임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다소 부족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아쉬움은 스토리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가 결여되어 있는 것은 물론, 캐릭터의 대사와 이야기에는 작품을 모르는 이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의 고유 명사들이 등장한다.

건그레이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메인 화면의 '히스토리'를 선택해야만 볼 수 있는 요약 영상이 전부이며, 시종일관 '너희 이 캐릭터 기억하지? 무려 이 캐릭터도 나와!'라고 말하듯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와 연출이 계속 이어진다. 총알을 마구 난사하는 TPS 스타일의 게임 플레이 자체에 집중하는 이들에게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으나, 멋들어진 캐릭터와 그 캐릭터와 함께 그려나가는 스토리를 맛보고 싶은 이들이 따라가기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 멋진 시네마틱 컷신도 자주 등장하지만, 캐릭터들의 상관관계를 모른다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수 밖에 없다

게임이 단조로운 난사 액션에 그치지 않도록 다채로운 요소를 넣으려 했던 것 역시 분명해 보이나, 이 과정에서 적들의 기존 체력 배분이 높아져 한판 한판의 피로도가 높고, 스테이지를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전투가 다소 반복적으로 느껴지게 된 점도 아쉬운 포인트 중 하나다.

기관총이나 바주카포, 수류탄을 던지는 적들이 다섯 이상 한 화면에 등장하면 제대로 된 난사 액션을 펼칠 수 없을 정도로 적의 포화가 거세지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가능한 주춤 걸음으로 이동하며 조금씩만 적들을 불러들여 상대해야만 한다. 또 기본 난이도인 노멀 기준에서도 적 하나를 쓰러트리는데 10발 이상의 총알을 쏟아부어야 하는 경우가 꽤 자주 있는 편인데, 어느 쪽을 보더라도 '적 다수를 빠르게 쓸어버리는 그레이브의 강력하고도 호쾌한 난사 액션'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다.



▲ 강력한 난사로 세 명의 적을 쓰러트리는데 60발 가량의 총알이 소모됐다. 무한 탄창이라지만 낭비가 심한 편

물론,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초반 플레이의 대안 역시 분명히 준비되어 있다. 바로 스테이지 클리어 이후 획득할 수 있는 재화로 그레이브를 강화하는 연구실 시스템이다. 연구실에서는 기본 조작을 조합하여 더 화려한 액션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킬', 불렛 대미지부터 타겟팅 거리, 체력과 실드 회복량 등 기초적인 스테이터스를 강화하는 '스탯', 그리고 더 다채로운 특수기를 더하는 '데몰리션 샷'까지 다양한 강화 요소가 준비되어 있다. 분명 추가 전투 기술이나 데몰리션 샷을 더 배우지 않아도 게임 클리어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더욱 화끈한 '몰살' 액션을 맛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추가 선택지를 마련해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모든 스테이지의 클리어 랭크를 A 이상 달성하며 하이 스코어를 갱신하는 등, 꾸준한 반복 플레이가 요구된다.

건그레이브 고어를 처음 플레이한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손가락이 아프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는 실제 권총 사격을 하듯 총을 쏠 때마다 마우스 버튼, 혹은 패드의 트리거 버튼을 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사는 이때 느낄 수 있는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버튼 클릭 한 번에 총알 네 발', '버스트 시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버스트 유지' 같은 사용자 배려 기능을 미리 준비해뒀다.

물론, 튜토리얼 문구를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버스트 모드를 빠르게 발동하려면 제자리에서 버튼을 네 번 클릭해야 하는데, 버튼 유지 시 홀드 기능을 지원할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버스트 모드에 별도의 키를 할당하는 것도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건그레이브 고어는 당초 2019년 출시 예정이었던 타이틀인만큼, 2022년 현재의 시점에서 보기엔 다소 어색하게 보이는 연출들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타이틀에도 포함된 '고어'를 살리기 위해 사지분해 연출이 들어갔지만, 피가 튀는 표현이나 머리와 팔다리가 날아가는 표현에도 잔인하다는 느낌보다 어딘가 어색함이 앞선다.

하지만, 건그레이브 O.D. 이후 오랜 기간 신작 소식 없이 끊어질 뻔했던 시리즈의 맥을 이었다는 점에서 '건그레이브 고어'가 가지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원작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나이토 야스히로의 합류로 정통성을 갖췄고, 여기에 높은 수준의 한국어 더빙까지 적용됐으니, 건그레이브를 기억하는 한국의 게이머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물 같은 타이틀일 것이다.

건그레이브 고어는 한국의 콘솔 게임 개발사 이기몹이 전개해나갈 앞으로의 여정에 기록될 의미 있는 한 발자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작업에서 드러난 여러 개선점들을 보안하고, '콘솔 액션 게임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게임사'라는 포부를 달성하기까지 앞으로도 계속 도전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무한 탄창으로 쏟아내는 호쾌한 난사 액션
  • 근본 가득,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
  • 공략의 재미 더하는 다양한 전투 기믹들
  • 다소 반복적인 전투 스테이지 구성
  • 원작을 모르면 따라가기 어려운 스토리
  • GORE 타이틀이 아쉬운 옛스런 고어 연출

리뷰 플랫폼: PC (출시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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