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픽 박성철 대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엔진이 목표"

인터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7개 |



오늘날의 에픽게임즈는 단순히 게임 엔진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 운영과 게임 퍼블리싱 외에도 게임 산업을 벗어나 영화, 건축, 자동차 등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를 선도하며, 현대 산업 부분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뽐내는 공룡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4월 정식 출시한 언리얼 엔진5는 실시간 3D 렌더링 및 실시간 라이팅을 거의 완벽하게 처리하고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주면서 차세대 그래픽의 미래를 보여줬다.

언리얼 엔진4 무료화와 함께 언리얼 서밋, 엔진 교육 등 소규모 기업 및 입문자에 대한 혜택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는 에픽게임즈다. 이에 지스타 2022에서 에픽게임즈 코리아의 박성철 대표를 만나 그간 선보였던 기술과 행보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 에픽게임즈 박성철 대표



■ 언리얼 엔진5, 멀티 플랫폼 개발 환경에 최적화


Q. 언리얼 엔진4가 출시된지 8년 만에 5가 출시됐다. 이에 언리얼 엔진4로 개발 중인 개발자 입장에서 언리얼 엔진5로 넘어간다면 어떤 점에서 이득이 될 수 있나.

= 언리얼 엔진3에서 4로 넘어가려면 다 뜯어 고쳐야 했다. 그런데 4에서 5로 넘어가는 것은 훨씬 쉽다. 버전 업이 어렵지 않도록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로 현직 개발자도 어렵지 않았다고 말을 해줬다. 만약, 어렵고 불안정했다면 서비스 중인 포트나이트를 언리얼 엔진5로 전환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환에서 가장 큰 이득은 아무래도 손쉽게 시각적 퀄리티를 차세대 느낌이 나도록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넓은 월드를 만들 때 처음에 공개했던 월드 크리에이터 제작 툴이 직경 22km까지 만들 수 있었는데 지금은 8800만 km까지 가능해졌다. 그래서 오픈 월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 입장에서 훨씬 쉽게 세계를 그릴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은 보통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만드는데 공동으로 협업하기 좋게 툴들이 개선되서 효율성이 높다. 덕분에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이득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모바일 기기에선 언리얼 엔진5의 대표적인 기능인 루멘과 나나이트를 지원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효율면에서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Q. 최근에는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는 게임이 많아졌는데 이런 개발 환경에서도 도움이 되는 게 있나.

= 과거에는 해외하면 콘솔, 국내는 PC 혹은 모바일이 강세였는데 갈수록 전 세계를 타겟으로 하는 게임이 나오면서 플랫폼의 경계가 사라지는 추세다.

개인적으로 멀티 플랫폼은 1단계고 하나의 서비스를 진행하는 크로스 플랫폼은 2단계라 생각하는데 플랫폼끼리 연동하는 부분에서 언리얼 엔진은 상용 엔진 중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고 본다.

그리고 똑같은 게임이라고 해도 PC와 차세대 콘솔에서는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고 모바일에서는 그에 맞는 그래픽으로 조절하면 된다. 아직은 모바일 하드웨어가 지원하지 못하는 기능이 몇몇 있어서 그런지 쓸모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앞서 말한 여러 장점 덕분에 꼭 그렇지 만은 않다. 그래서 실제로 모바일 게임을 위주로 개발하던 회사도 신작을 만들 때는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Q. 8년이란 시간 동안 게임 업계의 트렌드가 정말 많이 바뀌지 않았나. 이러한 게이머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언리얼 엔진5를 개발하면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 당연히 트렌드를 반영해서 엔진을 개발한다. 예를 들어 언리얼 엔진2와 3은 어떻게 보면 PC와 콘솔 개발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엔진이었다. 당시에 가격 정책도 특정 게임과 플랫폼에 제한해서 소위 대작을 만드는 회사들만 쓰는 엔진이었다.

그러다 언리얼 엔진4부터 무료화를 시작했다. 원래 몇십 억 원의 엔진 가격을 지불하던 회사만 써왔는데 무료화를 통해 누구나 쓸 수 있는 엔진으로 바꾸고 모든 플랫폼을 다 지원하도록 만든 것이다.

언리얼 엔진5는 여기서 더 나아가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고 앞으로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를 위해서 개인 개발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누구나 쉽게 엔진을 사용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언리얼 엔진5를 개발할 때 게임 분야 외 산업 진출을 위해 공들인 부분이 있나.

= 현재 언리얼 엔진5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과거에는 영화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CG 느낌까지 그래픽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쓸 필요를 못 느꼈었다. 그러나 언리얼 엔진5가 실사 퀄리티 수준을 갖추고 결과물을 리얼 타임으로 비교하고 볼 수 있게 되면서 그쪽 관계자들이 에픽게임즈의 고객이 되고 있다.

영화사에서 원하는 니즈는 게임 개발사와 다르지 않나. 가령, 기존에 카메라 앵글 위치에서 에디터로 배경을 바꾸는데 약간 이질적인 게 있었지만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서 이번 5.1 업데이트에서는 친숙하게 볼 수 있는 툴로 바꾸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게임은 상황에 따라 스펙을 조금 낮춰야 할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 영화와 드라마는 무조건 실사 그래픽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언리얼 엔진5에서는 게임, 만화 같은 느낌이 아니라 실제와 같은 느낌을 주고자 그래픽 퀄리티를 올리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Q. 올해 지스타에 출품한 게임 중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 중인 게임이 많은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우선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는 실제로 가서 플레이 해봤는데 PS5가 정말 좋아보일 정도의 그래픽 퀄리티를 선보였다. 그걸 직접 조종하고 있으니 체감되는 그래픽의 퀄리티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위메이드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해보지 않아서 판단하기 어렵지만 캐릭터 모델링을 살펴보니 우리가 보여준 메타휴먼 크리에이터 속 메타휴면보다 훨씬 예쁘게 만든 것 같다. 이처럼 멋진 캐릭터를 언리얼 엔진5로 뽑아낸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좋게 생각한다.

크래프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도 시연해봤는데 예전부터 바이오하자드나 데드 스페이스 등 공포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그런지 재미있게 즐겼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언리얼 엔진4로 만든 게임인데 4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그래픽의 한계를 보여준 것 같다. 특히, 주인공 캐릭터의 얼굴 표현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잠깐 다른 얘기인데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한국이 성장해서 유명한 외국 개발자의 회사를 인수하고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서 글로벌 게임을 개발하는 모습이 다시 한 번 콘텐츠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게 있었다.


Q. 언리얼 엔진5가 아직은 나나이트, 루멘의 여파 때문인지 PC, 콘솔의 하이엔드쪽 위주로 어필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모바일 개발자들이 언리얼 엔진5를 쓰면 좋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 앞서 언급했듯 개발팀이 협업하는 환경이 훨씬 좋아졌기 때문에 모바일이든 PC든 상관없이 이득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제작 편의성도 향상되고 쉬워졌으니 관련 기능을 쓰지 않더라도 개발하기 편할 것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모바일을 개발한다고 해서 오직 모바일로만 가는게 아니고 멀티 플랫폼을 고려하고 있으니 언리얼 엔진5의 모든 장점을 다 가져갈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가 플랫폼별로 최고의 그래픽을 내려고 하는 게 있다. 게이머도 어떤 엔진을 사용해서 개발했는지 신경쓰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게이머 입장에서 5가 나온 것을 아니까 아무래도 차세대 엔진을 사용한 게임이라는 점을 어필하려고 할 것 같다.


Q. 개발자와 소통하다 보면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것 같은데 실제 엔진 개발 과정에서 이런 피드백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궁금하다.

= 나라마다 피드백이 조금씩 다르다. 서양은 콘솔 스펙에 맞춰서 개발하니까 그 안에서 최대한 효율을 살려서 그래픽을 좋게 하는 고민이 많다.

우리나라는 모바일 위주로 개발하는 게 있어서 모바일 부분을 개발하는 잭 포터 본부장이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삼성같은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저희에게 보내주는데 거기에 맞춰 엔진 최적화하는 작업을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피드백과 관련된 일화 중에 기억나는 것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를 개발할 당시의 일이다. 당시 언리얼 엔진2는 넓은 맵을 못 만들었다. 그런데 엔씨소프트에서 직접 엔진을 개조해서 MMORPG에 어울리는 넓은 맵을 만들었고 이에 맵 제작의 필요성을 느껴 잭 포터 본부장이 랜드스케이프 툴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제공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피드백을 받고 만든 랜드스케이프가 역으로 오픈 월드를 만들려고 했던 서양 개발사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피드백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게 됐다.





Q. 일선 학교에서 코딩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꽤 됐는데, 아직도 블록코딩 위주라는 비판이 있지 않나. 언리얼 엔진이 컴퓨팅 사고나 코딩 등 그 현장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관련해서 계획이 있나 궁금하다.

= 블록코딩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예전에 대학교에서 프로그램 수업을 받은 적이 있는데 노드 기반으로 코드를 짜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노드를 배치하는 게 생각보다 잘 안돼서 결국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만뒀었다.

이때 어릴적부터 이런 것을 접하면 논리적인 사고를 쌓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여기서 소질을 보였다면 다음 스텝도 문제없이 잘 할 수 있으리라 본다.


Q. 최근 몇 년간 게임 개발이라는 영역을 접하고 배우는 과정도 바뀌어오지 않았나. 이제 언리얼 엔진은 게임 엔진을 넘어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툴이자 플랫폼,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는데, 그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에픽게임즈의 비전은 무엇인가.

=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서밋 등 단계적으로 엔진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스타는 그중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한 첫 단계에 속한다. 게임은 다른 산업과 달리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어릴적부터 게임을 하다 보면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막상 이걸 구현하는 구간에서 막혀버린다.

지스타는 정말 게임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찾는 행사다 보니 이러한 생각을 평소에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BTC에 에픽게임즈 부스를 만들고 엔진 체험을 시작하게 됐다.

저희 부스에 방문해서 마치 게임을 즐기듯 엔진의 특징을 알아가고 여기서 흥미를 얻었다면 나중에 앞서 언급했던 언리얼 서밋과 각종 온라인 교육 자료를 보면 된다. 이걸 비전이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어쨌든 언리얼 엔진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하나씩 참여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지스타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나.

= 에픽게임즈의 전체적인 생태계를 알려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엔진 기능과 창작 과정에서 필요한 것, 콘텐츠 공유 및 마켓 플레이스 이용 방법 등 마치 뷔페처럼 모든 영역을 보여주고 싶다.

무엇보다 언리얼 엔진4부터 무료화가 되면서 누구나 쓸 수 있게 열었으니 접전을 많이 늘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앞으로 5~10년 내에 언리얼 엔진 사용이 더욱 쉬워지고 많은 부분이 간결해지거나 자동화가 된다면 광화문 광장이나 명동, 홍대, 강남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오픈 부스를 못 할 일도 없다.


Q. 에픽게임즈는 엔진 무료화를 필두로 개발자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혜택과 정책은 어떤 부분에 기준을 잡고 짜고 있는지 궁금하다.

= 에픽게임즈는 엔진의 무료화 전환 이후 가끔 잘 되는 게임에서 돈을 벌면 그걸로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개발 툴 회사를 인수한 뒤 그걸 다시 무료로 풀고 있다. 이런 과정이 결국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에 있어서 콘텐츠 개발 역량이 큰 회사에 집중하지 않고 누구나 어느 정도 수준의 퀄리티를 갖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다.

그래서 작은 회사를 독려하기 위해 밀리언 달러 이상의 매출이 나오기 전에는 로열티를 면제하는 등 비즈니스 정책에서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결국 여러가지 정책이 저변 확대를 목표로 두고 정해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Q. 최근 트렌드하면 메타버스를 빼놓을 수 없는데 메타버스의 정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메타버스는 게임보다는 현실을 초월하는 가상 현실이니 거기서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느끼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미 없는 땅따먹기 같은 게임에 크립토커런시와 블록체인을 붙여서 메타버스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다.

그래서 먼저 사람들이 본질적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을 먼저 제공하고 그 안에서 서로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개개인 누구나 자유롭게 창작하면서 경제 활동이나 나누기 등 제약없는 세상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생겨야 하니 메타버스 구현에 필요한 모든 툴과 콘텐츠를 만드는 역할이 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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