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뒷마당이 이렇게 무서운 곳이었다니!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6개 |
그라운디드는 평범하다. 게임의 콘텐츠가 평범하다는 게 아니다. 그 배경이 너무나 평범하다는 이야기다. 당장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가정집의 마당, 그 울타리 안쪽, 푸릇하게 자라 올라온 잔디, 그 속의 자그마한 벌레들까지, 어디 하나 평범하지 않은 게 없다.

하지만 그라운디드는 그런 평범함 속에 ‘작아진 인물’이라는 설정을 던졌고, 그 작은 설정 하나가 평화롭던 배경을 스릴넘치고 변화무쌍하게 바꿔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이 긴장감 넘치는 ‘작은 세상’ 속에서 살아남고, 뭔가를 짓고,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게임명: 그라운디드
장르명: 서바이벌 어드벤처
출시일: 2022. 9. 27.
리뷰판: 1.0.0.3895
개발사: Obsidian
서비스: Xbox Game Studios
플랫폼: PC/Xbox
플레이: Xbox Series X



평범함? 아니 특별한 서바이벌

그저 단순한 가정집, 그리고 마당이 이렇게까지 거대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그라운디드는 작아진 캐릭터의 시야, 그리고 상황을 정말 잘 활용했다. 너무나 별 거 없는 일반적인 배경을 오직 시선의 차이만으로 완벽한 서바이벌의 배경으로 살려냈다.

마당에 가득한 건 그저 평범한 것들뿐이다. 푸릇푸릇한 잔디와 키가 작은 클로버, 작은 새싹들과 버섯, 굴러다니는 조약돌, 민들레 홀씨, 그리고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놀이’의 흔적까지 그저 어느 집 마당에나 당연히 있을만한 그런 평범함 뿐이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작아졌다’는 시선의 변경만으로 겪어보지 못한 신선함과 거대함으로 다가온다. 잔디와 클로버는 도끼로 베어 넘겨야 하며, 그저 마당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진흙 웅덩이는 수영까지 해서 헤쳐나가야 하는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그저 허들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잔디에 맺힌 이슬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되고, 열심히 잡은 곤충과 뜯어낸 버섯 등은 불에 구워 허기를 채울 음식이 된다. 바닥에 떨어진 민들레 홀씨는 활강을 위한 날개가 되고, 도끼로 베어 넘긴 클로버 잎은 방어구가, 잔디는 안전하게 밤을 보낼 수 있는 은신처의 벽과 바닥재가 된다.

이렇게 별거 아닌 것들, 그냥 장애물이나 배경 오브젝트로 끝날 수 있던 모든 것들이 그라운디드에서는 전부 생존과 직결되는 쓸모있는 뭔가로 활용된다. 그리고 그 모든 평범한 것들이 오히려 일반적인 생존 혹은 샌드박스형 게임에서 활용하지 않던 것들이기에 게임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 어떤 게임이 클로버 잎이나 곤충의 껍질로 방어구를 만들 것이며, 조약돌과 새싹으로 도끼를 만들고 망치를 만들까. 그라운디드는 이렇게 시선을 살짝 이동한 것만으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생존 게임을 그려냈다.




그라운디드의 배경은 참 평화롭다. 엄청나게 대단한 적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종말, 좀비, 전쟁 처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모는 것도 아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건 그저 일반적인 가정집의 일반적인 마당이다. 마당에 가득한 건 그저 하나, 곤충과 자연물들뿐이다. 하지만 콩알만큼 작아진 캐릭터들이라는 설정만으로 그라운디드는 그 어떤 극한의 설정에도 부족하지 않은 긴장감을 끌어냈다.

뽈뽈 귀엽게 뛰어다니는 녹색의 진딧물, 그 진딧물을 괴롭히는 붉은 개미, 소리만으로도 짜증이 솟구치는 모기, 거대한 노린재, 그리고 생김새부터 그 이름까지 무서운 늑대거미 등등 마당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곤충들은 게임이 진행되고 더 많은 곳을 탐험할수록 공포스러운 존재로 다가온다.

당장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한 노린재는 다릿짓 한 번으로 아주 가볍게 캐릭터를 죽여버렸고, 너무나 평화스러워 보이던 녹색의 세상은 그 한 번으로 아주 무시무시한 곳으로 변해버렸다. 뿐만 아니다. 초반부에 마주한 빨갛고 작은, 전선을 갉아먹고 있던 곤충들은 창 하나 없이 도끼만 들고 설렁설렁 다가온 캐릭터를 단체로 공격해 죽음 직전까지 몰아세우기도 했다.







그 외에도 별 생각 없이 돌아다니던 캐릭터가 물이 없어서 죽기도 했고, 먹을 게 없어서 급하게 날것의 버섯이나 곤충 고기를 주워 먹기도 했다. 가끔은 그래도 무기라고 자신감 있게 들고 돌입했던 조악하게 만든 꼬챙이, 아니 창을 몇 번 휘두른 뒤 활력이 부족해져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기도 했다.

생존을 위해 정신 없이 보내던 낮이 지나고 밤이 되면, 공포는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안전한 장소를 찾아 잘 곳을 마련하지 않으면 어둠 속에서 슬며시 찾아온 곤충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공격당하기 때문이다. 아직 마땅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점점 주위가 어두워지는 그 시간이 얼마나 두려웠던지.

이렇게 그라운디드는 시선의 변경을 통해 곤충과 갈증, 허기라는 아주 기본적이고 평범한 것만으로 생존 게임이 가져야할 긴장감을 충분히 표현했다. 다른 서바이벌 게임들의 좀비나 괴물, 거대한 맹수들보다 저 멀리서 스윽하며 다가오는 거미와 노린재가 더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넘쳐흐르는 크래프팅, 적절한 스토리

하지만 그라운디드가 오직 생존의 측면에만 치우친 건 아니다. 뭔가를 짓고 만들어내는 크래프팅 역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일단 게임 내에서 정말 다양한 크래프팅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 바닥이나 벽, 창문 등 기본적인 요소는 당연하고, 복층 구조, 멋진 기둥, 그저 네모가 아닌 여러 각도의 바닥재 등 멋진 잔디 은신처를 만들기에 충분한 건설 요소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다. 생존이라는 게임의 기본적인 전제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물을 구할 수 있는 바구니나 뭔가를 기를 수 있는 밭, 불을 피울 수 있는 화덕, 안전하게 잠을 이룰 수 있는 침대, 수많은 물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작대 등 추가적인 도구들도 모두 준비되어 있다.







이런 크래프팅 측면에서 눈에 띄는 건 ‘청사진’이다. 일단 그냥 무작정 건설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은신처를 만들 것인지, 그리고 어떤 가구를 어떻게 놓을 것인지 등 미리 건설 전부터 직접 놓으면서 확인할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청사진을 미리 세워볼 수 있다.

보통 건설 요소를 활용할 경우, 게임을 자주 접해서 어느 정도 감을 지닌 사람이 아닌 이상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곤 한다. 머릿속에 떠올린 멋진 완성품은 있지만, 그걸 실제 땅에 하나하나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치 못한 오차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오차들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가 짓던 것을 다시 해체하고, 또 짓고, 또 해체하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다양한 건설 요소가 있다는 건 그만큼 더 복잡하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하지만 그라운디드는 그야말로 너무나 자유로운 청사진을 제공하면서 그런 시행착오의 과정을 쉽게 되돌릴 수 있도록 했다. 건설에서 오는 귀찮음과 부담을 많이 줄여낸 것이다.




즐길 수 있는 건 하나 더 있다. 스토리다. 아이들이 작아진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스토리 진행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 메인 스토리 퀘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미션들이 존재하지만, 이를 플레이하는 건 유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은신처를 짓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곤충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라운디드에서 필요한 건 재료를 얻고, 얻은 재료들을 분석하는 과정뿐이다. 튜토리얼 역시 거기서 끝난다. 이동하는 방법, 재료를 분석하는 방법, 갈증과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방법, 뭔가를 제작하는 방법 등 아주 기본적인 플레이 방법만을 알려준다.

배경 스토리가 알고 싶다면 이렇게 알게 된 생존 방식을 통해 하나하나 진행해나가면 되고, 그게 귀찮다면 그저 마당을 가로지르며 은신처를 만들고 곤충들로부터 살아남으면 그만이다.




그라운디드의 이런 다양한 플레이 방식에는 세분화되어 있는 다양한 옵션이 큰 역할을 한다.

그저 단순히 게임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옵션만 있는 게 아니다. 허기나 갈증, 활력 등의 관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옵션, 곤충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옵션을 비롯해 거미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거미의 형체를 변경할 수 있는 접근성 옵션, 유저의 플레이 성향에 맞춰 모든 것을 설정할 수 있도록 정말 다양하고도 다양한 세부 옵션이 존재한다. 여기에 1인칭과 3인칭 시점 변경까지 가능해 게임 외적인 성향 역시 맞출 수 있다.




이러한 세부 옵션들은 아예 생존이라는 요소를 버리고 건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건설과 생존 모두 신경 쓰지 않고 스토리만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반대로 미션 자체를 신경쓰지 않도록 끌 수 있는 옵션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다. 특정 성향에 집중한 플레이에서도 그 정도를 조정할 수 있다. 그야말로 오직 건설만을 할 수 있게 모든 제조법을 열고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그래도 재료는 하나하나 모아가는 적절한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생존이라는 요소를 즐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곤충들과의 싸움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요소를 꺼버릴 수도 있고, 정말 극한의 환경 속, 극한의 난이도 속에서 생존해 나갈수도 있다.



▲ 일단 난이도를 선택해 시작한 뒤, 인게임 옵션 창에서 세부 정보를 변경할 수 있다



확실히 그라운디드는 얼리액세스 후 정식 출시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생존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건설, 그리고 스토리까지 여러 요소의 밸런스를 잘 맞춰낸 느낌이다.

특히 곤충마다 가진 강 약점 등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공격하거나 방어하거나, 안전한 은신처를 짓고 이를 지켜내는 등 기본적으로 이런 서바이벌 게임에서 요구되는 생존과 건설이라는 부분을 특징적으로 잘 잡아냈다. 여기에 평범한 ‘마당’을 오직 시점의 변화와 살짝의 설정 추가만으로 멋진 서바이벌의 배경으로 만들어낸 것 역시 그라운디드가 가진 장점이다.

하지만 가장 뭐니뭐니해도 큰 장점은 이 무시무시한 마당을 친구들과 함께 모험하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공포와 생존의 난이도는 나누면 반이 되지만, 즐거움은 배가 되니 말이다.



  • 성향에 맞출 수 있는 세부적인 옵션 선택
  • 강요하지 않는 플레이 방식
  • 다양하게 지원하는 크래프팅 요소
  • 세부 정보는 알 수 없는 단순한 맵
  •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는 미션들

리뷰 플랫폼: Xbox Series X (1.0.0.3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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