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글렌 스코필드,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키워드는 고립과 절박함"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8개 |
추석 연휴가 마무리된 지난 주, 크래프톤의 초청을 통해 방문한 역삼동 사옥에서는 다소 특별한 인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SF호러 팬들에게는 '데드 스페이스'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글렌 스코필드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오는 12월 2일,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라고 전한 글렌 스코필드 대표는 곧 한국에서도 몇가지 소식을 전할 예정이라며 유쾌하게 취재진을 맞이했다. 곧 이어진 인터뷰 자리에서는 그가 다시금 SF호러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는 물론, 자신이 개발한 데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후속작'이라 불리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낀 고민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글렌 스코필드(Glen Schofield)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대표


■ 칼리스토 프로토콜 - 두 가지 키워드는 '고립'과 '절박함'

Q. 정식 출시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 출시까지 어떤 일정들이 남아있는지 알려줄 수 있나.

= 몇 가지 버그를 고치고 있고, 전반적으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는 단계다. 개발 외적으로는 파이널 트레일러 작업과 함께 마케팅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유럽 투어를 준비하고 있고, 이후에는 미국에서 프레스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바쁘지만, 오랫동안 작업해 온 게임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팀 내부적으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Q. 팬데믹 때문에 한동안 오프라인 행사가 없었다. 지난 게임스컴 2022에서는 오랜만에 오프라인 부스를 통해 직접 팬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다.

= 그동안 정말로 팬들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 과거 E3나, 비슷한 종류의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최근 대형 게임사들이 (이벤트에)참여하지 않는 추세라 아쉽다. 오프라인 이벤트는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이고, 개발사의 입장에서도 무엇이 좋고, 무엇이 아쉬운지 등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꼭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다.

▲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신규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Q. 게임스컴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를 통해서도 또 한 차례 데모 플레이를 공개했다. 이번 데모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 더 많은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중간중간 흐름을 가다듬는 요소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것도 슬며시 알려주고 싶었다.

하수도 파이프를 따라서 내려가는 장면을 이번에 공개했는데, 실제 게임에서는 그 구간이 좀 더 길게 들어간다. 또 그 과정에서 정말 참신한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데, 이를 통해 다른 종류의 긴장감을 전달하고자 했다. 호러는 사실 긴장감에 관한 것이다. 어느 부분에서 이 긴장감을 쌓고, 또 모아온 긴장감을 어느 시점에 공포를 폭발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또, 이번 트레일러에서는 처음으로 괴물들의 변이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촉수를 공격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체나 적을 잡아채는 '그립'이라는 기술을 선보였는데, 플레이어는 이를 이용해 샌드박스에 가까운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적을 붙잡아 고기방패로 사용할 수도 있고, 반대로 벽에 던져 공격할 수도 있다. 많은 게이머들이 보여줄 다양한 플레이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 '인간의 치아'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작품 속 괴물들의 특징이라고

Q. 전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점점 변이를 일으키는 적들이 게임플레이의 핵심으로 보인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적들의 특징을 설명해 줄 수 있나.

=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괴물들이 모두 '인간'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자세히 보면, 모든 괴물들에게서 인간의 치아와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한 가지 믿음이 있다면,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기괴한 형태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나는 거미를 무서워하지만,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거대한 거미를 보면 전혀 무섭지가 않다. 오히려 인간처럼 생긴 괴물이야말로 지능을 가진 것 처럼 보이고, 거미와 달리 일부러 당신에게 해를 끼칠 것 같다는 느낌을 주지 않나.

칼리스토 프로토콜에 등장하는 괴물들도 마찬가지다. 인간적인 요소와 함께 다른 괴물들보다도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겠다.


Q. 목성의 위성인 칼리스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하수구와 목재 처리장 같이 다소 지구에 어울릴 법한 현실적인 공간들이 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반적인 레벨 디자인의 콘셉트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 혹시 여기 감옥에 가고 싶은 사람 있나? 레벨 디자인의 콘셉트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감옥'에서 시작했다. 감옥에서 탈출하는 주인공을 구상하며 '절박함'과 '고립'이라는 두 개의 큰 키워드를 강조하고 싶었는데, 지구 바깥에 떨어져 있는 감옥이라면 그 두 가지가 상당히 잘 나타날 것 같았다.

그렇게 아이디어에 대한 조사를 하던 도중, 목성의 위성인 '칼리스토'가 실제로 죽은 달(Dead Moon)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표면의 빙하 아래로 물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 인류가 개척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일종의 과학적인 개연성도 함께 말이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세계관에서는 그냥 감옥 뿐 아니라, 인류가 칼리스토를 식민지화하기 위해 세웠던 광산같은 시설들도 확인할 수 있다. 내부로 깊숙히 진입할수록 그 비밀을 하나씩 파헤칠 수 있을 것이다.



▲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관통하는 두 개의 키워드는 고립과 절박함이다

Q. 목성의 많은 위성 중 칼리스토를 배경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앞서 이야기했듯, 칼리스토는 과학자들에 의해 개척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언급된 첫 위성들 중 하나다. 물론 빙하 밑에 물이 있다고 해도 대기가 없어서 힘들겠지만, 그 공기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Q. 데모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매우 잔혹하고 다양한 데드신을 보여준다. 총 몇 가지 데드신이 등장할 예정인지, 또 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 사실, 총 몇 종의 데드신이 최종 버전에 포함될 것인지는 잘 모른다. 게다가, 그 모든 데드신이 내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그 공로를 내가 다 받을 수도 없다.

대부분의 데드신은 애니메이션 디렉터 및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와의 많은 회의 끝에 만들어졌다. 기생충이 입 속으로 들어가거나, 눈알이 터지는 장면 등등... 물론 나도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긴 했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

이렇게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사실, 최고의 아이디어가 누구의 머릿속에서 나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최고의 아이디어가) 게임 속에 들어가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나.


Q.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모자랄 때 느끼는 절박한 감정도 서바이벌 호러의 한 축을 담당한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어떤가? 게임플레이 과정에서 자원이 희소한 편인지 궁금하다.

=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네, 그리고 아니오"라고 하겠다.

과거 인터뷰에서도 몇 번 밝혔듯, 나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딱 한 가지 싫었던 점이라면 테이블에서 얻은 총알 상자에 총알이 단 한 개만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게 말이나 되는가? 그래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는 조금 다른 식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총알 한 두개씩 줍는 게 아니라, 아예 탄창 하나를 얻을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원이 넉넉하다는 것은 아니다. 온전한 탄창을 찾았을 때 안도감을 주는 한 편으로, '이 탄창을 다 비워도 잡을 수 없겠구나' 같은 다른 식의 절망감 또한 느낄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 두었다. 아무튼, 총은 원 없이 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즐거운 부분이니까.



▲ 플레이어가 취향에 따라 전투를 진행할 수 있는 '샌드박스'를 마련했다

Q. 화기 뿐 아니라 근접 무기나, 적을 끌어당기는 기술 등을 사용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플레이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능력은 어떤 종류가 있으며, 또 어떻게 플레이어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 피스톨이나 어설트 라이플, 샷건 등 다양한 종류의 무기가 게임 내에서 등장하며, 모든 무기들은 저마다 스킬트리가 있어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업그레이드, 개인화할 수가 있다. 한 번의 플레이로는 모든 무기를 업그레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적들은 머리가 파괴되도 계속해서 공격해 온다. 촉수를 노려야 하니, 상당히 정밀한 사격도 필요하다.

'그립'은 트레일러에서도 공개된 대로 물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괴물을 붙잡아 벽에 던질 수도 있고, 그렇게 잠시 무방비 된 적의 촉수를 노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일종의 프로 팁이랄까.

근접 무기도 여러 가지 존재하는데, 괴물들과 너무 가까이 있고 싶지 않은 플레이어라면 원거리 무기를 더욱 선호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샌드박스 스타일의 전투가 가능하도록 했다. 당신이 원하는 플레이 방식에 따라 적합한 무기를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참, 말하다 잊어버렸는데 적들 몰래 다가가 스텔스 킬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블라인드'라는 녀석을 상대할 때는 꼭 필요할 것이다.


Q. 한 번에 모든 무기를 업그레이할 수 없다는 것은, 게임 클리어 후 반복적으로 플레이 가능한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 물론이다. 제이콥이 감옥을 탈출하는 과정에 여러 가지 숨겨진 길 또한 준비해 두었는데, 첫 플레이에 이 모든 곳을 다 발견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또, 탐험하는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디오 로그도 준비되어 있는데, 전체적인 스토리부터 적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여러 곳을 둘러봐야 한다. 반복 플레이를 위한 여러 모드 또한 준비중이며, DLC도 마찬가지로 준비하고 있다.



▲ 전투 외에도 여러 상황이 발생하며, 저마다 다른 종류의 긴장감을 제공할 예정이다

Q. '칼리스토 프로토콜' 에는 여러 컷씬과 독자적인 진행의 스테이지도 있는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파지와 싸워 살아남는 것 외에 어떤 플레이들이 또 있을까?

= 전투 이외라면, 우선 퍼즐 요소가 있다. 몇몇 길이나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을 알아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미 한 번 지나온 길을 여러 번 되돌아가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 새로운 적들도 나타나고 말이다. 그밖에도 송풍구를 지나거나, 건물 일부가 무너지며 추락하는 장면 등 다양한 과정에 걸쳐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특정한 자원을 모아 이용할 수 있는 경제 요소가 마련되어 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장비를 생산해 내는 방식으로 고안했는데, 어떤 쪽에 먼저 자원을 투자할 것인지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혹시 '데드 스페이스'에서 가야 할 곳을 알려주던 선을 기억하나? 이번 작품에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힌트만 제공하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적용했다. 완전히 방향을 잃지 않도록 라이팅은 몇 군데 추가해 두었지만, 그 동시에 직접적으로는 길을 알려주지 않는 방식이다. 주변 랜드마크를 잘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 "아티스트로서 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니까" - 그가 다시 SF 호러로 복귀한 이유




Q. '데드 스페이스'를 만든 후, 한동안 보다 전통적인 슈터 장르의 게임을 개발해 왔다. 다시 SF호러 장르로 돌아올 결심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 게이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창작자로서는 고민의 과정이 있었을 듯 하다.

= 공상과학(Sci-Fi), 그리고 호러는 내가 열정적으로 빠져 있는 두 가지다. 어릴 때부터 아티스트로서 열정을 가져온 분야이기도 하고. 콜 오브 듀티: WW2 작업을 하면서 좀비 모드를 제작했는데, 시리즈 사상 가장 무서운 좀비 모드가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다시 SF 호러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WW2의 개발을 마치고, 잠시 휴식기를 가지면서 사막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아리조나 투싼에 위치한 리조트였는데, 가서 그림 그리고 쉬면서 힐링하는 동안 여러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치더라. 많은 사람들이 데드 스페이스4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지만, 그보다는 다른 것이 만들어보고 싶었다.


Q. 그렇다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색다른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세계관, 또는 배경의 관점에서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 궁금하다.

= 한국의 호러 영화도 많이 봤지만, 서구권 호러의 트렌드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또 잔혹하게 죽는 것들이 정말 많다. 이처럼 현재 서구권에서 유행하고 있는 호러의 트렌드를 녹여내고 싶었다. 또한, 호러 게임을 정립하는 큰 요소들을 유지하면서도 원거리, 근거리 무기 등 여러 가지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임을 개발하고 싶었다.




Q. 다른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어려운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게임업계에도 접근성을 높이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도 이러한 기능을 확인할 수 있을까?

= 다른 개발사들과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게임 업계가 가지고 있는, 실존하는 문제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물론,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도 이러한 부분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Q. 세계관 속에 우주 탐험이나 식민지 악덕 기업 등 익숙하면서 반가운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설명 부탁한다. 또 본래는 PUBG 세계관과 연관성이 있을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처음 게임 개발을 시작하며 김창한 대표와 이야기했을 때 큼지막한 타임라인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에 "PUBG 세계관에서 200년 정도 뒤의 이야기를 만들자"고 논의를 했는데, 막상 게임을 개발하면서 돌이켜 보니 같은 세계관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맞지 않게 느껴졌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그 후에 김창한 대표와 다시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고 하더라.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세계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당신은 지구 바깥의 감옥에 떨어지고, 탈출하기 위한 과정에서 이 죽음의 위성의 뱃속을 탐험하게 된다. 이 곳은 감옥이 생기기 몇 백년 전에는 광업 식민지였는데, 당시 설립된 시설들이 세계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당신이 점점 깊은 곳으로 탐험할수록, 더욱 기괴해지는 주변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Q. 개인적으로 SF 호러 장르의 팬으로서, 이 장르가 인기 있는 이유와, 어떤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듣고싶다. 왜 사람들은 SF 호러에 열광한다고 생각하나. 또, 좋은 SF 호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호러 요소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실제 생활에서는 자주 경험할 수 없는 감정 중 하나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특별한 감정이랄까? 평소에는 긴박한 상황에서 숨어야 한다든지,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 자주 처하지 않으니, 그 공포를 극복하고 오는 안도감 또한 즐겁게 맞이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가 호러 장르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SF 호러같은 경우 영화는 정말 많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제작 비용도 많이 들고. 나도 마지막으로 본 SF 호러 영화가 2017년에 개봉한 '라이프' 였던 것 같다. 그 전에는 '팬도럼'이 기억에 나는데 벌써 6년 전 영화다. 더구나 게임 산업에서는 그 공백이 상당히 컸다.

다시 게임으로 돌아와서, 나는 호러를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이를 '인터렉티브'하게 만드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때때로 공포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무서운 장면을 보지 않거나, 또는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그런 점을 특히 좋아한다. 친구가 이야기했을 때 "나는 그 장면이 무섭지 않았는데 너는 무서웠구나, 어디가 무서웠는지 다시 해봐야겠다" 등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장르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게임도 마찬가지로 호러와 SF를 합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SF를 어떻게 정립하는지, 배경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또 감옥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많은 자료를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팀원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Q. 바로 자신이 원작자인 상황에서, 일종의 '정신적 후속작'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단순이 이전 게임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닌, 취향에 맞는 새롭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고민이 있었는지 당신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 재미있는 질문이다. 데드 스페이스를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내 대답은 '아니오'이지만, 그 게임을 차지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나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그 결과물 또한 다른 게임으로 탄생했다. 스토리와 그 스토리를 연출하는 방식, 등장인물 등 모두가 다르고,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컷신 또한 한 시간 가까운 분량이 들어갔다.

물론, '데드 스페이스'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부분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내 DNA의 일부다. 더욱 자세히 보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로 데드 스페이스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해주었다.



▲ 한국어 더빙은 물론, 시설 곳곳에서 한국어를 확인할 수 있을 예정

Q.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플레이한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는지?

= 먼저 아름답다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고, 긴장감이나 공포감 같은 감정들을 느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엔터테인먼트'를 만드는 입장에서 고객들이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다. 팬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고, 모두 클리어하고 난 이후에는 '좀 지치긴 하지만 뭔가 해냈다'는 느낌을 얻기를 희망한다.

또,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완전히 이 세상에 몰입되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실 세계에서는 겪기 힘든, SF 호러에 완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주고 싶다.


Q. 한국어 더빙 결과물을 들어본 적이 있나. 혹시 현지화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물론 들어봤다. 정말 멋졌고, 듣자마자 5분에서 10분 정도 본사에 있는 팀에게도 공유했다.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게임이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되는 것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지금까지 독일어와 프랑스어 등등의 번역을 봤는데, 특히 독일어가 자막 길이를 맞추는 것이 힘들지만 잘 해냈다. 아주 기대하고 있다.

사실, 한국어 더빙 말고도 세계관 속에서 한국어 문자를 많이 확인할 수 있다. 몇몇 구역 안내문의 경우 영어 위에 한국어가 써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크래프톤의 오마쥬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고, 개인적으로도 한국어가 예술적 측면에서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다. 이전에 작업했던 폰트는 약간 만화 같은 느낌이 있어서 다른 폰트로 바꾸기도 했다.


Q. 끝으로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 개발하고 있는 게임을 오랜만에 팬들에게 선보인다는 것은 정말 기대되는 일이다. 이번에도 한국에 마케팅 관련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조만간 한국 여러분에게 다양한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에 대해 관심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여러분께서 정말 흥미진진해 할 게임을 만들고 싶고, 한국의 기업과 함께 이러한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된 점도 감사하다. 크래프톤과 함께하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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