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간수를 만나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은데, 먼저 나락에서 태초의 존재의 유물이 나락 방랑자에게 발동했을 때 놀라는 상황, 지배의 성소에서 실바나스를 상대할 때, 그리고 태초의 존재의 매장터에서입니다. 태초의 존재의 매장터에선 그나마 뭔가 간수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대사를 하죠.
"부질없는 헛수고를 하는구나, 필멸자들이여. 그 양식은 결함투성이일 뿐이다. 현실을 새롭게 재건해야 한다. 반드시 그리 만드리라. 죽음이 너희 세계의 영혼을 찾아갈 것이다."
"필멸자가 감히 헤아릴 수나 있을까... 내가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말이다.
수없이 많은 사건을 일으키고... 수없이 많은 장기말을 움직였지.
이 모든 것은 너희 세계 안에 잠자는 힘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아제로스의 세계혼.
상처입고 연약한 영혼이지만 잠재력만큼은 가득하지. 그 힘을 손에 넣어 이 결함 투성이인 현실을 절멸할 것이다.
죽음이 너희 세계의 영혼을 차지할지니 이제 목도하라. 필멸자들이여. 이것이 영원의 끝이다."
"너흰 끝이 보이는 걸 지키고 있다. 분리된 세계론 이겨낼 수 없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피림이 남긴 떡밥
어둠땅에서 떡밥을 남기는 또 다른 역할은 피림이 맡고 있습니다. 타자베쉬 문서에서부터 시작한 피림의 이야기는 제레스 모르티스 피림의 일지에서 절정에 다다릅니다.
먼저 제레스 모르티스에서 언급되는 떡밥 중 가장 중요한 건 여섯 개의 우주적 힘마다 제레스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방문한 죽음의 제레스인 모르티스, 빛의 제레스 루멘, 질서의 제레스 오르도스, 생명의 제레스 비태, 공허의 제레스 움브라, 무질서의 제레스 투물트가 있죠. 그리고 피림은 이 제레스가 각각 이어져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간수가 제레스 모르티스의 '매장터'에서 저지른 일로 인해 결함이 생겼다면 다른 제레스에서 이걸 이용하게 될 수도 있단 말이죠. 용군단 이후 다른 힘의 영역에 가게 된다면 언젠간 그쪽 제레스에 가게 될지 모른단 떡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피림의 추측과 간수의 대사를 합쳐서 생각해 보면 결론은 확실해집니다.
태초의 존재가 만들어둔 여섯 개의 힘이 존재하는 우주는 언젠가 힘을 얻을 일곱 번째 힘에 의해 무너질 운명입니다. 그것이 태초의 존재가 설계한 양식입니다. 간수는 이것을 창조주가 만든 결함이라고 인식했고, 아제로스의 힘을 이용해 현실을 다시 만듦으로써 일곱 번째 힘이 승리하는 우주를 막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간수의 의도는 결국 자신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계였기 때문에 처단해야 할 수밖에 없긴 했죠.
피림은 지금의 우주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혹시나 태초의 존재가 계획해 둔 운명이 이 우주의 종말이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고, 실제로도 간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태초의 존재는 자신들이 만들어둔 양식이 무너지도록 정해두었지만, 그건 지금 알려진 어느 여섯 개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일곱 번째 힘에 의해서인 거죠.
태초의 존재는 간수를 막기 위해 나락 방랑자인 필멸자를 미리 준비해 뒀습니다. 태초의 존재는 사전에 일어날 모든 일을 알고, 특별한 나락 방랑자를 배치해 차원석이 나락 방랑자에게만 반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간수도 플레이어가 나락을 탈출하게 되자 당황해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간수 입장에서도 어차피 운명은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종의 타임어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태초의 존재의 매장터에서 운명을 바꾸는 것 외에는 애초에 중요한 게 아무것도 없던 셈이죠.
어쨌든 어둠땅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이 정해진 운명과 양식을 지켜내는 결론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진짜 일곱 번째 힘이 뭔지는 아직 알 수 없죠. 그것이 정말 위협적이거나 악한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일곱 번째 힘이야말로 진짜 우주가 추구해야 할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반전이 나올 수도 있죠.
어둠땅은 목적의 길에서 시작해 설계, 양식 등의 표현으로 이름만 바뀔 뿐 계속해서 정해진 운명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해진 운명이라는 테마는 용군단에서도 이어집니다. 용군단에서 노즈도르무는 정해진 미래, 순리를 강조합니다. 반대로 무르도즈노와 무한의 용군단은 이런 운명을 깨뜨리려 하는 입장이죠. 용군단 다음 확장팩이 바로 다시 우주적인 스토리로 흘러간다면, 무한의 용군단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도 있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