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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여러 얘기 나온김에 저도 데레스테 안무 이야기 하나~

카레에에엔
댓글: 4 개
조회: 2437
추천: 46
2018-07-20 03:50:48
글이 조금 긴데 별 영양가는 없구요.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다보니 허구헌날 뮤비 들여다보던 와중 생각한 몇가지 이야기입니다.


데레스테 대다수 곡의 안무는 보통 한 소절 한 소절 단위의 "동작"으로 구분되어 있고 이 동작의 조각조각들을 이어서 한 곡의 안무가 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춤이란게 다 그렇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거랑은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역시 이런건 비교대상이 있어야 설명이 편하다보니 밀리시타 얘기를 안할수가 없는데.. 밀리시타는 기본적으로 곡 처음부터 끝까지 2분 내내 연속성을 가진 한 곡의 안무, 혹은 그에 준하는 긴 안무 몇가지를 통자로 짜고 이를 재생시킨 뒤 가장 역동적이고 멋있게 보일 카메라를 돌려가며 비추는 방식입니다.

데레스테는 짧은 단위의 동작을 먼저 만들어 두고 그 동작들을 쭉 나열한 뒤 동작과 동작 사이를 이어주는 처리를 하면서 이 한계점을 카메라로 보완하는 방식이구요.


당연히 전자가 퀄리티는 월등합니다. 근데 왜 후자로 만드느냐.. 결국 개발 비용의 싸움인데요.

전자처럼 만드려면 동작의 재활용이 매우 힘들어집니다. 물론 밀리시타에도 여러 곡에서 반복되는 동작들이 있지만 그건 안무가가 전체 안무을 짤 때 기존 리소스 꺼내서 좀 고쳐쓸 수 있도록 배려해 중간중간 "공용 안무"를 넣는다 정도의 개념으로 쓰이는거 같아요. 결국 쉴새없이 물결치는 안무의 흐름속에 재활용 동작이 끼어들어가는지라 그 앞뒤 동작 격렬한 포즈와 연결하는 와중에 하체는 화려한 스텝 밟으면서 동선 따라 이동하고.. 애니메이터 입장에선 이거 뭐 재활용이 재활용이 아닌 수준까지 이르기 일쑤일 겁니다.

반면 후자의 방식에서는 매우 극단적인 재활용이 가능해집니다. 2분짜리 제대로 된 안무를 만들 때는 전체 구성의 짜임새, 통일성같은게 고려되야 하지만 이 방식은 그런게 필요없거든요. 단지 각 소절에 그 소절 가사나 멜로디에 맞춘 짧은 동작들을 무수하게 나열하고 그걸 이어주면 됩니다. 조금 과장하면 이런 주문이 가능해져요.

"37초부터 40초까지는 OO곡의 wavedance_1.fbx 파일 조금 고쳐 쓰구요. 42초부터 46초까지는 XX곡의 turndance_1.fbx 쓸게요~"

저 사이 40~42초는? 전혀 연속성이 없는 별개의 두 동작이었으니 그 둘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움직임을 넣는 시간이 되겠죠.

물론 한 곡을 다 이렇게 떼울 수는 없으니 포인트 동작 몇개 정도는 새로 만들테구요 ㅎㅎ


이 방식은 확실히 개발자 입장에서 너무 매력적이고 좋은 개발 환경입니다. 아마 처음부터 이런 방식은 아니었을테구요. 서비스가 지속되며 동작 리소스가 좀 쌓이고 난 뒤 누군가가 이런 안무 제작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정착시키려 했을테고 아마 그 사람은 내부에서 매우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을거에요.

다만 언제나 그렇듯 개발자에게 효율적인 환경은 유저에게 정반대의 의미로 다가가는 경우가 잦더군요. 과도한 동작의 재활용, 흐르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게 아니라 포즈 하나 취하고 돌아왔다가 다음 포즈 취하는걸 반복하는 느낌의 뚝뚝 끊어지는 흐름.. 아무리 눈속임을 해보려해도 그 느낌 눈치 못채기가 힘들지요.


그러다보니 데레스테도 이걸 커버하기 위한 노력은 많이 하고 있어요.

일명 무대 자랑으로 불리는 카메라워킹들도 이 대표적인 예인거 같아요. 가장 많이 나오는 카메라워킹 중 하나로 노래부르다 뜬금없이 무대 저 위편 천장을 비추고 서서히 내려오며 한참 춤추고 있는 아이돌이 다시 나오는 장면 다들 익숙하실텐데요. 이게 바로 연속성이 없는 두 동작의 이음새 부분을 아예 화면에서 스킵해버릴 수 있는 치트키죠. 유심히 살펴보면 카메라에서 아이돌이 숨어버린 그 1~2초 남짓한 찰나에 포지션 순간 이동을 비롯해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걸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법은 위드 러브, 트윙클 테일, 아름다운 빛깔을 입고서 등에서 보여준 방법이에요. 아예 완전히 다른 배경 몇가지를 만들고 공간을 쉴새없이 확확 전환시키면서 애초 뮤비 자체에 연속성을 없애고 단절된 씬을 만드는거죠. 예식장안에서 포즈 잡다가 갑자기 야외로 확 나왔다가 길거리 걷다가 지하철역으로 갔다가 해질녁 공원으로 확 변하고.. 이런 극적인 배경 전환은 워낙 임팩트가 세다보니 동작의 불연속성 그런건 보이지도 않게 되더라구요 ㅎㅎ 다만 이런 뮤비는 누가봐도 그렇듯 배경 리소스가 많이 필요하다보니 자주 보기가 힘드네요..

그리고 가장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해결책도 제한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계절앨범 전속성곡들같은 경우 확실히 기존 곡들보다 안무가 물흐르듯 자연스러운게 느껴지는데요. 이건 수초 단위로 잘라쓰던 동작 조각 대신 십수초짜리 이제는 좀 하나의 안무같아 보일 수 있는 길다란 동작 덩어리를 만들어 넣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될거 같아요.


앞서 이야기한 것들은 물론 밀리시타는 모든 곡이 이래, 데레스테는 모든 곡이 저래 단언하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두 게임 다 곡에 따라 다양한걸 시도합니다. 데레스테도 역동적인 안무 표현을 위해 카메라워크 쓸때도 있고 밀리시타도 잠깐 눈뗀 사이 애들이 순간 이동할때도 있고..

다만 게임 개발사는 정말 회사마다 개발의 지향점이란게 많이 뚜렷하거든요.. 확고한 시스템 하에서 기존 리소스 잘 재활용하며 개발하는 효율적 프로세스만을 추구하는 회사도 있고, 아 몰랑 야근수당 줄테니까 야근해 리소스 더 만들어 결과물만 이쁘게 뽑아내 외치는 회사도 있구요. (개인적인 경험으론 확실히 전자가 편함 ㅋㅋ)

데레스테는 서비스가 진행되며 어느 기점부터 효율에 무게추가 많이 기운 느낌이고 많은 분들이 불만을 느끼는 안무에서도 보편적으로 이런이런 경향이 있다란 얘길 하고 싶었어요.


아 글은 괜히 쓸데없이 길었는데.. 하여간 저는 요즘 뮤비 영 별로 맘에 안드니까 앞으로는 더 재밌고 이쁜 뮤비 좀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Lv58 카레에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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