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S 소식&이벤트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식] [불릿마커 마스터] 스토리 및 스킬 영상

아이콘 Shion
댓글: 7 개
조회: 3132
2017-10-12 10:32:45

겨울의 부싯돌

 

수 세기를 내려온 저택에 그 세월만큼이나 무거운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이 장소가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불과 몇 주일 전만 해도 대저택은 세월이 쌓아온 위엄은 있을지언정 결코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근래에 발생한 어떤 일은 가문의 어떤 사람에게 우환이 되었고, 마침내 가문공회가 열리는 상황이 되자 어두운 분위기는 어떤 사람들을 넘어 이 저택뿐 아니라 모든 가문의 구성원들에게 미치게 되었다. 그 가문공회가 열리는 저택내의 장소를 향해 21녀가 함께 복도를 따라 걷고 있었다. 이 세 사람 가운데 가장 오른 쪽에 걷던 바이도타스 윈터스푼이 그의 왼쪽 즉, 중앙에서 걷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냥 무조건 잘못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형님 아셨죠? 다른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가 말했다.

 

아니 플린트 오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빌어요? 바이도타스 오빠도 참 답답해요.”

 

답답한 건 너다. 루시엔. 그러면 너는 플린트 형님이 벌을 받으면 좋겠다는 말이냐?”

 

플린트 오빠가 뭘 잘못했다고 벌을 받나요?”

 

나도 플린트 형님이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면 어르신들이 가문공회까지 열었을 리가 없지 않냐?”

 

별 잘못도 아닌 일로 가문공회까지 열 생각을 하다니 어르신들은 너무 고리타분하다니까요. 플린트 오빠가 가주 자리를 이어받으면 우리 가문도 달라져야 해요.”

 

형님이 가주 자리를 받으려면 일단 오늘 공회를 무사히 넘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플린트는 친족 동생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도 딱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대꾸를 하기 싫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 그 자신 어떻게 할지 아직 생각을 확실히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플린트가 반응을 보이든 보이지 않든 루시엔과 바이도타스가 비슷한 그런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세 사람은 공회가 열리는 방의 문 앞에 도착하였다. 문을 열기 전 바이도타스는 다시 한번 같은 말을 플린트에게 강조한 뒤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수십 명의 남녀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척 봐도 심문을 받거나 마치 법정의죄인석 마냥 동떨어진 의자가 하나 마련되어 있었고, 정면과 그 정면의 비스듬한 좌우에 수 십의 남녀가 앉아 있었다. 바이도타스와 루시엔도 그 중 비어있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동떨어진 자리에 두 사람이 데려온 남자 플린트 윈터스푼이 별다른 말이 없었어도 스스로 걸어가서 앉았다.

 

어찌 보면 오늘 이 모임은 그를 위해 열린 자리이고, 그 자리가 법정의 죄인석 같더라도 오늘의 주인공은 그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 주인공이 단순한 주연일지 악역이 될지는 다른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이긴 했다. 그런 면에서는 재판을 기다리는 죄인의 처지보다는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는 배우의 입장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이제 실내에 빈 자리는 가장 상석의 한 자리만이 비어있었다. 그 자리 마저 누군가 채운다면, 이 곳에는 총 33명이 앉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일종의 피고석 같은 곳에 앉은 한 남자를 제외하면 31인이 그 남자를 정면과 그 비스듬한 정면의 좌우에서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비어있는 가장 상석의 우측에 앉은 노인이 입을 열었다.

 

이로써 현재 우리 윈터스푼 가문의 통과의례를 완수한 모든 일족이 한 분을 제외하고 모두 이 자리에 모였다. 여기에 참석한 모든 일족 가운데 최연장자로서 내가 공석인 가주를 대신하여 제817차 가문공회의 개회를 선언하는 바이다.”

 

노인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렇게 이었다.

 

코하트Kohath 윈터스푼은 미리 신청한 발언권을 이용하여 발언하라.”

 

우측에 앉은 무리 가운데 한 중년 남자가 일어나면서 다른 일족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말했다.

 

본래 이 자리는 그간 비어있던 가주의 공석을 메우는 기쁨에 찬 공회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가주 자리에 가장 물망에 올랐던 일족의 한 사람이 가문의 율법, 나아가 연금술사 전체의 귀감이 된 금칙을 어겼다고 혐의를 받아 그것을 조사하는 자리를 겸하게 되었습니다. 수 세기를 왕국 제일의 명문이자 연금술의 종주로 추앙 받은 우리 윈터스푼 가문의 수치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코하트는 잠시 쉬었다가 이렇게 다시 말을 이었다.

 

하나. 모든 알케미스트의 연구와 결과는 모든 여신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하나. 모든 알케미스트의 연구와 결과는 선과 여신을 해쳐서는 안 된다.

 

하나. 모든 알케미스트는 여신과 인간을 재료로 절대 쓰지 않는다.

 

모든 알케미스트는 위의 조항을 지키며 다른 사람들이 지키도록 노력한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일족의 사람이라면 태어나 글을 배우는 때 가장 처음 배우는 문장이며 이후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가언입니다. 그런데 플린트 윈터스푼은 이 가언이 지닌 바 정신을 져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연금술을 이용해 강력한 무기를 제조하려 합니다. 우리 가문이 지닌 기술과 역량으로 일단 무기를 만들기 시작하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그 무기들이 이 세상을 얼마나 끔직한 곳으로 만들겠습니까? 저는 이런 시도와 연구는 마땅히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윈터스푼 가문의 역사에서 연금술을 직접적으로 이용해 무기를 만들어 낸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니 누구도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가문의 가주로까지 거론되던 사람이 연금술에 기초한 무기를 만들어내겠다는 발상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한 청년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구했다. 앞서의 노인이 눈빛으로 허락하자 일어나 발언을 시작했다. 바이도타스 윈터스푼이었다.

 

방금 그 말씀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케미니스 소드, 바인 장비, 리에나 장비 등은 모두 우리 가문이 제조하거나 그 기술을 제공하여 만든 것들입니다. 이 장비로 왕국에 공을 세운 자 많은 생명을 구하는 일에 성과를 낸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례를 생각한다면 단순히 무기를 만드는 일에 연금술이 사용되어서 문제라는 것은 세상의 모든 대장장이와 무기제작자가 생명의 존엄성을 모르는 파괴광이거나 살인마라는 주장만큼이나 터무니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일족들이 바이도타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코하트도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그런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나? 그러나 조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세. 화약이 발명된 지 얼마나 오래되었나? 그러나 소셀 2세 시절에 우리 가문이 화약을 만들어낸 이후로 오랜 세월이 흘렀으나 그 위력에도 불구하고 화약 병기는 무기의 대세가 아니네심지어 왕국군 병사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창이나 도검을 사용하고 있네. 이것이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바이도타스가 바로 반론을 제시하려 했으나 먼저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 루시엔 윈터스푼이었다. 역시 의장격인 노인의 무언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국군에는 새퍼가 있고, 캐노니어도 있습니다. 왕국에 화약 병기가 크게 유행하지 않은 것은 소셀 2세께서 남기신 유훈도 있지만, 마법과 마법 병기 및 신성력에 기반한 아이템들이 화약 병기 못지 않은 위력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건 화약 병기가 약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화약병기든 냉병기든 그건 그냥 병기에 불과합니다. 우리 가문이 냉병기에 연금술을 적용하였다면, 화약병기에도 그것을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가문이 발명한 화약 역시 바로 우리에 의해서 새로운 발전의 단계로 나아갈 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아버지.”

 

루시엔 윈터스푼의 말은 끝에 가서는 청유형으로 부드럽게 끝났다. 그러나 코하트의 말은 여전히 엄격하였다.

 

내가 딸을 잘못 가르쳤구나. 바로 네가 말한 소셀 2세 폐하의 유훈과 함께 지난 수 세기 동안 여러 가주께서 그런 연구에 힘쓰지 않은 것이 호기심이나 재능이 모자라서 생각하는 게냐? 그것은 다 거기에 포함된 위험성을 깨달을 정도의 현명함과 신중함이 서린 행동이었던 것이다.”

 

루시엔에 이어 바이도타스 윈터스푼이 다시 발언권을 얻으려 할 때, 돌연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들어왔다. 가문의 공회가 열릴 때마다 항상 그 사람을 위한 자리를 비워두었으나 실제로 참석한 일은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님에도 실내의 모든 일족은 그 사람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은 한 번보면 수십 년 후에도 대부분의 일족들이 그 얼굴을 잊지 않았다. 수십 년의 세월에도 얼굴이 변하지 않으니 못 알아볼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얼굴을 지닌 사람이 실내에 들어서자 그 사람을 알아본 모든 일족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일족의 최연장자에 대한 예를 나타냈다. 들어온 사람은 미모의 여인이었는데 걸음을 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간 적지 않은 공회에 참석했지만, 이렇게 시작부터 열띤 토론 분위기의 공회는 오랜만이군.”

 

회의에 주재자였던 노인이 고개 숙인 일족을 대표해 인사의 말을 꺼냈다.

 

오랜 만에 뵙습니다. 대고모님.”

 

들어선 미모의 여인 루시드 윈터스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그 인사를 받고는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한 순간 후 비어있던 가장 상석의 자리에 나타났다.

 

할머니, 증조 할머니, 고조 할머니 하는 식으로 세월 지날 때마다 점점 듣기 싫은 호칭으로 부르는지라 앞으로는 세대가 얼마나 흐르든 대고모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그래도 케나즈Kenaz 너 같은 노인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한 것은 마찬가지로군.”

 

루시드 윈터스푼이 착석하자 일족이 모두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주재자 케나즈 윈터스푼이 뭔가 말을 하려 하자 루시드 윈터스푼이 저지했다.

 

문에서 이 자리로 이동하는 동안에 이곳에서 이루어진 모든 일을 시간을 돌려서 봤다. 내게 사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말하고 루시드 윈터스푼은 마치 죄인이나 피고 같이 배치된 자리에 앉은 플린트 윈터스푼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처럼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상황을 식히는 일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때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경쟁시킬 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의견 대립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식혀야 할 때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이 그 때인 것 같다.”

 

루시드 윈터스푼은 그런 말을 한 뒤 잠시 쉬며 실내의 일족들을 하나 하나 일별하였다. 수백 년 전에 죽은 그녀의 형제자매들이 낳은 아이들의 먼 후손인 그들을 그렇게 둘러 본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가진 지혜를 모아 합당한 결론에 이르도록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으나, 불행히도 우리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안타깝게도 너희들에게 그런 사정을 말할 수 없다.”

 

의장 역할을 하던 노인 케나즈 윈터스푼이 말했다.

 

시간의 관찰자이시며 일족의 최연장자이신 대고모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희는 굳이 듣지않아도 무방합니다. 대고모님께서는 가문과 일족의 일은 물론 세간의 모든 일에 한 발짝 떨어져 지내시지만, 가끔 개입하시는 일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때는 밝히지 못한 이유도 훗날에는 납득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대고모님의 조언을 새겨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저희들의 모든 능력을 모아서 도달할 결론이 지니지 못한 지혜를 담고 있을 것이리 믿습니다. 대고모님께서 불민한 후손을 위해 조언을 주신다면 저희가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내 해답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지혜를 품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현명한 결론보다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니 내가 이 공회를 주재하는 일을 너희들이 인내했으면 한다.”

 

말씀하시십시오.” 케나즈가 대답했지만, 루시드 윈터스푼의 질문은 플린트 윈터스푼에게 떨어졌다.

 

아직은 아무도 네 의견을 묻지 않은 것 같구나. 다른 일족들의 의견과 그들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네 말부터 들어보자. 네 생각은 무엇이냐? 연금술을 이용해 위력적인 총탄을 만들고 배포하고 싶다는 것이냐?”

 

플린트 윈터스푼은 말로만 듣던 전설적인 일족의 인물이 등장한 충격에 아직도 빠져있어서 잠시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루시드 윈터스푼이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조용히 있자 결국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루시드 윈터스푼을 직접 만나면 하겠다던 인사말이나 질문 등은 그 순간에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간신히 이렇게 짧게만 말했다.

 

그렇게 요약하고 싶은 내용은 아니지만, 그렇게 요약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대고모님.”

 

루시드 윈터스푼은 좌중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여기 모인 일족의 대다수는 그 생각에 반대하는 모양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지난 이백 년 동안 손을 놓은 연금술에 다시 손을 대보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발상이다만..”

 

코하트 윈터스푼이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어 약간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대고모님!”

 

하지만 루시드 윈터스푼이 손짓으로 그 뒤에 이어질 말들을 저지했다.

 

흥분할 것 없다. 얘야. 예나 지금이나 나는 가문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발상이라는 이유로 실행하던 나이는 이미 지났고..” 잠시 말을 멈췄던 루시드 윈터스푼이 이윽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대다수 일족들의 의견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혹시 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말해도 좋다. 그러니 이제 플린트 네게 묻겠다. 네가 원하는 일을 하는데 일족과 가문의 힘을 업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냐?”

 

플린트 윈터스푼의 표정이 변했다. 그런 방향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족과 함께 앉아 있던 루시엔과 바이도타스도 이 새로 던져진 개념이 흥미로웠는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곧 이어 플린트 윈터스푼의 대답이 궁금해져 그를 주목했다.

 

두 사람 이외 다른 일족들 역시 비슷한 심정으로 플린트를 쳐다보았다. 플린트 윈터스푼의 고민은 깊었지만, 시간은 짧았고, 스스로에게 자문한 대답은 그보다 더 간결하였다. 그래서 그 대답은 쉽게 나왔다.

 

당연히 아닙니다. 윈터스푼 가문이 지닌 힘과 역량을 제게 집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지닌 능력을 가문과 일족을 위해서 쓰지 못하는 문제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족을 설득할 필요가 어디 있느냐? 네가 가주 자리에 관심이 없다면 독립하여 네가 하고 싶은 바를 하면 될 일 아니냐? 그리고 네 재주가 대단하다고는 하여도 너 한 사람의 재주를 가문에 더하지 못하고 뺀다고 하여도 우리 일족이 망하지 않으리라 본다. 그것은 지난 수 세기 동안 가문에 공헌하지 않은 이 몸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

 

코하트 윈터스푼을 포함하여 몇몇 윈터스푼 일족이 반대하고 싶었지만, 루시드 윈터스푼 같은 연금술의 대가가 빠져도 수 세기 동안 문제없던 가문이 플린트가 빠진다고 해서 문제가 된다고 주장할 수 없기에 반박할 근거를 금방 찾지 못해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플린트는 이제까지 자신이 가문을 벗어나 그런 식으로 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약간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은 그 방법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루시드 윈터스푼이 그런 심적인 변화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을 이었다.

 

플린트가 가문 외부로 나간다면 그가 무슨 일을 하든 본가가 간섭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플린트는 자신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바탕이 결국은 우리 가문의 가르침이 그 바탕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니 너는 윈터스푼 가문의 이름을 계속 달고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무엇이 되기도 곤란하고 우리 일족과 연을 끊어서도 곤란하니 앞으로는 윈터우드라는 이름을 사용하도록 하자. 그 이름이 네가 가문에서 배운 것과 네가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중용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항상 네게 지침이 되기를 바란다.”

코하트가 말했다.

 

그러나 연금술의 규례는 그가 가문을 나간다고 해서 무시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우리 일족의 가언이 아니라 왕국의 모든 연금술사 아니 세상 모든 연금술사의 철칙입니다.”

 

루시드 윈터스푼이 말했다.

 

무엇을 염려하는지 안다. 그러나 플린트 윈터우드는 자신이 배운 것을 함부로 사용하거나 아무에게나 마구 전파할 사람이 아니다. 너도 그 정도는 알지 않느냐? 그리고 나는 이것이 우리 가문과 나아가 세상에 있어 장기적으로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내가 크로노맨서라는 사실을 잊은 것은 아닐 테지? 그리고 연금술사의 규례로 말하자면 바로 내가 그것을 만들 때 참여한 사람 가운데 하나다. 내 앞에서 가언의 무거움으로 나를 묶을 생각은 버려라.”

 

오랜 만에 공회에 참여한 루시드 윈터스푼을 가문에 묶어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노인 케나즈 윈터스푼이 말했다.

 

하오시면, 다음 가주도 한번 봐주시는 편이 어떻습니까? 가장 가주로 촉망 받던 사람을 말씀 한 마디로 내보내시면 그 정도는 해주시고 가셔야 할 듯합니다.”

 

다음 가주를 루시드 윈터스푼이 정하는 사람으로 정한다면, 그래서 당분간 두고두고 루시드 윈터스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차후 일족이 얻을 복락은 지대할 것이다. 루시드 윈터스푼의 조언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애걸복걸한 역대 가주들의 적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이것은 정말 일족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어차피 다음 세대에서 사람을 고르면 될 일이다. 바이도타스 정도면 충분하겠지. 가문의 원로들이 젊은 가주를 잘 돕고 이끌면 될 테고..”

 

코파트가 케파즈의 눈짓을 무시하고 이번에도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케파즈는 저게 다 된 일을 망치려고 한다고 속으로 질책했지만 별 수 없었다.

 

바이도타스의 연금술 실력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는 플린트 같은 강인함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학자형의 성격입니다. 아시다시피 가주라면 전투에도 어느 정도는 실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케파즈는 코파트의 말을 듣고 나자 코파트가 바이도타스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가주를보살피라는 명목으로 루시드 윈터스푼의 발목을 확실히 잡아두고자 하는 뜻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래서 자신도 한 마디 보태서 이를 확실히 하려는데 루시드 윈터스푼이 먼저 말했다.

 

아직 젊은데 천천히 갖추면 될 일이다. 오히려 그 나이에 연금술 하나만이라도 그만한 성취를 이룬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할 일이다. 그의 다른 능력이 연금술보다 낮은 것을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 그의 다른 능력이 낮아 보이도록 대단히 높이 솟은 연금술의 성취를 인정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정 불안하다면, 모자란 점은 훈련을 시키면 된다. 이렇게 하자. 최근에 소드맨 마스터가 관직을 내려놓고 클라페다로 낙향했다. 바이도타스를 클라페다로 보내 그의 지도를 받도록 하자.”

 

노인 케나즈가 말했다. “전사들의 전투 기술을 배워두는 일도 나쁘지 않지만, 이왕이면 대고모님이 마법사의 전투를 가르치시면 더 간단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바이도타스에게 마법전투를 지도한다면 마법사 사회 전체가 시끄러워질 일이다. 자기 가문만 편애한다고 떠들 테고, 그러나 내가 주장한 일이니 어느 정도 책임은 져야 하겠지. 바이도타스를 남부로 보내라. 대삼림지대와 여러 지역을 거치면서 내가 각 지방의 풍토와 특산물 재료에 대해 가르치겠다. 내가 연금술을 손수 지도하는 일도 백 년도 넘은 일이다. 이 정도면 나로서는 충분히 양보했다고 본다. 그러면 클라페다에는 늦게 도착하겠지만, 뭐 전투훈련은 그렇게까지 급하지는 않다.“

 

여기서 루시드 윈터스푼은 잠시 눈을 감고 말을 멈췄다.

 

아니 오히려 우리 가문의 사람이 세계를 구하는 일에 발가락이라도 걸치려면, 너무 열심히 해서도 곤란하지. 때를 잘 맞춰야 하니까... 그 시기에 맞춰서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그 때에 딱 맞도록뭐 굳이 바이도타스일 필요는 없지만, 그가 아니어야 할 이유도 없으니 여신의 예정과 섭리를 비틀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괜찮겠지…’

 

그녀는 잠시 떠올린 그런 생각을 지웠다. 물론 그 생각은 어차피 말로는 나타낼 수 없었다. 루시드 윈터스푼은 플린트를 보며 말했다.

 

가주의 짐은 내려놓았으나 네게는 감당할 다른 일이 있을 것이다. 여신께서 너를 축복하시고, 너를 통해 그 영광을 드러내시기를 기원하겠다. 그러니 항상 그에 합당한 사람으로 살아라. 가문의 이름을 일부만 지녔더라도 일족의 명성을 같이 짊어진 사람으로 살아라.”

 

플린트가 그 말에 대답했다.

 

일족의 다른 어르신이라면 모를까 대고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참 뭐합니다.”

 

루시드 윈터스푼이 그 말에 고소를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그러나 어쩌겠느냐? 너나 나나 각자 원하는 길을 가되 아무리 멀리 가도 끊을 수 없는 일도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 말을 끝으로 루시드 윈터스푼은 별다른 인사도 없이 실내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남은 일족들은 한 두 번 겪은 혹은 들어본 일이 아닌지라 고개를 숙여 인사함으로 그녀를 전송하였다.

 

비록 시간을 통해 남들보다 많은 미래를 내다보는 루시드 윈터스푼만큼은 아니어도 그렇게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 시대가 얼마나 가혹할지는 자리에 남은 일족 가운데 아직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신규 클래스 스토리 및 스킬 영상]
- 마타도르
- 섀도우맨서
- 불릿마커
- 질럿

Lv87 Shion

펭 하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TOS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