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슈카월드, 주식 좀 해본 형의 게임썰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69개 |
슈카는 유튜브에서 경제금융을 쉽게 풀어내는 방송을 한다. 기자가 슈카를 알게 된 계기는 온전히 유튜브의 추천 시스템 덕이다. 어느 날 추천 동영상으로 뜬 '주총꾼 썰'과 '트레이더가 되고 싶었던 썰'을 보고서 바로 구독 설정을 했다. 텐션 높은 진행과 알찬 내용 덕인지 슈카월드의 구독자는 어느샌가 25만을 넘어섰다.

게임기자로서 슈카월드를 주의 깊게 본 계기는 '넥슨 매각 추정가 15조! 넷마블의 고뇌. 고? 스톱?' 편이다. 올해 초부터 게임업계의 가장 뜨거운 주제였던 넥슨 매각설을 시작으로 게임산업 전반을 훑고 지나갔다. 특히 단편적으로 흩어진 정보를 한데 모아 논리적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은 내심 놀랐다.

한번은 만나 게임업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최근 얼떨결에 취업준비생이 된 슈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전, 슈카는 자신이 게임산업 전문 애널리스트는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견해를 전했다.





▲ 경제금융 유튜버 슈카

슈카를 처음 보는 인벤 독자들도 많을 텐데. 간략하게 소개 부탁한다.

= 유튜브에서 알기 어려울 수 있는 경제와 금융 소식을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슈카다. 정치는 전혀 모른다.


소싯적에 게임을 꽤 한 걸로 안다.

= 많이 했다. 중고등 학생 시절에는 쥬라기, 단군의 땅과 같은 게임을 엄청나게 하는 바람에 대학교에 못 갈뻔했다. 정신을 차리고서 대학교에 입학하니 '워크래프트2'가 나왔다. 이전까지 내가 즐겼던 게임은 컴퓨터를 상대하는 거였는데, '워크래프트2'부터 사람과 대결할 수 있었다. 그때는 아직 PC방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기존 오락실에 컴퓨터 2대를 연결해 대전을 즐겼다. 재밌더라. 대학교 과 사람들과 '워크래프트2'를 재밌게 즐기다가, 다음 해에 스타크래프트가 나왔다.

그쯤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특히 연세대 앞 신촌 거리에 PC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때 친구를 잘못 만나 PC방에 살았던 거 같다. 역시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 '스타크래프트'에 입문한 뒤로는 래더를 즐겼다. 그때가 임요환 이전, 신주영이 등장하기도 전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스타크래프트 래더를 하는 사람이 드물던 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번에는 대학교 졸업을 못 할 뻔했다.

MMORPG는 '리니지2'부터 제대로 했다. '리니지'는 개인적으로 그래픽 취향이 맞지 않았고, 그때도 형님들이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렇게 '스타크래프트'에 7년, '리니지2'에 2년으로 20대를 채워나갔다.

절정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였다. 베타 버전 때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딱 봐도 한 번 맛 들이면 위험한 게임일 거 같더라. 이 게임을 하면 내 인생이 망해버릴 거 같아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내 친구 중에 누군가가 와우를 하다가 군대에 갔다. 군대에 가기 전 내게 아이디를 줬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접속하니 듀로탄 서버 무법항 어딘가에 멀뚱멀뚱 서 있는 노움 흑마법사였다. 시작하자마자 다섯 번을 연달아 죽었다. 그렇게 시작하고 나니 어느샌가 나는 40인 공격대의 공대장이 되어 있었다. 월드 퍼스트 킬은 아니더라도 서버 1등을 노리는 공격대였다. 그때는 게임이 현실이고 현실이 쉼터였다. 게임을 하다가 좀 힘들면 현실에서 쉬는... 주5일 공격대에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까 4년이 지나 있었다.

찬란했던 게임 인생 12년을 보내고 나니 취업 걱정이 앞섰다. 부랴부랴 원서 100군대 정도를 넣어 겨우 금융 쪽으로 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끊고 싶다면 취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2016년쯤인가? 친구가 '하스스톤' 방송을 하더라. 옆에서 보다 보니까 재밌어 보여서 게스트로 참여했다. 이 방송이라는 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몇 번 참여하니 재밌어서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방송하던 친구 집에 방음 부스를 내 집에 가져오게 됐다. 원래 가정에서 피아노나 음악 연습하기 위해 사용되던 부스다. 방송용으로도 괜찮다. 내 집에서 같이 방송하자던 친구가 멀다는 이유로 안 오더라. 열 받아서 혼자 방송을 켰다가... 그 이후로 계속하게 됐다.

처음에는 재미로 썰방송을 했다. 게임도 하고 썰방송도 하고. 그때는 자료도 많이 준비 안 했다. 이미지 하나 띄우고 세 시간씩 썰을 풀었다. 시청자도 많지 않았다. 몇백 명이 모여 얘기를 했었는데, 점차 보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니까 허투루 준비할 수 없더라.

그러다 최근 회사에 걸려서... 잘렸다. 원래 인사팀에 문의했을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뭐 그렇게 됐다.



▲ 방송할 때의 슈카

최근 채널 구독자가 확 늘었다.

= 올해 4월까지 구독자 1만 명이 안 됐다. 그 전 2년 동안은 구독자가 5,000명가량 됐었는데... 그때는 3시간 동안 방송한 거를 편집도 하지 않고 그냥 올렸다. 구독자 수도 원래 신경은 안 썼었고. 그러다 4월 즈음에 갑자기 1만 명이 넘더라. 이후 영상이 하나둘 인기를 끌면서 생각보다 빨리 늘었다. 그리고 그만큼 회사에서 생각보다 빨리 잘렸다. 1만 명 전에는 회사가 신경 안 썼는데...

구독자 10만 명이 됐을 때 쯤에 회사에서 말이 나왔다. 그때도 유튜브로 먹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는데, 갑자기 취업준비생이 됐다.

직장을 잃으니 큰일이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지 않나. 늘어난 구독자들이 기대감을 채우는 일도 필요했다.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내게 투자하는 거다. 그 시간이 아까우면 안 되니 준비를 열심히 하게 된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게임 콘텐츠는 잘 하지 않는다. 나는 남이 게임하는 거 잘 보지만, 내가 잘하는 건 아니니 굳이 보여줄 건 아니더라. 프로게이머처럼 게임을 잘하면 모를까... 내가 그 정도는 아니니까.

하... 나이 앞에 4를 달고서 다시 취업준비생이 됐다. 금융권에선 어디 가면 팀장급인 나이인데...


방송 준비는 어떻게 하나?

= 처음에는 뇌피셜 위주로 했다. 물론 자료는 찾았지만, 내가 해석한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많이들 보시니까 자료들을 더 찾게 되더라. 애널리스트들도 리포트를 작성할 때에는 근거 자료를 명확하게 한다. 그만큼 준비하는 거 같다. 그래서 신문 기사를 많이 인용하게 된다.


금융권에선 게임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 금융권에서 게임은 상당히 유망한 사업이다. VR과 관련해서는 미래산업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앞으로 게임산업을 어디까지 바라볼 수 있을까 하면... 현재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콘텐츠 산업은 음악과 게임이라고 한다. 그런데, K-pop이 pop을 넘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게임은 아니다. 게임은 굳이 나라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냥 재밌으면 되니까. '앵그리버드'도 재밌으니까 하고, 나중에 알아보니까 핀란드에서 나온 게임이지 않나?

확장성과 기대감 면에서도 게임은 다른 산업보다 낫다. 예로 TV나 라디오를 만드는 회사가 내년에 2배 성장하리라 예상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게임사는 내년에 10배 성장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그만큼 게임사의 멀티플(보통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가 매입을 의미)은 타 산업보다 높게 평가받는다. 연 매출 1조 원에 영업이익률 93% '던전 앤 파이터'를 가진 넥슨의 경영권이 매각설 때 15조 원까지 불린 것도 그런 이유다.

게임주는 방어주로 분류된다. '사회가 어려워지면 게임을 더 하겠지'하는 심리도 주가에 반영된다. 국가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게임끼리 경쟁하는 모양새가 아니다. 그 게임 자체가 재밌냐 재미없냐, 가능성이 있냐 없냐로 평가받는다.

특이한 건 게임은 IT이자 서비스 산업인데, 전통 제조업처럼 움직인다. 개인적으로 난 이게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현실이자 문제를 일부 보여준다고 여긴다. 스스로 우리나라 게임을 많이 해봤다고 자부하는데, 게임주를 보면 회사가 '난 정말 돈을 많이 벌겠어!'라고 웅변하는 게 느껴진다.

특히 '리니지M'과 같은 게임을 보면 BM이 심상치 않다. 2000년대 즐겼던 MMORPG를 생각해봐라. 그때는 게이머가 '이 게임에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라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번엔 어떤 참신한 BM이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리니지2'만 해도 크로니클이 업데이트되면 새로운 콘텐츠에 설레는 마음이 있었는데... 요즘 게임 업데이트를 보면 게임사가 정말 돈을 많이 벌겠다는 의지만 보인다.

자주 하는 '하스스톤'도 마찬가지다. 출시 때보다 게임이 어려워진 면도 있지만, 옛날과 다르게 블리자드가 돈을 벌고 싶다는 의지를 하스스톤에 내비친다. 예전 블리자드였다면 투기장이던 정규전이던 그냥 하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보통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퀘스트 라인을 자꾸 넌다. '만약 이게 귀찮으면 돈을 내'라는 식으로 번거롭게 한다. 예전 블리자드 요즘 블리자드의 차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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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사 모습에 아쉬움이 많은 거 같다.

= 아마존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보면 소비자로부터 돈을 벌고 싶다는 의지를 내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들의 매출은 치솟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하다. 다 뭔가에 투자하는 거다. 최근 서비스 산업을 보면 사용자로부터 돈을 걷어 성공하겠다는 비즈니스 모델은 죽었다.

반면 게임사는 돈을 버는 게 우선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가장 최첨단인 산업이 구식 비즈니스 모델을 취하니 어이가 없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가 멍청해서 돈을 써가며 소비자들을 모으는 게 아니지 않나? 게임사도 비즈니스 모델을 전향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바뀐 게임사를 어떻게 생각하나?

= 장점은 돈을 잘 번다는 거다. 절대 나쁜 게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영업이익률을 예측할 수 있다. 대형게임사 위주로 꾸준히 잘 나오니까. 문제는 안정화 속에 자신들만의 세계가 굳어지는 거다. 굳은 상황을 깨는 게임사는 잘 안 나온다. 블루홀이 '배틀그라운드'를 선보였을 때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게임이?'라는 반응이 나왔었으니까.

안정성을 추구하다 보니 장르 편중화가 심하다. 우리나라에선 RPG 외 게임은 찾기 힘들다. 그나마 나오던 국산 AOS는 항복한 상태다. 엔씨소프트의 'MxM'이나 넥슨의 '어센던트 원'도 사업을 접었으니까. 실패를 경험한 대형 게임사는 결국 자신들이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돈은 잘 벌 것이다. 그러나 혁신은 기대하기 힘들다. 제조업처럼 변하는 게 아쉽다.

게이머로서 우리나라에 '픽사' 같은 업체가 생겼으면 좋겠다. 픽사는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한다. 난생처음 보는 로보트가 날아다니 거나 슬픔이 캐릭터가 되어 주인공이 된다. 전혀 모르는 스토리가 등장하지만, 감동을 남긴다. 그런 픽사처럼 새로움을 만들 수 있는 업체가 우리나라 게임사로 등장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게임사는 기술회사라기보다는 아이디어회사 같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야 사람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나온다. 기술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도구이니까. 물론, 아이디어만 가지고서 사업을 하기란 위험하다. 그런 의미에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화이팅이다.


따로 금융권에서 주목하는 종목이 있나?

= 금융권에선 펄어비스까지가 애널리스트 분석에 들어가는 종목이다. 물론 게임대장주는 엔씨소프트다. 상장사는 아니지만 넥슨의 경우는 '던전 앤 파이터' 하나만 믿는다. 중국과 텐센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최근 텐센트의 영업이익이 우리나라 전체 게임사보다 훨씬 많다. 그런 텐센트와 계약이 유지된다는 건 우리나라 게임사로서는 축복이다. 중국이 폐쇄적이지만 들어갈 수만 있다면 축복이니까.




이후 게임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 일례로 '플레이스테이션'은 사람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니까 망할 거로 예측했다. 그런데 살아남았다. 이후 모바일 게임 시대로 접어들었을 때 또 위기설이 나왔지만, 결국 '플레이스테이션4'는 1억 대가 팔렸다. 이건 전 세계 게임시장 자체가 커진 거다. 콘솔과 컴퓨터, 모바일이 서로 경쟁 상대가 아니라 게이머의 즐길 거리가 많아진 거라고 봐야 한다.

VR은 시기의 문제라고 본다. 먼저 들어가 기대감만 큰 거라는 걸 알면 버블인데... 문제는 언제 VR의 시대가 올 건지 아무도 모른다. 당장 올해 특이점을 가져올 기기가 등장해 VR 시대가 올 수 있다. 그런데 특이점을 가진 기기가 10년 뒤에 나온다면? 이걸 예측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꾸준한 투자를 통해 VR 시대를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폰이 등장하자 2G폰 회사는 다음 해에 바로 망했다. 그만큼 순식간에 변할 것이다.


앞으로도 게임산업이 잘 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현재 글로벌 서비스 업체는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 시기로 접어든 지가 얼마 안 됐다. 농구는 NBA, 야구는 MLB다. 둘처럼 전 세계가 동시에 보고 열광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콘텐츠 가치가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올라간다. 대표적인 산업이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게임이다.

텐센트도 괜히 '롤2', '롤3'를 만들지 않고 현재 '롤'에 집중한다. 새로운 게임보다는 기존 콘텐츠를 더 키우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 게임사에는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게임이 잘 없다. 우리 게임사가 잘하는 뽑기를 가지고서 전 세계 방송 콘텐츠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 +9강을 +10강으로 바르는 방송을 할까? 최근 펍지주식회사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화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게임사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당장 뽑기로 돈을 많이 벌지는 몰라도, 앞으로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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