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4] 레전드 오브 슬라임, 한국식 넘어 글로벌 키우기로

게임뉴스 | 강승진 기자 |
키우기 장르는 MMORPG가 강세를 보이는 국내 시장에서 번거로운 부분을 덜어내고 성장에 집중한, 이른바 코어를 뽑아내 발전해온 장르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키우기 장르의 문법을 잘 따르며 유저 풀이 적은 장르에서 주류 장르로 올라선 키우기 게임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다만,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경쟁이 성장의 밑바탕이 되는 기존 키우기 장르의 특징을 새롭게 해석했다. 글로벌 시장에 맞춰 키우기의 강점은 살리면서 경쟁 요소는 최소화했다. 더 높은 수익 전략에는 반대되는 선택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결정에 게임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로드컴플릿의 배수정 대표는 GDC2024 F2P 서밋의 한 세션으로 레전드 오브 슬라임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게임이 시장에서 보여준 성과와 그 노력을 가감 없이 전했다.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2023년 글로벌 아이들 RPG 시장에서 가장 독보적인 성과를 보여준 게임 중 하나다. 출시 이후 약 17개월 동안 2,400만 다운로드와 1억1,5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시장 상대적 매출 규모 역시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 중에서도 눈에 띄는 수준을 기록했다.

레전드 오브 슬라임의 이러한 성과는 개발 초기 6명으로 출발, 서비스 이후 20명 이상 수준으로 확장된 팀 규모를 생각하면 굉장히 높은 결과치다. 이러한 성과는 회사와 팀이 첫 아이들 게임 장르 개발만에 이뤄낸 성과다. 하지만 배 대표는 이러한 성공이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 이후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팀은 꾸준히 게임을 개발했지만, 플레이어가 전체 게임 플레이 기간 만들어내는 기대 가치인 사용자 평생 가치(LTV)도, 잔존율도 기대 이하의 게임이 많았다. 2019년 게임과 팀 구축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온 표현이 라이트코어다. 하이퍼캐주얼, 하드코어등 게임을 특성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누었을 때 중간쯤에 위치한 라이크코어는 하이브리드 캐주얼과 미드코어의 중간 단계에서 이 둘의 장점을 융합하는 조합이다.

더 낮은 CPI(설치당 발생하는 비용)와 초기 이탈율을 가진 캐쥬얼함과 높은 잔존율과 LTV를 지신 코어 게임의 특징을 함께 살리고자 하는 셈이다. 이런 구성적 목표를 두고 다양한 초기 빌드를 페이브북에서 테스트했다. CPI, 플레이타임 등을 기반으로 인구 통계, 결과 분석 등이 이어졌고 성과를 낼 가능성을 내다봤다.

CPI, 설치 이후 다음 날의 잔존율인 D1 리텐션 등에 주목했다. 레전드 오브 슬라임이 본격적이고, 과감하게 다음 단계로 나아간 것도 이러한 KPI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레전드 오브 슬라임'을 글로벌 이용자들은 새로운 유형의 아이들 RPG로 인식했지만, 배 대표는 한국의 매우 지역특색을 갖춘 아이들 RPG를 글로벌 유저들의 취향에 맞게 순하게 튜닝하고 조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To grow'라는 의미의 '키우기(KIWUGI)'라는 단어를 레전드 오브 슬라임과 같은 형태의 게임을 설명하는 표현으로 사용했다.

배 대표는 키우기를 한국의 MMORPG 사용자들을 위한 스낵 게임 장르이자 이상적인 RPG의 부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근래 모바일 RPG는 그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 성장 자체에 핵심을 둔 타이틀이 다수 존재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키우기 장르의 특징은 그간 사용자 기반층이 적고, 게임의 수명 주기가 짧으며, 높은 PPU(결제 유저 비율)를 바탕으로 수백에서 수천 달러 규모의 과금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키우기 장르의 게임은 단기간에 게임 랭킹 상위를 차지하며 짧은 유행을 일으켰고 유저들은 다시 다음 키우기 장르 게임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배 대표는 키우기 게임의 평균 수익은 300만 달러, 평균 다운로드는 8.2만 회 정도에 수명 주기는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배 대표와 팀은 키우기 게임의 경험이 없었지만, 키우기 장르의 특징 중 이 역동성에 더 집중했다.




개발 초기 로드컴플릿은 슬라임 퀘스트라는 또 다른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미국 페이스북 테스트에서 45센트라는 낮은 CPI를 보였다. 이러한 이점에 개발중이던 아트 에셋으로 생산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아트 디렉션을 유지했다. 그렇게 개발 후 약 6주 만에 첫 테스트를 미국 시장에서 진행했는데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CPI도 50센트 정도로 여전히 낮았고 D1 리텐션은 50% 이상을 기록했다.

싱가로프의 테스트도 미국과 비슷했다. 이는 로드컴플릿이 키우기 게임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데이터가 됐다. 개발진은 이러한 수치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 적합했던 키우기 게임의 특징 중 글로벌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 남기고, 강화하고, 제거해야 할 것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다른 웰메이드 키우기 게임처럼 조작의 요소를 최소화하는 자동 전투, 많은 뽑기를 제공할 수 있는 무료 보상 시스템, 스트레스 없이 이어지는 성장 등 핵심 루프 콘텐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특징을 강화했다.



▲ 글로벌에서도 장점이 될 요소는 남기고



▲ 경쟁 요소는 삭제했다

대신 MMORPG 장르의 요소를 차용해 생성된 과도한 경쟁 요소는 과감히 제거했다. 리더 보드와 채팅 시스템, PVP 시스템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삭제했다. 흔히 이들은 경쟁적 플레이를 주도하고 핵심 수익화 전략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로드컴플릿은 이러한 요소들을 너무 일찍 도입하는 것은 게임이 가지는 광범위한 유저 접근 기회를 포기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흔히 키우기 게임의 수명이 꺼지는 것으로 알려진, 출시 후 몇 달이 지나서야 굉장히 가벼운 리그 시스템이 추가됐지만, 여전히 경쟁보다는 자신의 속도로 게임을 즐기는 것에 더 집중하고자 했다. 그리고 유저 층이 성숙해지는 단계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경쟁, 협업 등의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맞춰 변화와 선택이 이루어진 게임은 실제로 한국 외 국가에서 더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키우기 게임의 기본 흥행 공식이 존재하는 한국에서의 매출은 15% 정도에 불과하며 미국이 전체 매출의 30%, 일본이 20%, EU가 10%의 매출을 만들었다. 매출 발생 이용자 연령 구성도 전통적인 MMORPG보다 낮은 20~30대가 주도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80%에 이른다.




라이트 코어 게임을 위한 수익화 전략으로 IAP(인 앱 구매) 전략과 함께 IAA(인 앱 광고) 전략을 활용하는 방안이 함께 소개되기도 했다.

IAA는 사용자가 광고 영상을 시청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형태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게임 중 결핍을 느끼는 구간에서 이를 제안하고 보상을 주는 광고 영상을 보도록 한다. 이 형태가 잘 작동한다면 광고 영상에 따른 중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IAP 잠재력도 높을 수 있고 이용자의 참여를 높이기도 한다.

광고 영상은 IAP 비 구매자에게도 일종의 옵션을 주는 형태다. 그래서 'Free'미엄 기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IAP으로 이를 제거하면 지속해서 광고 영상 없이 게임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같은 티어1 국가에서는 IAP 이용자 비중이 IAA 이용자와 비교해 전체 비율 7:3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데 특히 구매의 거의 절반은 첫날, 70%는 첫 주에 구매가 이루어진다.

또한 게임을 실행하고 나서 60일, 90일까지 계속 증가한다. 티어1 국가에서 광고 제거 구매 경향은 훨씬 뚜렷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머지 국가에서도 확연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기적으로 무료 이용자가 유료 사용자로 전환되는 셈이다.




배 대표는 레전드 오브 슬라임의 이러한 경험과 성과, 그다음을 내다보고 있다. 자체 퍼블리싱을 넘어 앱퀀텀과 함께 협력하고 서구, 캐주얼 시장 라이브 서비스를 배우며 한단계 높은 유저 확보를 달성하고 있다.

또한, 자체 퍼블리싱 작품과 외부 개발 작품을 포함해 매년 2회 이상의 성공적인 소프트 런치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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