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넥슨노조 "넷마블, 엔씨소프트 노동자와 힘을 합치고 싶다"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43개 |



지난 3일, 넥슨에서 노조가 탄생했다. IT 업계에서는 두 번째이자 게임 업계에서는 최초다.

넥슨노조 측은 설립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게임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시켜 나갈 견인차가 될 것이다"라며 "나아가 더 많은 게임산업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찾는 길을 열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어 넥슨노조는 설립선언문을 통해 “회사와 사회, 그리고 게이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노동조합으로 자리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서 오늘(4일) IT 업계 최초의 노조인 '네이버 노조'는 지지선언문을 발표하며 "넥슨노조가 시발점이 되어 과로가 의무가 되고, 저항이 불만이 되는 업계에 변화를 이끌기 바란다"며 아낌없이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넥슨노조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 배수찬 지회장을 만났다.





▲ 넥슨노조 배수찬 지회장

이두현 기자(이하 이두현) : 먼저 간략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배수찬 지회장(이하 배수찬) : 넥슨에서 근무한 지 8년 정도 됐고, 비공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개발자다.


이두현 : 게임업계 최초로 노조를 설립한 지 만 하루가 지났다. 어제 하루 어떻게 보냈나.

배수찬 : 어제는 노조 위원들이 휴가를 내고서 전단를 배포했다. 다른 분들은 회사를 돌아다니며 노조설립을 알렸고, 나는 많은 곳에서 연락을 받느라 자리를 자주 비웠다. 저녁 8시부터 오늘 새벽 1시까지는 메신저앱을 이용해 회의했다. 새로운 노조원 신청이 있으면 메신저를 통해 받다 보니 일일이 수작업으로 입력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이를 담당하는 위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이두현 : 현재 넥슨노조는 몇 명이나 가입했나.

배수찬 : 오늘 오전에 400명을 넘어섰다. 점심 즈음에는 500명 가까이 가입했다.


이두현 : 위(넥슨 경영진)에서의 특별한 반응은 없었나.

배수찬 :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인사본부장이 앞으로 서로 잘해보자고 하더라.


이두현 : 넥슨 직원, 특히 주위 동료들은 어떤 반응인가?

배수찬 : 조직마다 반응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조직은 해방군을 맞이하듯이 반겨준다. 찾아와서 감사하다는 말도 들었고, 음료수나 과자를 주며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대체로 응원해주는 분위기였다.

가까운 동료들은 내가 지회장을 맡은 데에는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지금 시점에서 노조를 만든 거 자체를 대단하다고들 해준다. 물론, 회사 내에는 노조에 대해 반감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언론에 노출되는 다른 노조들의 모습이 항상 바람직했던 것은 아니니까. 다만, 그 사람들이 내게 직접적으로 반감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 듣는 얘기들은 '고맙다'는 반응이다.



이두현 : 게임업계에서는 첫 노조다. 거기다 지회장을 맡고 있다. 시쳇말로 '총대를 멘'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배수찬 : 예전에 넥슨에서 노조를 만들려는 친구가 있었다. 그때는 회사의 반대나 방해보다 다른 어려움 때문에 노조 결성이 좌절됐었다. 노조는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 친구는 주변에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이후에 그 친구는 노조 결성과 무관하게 퇴사했다.

친구가 나가고서 내게 노조 결성에 관한 얘기를 해줬다. 얘기를 들어보니 '나는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과 고민을 나누고 사람을 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가 3년 전쯤이다.

본격적으로 노조를 준비한 건 약 2개월 전이다. 노조를 결성하기 전, 넥슨 노사협의회에서 교섭당사자로 일하면서 회사의 태도와 행동을 눈으로 직접 봤다. 그걸 보면서 '노사협의회 정도로는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더 강한 수단이 필요하고, 이걸(노조를 만드는 것) 할 사람이 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몇 년 전, 넷마블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넥슨에서는 안 일어날 일이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근무 중에 쓰러진 사람을 직접 보기도 했다. 그 역시 운이 나빴다면, 더 큰 일을 당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을 노조가 나서서 예방해야 한다.




▲ 넥슨노조 결성에 시발점이 된 '52시간 근무'

이두현 : 무엇을 눈으로 직접 본 것인가.

배수찬 : 노사위원회에서 유연근무제를 이야기하던 중 포괄임금제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지점에서 우리 노동자의 입장과 경영진 측의 입장이 너무 다르더라. 이외에도 다른 이슈들이 여럿 있었는데, 노사위원회로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힘들다고 여겼다.


이두현 : 업계의 일부 시각으로는 가장 환경이 좋은 넥슨에서 노조가 생겼다는 데 의문을 갖기도 한다.

배수찬 : 넥슨이 넷마블이나 엔씨소프트보다 노동 환경이 낫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넥슨 직원의 근무 환경과 생각이 다른 회사보다 낫기에 먼저 노조가 생겼다고 추측한다. 넥슨은 물론, 모든 게임사가 노조를 결성할만한 발화점은 이미 갖추었다고 본다.


이두현 : 노조 설립에 있어서 게임업계의 선례가 없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을 거 같다.

배수찬 : 네이버 노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비밀리에 노조 결성을 준비하다 보니 넥슨 건물 내에서는 회의하기가 힘들었는데, 네이버 노조가 회의실을 빌려줬다. 다른 회의 장소가 멀면 불편하고 가까우면 들킬 거 같았기에 네이버 회의실이 적당했다. 그리고 많은 조언도 받았다.

넥슨 사람들끼리만 노조결성을 이야기할 때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었다. '일단 선언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네이버 노조는 우선 사람을 먼저 모으라고 조언했다. 노조 일을 해야 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8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조언을 받으니 수월하더라.




▲ 넥슨노조 설립에 큰 도움을 준 '네이버 노조'

이두현 : 선언문을 보면 직원의 노력과 관계없이 회사의 사정에 따라 처우가 결정된다고 했다. 사례가 있나?

배수찬 : IT 업계, 특히 게임 업계의 특징이기도 하다. 신규 게임 개발을 하다 보면 공개되기도 전에 망하는 게 빈번하다. 이때 개발자가 붕 뜬다. 프로젝트가 사라진 개발자는 이후 어느 개발팀에서 일해야 할지 직접 구해야 한다. '전환배치'라고도 하는데, 다른 팀에서 개발자를 구할 때 구인구직을 해야 한다. 취업준비생이 직장을 구하듯, 직장 내에서 또 구인구직을 하는 것이다.

이때 새로운 팀에 합류를 못 하면, '너는 필요 없는 사람이야'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이때 개발자는 '이직을 해야 하는 구나'라고 생각한다. 다른 업계에서 필요가 없어진 사람의 책상을 화장실 앞에 두거나 창고에 둔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와 비슷하다. 그런 분위기가 돈다.

그러면 개발자는 무조건 나간다. 버티는 케이스도 못 봤다.



이두현 : 직접 본 사례인가?

배수찬 : 어느 순간부터 내 주위의 개발자들이 하나둘 사라져갔다. 넥슨 내에서 구인구직을 했는데 안 팔린 거다. 시간이 지나도 안 팔리면 권고사직 제안이 온다.


이두현 : 넥슨노조 조직을 보면 네오플이 눈에 띈다.

배수찬 : 노조를 기획할 때부터 네오플이란 단체가 함께 하기를 바랐다. 네오플이 함께한다는 것은 넥슨노조에 큰 힘이 된다. 네오플의 근로자 대표로 조성호 분회장이 함께하는데, 많은 신뢰를 얻는 사람이다.

네오플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제주도에 있다. 네오플 노동자의 입장을 적극적, 효율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따로 분회를 만들었다. 지난 태풍 때 판교의 직원들은 쉬었지만, 제주도에 있는 네오플 직원들은 목숨을 걸고 정상 출근했다. 이런 일을 겪다 보니 노조에 관해 네오플 분위기는 좋다고 전해진다.




▲ 네오플은 지회 이하 분회로 조직된다

이두현 : 앞으로 어떤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가.

배수찬 : 넥슨으로부터 노조로 인정받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포괄임금제를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 다음 순위는 현재 논의 중이다.


이두현 : 넥슨 노동자끼리의 문제가 있다면?

배수찬 : 넥슨은 돈을 많이 버는 회사다. 그런데 내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면, 회사에 하나도 기여하지 않은 것일까? 게임이라는 게 10개를 내 1개를 성공하면 다행인 사업이다. 우리는 실패도 기여라고 본다. 그러나 현재 넥슨 내에는 '옆 팀의 성공은 옆 팀의 것'이라는 생각이 돈다. 우리의 기쁨이 아니다. 이건 문제라고 본다.



▲ "노동자들이 우리의 회사라고 느끼게 하고 싶다"

이두현 : 노조로서 장기적으로 해내고 싶은 과제가 있나?

배수찬 : 노동권 교육을 보장받고 싶다. 우리의 당연한 권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현재 기본적인 교육은 성희롱 예방과 같은 것이다. 하면 안 되는 걸 몰라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노동권은 배우지 않으면 모른다. 수능에도 안 나오니 학교에서도 안 배운다. 나라에서 강제로 배우라고 하지도 않는다. 노동권 교육을 위해선 노조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노조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고, 왜 필요한지 모르는 분들도 많다. 지금 당장 노조가 필요 없더라도, 미래의 나에 대한 투자, 보험이 될 수 있음을 알아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넥슨노조가 선례가 되어 다른 게임사에서도 노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두현 : 지금 심정은 어떤가?

배수찬 : 후련하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기에 부끄럽지 않다. 과거에는 스스로 '회사의 가축'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두현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배수찬 : 네이버 노조와 서로 얘기한 게 있다. IT 업계, 게임 업계가 서로 연대하는 것이다. 우선 넥슨이나 네이버처럼 큰 회사에서 좋은 사례를 만드는 게 먼저다. 이후 넷마블, 엔씨소프트 노동자들과 힘을 합쳐 '3N' 연대를 만들고 싶다.

3N이 나서면 바뀔 수 있다. 게임인들의 복지와 대우가 좋아지고, 그 영향이 중소게임사의 게임인들에게도 미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넥슨노조가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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