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노조 설명회 "포괄임금제 폐지와 정보비대칭 해소해야"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10개 |


▲ 배수찬 지회장이 노조가입원서를 들고 있다

넥슨노조 스타팅포인트(지회장 배수찬)는 20일, 노조의 첫 설명회를 진행했다. 배수찬 지회장은 "사측이 사내 게시판과 장소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해, 어쩔 수 없이 설명회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개최했다”라고 전했다. 넥슨노조 설명회는 지난 19일 네오플이 위치한 제주도에서 처음 진행됐고, 금일 넥슨코리아와 넥슨네트워크 등 여러 관계사가 있는 판교에서 열렸다. 이날 설명회는 1시간씩 총 3회 진행됐다.

배수찬 지회장은 ‘왜 넥슨에 노조가 필요한지’를 먼저 설명했다. 노조 설립 전, 넥슨 내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로 나섰던 그는 “우리 회사(넥슨)는 괜찮은 회사니까 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라고 전하며 “노사협의회만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본 넥슨은 법의 최저선만 지키려 하고, 52시간 근무제의 경우 최대한 이용하자는 입장이었다. 배수찬 지회장은 “포괄임금제 폐지와 복지,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노조가 필요함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그는 넥슨노조 설립 발표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왜 민주노총, 화섬식품연맹 인가?”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 질문에 “노조 설립과 활동을 위해선 노동법을 알아야 한다”라면서 “또한, 회사를 상대하려면 재무상태를 분석할 줄 알아야 하지만, 우리는 노동법도, 경영도 잘 몰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라고 답했다. 때문에 그는 민주노총의 도움을 받아 넥슨노조를 설립했다.

이어 배수찬 지회장은 “사람들이 민주노총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안다”라고 전했다. 일부 미디어에서 노조의 과격한 모습을 노출하기 때문에 넥슨노조 활동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는 민주노총이 특정 사상을 강요할 수 없고, 강요한다고 해도 거부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이러한 활동으로 노조 활동에 대해 불이익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배수찬 지회장의 말에 따르면 넥슨노조 가입 가능 대상은 임원을 제외한 전 직원이다. 그는 “일각에서 ‘넥슨네트웍스’는 가입할 수 없다는 소문이 돈다”라면서 “이는 헛소문이며, 모든 넥슨 관계사의 직원이 가입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노조 가입을 ‘투자’라고 설명했다. 당장은 좋은 회사 넥슨에 다니지만, 이후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보험이라는 것. 이를 위해 배수찬 지회장을 비롯한 넥슨노조 운영진은 교섭안과 조합 운영, 대의원 선출 및 탄핵에 관한 내부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 조합비 쓰임새는 세무 감사를 통해 투명히 공개된다

배수찬 지회장의 소개에 따르면, 넥슨노조 조합비 중 49%가 지회(넥슨노조)를 위해 쓰인다. 8%는 나중에 있을 수 있는 회사와의 소송 비용 축적에 나가며, 43%는 상위 노조와 함께 쓰인다. 지회를 위한 활동에는 홍보용 전단지 인쇄, 홈페이지 운영, 사무실 구성 및 활동 등이다. 그는 “현재 노조원이 천 명 가까이 되는데, 문자를 한 번씩만 보내도 6만 원씩 나간다”라며 조합비의 쓰임새를 알렸다.


■ 넥슨 노조가 앞으로 하려는 일



▲ 넥슨 노조는 우선 '포괄임금제 폐지'를 염두에 둔다

먼저 넥슨노조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해 활동한다. 배수찬 지회장은 “현재 노조원 95%가 포괄임금제 폐지에 찬성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포괄임금제 폐지가 단순히 보상을 이유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차피 회사가 사람을 굴리고 갈아버려도 똑같이 돈을 준다는 건데, 포괄임금제는 한 사람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막는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두 번째로 넥슨노조는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움직인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넥슨노조원 80%가 인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규직은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배수찬 지회장은 “회사는 자르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든다”라며 “이런 상황을 버티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다”고 전했다. 고용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니 모든 직원이 성공을 위해 과로한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과거의 사례를 들었다. 배수찬 지회장의 말에 따르면, 넥슨에서는 개발자가 근무 중에 과로로 쓰러진 일이 있었다. 바로 구급차가 왔기에 쓰러진 개발자는 살 수 있었다. 이후 넥슨의 연말 행사에서 쓰러졌었던 개발자는 ‘우수사원상’을 받았다. 상을 받은 개발자는 “내가 다시는 이런 회사에서 일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한 뒤 퇴사했다. 이때 현장에 있던 모든 넥슨 직원이 손뼉을 쳤다고 한다.

넥슨노조원이 가장 많이 공감한 것은 ‘정보의 비대칭 해소’이다. 이 사항에 대해 넥슨노조원의 99%가 동의했다. 배수찬 지회장의 말에 따르면 연봉 협상 시 넥슨은 모든 직원에게 “이 정도면 많이 오른 거야” 정도로만 설명한다. 연봉이 직원마다 150만 원이 올랐거나 600만 원이 올라도 설명은 같다고 한다. 이렇기에 직원들끼리는 자신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지 모르고 회사에 따질 수 없다.

다음으로 ‘상향평가’이다. 예전 넥슨 자회사 중에는 자신의 상급자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 그는 상향평가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서로 존중하는 도구”라고 빗댔다.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하더라도 조직원 관점에서 신고는 너무 부담이 큰 행동이다. 그렇기에 조직관리의 최소한의 제동 장치로써 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지난해 넥슨의 영업이익은 1조 원이 넘는다. 배수찬 지회장은 "높은 이익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적다”라고 전했다. 분배의 과정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실패를 긍정하거나 성공을 더욱 북돋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는 “분명한 것은 회사가 아닌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이 더 커져야 한다”라며 넥슨이 비슷한 회사의 규모와 성과에 비해 보상이 분명 열악하다고 소개했다.

설명회를 마치면서 배수찬 지회장은 넥슨 직원들에게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라고 물었다. 현재 넥슨노조는 설문 조사를 해 조직원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인 넥슨노조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고, 운영진의 방향성 역시 만들어나가는 단계다. 배수찬 지회장은 “설문조사와 조합원의 목소리로 노조의 방향성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 현장 질의응답




Q. 회사와 교섭은 얼마나 진행됐으며,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

= 우리가 넥슨코리아에 교섭 일로 신청한 날은 10월 5일이다. 그때 화섬노조 위원장과 함께 이정헌 대표를 만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신청한 교섭일을 넥슨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10월 초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Q. 교섭이 시작되면 결과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 우선 상견례(노조와 넥슨 경영진이 처음 만나는 것) 자리에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무실과 전임시간을 요청할 것이다. 그리고 교섭 주기와 참여 인원 등을 결정할 것이다. 9월 29일에 네오플은 포함한 모든 운영진이 한 자리에 모여 교섭안을 정한다. 결정된 교섭안은 상견례 전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일반적으로 교섭 목록은 100여 개가 넘어간다. 그리고 당장 결정되지도 않는다. 3~4개월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첫 교섭 결과는 시일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노조 활동을 위해 사내 이메일,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다. 현재는 점심 시간에 전단지를 뿌리는 것도 안 된다.


Q. 사측이 노조 활동을 위한 게시판, 이메일 활용을 막은 건가?

=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올릴 수는 있다. 그리고 올린 게시글을 사측이 지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섭하기도 전에 싸우는 모양이 돼버린다. 첫 교섭 이전에 ‘역시 노조는 회사와 싸우기만 해’와 같이 보일 수 있어서 자제하고 있다.


Q. 교섭안으로 넥슨의 회사별 퇴사 통계율과 어떤 사유로 나갔는지 공개하는 걸 추가했으면 한다. 나 역시 과거에 동료가 ‘사실상 강제퇴사’ 당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전환배치에 동의했는데, 어느 순간 인사팀에서 “자리 없어요”라고 말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넥슨이란 회사에 대해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 교섭안으로 요구하겠다. 그러나 인사정보라 쉽지는 않을 거 같다. 넥슨네트웍스의 경우 퇴사율이 굉장히 높은 거로 안다. 2년이 되기 전에 50%가 나간다더라. 회사의 퇴사율과 이유에 대해 공유하는 걸 고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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