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52시간 근무는 '오답', 폭넓은 유연근무 도입해야"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63개 |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실이 금일(3일), 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ICT 분야 52시간 근무, 정답인가? - 저녁이 있는 삶과 선택근로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 이동섭 의원, 김수민 의원이 주관했으며,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신용현 의원은 "개별 업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인해, IT-SI-SW-게임 등 ICT 업계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라고 토론회 취지를 알렸다. 이동섭 의원은 “게임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근로시간 단축을 보완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들이 발의된 만큼 국회에서 신속하게 논의하고 처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수민 의원은 “손학규 대표가 2012년부터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한 바 있다”라며 “ICT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진짜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사에 앞서 축사를 전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과거 내가 이야기했던 '저녁이 있는 삶'을 전혀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고 무의미한 일자리 숫자만 늘린다면, '배고픈 저녁이 있는 삶'이 될 것"이라 말하며 정부의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비판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우리만 틀을 맞추면 발전 가능성을 스스로 꺾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일 시: 2018년 12월 3일(월) 오전 10:00
  • 참석자: 이승길 교수(좌장,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이병태 교수(발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채효근 전무(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한인상 입법조사관(환경노동팀), 김영완 본부장(한국경영자총협회), 안병도 선임연구원(한국게임산업협회), 곽병진 과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규직 과장(문화체육관광부)
  • 발표내용: ICT 분야 52시간 근무, 정답인가? - 저녁이 있는 삶과 선택근로제를 중심으로


  • ICT 분야 52시간 근무, 정답인가?



    ▲ 발제를 맡은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

    "저녁 먹을 시간도 없는 삶이 도래한다"라고 카이스트 경영대학 이병태 교수는 현재의 52시간 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무리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무리하게 도입된 배경에는 '너무 많이 일한다'는 오해가 깔려있다며 "정부가 'OECD 2위의 연간 노동시간'을 근거로 전 세계에 없는 무차별한 규제를 시행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잘못 알려진 정보로 정책을 만드는 것은 대통령이 가짜 뉴스를 활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평균 근로시간의 함정은 "문재인 정부가 통계를 읽을 줄 몰라서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는 통계를 제대로 해석했더라도, 잘못 활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예로 8시간 일하는 정규직과 일하지 않는 실업자가 있는 A 국가는 일평균 근로시간이 8시간이다. 그러나 8시간 일하는 정규직과 2시간 일하는 파트타이머가 있는 B 국가의 경우 일평균 근로 시간이 5시간이다. 일평균은 B가 낮지만, 총합은 다르다. 이병태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으로 고용률이 높아지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낮은 노동생산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2016년 OECD는 우리나라가 노동생산성이 가장 낮은 국가라고 발표했다. OECD가 산정한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한 룩셈부르크는 8만 9천 달러를 기록한 데 반해, 33위인 우리나라는 4만 2천 달러 수준이다. 이에 이병태 교수는 "정부는 노동시간이 길어야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라며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고 노동시간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국민을 과도하게 기대하게 만드는 선동"이라고 밝혔다.

    이병태 교수는 "정부가 OECD의 권고안인 '포용적 성장'을 진행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권고안의 내용은 읽지 않고 제목만 본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전하며 비꼬았다. 실제 OECD의 권고는 △정규직의 일자리 보호를 낮춰라 △비정규직의 사회보험을 확대하고 노동시장의 분절화를 타개하라 △좋은 시간제 일자리와 육아지원을 통해 여성의 고용을 높여라 △유연한 고용과 임금제도를 확대해라 등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IMF와 다보스 등도 비슷한 취지의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권고안 중에서 유연한 고용이 현재 우리나라 ICT 업계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연한 근무란 정리해고에 관한 규제와 비용이 없고, 계약직 고용에 관한 규제가 없으며, 최저임금이 없거나 무의미하고, 연장근로에 대한 규제가 없거나 이를 지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화이트칼라' 직종에 관한 연장근로를 제한하지 않고, 근로 시간 규제가 있더라도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게임과 같은 SW 산업은 특수성이 더하다. 이병태 교수는 SW 산업의 특징을 △전형적인 지식산업 △사전 공수의 예측이 어렵다 △해킹이나 서버 다운과 같은 외부 요소에 따른 변경 요인이 많다 △복잡성과 협업 중심의 일 △지연시 추가 노동 투입에 의한 생산성 관리의 어려움 등이다. 추가 노동 투입의 경우 선임이 후임을 교육하는 시간이 기므로 어려움이 생긴다.

    "상반기에 외부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했는데 다행이다. 이거 수주했으면 연말에 정부 패널티를 먹었을 것" 이병태 교수가 전한 유명 SI 경영자의 농담 섞인 얘기다. 이병태 교수는 최근 SI 업체들이 중간 생산은 중국이나 인도에서 하고, 마지막 작업만 한국에서 하는 방법을 고려한다며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동시간 규제가 결국 일자리까지 없애는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2차 산업시대에 알맞는 규제를 지금 적용하면 안 된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병태 교수는 "특히 게임 산업은 수출하는 사업이다"라며 "중국 베이징에는 주 80~90시간씩 일하는 곳이 많다. 국제 경쟁력을 도외시한 선동정치에서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라고 맺었다.




    ▲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채효근 전무

    채효근 전무는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게 '선택적 근로'의 개선을 노동시간을 올려달라는 것으로 안다"라며 "그게 아니라, 회사가 적법하게 52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강화해달라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서 채 전무는 "우리 업계는 조선해양처럼 수주-발주에 따라 작업량이 다르다"며 탄력근로제가 ICT 업계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를 말했다. "생산량을 예측하기 힘드니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채 전무는 밝혔다.

    "특히 ICT 업계는 3개월 만에 12개월 치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라고 채효근 전무는 사정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ICT업계는 상반기에 일이 없어 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를 업계에선 '추목'이라고 한다. 이후 업계는 하반기 3개월에서 6개월간 집중적으로 일한다. 이때 요구사항에 변동이 있으면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때에 따라 3개월은 놀고, 6개월의 업무가 헛수고가 되어, 남은 3개월 동안 1년 치의 일을 매듭짓는 것이다.

    바쁘지만, 신규 인력을 투입한다고 해서 바로 나아지지 않는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경우 교육을 거치면 신입도 노동 생산성이 오른다. 그러나 대부분 ICT업계 일은 신입을 교육한다고 해서 바로 업무에 투입하기 힘들다. ICT 업계에서 능력 있는 1명이 2명분 이상의 몫을 하지만, 때로 2명이 1명의 일도 못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채 전무는 선택근로제의 정산 기간을 확대해 유연근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연한 근로시간 인정을 통해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면서도, "SW근로자의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선진화 방안은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통해 장기 과제로 발전시켜야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효근 전무는 제도 개선 시 기대효과로 "근로자는 자율에 따른 근무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 시키고, 사용자는 환경에 적합한 합리적인 기업 운영 및 법 제도 준수로 사업 욕구를 개선시킬 수 있으며, 소비자는 양질의 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편익 증대로 국민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 한국게임산업협회 안병도 선임연구원

    한국게임산업협회 안병도 선임연구원은 먼저 "게임 산업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가 진행되기 때문에 대규모 콘텐츠 관리가 필요하며, 개별 국가 업데이트 시 각 나라마다 시차가 존재하므로 '24시간 대응'이 필요하다"며 업계의 특수성을 소개했다. 이어서 그는 "과기정통부의 ICT 구분에 게임은 없지만, 게임도 24시간 대응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조업과 달리 게임 산업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시 팀이 구성되고, 크런치 모드에 상응하는 장기간의 휴가가 주어지며, 성공 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현재 근로기준법 상으로 위와 같이 일한다면, 사용자는 무거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안병도 연구원은 "사업자에게 외부변화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으나, 정확하지 않은 정부 정책의 변동은 위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안병도 연구원은 중국 판호 문제와도 연결 지었다. 최근 중국의 게임사는 자국 내에서도 판호를 받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많은 중국 게임사가 한국에 진출한다. 그는 "국내 게임사는 노동시간 규제 속에서 자유로운 중국 게임사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최대 단위 기간을 1년까지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근로환경, 게임을 콘텐츠로 바라보는 정책이 시행될 때 산업 또한 발전하고 많은 청년이 게임사로 취업해 세계무대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병도 연구원은 전하며, 노동시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 문화체육관광부 김규직 과장

    끝으로 김규직 과장이 "52시간 도입으로 노동자의 여가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게임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는 계기도 있다"라 전하면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게임 산업의 특성에 따른 애로사항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산업의 무대가 글로벌 게임 시장이라는 것을 중요시 여기며,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언제 서버 다운이 일어날지 몰라 항상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빨리 변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출시가 늦어지면 성공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에 '크런치 모드'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게임은 단순 노동이 아닌, '창작'에 가깝다"라며 한 명의 일을 두 명이 하면 효율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산업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업계가 52시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유연근로제와 기간 확대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김규직 과장은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이라면서 "취지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좋은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하면서도 "게임 업계의 52시간 근로에 관한 유권 해석은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아닌 노동부의 권한이다"라며 "노동부와 많은 협의를 통해 개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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