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대신 골판지를 펼치다? 초등학교 '닌텐도 라보' 수업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1개 |



24일, 서울 청량초등학교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원래대로라면 국어 시간이지만, 선생님의 교탁과 학생들의 책상 위에는 닌텐도 스위치와 라보 키트가 올려져 있었다. 3명에서 4명의 학생이 모여 한 조를 이루었고, 총 6개 조가 라보 수업을 맞이했다. 오늘 라보 수업의 주제는 '피아노'이다.

수업은 먼저 김원유 선생님이 전통의 피아노를 만드는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영상 속에서는 장인이 나무를 깎고, 건반을 만들고, 조율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지금 본 피아노를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많은 학생이 손들어 제각기 다른 답을 내놓았다. 곳곳에서 일주일, 한 달은 걸릴 거 같다는 답변이 나왔다. 하루 만에 만들 수 있다는 장난스러운 대답도 나왔다. 이어 선생님이 "피아노마다 다르지만,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보통 45일 정도 걸린다"고 말하자 학생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피아노 만들기를 우리는 닌텐도 스위치 라보를 이용해 2시간 동안 만들어 볼 거다"라고 선생님이 말하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했다. 선생님이 "만들 자신이 있나"라고 묻자 아이들은 다 같이 "네~"라고 대답했다.



▲ 선생님의 교탁 위에는 '닌텐도 라보'가 올려져 있었다



▲ 학생들이 닌텐도 스위치를 받아가는 이색적인 풍경



▲ 이전 수업에서 만든 바이크와 낚시대도 보인다



▲ 피아노 골판지를 우선 골라내고



▲ 하나씩 톡톡 뜯어낸다

곧이어 각 조의 '1번' 친구들이 선생님으로부터 닌텐도 스위치를 받아갔다. '2번' 친구들은 라보 키트를 받아갔다. 스위치와 키트를 받아든 학생들은 능숙하게 기기를 켜고 골판지에서 조각을 뜯어냈다. 수업 이후에 선생님은 오늘이 세 번째 라보 수업이라고 알려줬다.

수업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한 학생이 스위치를 통해 도면을 확인하면, 다른 학생이 해당 골판지를 뜯어냈고, 다음 학생이 조립했다. 자연스레 학생들이 협업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돌아다니면서 "빨리 만드는 것보다 정확히 만드는 게 중요해"라고 조언만 해줬다.

은근한 경쟁의식도 볼 수 있었다. 2조의 한 학생이 3조 학생에게 "너넨 몇 단계까지 진행했어?"라고 묻자 "우린 3단계까지 했어"라는 답이 나왔다. 그러자 물었던 학생은 "우린 4단계인데~"라며 앞서나감을 뽐냈다. 같은 조원끼리는 협업을 기르고 다른 조하고는 선의의 경쟁이 라보를 통해 이루어졌다.



▲ 서울 청량초등학교 김원유 선생님

학생들이 라보를 만드는 동안 교실 한쪽에서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선생님은 평소 '만드는 것'을 수업에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이전에는 3D 프린트나 관련 펜을 이용한 수업도 진행했었다. 하지만, 프린트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펜은 학생들이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다 닌텐도 라보가 출시됐다. 만드는 것 중에서도 특히 종이에 관심이 많던 김원유 선생님에게 라보는 제격이었다.

학생 반응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아주 좋다고 김원유 선생님은 전했다. 처음엔 시험 삼아 2시간을 진행했는데, 학생들 반응이 매우 즐거워하고 또 하길 바랐다고 한다. 선생님으로선 학생들이 다소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자 기특한 마음도 들었다"고 전했다.

어쨌든 학교에서 어떻게 다수의 게임기를 샀냐고 묻자, "우리 학교는 교육부가 지정한 소프트웨어 선도 학교, 재정 지원에서 일정 부분을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라고 김 선생님은 설명해줬다. 교육부가 직접 게임기를 지원한 게 아닌 학교가 지원받은 예산에서 사용한 사례다. 그 외에는 김 선생님이 SNS 등에서 닌텐도 스위치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 타내기도 했다. 그렇게 구한 닌텐도 스위치가 청량초등학교에 6개 있다.



▲ 스위치에서 나오는 설명대로 차근차근



▲ 제법 모양을 갖추어 나간다



▲ 학생들이 라보 수업을 반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한다. 라보 수업을 기획할 때만 해도 부모님들이 "게임기로 수업이라니?"라는 반응을 김원유 선생님은 걱정했지만, 골판지를 뜯고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부모님들과 공유하자 모두 안심했다고 한다.

김원유 선생님은 "라보 수업의 가장 큰 가치는 학생들이 서로 의사소통하며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누군가는 설명서를 보고, 골판지를 뜯고, 만들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레 협업한다. 기존 교과목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효과다. 이어 김 선생님은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완성하면 실제로 작동해 가지고 노는 것도 라보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라보 수업을 고민하는 다른 교사들에게 김원유 선생님은 만드는 수업이라고 해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먼저 경험해본 입장에서 라보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며, 수업 전 선생님이 먼저 경험해본다면 충분히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원유 선생님은 닌텐도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지금의 라보도 아주 좋지만, 애초에 학생 교육용으로 나온 라보 키트가 있기를 바랐다. 아무래도 기존 라보는 교육보다는 흥미 위주다. 닌텐도가 아예 교육용 라보를 고민해 선보인다면, 학생에게 더 효과적인 수업을 제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 어느샌가 다 만들어 건반을 쳐보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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