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게임업계 첫 집회, 넥슨노조 "고용안정 보장하라"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98개 |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가 게임업계 첫 집회를 오늘(3일) 진행했다. 스타팅포인트는 사측을 향해 "구조조정 반대"를 외치고, 집회 참여자에겐 노조 출범 1주년을 기념해 활동보고를 했다. 집회에는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 조합원이 함께했다. 집회는 주최 측 추산 600여 명이 모였다.

집회는 스타팅포인트 조경천 조직부장의 활동보고로 시작했다. 조경천 조직부장은 "보통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초창기 부족했던 처우에 개선 요구가 나온다"며 "게임업계 역시 누적된 개선 요구에 응답해 지난 2018년 9월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식품노조 넥슨지회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경천 조직부장은 스타팅포인트 설립에 관해 "넥슨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여러 과제를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꼽았으며, 현재도 많은 이슈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노조 설립 이력을 살펴보면, 과거 2018년 5월 31일 노사협의회가 구성됐었다. 조경천 조직부장은 "그러나 협의회를 통해서는 요구사항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해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설립 이후 2018년 10월 5일 넥슨 코리아 단체 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스타팅포인트는 넥슨 코리아 7차, 네오플 4차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의 단체협약은 2019년 1월 9일 네오플이 체결되었고, 3월 7일 넥슨 코리아와 체결됐다. 조경천 조직부장은 "현재 넥슨 일부 관계사에 대한 교섭을 진행 중이고, 멀지 않은 시점에 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는 "단체협약은 노사가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상호 간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있을 임금 협약 체결, 단체 협약 갱신에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서 홍종찬 수석부지회장이 고용안정에 대해 발언했다. 그는 "고용 안정은 모두에게 이득이다"라 강조하며 "넥슨이 회사만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 하는 헌신적인 직원을 원한다면, 결국 고용 안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바른말 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위해서라도 고용 안정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넥슨의 혁신을 위해서라도 고용 안정은 필수라고 홍종찬 수석부지회장은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 경주를 하는데, 헬멧과 안전복, 안전벨트가 없다면 어떤 선수가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라 비유하며 "사고가 나도 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어야 선수는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배수찬 지회장이 결의 발언을 진행했다. 그는 "노동조합 활동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한 거다"라며 "개인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할 수 있은 적지만, 우리가 우리의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고 전했다. 이어 "단결은 연대이고, 투쟁은 용기를 내자는 의미"라며 "함께 용기를 내자는 게 노동조합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배수찬 지회장은 "노동자에게 일을 주지 않는 것만큼 자괴감이 드는 일이 없다"며 "회사가 '널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아'라고 만드는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노동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제 노동조합을 만들어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 말하고 싶고, 그래왔던 상황을 함께 극복하자고 외치는 거다"고 말했다.

이후 배수찬 지회장이 선창으로 "단결!"을 외치자 참여자들은 "투쟁"으로 답했다. 이어 집회 참가자들은 '철의 노동자'를 제창했다. 철의 노동자 제창 중 참여자들은 손피켓을 따라 들었다. 피켓에는 '고용안정 보장하라'라 적혀있었다. 제창 뒤 집회 참여자들은 "넥슨의 노동자다, 넥슨에서 책임져라"와 "조직쇄신 핑계그만 고용안정 보장하라"고 구호를 외친 뒤 1시경 해산했다.









▲ 배수찬 지회장

다음은 집회 뒤 배수찬 지회장과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이다.

고용이 어떻게 문제여서 고용안정을 주장하는 것인지.
= 제도 자체는 정규직이다. 현재 넥슨 내 90% 이상이 정규직이기는 하다. 다만, 프로젝트 하나가 종료됐을 때, 저희는 전환배치라 부르는 과정을 거친다. 전환배치는 타 팀에 면접을 보는 걸 의미한다. 여기서 떨어지면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사실상의 대기발령이다. 언제까지라는 보장이 없다. 관례적으로는 프로젝트가 드랍되고서 1~2주 지난 시점에서 3개월 동안 권고사직을 제안받고, 이와 동시에 전환배치를 시도한다. 전환배치가 성공하면, 권고사직이 취소되고 고용이 유지된다.


그래서 쫓겨난 사람이 있나.
=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먼저 밝힐 것이 있다. 전환배치를 가장한 권고사직은 과거에 많이 있던 일이지만, 노조가 생긴 이래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조합원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확실한 보장을 해달라는 거다.


전환배치를 기다리는 인원이 얼마나 되나.
= 큰 프로젝트가 2개 있었다. '제노 프로젝트'는 60~70% 정도 전환배치가 됐다고 파악했다. '페리아 프로젝트'는 전환배치 자체를 시작하지 않았다. 회사가 위로 차원에서 개인 휴식을 권고하는 상태다. '제노'는 총인원이 약 80명 정도였고, 이 중에서 60~70% 정도 전환배치가 이루어졌다. '페리아'는 60명이 넘는 사람이 현재 대기 중이다.


넥슨 사측은 조직개편이라 표현했다. 노조 대표로서 '조직개편'이란 표현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지금 있는 사람이 고용보장이 된다면, 조직개편이라 생각한다. 보장이 되지 않고 어떻게든 노동자가 압박을 느끼면 고용불안이다.


고용불안을 느낄만한 요소가 있나.
= 전환배치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내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으면 확답이 없다. 노동자 입장에선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노조 측에서 최우선 과제로 꼽는 것은?
= 지금 게임업계에서는 프로젝트 드랍이 고용불안이랑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회사가 "고려 중이다" 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런 말 자체가 없다. 그러면 다음 드랍되는 사람은 나구나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이걸 사측이 경영기밀이라는 이유로 말을 안 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는데, 고용을 먼저 보장해달라는 거다.


허민 전 대표가 돌아오는 게 거의 확정인데, 그를 어떻게 생각하나.
= 임원진으로 입사하는 것은 거의 확정으로 본다. 뭐 와서 잘해야지 별수 있나. 들어오기 전부터 여기에 반대 의사를 표명할 생각은 없다.


사실, 게임사에서 게임을 만들다가 접을 수는 있다. 성공 가능성도 작고.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바뀌길 바라나.
= 전환배치 면접 자체를 없앨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면접에 떨어진 다음이 문제다. 회사가 제안한 자리를 노동자가 거부해 권고사직이 될 수는 있다. 그런데 "모든 팀이 거절했으니 너의 자리는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라고 본다.


2차 집회 계획이 있나.
= 우선 얌전하게 회사의 답변을 기다릴 예정이다.


현재 조합 가입률이 어떻게 되나.
= 넥슨 코리아 기준으로 35% 정도다. 총 조합원은 약 1,500명이다.


이후 활동 계획은?
= 착하게 회사를 기다릴 계획이다. 다만, 안 될 경우 더 강한 입장 표명을 하겠다. 이번에 일부러 화섬식품노조가 참여를 안 한 이유가 있다. IT지회만 참여했다. IT지회 외에는 파리바케트 지부에서 참여했다. 만약 어떤 일이 해결이 안 될 경우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하겠다.


조직개편 이후로 계속 프로젝트가 드랍된다. 그런데 조직개편 이후 새로 생긴 프로젝트가 있나?
= 내가 알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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