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약물치료한다고? 보건복지부가 33억 원 지원한 게임중독 보고서 '논란'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70개 |



보건복지부가 지난 5년간 33억 원을 지원한 인터넷·게임 중독 조사들이 최근 완료됐다. 보건복지부에 제출된 보고서는 앞으로 게임이용장애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등재되는 데 기초 근거로 쓰일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 제기된 게임이용장애 모순 사항들이 보고서에 여럿 나타났다.

6일 인벤은 이동섭 의원실에 요청해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동섭 의원이 제공한 보고서는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연구 결과다. 최근 연구 결과는 총 3건으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 치료 및 사후관리체계 관련 인력양성과 기술지원방안 개발 및 구축 최종보고서(윤명숙, 이해국) △인터넷·게임, 스마트폰 중독 발생기전 및 위험요인 규명을 위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임현우), △인터넷·게임 중독 단계별 맞춤형 예방 및 치료방법 개발 예비연구 최종보고서(이영식)이다. 순서대로 보건복지부로부터 6억 7천만 원, 21억 5천만 원, 5억 원의 연구비를 받았다.

윤명숙, 이해국 보고서는 인터넷·게임중독 문제의 수준과 성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관련 서비스의 비용효과서를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다. 이들은 서비스 교육을 위해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연구진은 "국내 및 세계 최초로 인터넷·게임중독 전문인력 표준화를 마련해 해당 분야 서비스 공급 인력의 전문성 확립 및 증진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게임중독 치료 전문가 양성 홈페이지(바로 가기)

보고서를 검토한 이장주 박사(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는 "게임중독에 대한 전문가들의 합의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중독치료 전문인력 양성을 한다는 것은 기초를 다지지 않고 지붕부터 만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4차산업혁명시대에 어떻게 인터넷과 게임을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인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나 목표가 부재한 상태에서 중독예방을 하겠다는 것은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재단하는 것이다"라고 우려를 전했다.

임현우 보고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인터넷·게임, 스마트폰 사용 실태 및 행위 중독 유병률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는 정신건강전문가가 인터넷게임장애를 세계 최초로 평가했다. 아동청소년 2,319명을 추적 조사했다. 코호트 연구 중 인터넷게임장애(IGD) 유병자는 1.9%인 45명이고, 이들은 1년이 지났을 때 70%가 자연 치유됐다는 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 이영식 보고서(HM14C2238) 발췌

이영식 보고서는 일반인과 고위험 소외군의 인터넷·게임중독 맞춤형 치료를 개발하기 위한 예비 연구다. 특수소외 집단을 대상으로 약물 사용 등을 논의했다. 연구진은 "맞춤형 예방과 개입을 통해 게임중독 유병률 감소 및 사회경제적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게임 장애의 공식진단화에 따른 사회적 불안 경감 및 추후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영식 연구진은 게임중독 치료를 위해 부프로피온(Bupropion)과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을 비교했다. 보고서에는 "두 약물 모두 게임 중독 증상의 조절과 치료에 효과적이며, 환자의 주의력과 충동성을 향상하게 시키는 면에서 부프로피온이 더 나았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게임 중독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인 약물치료에 대해 효과성을 검증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장주 박사는 "게임이용장애의 발생원인은 물론 폐해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로 치료를 한다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며 "게임이용장애의 원인이 게임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다른 보고서에서도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하지 않고 단순하게 게임을 막기 위해 약물을 처방하는 것은 학술적으로는 물론 상식과 윤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2019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추계연수교육 및 학술대회'

중독의학회는 게임중독 심각성을 알리고 대응하기 위해 자신들의 보고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8월 30일 중독포럼은 서초구 반포원에서 비공개 시연회를 진행했다. 당시 중독포럼 측은 "게임산업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여전히 게임사용장애를 건강의 문제로 바라보지 못하는 왜곡된 시선이 있으나, 국민건강향상을 위한 전문가, 실무자들의 노력은 지속하여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길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지난 11월 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학술대회에서 관련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학회에서는 △한국 청소년과 대학생의 인터넷·게임중독 폐해 실태: 공중보건학적 모델의 적용 △예방·치료 및 사후관리체계 인력양성과 기술지원 △단계별 맞춤형 예방 및 치료 △치료서비스 배치를 위한 포괄적 진단평가체계 등이 발표됐다.

앞으로도 보고서들은 게임이용장애 KCD 등재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김정태 교수(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공대위 스파르타 아카데믹 길드장)는 보건복지부 보고서에 대해 다양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신의학회에서 5년간 작성한 보고서를 이제 잠깐 본 정도이지만, 여러 문제점이 보인다"며 "앞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태 교수는 △이미 게임중독을 기정사실화한 채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수백 시간에 달하는 게임중독 커리큘럼을 마련한 것 △ 연구성과로 내세우는 논문이나 결과들을 보면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및 여타 중독 이슈가 서로 혼재되어 명확하지 않다는 점 △세계보건기구(WHO)가 ICD-11에 게임이용장애의 진단체계 등재에 필요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 우수한 성과라고 자평하였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아울러 김정태 교수는 "지난 정부부터 시작된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 예산이 수백억 원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제 일부의 결과만 나왔다"며 "남은 것은 어떤 결과인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도 지적했다.

김정태 교수는 "공대위는 앞으로 이 보고서들을 면밀히 분석해 가까운 시일 내에 세미나를 열어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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