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노영호 지회장 "회사를 사랑해서 노조를 만들었다"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6개 |
웹젠 노동조합 '웹젠위드'가 5일 출범했다. 지회 규모론 넥슨노조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SG길드에 이어 세 번째다. 카카오 분회인 엑스엘게임즈 노조 '엑스엘 리부트'까지 합하면 게임업계에 네 노조가 연대한다. 웹젠위드는 앞선 게임노조와 같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에 있다. 노영호 지회장이 웹젠위드를 이끈다.

웹젠위드 결성 시발점은 게임업계 연봉 인상 바람이다. 앞선 회사들이 연봉 8백만 원 인상을 발표하자, 웹젠은 '연봉+인센티브' 평균 2천만 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웹젠 직원들은 기대를 하고 연봉협상에 임했다. 노영호 지회장은 "그러나 결과는 대외 발표와는 달랐다"고 지적한다. 그는 "2천만 원은 커녕 백만 단위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때부터 웹젠 직원들은 의문을 가졌다"고 전했다. '내가 5백만 원 받았다면, 누가 3,500만 원을 가져갔을까?'

노영호 지회장은 웹젠위드 창립 선언문에서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분배를 강조했다. 2020년 웹젠 매출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2,940억 원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09%, 104.5% 증가한 1,082억 원, 862억 원이다. 웹젠위드는 창립 선언문에서 기록적인 성과와 게임업계 연봉 인상 분위기를 반영하면, 분배는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 웹젠위드 노영호 지회장

웹젠 노조 지회장으로서 처음 드러낸다.

= 웹젠 근무한 지는 10년 차가 됐다. 게임업계에 들어온 지는 19년 정도 됐다. 그전에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했다. 웹젠에서는 오래된 라이브 서비스 팀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은 드랍 된 프로젝트를 5년 정도 하고, 이후 라이브 팀으로 전환배치 됐다. 나름대로 웹젠에서 신규 프로젝트와 라이브 프로젝트 모두 경험해봤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노조 지회장으로선 내가 적당한 케이스라 생각한다. 업계 평균이라고 할까.


노조 결성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한데.

= 계기 중 가장 큰 것은 사내 'CEO 레터'다. 넥슨을 시작으로 게임업계에 연봉 인상 바람이 불었을 때, 웹젠은 어떻게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신입 직원들은 CEO 레터를 보고 기대를 했다. 그러나 CEO 레터를 오래 겪은 사람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회사는 CEO 레터 이후 바로 연봉협상을 시작했다. 나보다 앞서 연협을 한 PD급 직원이 "큰 기대는 하지 마라"고 하더라. 내 경우 연협 결과는 작년과 같다. CEO 레터 내용을 반영하면 오히려 깎인 수준이다. 그럼에도, 내 연협 결과는 나쁜 수준이 아니다.



▲ 노조 결성 계기가 된 'CEO 레터'

연봉 인상 바람이 불 때 회사는 연봉 및 인센티브, '전사특별성과급' 2백만 원을 더해 직원 1인당 평균 2천만 원의 총 보상을 책정했다고 대외적으로 알렸다. 당연하지만 직원들 대부분은 2천만 원에 준하지 않았다. 대부분 1천만 원 밑 수준이다. 다들 얼마나 받았는지 궁금해서 익명 직장인 앱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참여인원 170여 명 중 80%가 2천만 원을 누가 받았는지 모른다더라. 그러면 그게 평균 2천만 원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게 점차 직원들 불만이 쌓여갔다.

이어 회사에 어떤 불만이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대부분 언론에 웹젠 연봉이 평균 2천만 원 올랐다는 보도가 싫다고 하더라. 이미지 메이킹이라 여기는 듯 했다. 회사는 작년만 해도 빠르게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재택근무에 돌입하고 워라밸(일, 생활 간 조화)이 좋다는 평을 들었다. 연봉은 낮아도, 워라밸은 좋은 회사. 그러나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다들 각성한 거 같다. 직원들 사이에서 시쳇말로 "'회사 말장난'에 놀아나고 있구나"라는 말이 돌았다.

난 교회에 다닌다. 교회에서 게임업계를 모르는 한 집사가 "다니는 회사 연봉이 많이 올라서 좋겠어요"라고 했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회사의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에 사용된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궁금해졌다. 누가 더 가져갔는지. 평균 2천만 원이 올랐다는데 누군가는 5백만 원을 받았다. 그러면 3천5백만 원을 받은 사람이 누구일까?

또한 대외적으로 전사 2백만 원을 지급했다고 발표됐다. 그러나 2백만 원 마저도 신규입사자와 얼마 지나지 않은 프로젝트 그룹에는 주지 않았다. 다들 2백만 원도 못 받은 직원이 있다는 것에 경악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쌓여갔다. 지나가는 길에 누군가 툭 치는 거 같았다. 기분 나쁘지만 아파 죽을 정도는 아니다. 이처럼 '그래도 웹젠이 나쁜 회사는 아니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이런 대우를 받으면 내년에 어떻게 될 지 두려웠다. 다음에는 더 세게 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점차 커졌다.

지난해 웹젠 성과는 사상 최고였다. 그 성과로도 이 정도 대우면, 올해 매출이 좀 떨어지면 내년에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이번 '평균 2천만 원'은 회사의 일방적인 발표였다. 노동조합이 있다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발표할 수 없었을 테니, 노조의 필요성을 느꼈다.


현재까지 노조원 규모를 알려줄 수 있나?

= 정확히 말하기 어려우나 활동하기엔 충분하다. 미리 만들어둔 단톡방에 웹진 직원 몇백 분이 들어와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노조가 출범하면 꽤 많은 팀과 직원들이 꼭 가입하겠다고 했다. 노조 활동을 하기 충분한 분위기와 여건은 마련됐다.


앞서 말한 연봉+인센티브 평균 2천만 원을 짚어보자.

= 아마 임원까지 합쳐 평균을 내면 2천만 원이 나올 듯하다. 다만, 확인은 안 된다. 그래서 노조 설립문에서 투명성을 강조했다. 누군가 몇백만 원을 가져갔다면, 누군가는 수천만 원을 챙겼을 거다. '억대'는 없었을 거라 기대한다. 너무 궁금하다. 도대체 어떻게 나눠야 평균 2천만 원이라는 숫자가 나올지.

익명 앱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기본지급 200만 원도 못 받은 게 10% 정도다. 200만 원만 딱 받은 게 22%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균 2천만 원이 나오려면 누군가는 챙겼다는 거다. 소수가 엄청나게 가져가지 않는 이상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없다. 아마 대표, 임원, 전 직원 평균을 내면 2천만 원이 나오긴 할 거다.

중견게임사 연봉인상 대비 인건비 부담을 다룬 기사를 봤다. 웹젠 인건비가 매출 대비 19%이다. 비교되는 중견게임사 9개 중 웹젠이 뒤에서 3위다. 인력을 싸게 쓴다는 의미다. 웹젠이 적은 인건비로 괜찮은 매출을 올리는 회사다. 성과급을 제대로 챙겨도 괜찮은 회사라는 게 지표로 나타나는데, 지난해 최고의 성과를 이렇게 챙긴다는 게 실망스럽다.




연봉 인상 외 다른 노동 문제가 있나?

= 게임업계 공통적인 문제들이다. 팀 유지의 불안. 지금도 팀들이 수시로 바뀐다. 조직도가 갑자기 바뀌거나 담당자가 교체된다. 개발사는 사람이 중요하다. 데브시스터즈가 대표적이다. 잘 만든 하나의 게임이 회사를 먹여 살린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과 실패의 경험을 잘 챙기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웹젠은 그 사람을 쉽게 본다는 느낌이다. 노동자로선 자신의 기회와 열정을 회사에 쓰는 거다. 실패하려고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는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회사 판단에 의미없이 없어지는 게 너무 비일비재하다.


노조 결성에 총대를 메는 결심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 주니어급 직원이 나서긴 힘들 것이다. 나는 이 회사를 사랑하고, 10년 이상 더 다니고 싶다. 더 회사에 다니고 싶고 회사를 사랑해서 노조를 만들었다.

최근 '시지프스'란 드라마가 있다. 미래에서 망할 것을 알고서 과거로 온다. 어떻게든 망할 것을 막으려고 한다. 이번 CEO 레터를 보고서 회사가 망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회사는 망하지 않고 어떻게든 있겠지만, 내가 망할 것만 같았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았다. 회사와 내가 같이 살아남기 위해 지금 노조를 만들게 됐다.


선언문을 보면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분배를 강조한다. 이유가 있나?

=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분배가 요즘 회사들의 관건이라 생각한다. 노동자 입장에선 일한 성과를 어느 정도로 평가받을 거란 기대가 있다. 그걸 회사가 못 해주고 있더라. 내 경험을 보면 라이브팀 목표치가 있다.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해에 기준이 올라가는데, 그걸 매년 달성했다. 그럼에도 성과급은 같았다. 그래도 내가 덜 받은 만큼 누군가는 더 받았을 거란 생각에 넘어갔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번에 살펴보니 오히려 줄은 사람도 있었다. 이런 상황들을 보니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조 결성 과정에서 기존 게임노조 도움을 받은 게 있다면?

= 아마 기존 게임노조가 없었다면 시작 자체를 못했을 거다. 먼저 넥슨노조 측에 나보다 먼저 문의한 사람이 있는지 간을 봤다. 없더라. 사내 신규 프로젝트였으면 선뜻 나섰을 텐데... 노조는 아예 다른 영역이다. 선행한 사람들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중간에 힘들뻔한 적도 있었는데, 기존 게임노조가 일 처리 확인과 조언들을 많이 해줬다. 다른 게임사에서도 노조를 만들 경우 서로 연대해서 힘이 될 듯하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웹젠 직원들에게 할 말이 있을 텐데.

= 결국, 같이 미래를 함께 하자는 거다. 처음 가는 길이기에 불편하거나 불안한 게 있을 것이다. 본인을 사랑하고 위한다면 동참해주길 바란다. 주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변에 도움이 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기에 함께했으면 좋겠다. 노조 이름을 '위드'라고 지은 이유도 혼자서는 못하기 때문이다. 먼저 나서는 사람은 강한 의지로 가겠다. 믿어달라. 난 앞으로 최소 10년은 웹젠에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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