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틸시리즈 20주년, 그 속에는 어떤 제품이 있었을까 - ③

기획기사 | 이형민 기자 | 댓글: 6개 |



프로게이머와 일반인의 벽은 분명 존재합니다. 프로의 반응속도와 동체시력 같은 피지컬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경이로울 정도이며,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밖에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그들의 명장면이나 매드 무비를 보고 나면 입버릇처럼 항상 내뱉는 말이 있습니다. "와, 저게 사람이 가능한 건가?"

팔뚝에 막 일어난 소름이 가라앉을 때쯤, 게임을 켜고 기억을 더듬어 프로의 플레이를 모방해보지만 세월에 깎여나간 손의 움직임과 퇴화된 눈으론 그들의 움직임 절반조차 따라 하기 벅찹니다. 이제 와서 프로게이머식 고강도 훈련으로 피지컬 강화를 꾀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 같습니다. 나태해진 몸뚱아리에 빌리의 부트캠프 비디오를 제아무리 틀어도 보디빌더급 몸짱이 될 것 같진 않거든요.

약간만 틀어서 생각하면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요즘이 어떤 시대입니까. 고도로 발달한 문명 기술의 부산물인 게이밍 기어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겁니다. 적어도 동레벨 대 구간에서 열악한 신체 능력을 무마해 보려는거죠. 아, 멋진 말로 재해석하면 부족한 자에게는 보완을, 나아가서 풍족한 자에게는 완벽을.

계획을 했으니 실행에 옮겨봅시다. 인터넷에 게이밍 기어를 검색하니 무수한 제품들이 주루룩 뜹니다. 그런데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비슷한 제품 같은데 뭐가 진짜배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장에서 이름 좀 날린 회사거나 이왕이면 프로게이머가 많이 쓰는 제품이여야 뒤숭숭한 구매자의 심정을 안심시킬 것 같습니다.

멀리 나갈 필요 없이 의외로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최초의 e스포츠 게이밍 기어 브랜드이자 전 세계 게이머들이 익히 알고 있는 스틸시리즈는 어떨까요? 스틸시리즈는 최근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는데, 과연 스틸시리즈 20년 역사 속 인기 있었던 제품과 고유한 기술이 들어간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는 세 번째 시간을 갖도록 해보죠.








2016. ARCTIS
가장 많은 상을 받은 헤드셋




▲ 욕심쟁이 우후훗

스틸시리즈 아크티스 헤드셋의 출생은 남다릅니다. 아크티스 시리즈는 본편 1화에서 소개한 05년산 5H 헤드셋의 명성을 거쳐 시베리아 시리즈의 인기를 이은 제품군으로 과거 옛 제품군의 기술이나 장점을 쏙쏙 뽑아내 아크티스로 정리한 것이 특징입니다.

자유자재로 구부러지고 탈착이 가능한 편의성과 더불어 우수한 디자인까지 엑기스만 쪽 달여낸 결과, 해외의 여러 공신력 있는 IT 미디어를 포함해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빼어난 성능과 디자인을 입증했죠.

기존 H, 시베리아, FLUX 시리즈를 단종하고 하나의 헤드셋 시리즈로 모은게 아크티스이다보니, 그 라인업의 수도 많습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PC뿐만 아니라 콘솔, 모바일 같은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무선, 블루투스 따위의 신기술 또한 등장하니 아크티스 관련 라인업은 총 11가지로 나뉩니다. 색깔놀이와 스페셜 에디션 좋아하는 스틸시리즈인 걸 고려하면 제품 수만 백 개는 족히 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아크티스5 2016

먼저, 2016년 출시한 아크티스5는 7.1 입체 음향이 적용된 오디오와 40mm 스피커 드라이버로 현장감과 또렷함을 챙겼습니다. 명확성이 필수적인 마이크는 방송 업계에서 영감을 받은 접이식 양방향 설계의 클리어 캐스트 마이크가 적용되며,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탑재되어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깔끔한 무광 검정색, 흰색 등 여러 색상 위 군데군데 포인트가 들어간 디자인이 매력적인데, 이어컵에 적용된 RGB LED나 스키고글에 쓰이는 헤드밴드라던지 디자인에서 약간의 신경을 쓴 점이 돋보입니다. 뭐든 과하지 않은게 최고입니다.

스틸시리즈는 최근까지도 아크티스 라인업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아크티스5의 경우, 개선 사항과 기능 추가를 하여 2019 에디션을 선보였고 이번 2월에는 플레이스테이션 유저를 위해 내놓은 무선 헤드셋 7P를 선보인 만큼, 아크티스 라인업 신규 제품 출시에 힘을 쏟고 있음을 보여주는군요.



▲ PS 시장을 겨냥한 아크티스5 7P





2017. SENSEI 310
첫번째 트루 1-1 트래킹 게이밍 마우스





전천후 양손잡이형 센세이 310은 다소 특이한 디자인과 기능이 탑재되었습니다. 마우스 버튼부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적해지는 쉘의 특징으로 기존 라이벌이나 센세이 하단부에서 느꼈던 허전함을 꽉 채워주는 느낌을 받았다는 유저 의견이 많았습니다. 사용자의 손이 클수록 안정감이 더욱 늘었다는 평가도 있었죠.

스틸시리즈 센세이 310의 장점은 무엇보다 1:1 트래킹 옵티컬 센서인 트루무브3(TRUEMOVE3)가 탑재되었다는 겁니다. 센서 업계 선두인 픽스아트와 독점 콜라보를 통해 개발한 당시의 차세대 광학 센서였으며, 실제 마우스 움직임과 화면 움직임을 1:1 거리로 구현이 가능하고 12,000CPI, 350IPS, 저지연 등 2017년 출시할 당시 기대가 꽤 높았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트루무브 계열 센서(3, 3+, 프로)는 다른 상위 센서인 PWM-3366, 레이저 포커스+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튜닝 센서라고 생각합니다. 수평으로 마우스를 이동할때 발생하는 미세한 스무딩이나 마우스 자체 가속은 느끼지 못했으며, 트래킹 부문에서 완벽한 1:1 움직임을 보이는데 "손이 움직이는대로 마우스가 정확히 움직인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 스틸시리즈가 발표한 센서별 수평 감도 자료인데 그래프가 환상적이군요..





2018. RIVAL 600
첫번째 리프트 오프 센서 탑재 게이밍 마우스




▲ 영상 출처 - Polo922 Youtube

신속하고 정확한 마우스 이동이 필요한 게이밍 환경, 특히 FPS 장르에서 마우스 성능은 절대적입니다. 성능을 판가름 짓는 스펙은 센서, 무게, 모양새, 유무선 등 다양하지만 특정 장르 내에선 LOD(Lift-off distance) 인식 능력도 중요합니다.

LOD란 마우스 센서가 패드 표면을 인식하는 수직 거리로, 이 값이 높을수록 마우스 이동시 마우스 포인터가 부르르 떨린다거나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튑니다. 심할 경우 스핀 현상까지 나는거죠.

라이벌 600 마우스는 스틸시리즈의 첫번째 리프트 오프 센서(Lift-off distance)가 탑재되어 0.5mm 수준의 리프트 오프 거리를 감지하며, 마우스를 들고 내려놓을 때 생겨나는 오작동 거리를 최소화합니다. 또한, 앞서 설명한 트루무브3 센서에 리프트 오프가 결합된 트루무브3+가 적용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우스 양쪽 측면에 탈부착이 가능한 4g 무게추가 총 8개(32g)가 장착되어 무게 자체나 무게 중심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최소 96g 최대 128g 무게를 따져보자면 그리 가벼운 무게는 아니였지만 묵직한 맛의 마우스를 찾는 저감도 유저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습니다.



▲ 탄피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무게추를 잃어버리지 말자









2019. APEX PRO
옴니포인트 기계식 스위치 탑재 게이밍 키보드





FPS 게임 인생 20년 차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하루에 꼭 한 번씩 보이스 채팅을 통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아, 쐈는데!". 자매품 "눌렀는데"도 빼먹으면 섭하죠. 하지만 이 핑계는 스틸시리즈 APEX PRO를 사용하고 난 후부터 씨알도 안 먹힙니다.

스틸시리즈 APEX PRO는 사용자 조절이 가능한 기계식 스위치인 옴니 포인트 스위치가 탑재되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면, 키가 입력될 때의 키높이 값을 설정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예를 들어 0.4mm로 설정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아주 살포시, 약간의 힘으로 키를 눌러도 입력이 된다는 말이죠.

게다가 이 설정은 모든 키 균일 적용이 아니라, 키 하나하나에 적용이 가능해 WASD, Shift, Ctrl 등 게임에서 자주 쓰이는 특정 키만 따로 변경할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신속한 키 입력이 요구되는 FPS, 전략 시뮬 장르에서는 0.4mm로 낮추고, 정확한 타이핑이 필요한 문서 작업에서는 3.6mm로 올려 오타를 방지할 수 있겠죠.



▲ 당신의 "아! 눌렀는데!" 핑계를 막아줄 옴니포인트 스위치



▲ 61개의 옴니포인트 스위치에 동작 민감도 설정 가능

디자인이나 내구성에서 챙기는 이점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해볼게요. APEX PRO는 키캡들이 시원하게 튀어나와있는 비키 스타일로 내부 축이 훤히 들여다 보이고 키보드를 뒤집어서 탁탁 털기만 해도 먼지 제거쯤은 너무나도 쉽습니다. LED가 위쪽으로 뿜어져 나오는게 아니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멋은 덤이고요.

스틸시리즈 APEX PRO의 위쪽 프레임은 알루미늄이 적용됐으며, 최대 1억 회 버튼 수명을 보장하여 높은 내구성을 지녔는데 과연 1억 회를 누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무래도 값이 싼 녀석은 아니다 보니 하나 사서 오래 쓰라는 스틸시리즈의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 당시엔 1위였지만 지금은 3위까지 밀려났네요 (출처 : Techradar)





2021~





세계 정상에 위치하는 프로게이머의 장비 선택은 매우 까다롭고, 자신 손에 맞는 장비를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프로게이머가 선택한 장비의 성능은 두말할 것 없이 뛰어나다라는 겁니다. 스틸시리즈는 e스포츠와 오랜 기간 공존하며, 프로들의 선택이 항상 따랐죠.

굳이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프로페셔널 게이밍을 지향하는 유저 또한 스틸시리즈 제품을 많이 사용합니다. 총 3편으로 이루어진 20주년 특집 기사를 읽는 독자분들 중에서 분명 스틸시리즈 유저가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각자 생각하시는 본인의 제품에 대해 댓글을 남겨주시는 건 어떨까요?

스틸시리즈의 역사는 2001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년이라는 세월 간, 컴퓨터 주변기기 전문 업체로 프로페셔널 게이머를 위한 장비를 제작했으며 그들을 위해 끊임없이 진보하고 발전했죠. 기자 역시 한 명의 게이머이자 팬으로써 스틸시리즈의 다음 제품과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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