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토끼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라핀'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4개 |

서울대학교 축제라는 말이 있다. 분명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지만, 그 축제까지 최고인지는 의문이다. 보통 마케팅에서 서울대학교란 단어는 신뢰를 준다. 서울대학교 출신이 만든 영어 암기 앱 같은. 그런데 서울대 학생이 만든 게임은? 다소 의문이 든다. 서울대학교 축제처럼.

'라핀'은 서울대학교 학생 6명이 모인 '스튜디오 두달'이 만들고 있는 게임이다. 스튜디오 이름 뜻은 두달 겨울방학 2달 동안 재밌는 게임을 만들자는 의미다. 다만,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하니 1년을 훌쩍 넘겼다. 스튜디오 두달 구성원 2명은 졸업생, 4명은 재학생이다. 이들은 게임에 있어 서울대학교 프리미엄이 붙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게임은 역시 재미'라는 기조로 개발할 뿐이다.



▲ (왼쪽부터) 이규원, 김민정 공동대표

'라핀'은 귀여운 토끼들이 자신들의 세상을 바꿔나가는 이야기다. 토끼들은 서래마을 공원에 버려진 전직 반려토끼, 현직 유기토끼다. 인간들이 공원 공사를 시작해 살 곳이 사라지자, 토끼들은 새로운 보금장소를 찾아 떠난다. 리더격인 '리베'를 중심으로 다섯 마리 토끼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왜 토끼일까? '라핀' 시나리오를 맡은 김민정 공동대표는 "서래마을 몽마르뜨 공원에 토끼를 버리지 말라는 현수막을 봤는데, 그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며 "유기견, 유기묘에 비해 유기토끼는 상대적으로 생소해 이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왼쪽 상단에 보이는 반려토끼 유기 금지 현수막




'라핀'은 액션을 배제한 플랫포머 방식을 취했다. 액션이 없기에 '라핀'이 단순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게임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스튜디오 두달은 액션의 빈자리를 정교한 컨트롤이 필요한 이동과 이야기로 메꿨다. 프로그래밍을 맡은 이규원 대표는 "토끼가 싸운다는 느낌보다는 고난을 뚫고 탐험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플레이어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골머리를 앓기보다, 본능적으로 시원시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두달은 이야기에 집중했다. 김민정 대표 역할이 크다. 이전부터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를 써온 김민정 대표는 게임 시나리오에 대해 "두 분야는 열린 해석이 허용되지만,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하니 이야기가 조금 더 명확해야 할 때가 많더라"며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조사 하나하나 더 신경 쓰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소설은 행간을 읽으며 작가의 숨은 의도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지만, 게임은 직접적으로 플레이어가 '아 이거 정말 재밌어'라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졸업생인 두 사람은 취업 후 다시 인디게임에 도전했다. 공모전 수상, 텀블벅 후원금 정도를 제외하면 내년 출시까지 매출이 없는 상태다. 굳이 힘든 길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이규원 대표는 "4개월 정도 직장 생활을 했지만, '라핀'을 완성하는 게 내 적성에 더 맞다고 생각했다"며 "계속해 이 길을 걸어보고 싶어 집중하게 됐다"고 답했다.

김민정 대표는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사이드 프로젝트로 '라핀' 개발을 이어갔지만, 집중할 수 없어 힘들었다"며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어간 '라핀' 결과물은 내가 원했던 게임과 괴리감이 있다는 걸 느꼈고, '라핀' 퀄리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업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 관악산 아래서 '라핀'을 만들고 있는 스튜디오 두달

스튜디오 두달은 '라핀' 글로벌 출시를 염두에 둔다. 기본적으로 영어, 일본어 버전을 준비해 콘솔 게임이 활성화된 북미, 유럽, 일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라핀'은 2022년 3분기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라핀' 이후 스튜디오 방향성에 대해 김민정 대표는 "라핀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 이후에도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어떤 작품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고 여운을 느끼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실패할 경우를 생각하고 뛰어든 케이스다"라며 "실패하더라도, 마무리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 텀블벅 후원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두달은 텀블벅 후원을 통해 목표 147%를 달성한 736만 원을 모았다. 김민정 대표는 "'라핀'으로 차기작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성공하고, 나아가 다양한 인디게임 페스티벌 수상, 대형 퍼블리셔에게 지원받는 게 지금의 목표다"라고 전했다.

▶ '라핀' 스팀 소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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